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
Category |
 |
![]() |
 |
![]() |
제목 : [65호] 제헌헌법에서의 노동기본권 보장 |
![]() |
 |
![]() |
 |
|
노정협
|
2010-08-02 01:29:13, 조회:4,622, 추천:369
|
![]() |
|
|
![]() |
제헌헌법에서의 노동기본권 보장
- 새날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상은
1. 서
이 글에서는 해방 후 제헌헌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논의된 노동기본권의 주된 쟁점인 근로자의 이익균점권 및 기업운영참가권 보장을 둘러싼 입법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구조조정(정리해고) 반대를 위한 파업” 조차 불법화된 현 시기에 “근로자의 이익균점권 및 기업운영참가권 보장”의 문제를 언급하는 이유는 “구조조정(정리해고)반대 파업의 불법성”과 관련된 정부와 법원의 태도는 법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구조조정 작업의 원활한 수행”이라는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제기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2. 노동기본권에 관한 제헌의회 심의과정에서의 쟁점
헌법제정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헌법초안에는 규정되지 않았던 근로자의 이익균점권이 노동기본권으로 보장되었다는 사실이다. 헌법초안 제17조 근로의 권리와 의무 조항의 수정안으로 본회의에서 처음으로 제안된 것 중에는 근로자의 이익균점권 뿐만 아니라 기업운영참가권까지도 보장하는 법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헌의회의 헌법안 심의과정에서 전무후무한 2일간의 찬반격론과 극히 이례적인 무기명투표의 방식을 거친 결과 이익균점권은 보장되었지만 기업운영참가권은 보장이 좌절되었다.
이하에서는 전체적인 헌법정신의 맥락에서 노동기본권 보장의 입법정신을 살펴보기 위하여 먼저 헌법안의 기본정신을 알아보고 나서 기업운영참가권 등이 논의된 경위를 간략히 검토해 본다.
가. 헌법안의 기본정신
제헌 헌법안의 기본정신으로 이른바 민족사회주의 내지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헌법기초위원회 위원장 서상일 의원은 헌법기초위원회의 보고 및 헌법안 제1독회(1948. 6. 23. 제17차 회의)의 첫 보고발언에서 “헌법의 정신을 요약해서 말씀하자면 어데 있는가 하면 우리들이 민주주의 민족국가를 구성해서 우리 3천만은 물론이고 자손만대로 하여금 현 시국에 적응한 민족사회주의국가를 이루자는 그 정신의 골자가 이 헌법에 총집되어 있다”고 밝혔다. 지청천 의원 또한 “자유를 위하여 평등을 위하여 잘 고르게 살자는 것이 기본이념이기 때문에 잘 사는 데에는 절대로 8할이나 되는 노동자 농민의 기준복리를 도모하는 근본이념”이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이념으로 민족사회주의를 제시하면서 기본정신을 밝혔다.
한편 전진한 의원은 헌법초안이 “개인주의 사상과 사회주의사상 그 두 사상을 조화”하여 “자본주의와 통제주의를 잘 절충”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헌법전체를 통해서 사회경제에 자유스러운 창의와 한국민족의 정신이 실현되어 당면한 민족의 사회적 모순인 노자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남북통일의 민족적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유진오 전문위원은 “이 헌법의 기본정신은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와의 조화”, 즉, “모든 사람의 자유와 평등과 권리를 위하고 존중하는 동시에 경제균등을 실현해 보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유와 평등이 국가전체의 이해와 모순되는 단계에 이르면 국가권력으로써 이것을 조화하는 그러한 국가체계를 생각해 본 것”이라고 밝혔다.
나. 근로자 이익균점권의 보장
헌법안 제2독회 국회 제24차 회의에서 헌법초안에서 조차도 규정되지 않았던 근로자의 기업운영참가권과 이익균점을 보장하자는 제17조(근로의 권리)에 대한 수정안이 제출되었는데, 심의과정상 최대 유일의 격론 끝에 기업운영참가권은 보장이 좌절되고 결국 이익균점만 제18조 제2항으로 보장하게 되었다.
① 원안
제17조 제1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제2항 근로조건의 기준은 법률로써 정한다.
제3항 여자와 소년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제18조 근로자의 단결,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내에서 보장된다.
제19조 노령 질병 기타 근로능력의 상실로 인하여 생활유지의 능력이 없는 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② 수정안 제1안
제17조 제1항 수정.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와 의무가 있으며 근로자는 노자협조와 생산증가를 위하여 법률의 정하는 범위 내에서 기업의 운영에 참가할 권리가 있다.
제3항 신설. 기업주는 기업이익의 일부를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임금이외의 적당한 명목으로 근로자에게 균점시켜야 한다.
③ 수정안 제2안
제17조 제2항. 근로조건의 기준은 법률로써 정한다. 단. 노동자는 이익배당의 균점권을 가진다.
1948. 7. 5. 헌법안 제2독회 국회 제25차 회의에서 수정안 제1안은 부결(재석의원 180인, 가에 81인, 부에 91인, 포기 5인, 무효 3인)되었고, 수정안 제2안은 가결(재석의원 180인, 가에 91인, 부에 88인, 기권 1인)되었다.
근로자의 이익균점권을 보장하자는 수정안은 가결되었지만 그 적용기업과 조문배치를 두고 다양한 논의 끝에 결국 사기업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그 조문을 제17조에서 제18조 2항으로 옮기는 방식을 취하여 다음과 같이 최종 확정되었다.
제18조 제2항.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
제헌헌법에서 도입된 “근로자의 이익균점권”은 1960년 헌법까지 유지되었으나 5·16 쿠데타 이후 제3공화국 헌법에서 삭제되었다.
다. 기업운영참가권
근로자의 기업운영참가권을 보장을 옹호하는 입장과 이를 반대하는 입장의 차이는 결국 노동과 자본의 대립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① 옹호하는 입장
기업운영참가권 보장을 옹호하는 입장의 주장논거는 적산의 전 민족적 운영을 위한 참여적 사회협의체의 필요성(전진한 의원), 상호구조원칙의 실현(장홍염 의원), 생산증가에 대한 근로자의 자율적 적극책임(문시환, 이재형, 이유선 의원), 노동자의 해방과 독립달성(신성균 의원) 등을 둘 수 있다.
신성균 의원은 근로자의 기업경영참가권 보장문제는 법률로써 정할 근로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이 헌법에 넣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내세웠다.
“어떤 의원이 나서서 이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종래 자본주의의 착취를 받은 노동자가 반대로 노동자가 자본가를 착취할 염려가 있다고 반대하였습니다. 그 언법으로 말하면 자본가는 노동자를 착취해야 좋겠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를 해방하느냐 하는 것은 실제에 있어서 우리 독립을 달성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중대한 문제라면 노동자로 하여금 기업에 참여시켜야 할 필요가 절대로 있는 것입니다”
② 반대하는 입장
기업운영참가권 보장을 반대하는 주장논거로는 사유재산보장제도 취지의 위반(이항발 의원), 사기업 경영주와 근로자의 구별필요성(김도연 의원), 기업자의 심리위축으로 취업 기회 감소우려(김준연 의원), 생산증가 명목으로 노동력의 상품화 강화(노일환 의원), 공산색채를 띨 우려(이승만 의장) 등을 들 수 있다.
사회를 보던 이승만 의장은 근로자의 기업경영참가권 보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명하지 않았지만 신속한 헌법제정의 명분을 내세워 다음과 같이 자신의 반대입장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었다.
“남의 나라에서 공산당의 선동을 받아가지고서 동맹파업을 해서 민생의 혼란을 일으키고 노동하는 사람들이나 자본가가 다 같이 손해당하는 이것을 없도록 해야 되는 것이니까 그럼으로써 내 생각하는 것은 17, 18, 19조의 조문이 원만히 된 것 같은데 ··· 그런데 어느 나라 헌법이든지 내놓고 보면 노동하는데 이것을 특히 보호한다고 헌법에 들어간 것이 없는 것입니다. ··· 우리가 지금 조목을 여기다가 넣는다고 하면 지금 밖에 앉아서 우리가 공산색채를 띠었다, 국회에 어떤 다수 공산당이 들어가 가지고서 이것을 토의하지 않는가, 이런 우려가 또한 없지 않으니까 ··· 그러므로 인해서 여러분에게 경고하는 것은 지금 이 문제에 대하서는 헌법에 여기 넣는 것으로 충분히 된 것으로 양해들 하시고 이만치 토의가 되었으니까 ··· 이 헌법을 하루바삐 제정해야 할 것입니다”
1948. 7. 3.(토) 헌법안 제2독회 국회 제24차 회의부터 오로지 하나의 쟁점인 기업운영참가권 및 이익균점권 보장의 수정안에 대한 찬반토론을 하루동안 계속하다가 그 다음날(일요일) 쉬고 다시 1948. 7. 5.(월) 헌법안 제2독회 국회 제25차 회의에서 수정안 제1안은 부결(재석의원 180인, 가에 81인, 부에 91인, 포기 5인, 무효 3인)되었고, 수정안 제2안은 가결(재석의원 180인, 가에 91인, 부에 88인, 기권 1인)되었다. 이로써 근로자의 기업운영참가권 보장은 끝내 좌절되고 그 이익균점권만 보장되었던 것이다.
3. 결어
제헌의회의 헌법안 심의에서 노동기본권 특히 근로자의 기업운영참가권과 이익균점권 보장문제가 최대의 쟁점으로 부상된 배경에는 헌법정신의 방향, 즉 정치적으로는 건국의 국가목표와 경제적으로는 적산의 운영처리를 둘러싼 한민당 계열 의원들과 이에 반대하는 무소속 계열 중심 의원들 간에 헌법관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특정 시기 법원의 판결은 해당 시기 사회적 세력간의 갈등을 반영한다. 2000년대 초반에 대법원은 ‘구조조정의 실시 권한은 경영권에 속한다’는 추상적인 언명만을 이용하다가 2003년 한국가스공사사건에서 이른바 ‘경영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그에 대항하는 파업권의 행사를 전면부정하는 법리를 선택하였다. 법원이 이렇게 판례를 변경한 이유 중 하나는 당시 한국에서 시급하였던, 구조조정 작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억제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판례 법리는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고, 이 과정에서 대법원은 단체교섭 및 파업이 진행되는 실제 과정을 도외시 한 채 자신이 채택한 법리를 고집함으로써 한국에서 인원 삭감 중심의 구조조정 작업이 보편화하는데 일조하였다.
비록 근로자의 기업운영참가권은 보장되지 않았지만 이익균점권 등 노동기본권에 관한 보장을 위한 제헌의회의 노력은 현 시기 노동기본권의 후퇴(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를 입법화하고, 노동자들의 구조조정(정리해고) 반대파업을 불법화하는 정부와 법원의 태도와 대조된다. 이제 혹자의 말처럼 1948년 제헌의회로 돌아가자고 해야 하는 것인가?<노/정/협>
|
|
|
![]() |
|
의견 |
2010-08-07 |
12:59:14 
|
![]() |
|
제헌헌법에서 이렇게 전진된 내용(근본적으로는 노사타협체계)이 포함된 것은 당시 해방 이후 급진적인 사회 정치적 분위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자타협적인 체계가 보장되지 않으면 당시 인민들의 들끓는 반란의 분위기를 잠재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당시 제헌헌법 제정이 상대적으로 전진적인 내용을 부분적으로 담은 것은, "특정 시기 법원의 판결은 해당 시기 사회적 세력간의 갈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명박정권이 헌법에도 보장된 노동3권을 말살하려고 하는 이유도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민중들의 투쟁이 계속적으로 약화되면서 계급역관계가 자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법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지지만 계급역관계에 따라 노동자 민중의 입장이 부분적으로 반영되기도 한다. 물론 그 마저도 이 투쟁을 반영하면서 이 투쟁을 폭력적으로 분쇄하면 반란이 일어나면서 지배질서의 안정성이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간과하고 1948년의 제헌의회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법의 본질과 세력관계의 변화를 결정짓는 노동자의 투쟁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
|
|
보스코프스키 |
2010-08-08 |
17:15:46
|
![]() |
|
맨 밑의 의문표를 보건데 돌아가자는 주장은 아니네요. |
|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