<정세>
2004년 임단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현장투쟁으로부터 시작하자!
현 시기 임금인상투쟁과 노동조건 개선(단체협약 갱신)투쟁은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 및 생존권 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은 97, 98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 하에서 언제나 구조조정과 현장통제, 노동자 탄압이 동시에 이뤄지는 과정에 놓여져 있다. 자본은 항상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임금문제, 고용문제, 노무관리문제,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의 문제들에서 고민하는 것은 자본이 주도권을 갖고서 언제나 필요할 때 구조조정을 휘두를 수 있는 노동유연화에 대한 동의와 제도들을 구축하는 것이다.
1. 자본의 '비정규직에 대한 특혜'와 공격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임금 덜 받고 고용보장 받을래? 임금 받고 해고당할래?
자본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자본의 경기불확실성,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감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가이드라인은 물론이고 300인 이상 대공장은 임금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한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해외이전, 산업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고령화된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임금 부담을 줄이고 고용을 보장해준다며, 임금피크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90년대 중반 이후로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서 생계비 쟁취, 임금 안정화 방안으로서 월급제, 임금격차 해소 등 불균등성을 극복하기 위한 단일호봉제 쟁취를 꾸준히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자본은 결국 이윤을 획득하고 확대하는 유일한 수단인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에 임금인상투쟁이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여 직능급제도와 인사고과를 도입, 강화시켜서 노동자들에게 경쟁을 부추기고 자본 맘대로 통제할 방안을 시도해왔다.
'능력에 따라 대우해 주겠다'
그중 이미 신경영전략을 통해서 여러 차례 시도되었고 97년 경제위기 이후 기업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양보교섭 차원에서 대거 도입된 신인사제도, 인사고과와 임금의 연계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기업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합리적인 인사제도 개편 방안으로서 직능급- 능력주의 인사제도로 드러났다. 능력주의 임금체계의 도입은 성과급이 확대되는 것으로, 그리고 기본급(통상임금)의 비중을 줄이는 경향 속에서 이미 도입되기 시작했다.(금호타이어의 경우 기본급이 상여금을 포함한 총임금대비 30%도 안될 정도로 임금의 불안정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상여금도 통상급이 아닌 잔업, 휴일특근을 포함한 전체 임금을 기준으로 지급되게 만들어 초과노동을 스스로 강제하게 제도화되어 있다.)
또한 이미 제조업에서도 이제 과장급 이상은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직 내에서도 시간급과 일당제로도 부족해서 기본임금을 아주 형식적으로 최저로 설정하고 능력급(혹은 성과급)을 보태서 기본급을 채우려고 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의 경우 이미 정규직 내에서도 생산직 내부를 이분화 시키면서 임금차별을 해왔다. 이에 몇 년 전부터 노동조합에서는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개선하고자 임금체계개선투쟁을 진행했다. 그리고 2003년 이 격차들을 시정하여 호봉을 단일화시키기로 합의했다. 그 외에도 주부사원을 비롯하여 직영이지만 비정규직화되어 차별받던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조합원 및 임금 동일대우를 제기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규직 노조의 의식적인 노력들은 비정규직 노조결성과 정규직화 투쟁과 결합되면서 현재 비정규직 직무에 대한 직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자본은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현대정공,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구 한라중공업) 등의 많은 노동조합에서 임금직급체계개선투쟁을 전개하여 생산직 월급제, 단일호봉제 쟁취, 그리고 인사고과제도 폐지 등의 성과를 낳았던 경험이 있다. 당시 그리고 지금의 자본도 항상 임금체계 개선에 동의하지만 실상 그들은 임금 단순화의 내용으로 능력급 임금직급체계를 도입할 것을 꾸준히 주장한다. 그리고 자본은 노동조합이 쟁취한 이런 성과들조차도 노동조합의 힘이 약해지거나, 기업 불황 등의 위기 분위기, 현장에서 분위기가 어수선한 틈을 타 꾸준히 능력급제와 개별경쟁을 강화시켜 개악할 방법을 강구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임금 유연화를 기조로 노동자간 경쟁을 통해 스스로 노동강도를 높이고 서로 통제하고 생산성을 올리고 이윤을 확대시키려는 자본의 본질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주의 인사제도는 노동자들에게 함정을 파 넣기도 한다. "능력에 따라서, 일한 대로 대우받으면 오히려 그게 '상생전략(윈윈전략)' 아닌가"라는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현장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별로 고과제를 시행하여 임금에 영향을 준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이 강하다. 하지만 조금 집단화시키거나, 임금보다는 승급, 승진에 영향을 주겠다는 정도로 시행안을 내놓으면 인정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렇지만 생각해보자! 내가 자본가라면, 내가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으로 이윤을 축적해야만 한다면 쓸데없이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서 인사고과제와 능력급제도를 시행하겠는가?
(자본에게 자신의 온몸을 던져 이윤을 갖다 바칠)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받는 게 과연 맞는가? 그게 바로 자본이 현장을 교란시키는 논리다. 노동자계급은 거꾸로 자신의 건강을 간수하고 살아가면서 필요한 임금을 쟁취하기 위해서도, 단결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도 능력급 임금제도는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아예 단협을 없애자'
<자본의 단협 공격>
- 단일호봉제 폐지, 임금 차등 지급,
호봉(수)은 늘리되 자동(정기)승급은 폐지,
인사고과 재도입
- (이미 노사동사 징계, 인사권도 빼앗긴)
징계위는 가중처벌도 가능하게.
- 인사이동시 노사합의나 공장이전 및
사업확대 변경 및 하도급, 용역, 파견 등
사업 구조조정시 노조와의 합의(협의)는
사용자의 재량권임을 확인
- 전임자 축소와 전임자의 임금 지급 불가,
노조활동에 관련된 임시전임 절대 불가
- 산안 관련 사항들은 기존의 법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되 대폭 개악
- 임금교섭도 2년 주기로 하고 임금피크제도 도입
- 불법파업 등 개별적 징계처분과 손배
청구를 활용, 추후에도 면책합의 수용 불가 하도록
이 모든 내용은 실제 경총 단협 체결지침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경총에서는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이 자본의 고유한 경영권이므로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도록 했다. 게다가 일자리창출 협약을 고려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임금을 동결시키는 것을 전제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고려하라고 지침을 내리고 있다. 특히 산별노조 문제에 대해서 경총 등에서는 노동계의 산별교섭 요구에 대해서 의도를 잘 파악하되 산별교섭을 할 경우 타사업장 문제나 상급단체 지시에 따른 연대파업을 자제하도록 규정한 다음에 교섭에 임하라는 등 실질적인 산별노조의 연대투쟁의 의미를 최대한 훼손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노동자들이 요구해온 연대와 단결을 위한 산별노조가 아닌 관료적 산별노조와 투쟁을 회피하는 산별교섭에 대해서만 동의해 줄테니 선택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 시기에 투쟁을 통한 성과로서 산별교섭이 성사된다면 모르되, 투쟁 자제를 전제로 한 산별교섭과 산별노조는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한 것이 아니겠는가.
2. 임단투 쟁점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번 2004년 임금인상 요구안을 정했다. '표준생계비와 임금실태에 근거한 임금 10.5% 요구, 전체 노동자의 50% 수준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원하청 임금격차 해소, 기업연금과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 사회임금 확대'이다. 한국노총 역시 '임금인상 10.7%와 노동시간단축 및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 고용안정,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생활임금확보 투쟁,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시기집중 공동투쟁 및 경영참여 강화' 등을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사회협약과 경총의 임금동결 방침이 현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그 뒤로 다음의 말을 잇고 있다. '이미 지역단위의 노사정 협약들이 체결되고 있으니, 조직 내에서 사회적 교섭에 대해서 공론화시켜서 논의를 해보자'. 총선이 끝났기 때문에, 특히 민주노동당이 약진한 총선이니 만큼 더더욱 사회적 교섭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을 것이다. 총선 이후에 논의가 가속화되어, '제한적 노사정위 참여론'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 사회적 합의주의의 본질이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억제하기 위한 기구로서 존재 목적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이 국가권력을 잡았을 때조차도 사회적합의의 한계가 분명했다는 점, 그리고 지금의 사민주의가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를 수용하면서 몰락했다는 사실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단협안으로서 비정규직과의 임금차별 해소를 위한 노동연대기금과 원하청연동임금, 최저임금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인상을 통한 비정규직의 차별을 줄이는 것에 역점을 두되, 실제 이중착취와 간접고용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 모색에는 집중하지 않고 있다. 노동연대기금을 요구안으로 내걸었지만 그 실 내용이라는 것이 별반 없고 원하청연동임금은 산업별 최저임금협약 및 원청노조들의 비정규직 요구안으로 반영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것이 7-8년을 줄곧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를 외쳐온 민주노조운동의 현주소다.
민주노총이 임단투 집중시기로 잡은 6월 집중투쟁의 상은 주5일제- 산별교섭쟁취- 최저임금투쟁이다. 그리고 이를 조직화하는 방안으로서 산별투쟁일정 조정이 제출되어 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의 이번 의회진출을 통해 정당-총연맹-산별노조(연맹)의 역할분담을 분명히 하게 되었다. 정당은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 계급투쟁의 분출을 일차적으로는 산별노조가 경제투쟁에 국한시켜 풀어갈 것이고, 이것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땐 정당과 총연맹이 정치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그들 계급타협론자들의 역할분담방식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개량주의 지도부의 노선과 방침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임단협 요구
이미 97년 경제위기 이후로 민주노조운동에서도 비정규직 문제가 이슈화되었고, 또한 현재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많은 생존권투쟁과 노조활동들이 분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는 물론이고,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및 비정규직 철폐의 내용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요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이번 임단투에서 비정규직 별도요구안을 준비하고 있고 기아자동차의 경우에도 노동조합에서 비정규직 임금과 복지 동일 대우에 관한 내용들을 임단협 요구안으로 준비중이다. 기아자동차 원청노조의 요구안은 주로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액)임금(인상) 대우를 중심으로 준비되고 있어 기아 비정규직 현장투쟁단의 단체행동 보장과 건강권 확보 및 고용보장 요구들과 구별되고 있다. 반면, 금호타이어의 원청노조는 일부 직무의 정규직화와 정규직 임금의 90% 까지 단계적 인상 및 고용보장과 비정규직 노조활동 보장(전임자 보장과 시설 제공)과 근기법 위반시 도급계약해지와 고용승계 등을 요구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최근 정권에서 검토 중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 시정과 정규직화 방안 역시 경총이 우려할 만큼 노동자에게 유리한 것만이 아니다. 왜냐하면 일단 정부의 대책이 입법을 통해서 오히려 파견업종을 확대하고 특수고용노동자를 유사노동자로 규정하며,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한 임시직 기간을 확대시키는, 실제로는 비정규직노동의 확산을 제도화시키는 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비용문제 역시 경영개선활동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최대한 있는 비용 내에서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기존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절약, 임금인상 자제 등의 피와 땀으로 비정규직의 일부 정규직화로 해결하는 방안, 즉 정규직의 (임금과 노동조건에서의) 양보와 비정규직의 한시적 '고용보장'을 거래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본은 이미 현장에 모자란 인원을 비정규직에서 일부 데려오고 또 그 비정규직 자리에 새로운 비정규직을 뽑는다. 그리고 한 공정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다른 공정으로 전환배치한 뒤 그 공정자체를 외주화시키려고도 한다. 이것이 자본 방식대로의 '정규직화', '인원충원' 방식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얼마나 바꿔내면서 정규직화 및 비정규직 철폐를 실질화시키는 것은 순전히 노동자투쟁의 몫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국부유출만 막을 수 있다면
외주 용역화도 수용할 수 있다'?
최근 많은 국내기업들이 해외공장을 신설하고 이전하면서 국내 고용이 불안해지고 있다면서 산업공동화 문제로 떠들썩하다.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연맹들도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외주 용역화와 국내 매각, 해외매각, 제휴 합병, 정리해고에 대한 총체적인 구조조정 문제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오히려 민족자본을 사수해야 하므로 해외매각은 반대하자고 한다. 그리고 정리해고 등의 고용불안의 직접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을 한 축으로 하되, 외주 용역화의 사안은 노동조합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까지도 제출되고 있다.(금속노조의 구조조정 매뉴얼)
정리해고는 안되는데, 외주, 용역화는 수용할 수 있다고? 같은 구조조정이며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에 대한 위협이기도 한 외주화는 받을 수 있다는 논리는 어떻게 성립하는가? 이러한 구조조정에 대한 불철저한 인식에 기반해 있다. 아니, 아직도 구조조정과 노동자의 고용(생존권)문제를 별개의 것으로 순진하게 사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산별교섭과 산업정책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계급타협론자들은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외친다. 그들에 의하면 이미 민주노동당-민주노총-산별연맹(산별노조)의 역할분담구도에 의해 산별노조의 역할은 결정되어 있다.
당과 총연맹이 정치투쟁과 경제정책에 개입하여 국가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산별노조가 고용시장을 장악하여 노동자들을 언제든지 취업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의 취업은 이미 정규직, 안정된 일자리와 임금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의 산별노조는 네덜란드나 미국, 영국처럼 비정규직의 취업망 확대, 임시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고용을 '보장'해주는 직업소개소의 역할, 직업훈련원(숙련훈련원)의 역할을 자처한다. 이를 경제투쟁이라 부르면서, 산별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거래,
고용과 임금의 거래
2003년 하반기 노동시간단축이 반노동자적으로 개악된 것의 내용은 생략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할증률인하, 휴일휴가 축소 등과 결합되면서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 혹은 고용유지 창출로 연계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해졌다. 게다가 정규직 특히 대공장 노조들은 단협을 통해서 기존의 조건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지켜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다. 하지만 중소기업 노동조합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이 노동시간단축 개악 법제도를 통해서 오히려 임금이 저하되고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이미 대공장의 임단투 과정에서 회사, 경총 등에서는 법대로의 노동시간단축 시행을 지침으로 내리고 휴일휴가 축소를 시도하고 있다.
아니 좀 힘이 있는 대공장 노동자들은 개악된 법제도를 이용하여 초과노동수당을 더 많이 받게 되었다. 월임금이 3,40만원에서 7,80만원까지 인상되고, 그것도 모자라서 성과급 투쟁을 더 열심히 하라고 노동조합을 부추기기도 한다. 아니 대공장 노조들 스스로 그 틀에 갇혀서 성과급투쟁을 우리 집행부의 사활이 걸린, 대중에게 인정받을 오로지 유일한 사업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처럼 현장노동자들이나 노동조합이나, 다같이 '있을 때 돈 더 벌자'라며 사측 논리에 부합해 있다.
그 다음은? 예상 가능하다. 생산물량으로 임금에 대해서 장난질을 치고 나서는 물량을 축소시키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임금(과 복지) 삭감, 동결을 감행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임금피크제(약 50세 이후로 임금삭감)와 기업연금제(임금의 성격인 퇴직금을 없애고 모아서 주식투자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3. 임단협 투쟁에서 계승해야 할 것
민주노조운동의 특징의 하나가 노동자의 권리선언, 어용노조 타파와 동시에 생계비 쟁취를 위한 전국적 공동임단투다. 전국적인 임단투 전선, 공동임투는 노동자는 하나라는 단결과 연대의 실천적인 조직화였다. 낮은 수준에서는 투쟁시기 집중으로부터 시작하여 공동의 임금 단협 요구안을 설정하고, 모범단협을 지향하는 임단투 요구안 설정, 그리고 공동투쟁집회와 연대-공동파업, 임단투의 공동 마무리의 수준까지 여러 수준에서 공동투쟁, 연대파업이 존재했다.
그리고 준비과정에서부터 의식적으로 공동투쟁, 연대투쟁을 준비하는 지도부들의 노력에 의해서 현장조직화와 진정한 '산별노조운동'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었다. 현장노동자들은 지도부의 의지에 신뢰를 갖고 현장투쟁에 자신감 있게 참여했다. 그리고 일부에서 직권조인 또는 양보교섭이라도 할라치면 즉각 부결과 지도부 불신임으로 답하면서 현장의 투쟁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95년 민주노총 건설을 전후하여 전국적, 지역적 공동투쟁의 형태는 산업별 업종별 공투라는 제한된 수준에 갇히고 지도부의 개량주의 노선이 결합되면서 공투는 형식화되고, 통제되었다. 특히 민주노조운동의 일부 지도부에 의해서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서' 전투적 투쟁형태는 경계의 대상이 되었으며,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임단투는 자제할 것을 강요받았다. 또한 97년 노동법 개악으로 정리해고와 변형시간제 및 근로자파견제가 입법되면서 전국적 노동자 투쟁이 폭발적으로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개량주의자들은 이를 일정한 투쟁의 외양을 쓰고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 중도주의적 지도부를 앞세운 개량주의 노동운동은 '대중투쟁 동력이 낮다'는 근거를 들이대면서 양보교섭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현시기 임단투는 자본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생존권 투쟁을 어떻게 현장투쟁, 조직력에 기반하여 전개할 것인가, 그리고 자본의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낼 것인가 여부가 관건이다. '임단투도 잘하면서 구조조정도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전에는 각 현장의 현안문제들을 전체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제안하고 전국적인 대응, 지역적인 대응들을 스스로 조직하였다. 희망퇴직이 현장에 들어올 고 이를 '국민파'에서 수용할 때 민주파 활동가들은 이를 정리해고의 한 형태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했다. 그리고 지금 임단투와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문제가 분리되지 않으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근본적인 전망이 요구되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이번 호부터 게재되는 구조조정 관련 기획기사들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자)
예전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임단투의 준비부터 시작되던 간부와 활동가들의 공동준비를 위한 (지역, 전국)현장토론회와 공동요구안 작성 및 일정과 주체 등에 대한 공동투쟁 흐름 형성, 실제 현장 대중적인 공동투쟁 전개와 공동의 마무리를 결의하고 실제 투쟁에 대한 공동평가(토론회)까지 일관된 흐름이 존재했다. 그것은 임단투가 상반기에 집중되었다는 조건도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구조조정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사안마다 다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 현장의 구조조정 투쟁을 개별적으로 인식하고 따로 따로 대응, 지원하려 해서 연대활동이 부담스럽고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현장의 투쟁력이 있다면 이를 기초로 연대투쟁을 통해서 서로 힘을 주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하는 것이 공동투쟁, 연대투쟁의 의의이다.
4. 극복해야 할 것,
2004년 임단투의 방향과 과제
동지들은 연대투쟁을 현장에서 힘도 없는데, 우리 활동가, 간부들끼리만 죽어라고 해야 하는 피곤한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다른 사업장과 현안 문제, 전국적인 사안의 문제들을 우리 현장과는 별개 혹은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가? 아니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현장의 노동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선판단하는 것은 아닌가? 현장을 너무 불신하는 것은 아닌가?
특히 민주노총 이수호집행부는 향후 최소 2년간은 총파업은 없다고 선언하였다. 그것은 준비된 투쟁을 하겠다는 사기로 실제는, 노사협조주의를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외양을 갖춰서 풀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개량주의가 대중 앞에서 노골적으로, 공공연히 유포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개량주의 세력이 자신의 입지를 대중적으로 넓혀가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은 간단하다. 그것은 자신들의 계급타협적인 노선과 투쟁방침이 노동자계급에게 이로운 것임이 검증되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를 반대하는 전투적, 계급적 운동 진영도 제대로 된 투쟁으로 대중적 평가와 검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호하고 분명하게 자본과의 전선, 전쟁을 선포해야 할 때에도 단순히 교섭압박용으로 형식적으로 투쟁을 이용한 것, 그리고 노동조합운동 수준에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며 노동조합운동의 한계를 넘어서는 전망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도력, 활동가들의 확고한 투쟁의지와 올바른 투쟁방향과 현장노동자들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현장조합원들의 역동성이 결합되어야 한다.
지금은 물론 예전의 90년대 초중반까지의 전투적 민주노조운동이 많이 훼손되고 상시적 구조조정과 정부 자본의 공세로 인해서 현장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위축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번 박일수 열사투쟁의 국면에서도 경험했듯이, 현장활동가들은 이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선봉대, 전국적 투쟁체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현장이 재조직되어야 한다면 이렇게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현장조직들이 침체되어 있고 현장이 침체되고 있고, 노조운동은 개량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자본이 개량에 상응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 아니, 개량에 순응하는 상층부에 대해서는 적당한 대우를 해주지만,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칼날은 더 날카롭게 휘두를 것이다.
96, 97년 노동자 총파업을 기억하자, 그리고 98년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서 정리해고와 파견제, 변형시간제를 합의한 민주노총 지도부를 소환했던 현장활동가들의 경험과 역할을 상기하자. 이제는 선언적 활동 수준이 아닌 현장에서부터 진정한 투쟁 기풍을 살려나가고 주체들을 구축하는데 집중하자. 노동자들의 진정한 투쟁은 자본이 허용하는' 폴리스라인 내에서의 전투적인 행동'에 있지 않다. 자본의 생산활동- 곧 이윤획득-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전망을 보여주고 자신감을 형성하는 투쟁에 있다.
회사는 노동조합이 파업할 것을 알고 재고를 준비하고, 노동조합은 회사의 이런 상황을 잘 고려해서 미리 잔업특근 철야해서 물량 쌓아놓고, 파업으로 '민주노조' 생색도 내고 회사로부터도 파트너로 인정받는 파업은 진정한 파업이 아니다.
노동자는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 현장투쟁을 조직하고 검증 받으면서 더 나은 투쟁을 조직할 수 있다. 자본이 예측하지 못할 노동자의 계급투쟁을 준비하자. 언제든지 그 투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국적인 활동대오, 투쟁체를 구축하자. 그리고 언제든지 현안 문제들을 전국적인 투쟁으로 발휘하여 자본주의 사회를 교란시키자.
2004년 자본으로부터 찾아오는 생활임금 쟁취 및 실질 노동시간 단축투쟁, 그리고 비정규직 철폐와 구조조정 분쇄투쟁을 통해서 자본을 타격하고 교란시키자. 이것이 진정한 자본주의를 넘어선 투쟁의 한 걸음이 될 것이다. 비정규직철폐는 말로만, 생색내기식 시혜적 연대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지금 논의되는 직가입이나 정규직화의 요구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투쟁주체를 만들어내고 현장투쟁을 준비하는 만큼만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선별적 정규직화가 아닌 진정한 비정규직철폐, 전체 정규직화는 차별의 시정을 넘어선 확고한 생존권투쟁,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연장선에서, 정규직과 공동의 투쟁을 통해서 쟁취해야 한다. 2004년은 자본에게서 노동자의 몫을 되찾아오는 실질 노동시간단축, 실질 생활임금확보와 실질 비정규직철폐투쟁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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