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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0호] 유럽 자본주의의 약한 고리, 그리스에서의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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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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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1 12:37:16, 조회:2,359, 추천: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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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자본주의의 약한 고리, 그리스에서의 투쟁
이제는 유럽이다!
전 세계 자본과 정부는 작년부터 세계경제가 경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장밋빛 전망들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들의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작년에는 두바이라는 작은 나라의 경기침체에도 전 세계가 들썩거리더니 지금은 이보다 몇 배 더 강한 유럽발 경제공황의 공포에 벌벌 떨고 있다. 공포의 진원지는 그리스다.
그리스 사태가 발발하기 불과 몇 달 전인 2009년 11월 29일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두바이월드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유로존 지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그 때에도 그리스는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었다. 그리스 공산당 신문에 따르면 그리스 산업부문들은 이미 2005년부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2007년~2008년에는 4% 정도 축소되었다. 이를 반영하여 2008년에는 큰 폭의 주가하락이 있었는데, 2008년 말에는 전년 동기 대비 가치가 1/3 수준으로 급락하기도 하였다. 결국 2009년 12월 1일 장 클로드 의장은 “아테네가 두바이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기자간담회에서 인정해야 했다.
현재 그리스 사태는 유럽 전역을 긴장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유럽의 주요 16개국이 유로화라는 공동화폐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가 국가부도사태로까지 나아간다면 지금도 휘청거리고 있는 유럽경제가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 사태를 통해서 경제공황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다시 입증되고 있다. 더구나 현재의 그리스 사태는 지금까지 각국 자본가 정부들이 경기침체를 막아내기 위해서 취했던 대규모적인 정부지출이 더 큰 공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증명하고 있다. 더 이상 자본과 정부는 현 사태를 타개할만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우리가 그리스사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최악의 그리스
그리스는 현재 재정적자가 2009년 GDP의 12.7%에 달하고 있다. 이는 재정적자를 GDP의 3%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 유로존의 기준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그리스는 올해 내로 빚을 갚거나 만기 연장을 위해 그리스 GDP의 5%에 이르는 530억 유로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장 4월, 5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규모는 200억 유로에 달한다. 그리스는 자체적인 재정적자 감축안 외에도 추가적인 재정적자 감축 방안 마련을 위해 유럽위원회(EC), 유럽중앙은행(ECB)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문을 얻기도 했다. 아직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리스가 10년 만기의 30억~50억 유로 국채를 발행하는 것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미 한차례 국채를 발행한 바 있는 그리스의 2차 국채 발행이 성공할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2차 국채발행이 늦어지면서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2월 23일 그리스국립은행, 알파은행, 유로뱅크 에르가시아스, 피라에우스 은행 등 그리스 4개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러한 금융권의 신용등급 하락은 그리스의 국채발행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서로 맞물리는 악순환인 셈이다.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2차 국채발해의 연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추가 하향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그리스 사태를 두고 부르주아 언론에서조차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지나치게 국가재정을 쏟아 부었다는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이미 그리스가 지난 수 십 년 동안 만성적인 재정적자 상태였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금의 사태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만성적인 재정적자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가 전 세계적인 경제공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지출해야 했다는 점은 그만큼 자본가계급이 경제공황을 탈출할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러한 만성적인 국가재정 악화는 그리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유럽은 휘청거리고 있다.
그리스의 구원자가 되기를 주저하는 EU
그리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유럽 각국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연달아 중요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일각의 기대와는 달리 여러 차례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지원책은 나오지 않았다.
먼저 지난 2월 11일 유럽연합 정상들은 “필요하면 지원하겠다.”는 정도의 선언만을 했다. 이후 2월 15일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먼저 그리스가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리스는 이미 GDP의 12.7%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올해에 4% 감축한 8.7%로 줄이고 2012년까지 3%까지 낮추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은 재정지출 감소와 판매세, 에너지세 인상, 자동차 등 고가품에 대하여 새로운 세금을 부여하는 등 추가적인 감축방안을 요구한 것이다. 독일의 외르크 아스무센 재무차관은 노골적으로 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바로 다음날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의가 개최되었지만 그리스 사태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심지어 유로존에서 그리스를 내쫓아야 한다는 입장까지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 날 회의에서는 그리스가 3월 16일까지 구체적인 재정적자 감축안을 제출할 것, 구체적인 일정을 짜서 재정 안정화를 진행할 것, 그리스 경제정책을 EU의 가이드라인에 맞출 것 등을 결의하였다. EU의 구체적인 지원에 앞서 그리스에 대한 압박을 우선순위에 둔 것이다.
이렇게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 사태가 자신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면서도 적극적인 구제에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다. 바로 자신들 국가의 경제상황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게오르그 파판드레우 그리스총리는 “그리스가 아닌 다른 유럽 국가들이 오히려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실패할 것 … 그리스보다 이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리스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금융 조치가 취해질 경우 각국의 부담금은 GDP와 인구를 고려한 유럽중앙은행(ECB)의 지분율에 바탕을 두게 된다. 그럴 경우 독일은 부담금의 28%, 프랑스는 21%, 이탈리아는 18%를 지출해야 하는데 자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먼저 독일의 경우 국가 부채가 GDP의 113%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독일에서는 암니더 시장 사회문제 연구소가 2월 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독일 국민의 53%가 필요하다면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답했고 67%는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에 대한 금융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하버드대학 경제분석가인 케네스 로고프도 “현재 독일의 공공재정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전망이 불가능해 오래지 않아 그리스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프랑스 2개국은 유로존 경제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렇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독일이 그리스 지원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지역신문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탈리아도 부채비율이 그리스보다 높은 114.6%에 이른다. 영국도 재정적자 비율이 그리스보다 높은 13%에 달한다. 스페인은 경제규모가 유로존 16개국 중에서 4위 규모이지만 실업률이 19%에 이르고 지난해 GDP는 3.6% 감소했다. 재정적자도 GDP의 11.4%에 달하고 민간 및 공공부채는 2000년~2008년까지 연평균 14.5% 증가했다. 특히 2008년 전체 부채 규모는 GDP의 342%에 이르는 4조 9000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부르주아 언론조차 그리스 지원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과 프랑스가 현명하다면 그리스를 지원하기에 앞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할 것 … 그렇지 않으면 유로존은 극히 일부의 낭비 탓에 모두가 주저앉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지 소로스는 파이낸셜 타임스(FT)지 기고문을 통해서 “이번에 임시적인 지원이 그리스에는 충분하겠지만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일랜드는 그대로 남는다. … 이들 국가에 대해서도 이 같은 임시변통의 방법을 통한 지원이 이뤄지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크다. … 그리스가 살아남더라도 유로의 미래는 여전히 의문이다”고 했다. 각국 유럽 정부들이 갹출을 통해서 그리스 국가부도사태를 막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급한 불만 끄는 것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소로스는 그 해결책으로 정치적으로 조직된, 유로화를 적절히 조절, 통제할 수 있는 정치적 기구의 설립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등 일국에서 고도로 조직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경제공황은 지뢰처럼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009년 일본의 국가부채는 일본 국민 1인당 88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통신의 아시아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그리스 다음으로 일본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재정 문제가 경기회복 전망을 위협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월 24일 “고용시장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이며 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고용창출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공황의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일본과 미국에게도 그리스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국가 재정악화 상태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끝내 그리스 지원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스가 최악의 경우, 국가부도사태로 몰릴 경우 그 타격은 재정지원에 따른 국내 타격 보다 더욱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의 돼지들(PIGS)'로 불리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4개국에 대출해 준 액수는 9,091억 달러에 이른다. 그리스가 국가부도사태를 맞을 경우, 이는 연쇄적인 남유럽의 파국을 불러올 수 있으며, 이들에 대한 대출규모가 큰 독일과 프랑스도 최악의 상황에 놓일 것이다. 이는 또한 EU체제에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외교 칼럼니스트인 기드온 라크먼은 2월 23일자 칼럼에서 “그리스의 재정 위기는 유로존을 넘어서 지난 60년 동안 쌓아온 EU의 체계마저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U가 더 이상 그리스 지원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리스 지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유로화 발행과 EU대통령까지 선출하는 등 통합력을 높여가고 있던 EU로서는 그동안의 통합노력이 그리스 사태 해결책을 두고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태에 놓여있다. 이처럼 그리스 사태는 유럽연합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경제적, 정치적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결국 EU 국가들은 그리스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자신들의 지원규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구체적인 지원액을 결정하지 않은 채, 그리스에게 우선적으로 강도 높은 재정적자 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성난 그리스 노동자들
유럽연합이 한 목소리로 그리스에게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자 그리스는 그 몫을 온전히 노동자 민중에게 돌리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일단 3000억 유로의 국가 부채를 갚는 방안으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 동결, 2015년까지 연금지출 삭감을 위한 퇴직연령 상향, 연금제도 개악, 세수 증가, 유류세, 주류, 담배세 등의 인상 등을 발표했다. EU대표단은 이에 더해서 공무원 퇴직금이 현행 14개월치 지급되는 것을 1개월치 줄이라고 했다.
이에 그리스 노동자들이 즉각 투쟁에 나섰다. 2월 10일 60만 명 조합원을 가진 공공노조연맹(ADEDY)의 대규모 파업에 이어서 2월 16일에는 관세공무원들이 2월 3일에 이은 2차 파업투쟁에 돌입하면서 수출입 관련한 업무가 모두 정지되었다. 시내 주유소에도 기름이 떨어질 정도였다. 그리스 법원은 관세공무원들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50만 명 이상인 공무원 노동자들도 인원 감축에 맞서 하루 총파업투쟁을 전개했다. 2월 24일에는 공공노조연맹과 함께 200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민간부문 최대 노동조합단체인 노동자총연맹(GSEE)이 총파업투쟁을 전개했다. 이 파업에는 각종 공공기관의 노동자들과 은행, 호텔 등에서 일하는 민간부문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이 날 대중교통, 학교, 항공, 병원 등 대부분의 그리스 공공시설은 마비됐다.
이러한 그리스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는 유럽 각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2월 23일 스페인에서도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연금 개악에 항의하는 대규모 파업투쟁이 주요 대도시에서 전개되었고, 주말에는 다른 도시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르투갈에서도 GDP의 8.3%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올해 안으로 1%로 줄인다는 명목으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동결을 선언한 정부에 맞서 3월 4일 총파업이 예고되었다. 영국도 연금 대상자를 줄이기 위해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는 연금개악안과 2009년 4/4분기 19%에 달하는 실업문제로 거리시위가 전개되고 있다.
유럽의 노동자들은 더 이상 자본가계급이 경제공황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양보를 강요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월 24일 총파업 하루 전 날 열렸던 그리스 공산당 주도의 ‘전체 노동자의 전투적 전선’(PAME) 집회에서 그리스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인 알래카 파파리가는 다음과 같이 연설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은행가와 산업자본가 그리고 상인 도매업자의 구출이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유일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수단을 막는 것, 반란, 그리고 부단한 투쟁! … 그들의 길을 막는 것! 그들을 믿지 마십시오! 그들에게 되돌려주는 것!”
전 세계 자본은 재정악화가 불러올 제2, 제3의 그리스 사태를 예감하면서도 여전히 막대한 국가재정 지출을 통해 자본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이제 국가 재정이 바닥나자 자본을 살리기 위한 금고를 노동자 민중의 피를 통해서 채우려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자본의 수혈자가 되는 것을 당당히 거부해야 할 때이다. 자본의 수혈자가 아니라 자본의 타격자가 되어 이들과 당당히 맞서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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