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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9호] 모택동의 '실천론' 서평 :지(知)와 행(行)의 관계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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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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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8 20:30:21, 조회:2,322, 추천: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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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동의 '실천론' 서평 :지(知)와 행(行)의 관계에 대하여
현장활동가
흔히들 ‘지행일치’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실천과 이론의 관계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활동가들조차 현실의 난관에 부딪히면 “이론은 이론이고, 현실은 현실이다”라며 이론과 실천을 분리시킬 때가 많다. 활동가들이 그러한 오류에 빠지는 것은 현실운동의 어려움, 현장에서의 계급적 역관계라는 객관적 조건 탓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실에 우리의 원칙을 보다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적용시키지 못한 실천의 문제이다.
현실에 원칙을 풍부하게 적용시키고 풀어가는 문제, 이것은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동지들에게 늘 당면한 문제이고 가장 큰 고민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읽은 모택동의 <실천론>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인간은 외부세계에 대한 구체적 실천을 통하여 그 세계를 인식한다.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아기가 잡다한 물건들을 입으로 가져가는 행위를 쉽게 볼 수 있다. 아기는 입을 통해서 자기 주변의 다양한 사물을 초보적인 수준에서 인식하게 된다. 바로 아기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이다. 비록 초보적이고 정확하지 않은 실천이지만 그 실천이 바로 인식의 첫단계이다. 개별적인 한 인간을 넘어서 전체 인류 역시도 외부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실천을 통하여 세계를 인식하게 되고 그 실천은 ‘물질적 생산활동’이 가장 결정적이다.
“물질적 생산활동이 인간의 인식발전의 기본적 원천이다.”(본문)
물론 인류가 실천을 통하여 외부세계를 항상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현실에는 본질을 왜곡하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왜곡을 극복하기 위해서 보다 고차원적인 실천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아기가 성인이 되면서 사물에 대하여 보다 정확하게 알아가는 것처럼 인류역사가 진화하면서 인류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는 넓어지고 그 정확성은 정교해 진다. ‘물질적 생산’이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발전함에 따라 인식도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인식과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인식은 처음 감성적 단계에 머문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사물과 사람은 감각기관의 작용을 통해 감각을 일으키고 그것이 두뇌에 많은 인상과 인상들 사이의 연관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은 사물의 현상, 사물의 일면이며 외부적 연관을 이루는 인식의 1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사람들은 아직 충분한 개념을 형성할 수 없고 논리에 맞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실천이 거듭될수록 실천과정에서 사람들의 두뇌에 감각과 인상을 이루는 일은 여러 번 일어나게 되면서 인식에 비약이 생겨 개념이 형성된다. 이것은 감각과는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인식의 논리적 단계이다. 사물의 일면이나 외부적 연관이 아닌 사물의 본질, 사물의 전체, 사물의 내부적 연관을 파악하여 내적 모순을 폭로하는 데에 도달한 것을 말한다. 이것이 인식의 2단계이다.
이렇듯 우리의 인식과정은 반복되는 실천을 통해 감성적 인식으로부터 논리적 인식으로 발전해간다. 감성과 이성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의 기초 위에 통일되어 있는 것이다. 직접적 경험이든 간접적 경험이든 우리는 감각을 통해 얻게 된다. 감각을 부인하고 직접적인 경험을 부인하며 현실의 투쟁에 직접 참여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는 유물론자가 아니다. 감성적 인식을 거치지 않고도 이성적 인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관념론자이다.
그러나 인식이 낮은 감성적 단계에 머물러 있어도 되고, 감성적 인식만이 믿을 수 있는 것이며 이성적 인식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경험론의 오류에 빠지게 된다.
인식은 심화되어 감성적 단계에서 이성적 단계로 발전되어야 한다. 감각을 통해 느낀 풍부한 자료에서 쓸데없는 것은 버리고 알맹이를 취해 과학적으로 개조되어야 한다. 이것은 레닌의 말처럼 객관적 사물을 더 심오하게, 더 정확하게, 더 완전하게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감성적 인식으로부터 논리적 인식에 이르면 인식운동은 끝나는 것일까?
실천으로부터 시작된 인식은 실천을 통해 논리적 인식에 도달한 다음 다시 실천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랬을 때에만 인식운동은 실천을 통해 검증되고 발전할 수 있다. 자연과학 이론이 진리라고 인정되는 것은 그것이 자연과학자들에 의해 창조되었을 뿐만 아니라 과학적 실천으로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진리의 불완전성은 실천을 통해 그 오류를 시정하게 된다.
사상, 이론, 계획이 실천에 적용하여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면 그 구체적 과정에 대한 인식운동은 완성된 것이지만, 그러한 방안들이 현실에서 아무런 변동 없이 그대로 실현되는 일은 드물다. 이론과 원칙은 구체적 현실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이론과 현실은 괴리된다.
변화하는 현실에 뒤떨어지는 사상을 가진 완고파들은 객관적 정세에 따라 전진하지 못하고 역사의 수레바퀴가 빠르다고 원망하며, 좌익공산주의자들의 사상은 객관적 과정의 발전단계를 초월하여 환상을 진리로 믿고 현실적 가능성에 상관없이 억지로 현실에 적용시키려 하는 오류에 빠진다.
<실천론>을 보면서 인식은 오직 실천으로부터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와 닿았다. 나와 동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투쟁에 개입할 때에만 제대로 된 이론을 얻을 수 있고, 그 이론은 다시 실천에 제공될 수 있는 것이다. 실천과 이론은 절대로 분리될 수 없으며 실천과 이론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서로를 발전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천을 통한 감성적 인식은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감성적 인식에 머무르거나 감성적 인식만을 전부로 받아들인다면 경험론의 오류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러한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사물의 본질, 내적 모순을 파악하는 논리적 인식에 도달해야 하는데 그것은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끊임없는 실천을 통해서만 사물과 사회의 구체적인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결국 실천의 문제이다.
혁명적 실천과 나의 현장과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 높은
이직률, 현재 지역의 현실이 열악하다는 것은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상황에 대해 총체적으로, 본질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나의 실천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당장 실마리가 보이지 않더라도 가능한 실천을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 작은 실천이라도 하면서 더 큰 실천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활동기반을 만들어 가야한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그것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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