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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2호]이제부터 시작이다. 학습지노동자 조직하고 노동자성 쟁취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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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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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5 17:17:09, 조회:2,323, 추천: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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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고]이제부터 시작이다.
학습지노동자 조직하고 노동자성 쟁취하자!!!
학습지 노동자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은 결국 근로자가 아닌 자로 구성된 단체로서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이것은 2005년 11월 24일 대법원에서 학습지노조에 내린 사형선고이며, 2000년 노동조합 설립 이후 합법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해온 학습지 노동자들을 완전히 부정하는 판결이다. 또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태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도 내년 상반기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사법부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비정규 투쟁에 있어서 커다란 한 축을 이루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회에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입법부 또한 마찬가지이다.
재능교사노조가 1999년 파업을 통해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노동조합필증을 받아냈고, 2000년에 전국학습지산업노조가 출범한지 6년째에 들어서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로서 어려운 존립 자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간부들의 희생이 있었다. 자신의 수업을 반으로 줄여가면서(수입도 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수업과 조합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2~3일은 회원관리하고 나머지 날은 조합 활동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나마 재능은 단협으로 사무실과 노조전임자가 있지만, 활동비나 상근비를 받는 것도 아니다. 전국조직이고 몇 명 안 되는 간부에 수업까지 해가면서 하는 활동이다 보니 피로도 쌓이고 언제나 부족한 것뿐이다. 하지만 이런 희생은 학습지노조가 극복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간부중심의 사업을 하다 보니 5~6년의 세월 동안 지친 간부들은 떨어져 나가거나 계속 일해 왔던 간부들마저 피로가 누적되고, 힘겨운 투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좀 더 힘 있는 노동조합이 되기 위해서는 간부뿐만 아니라 조합원과 일반교사들이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부정영업(가짜회원)과 이정연 교사 사망사건
학습지 업계의 모든 문제의 원인은 부정영업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학습지 시장에서 과열된 경쟁과 실적강요는 심각한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작년 4월19일, 구몬 이정연 교사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28살의 젊은 여교사가 사무실에서의 공공연한 혹은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실적강요 때문에 203과목 중 134과목의 가짜회원의 회비를 물기 위해 1500여 만 원의 빚을 지고 원인불명의 호흡곤란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이다. 있지도 않은 가짜 회원을 만들어 자신의 돈을 학습지 회사에 고스란히 냈던 것이다.
이정연 교사 사망 이후에 우리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던 것은 회사 측의 대응이었다. 사측은 이정연교사가 ‘무리한 다이어트, 약물과용으로 사망을 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이정연 교사가 사망한 지 일년을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사측은 사과 한마디 없고, 개인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노동조합과 대화할 수 없다는 일관된 태도로 대화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매주 금요일 구몬 본사 앞 일인 시위, 집회, 월요선전전 등을 진행하며 이정연 교사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투쟁하고 있다.
체납회비와 부당해고
회원이 미납한 회비를 교사에게 부담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 학습지 자본이다. 학습지 교사는 다음달 학습 하려는 회원들에게 전월에 미리 회비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회비를 납부하지 않고 학습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당월에 공부한 회비를 당월까지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 구몬이라는 회사는 교사의 급여에서 미납된 회비를 자동공제 한다. 구몬을 제외한 다른 학습지 회사도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교사에게 체납된 회비를 강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교의 권미현 교사는 체납된 회비를 교사가 부담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고 동료교사들과 체납회비 대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현재 해고 투쟁 중인 권미현 교사는 단 한 과목의 체납회비 회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공금횡령이라는 누명을 씌워 해고했다. 그 교사들이 체납회비를 자신의 빚으로 떠안고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면 이정연 교사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 권미현 교사는 대교 본사 앞에서 매주 화요일, 목요일 일인시위와 격주로 평택역에서 집회를 하며 투쟁을 전개 중이다.
노동3권 쟁취, 근로기준법 적용
지난 달 열린우리당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내년 상반기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기상으로 현재의 비정규 개악 국면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분리하려는 술책이고 내용적으로도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내부적으로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법적보호방안은 노사정위에서 몇 년 동안 논의만 되다가 결국 단일한 공익위원안도 내지 못하고 정부로 넘어간 상태이다. 논의되었던 것은 노동자로서 인정할 것이냐,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으로 보호할 것이냐, 아니면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 적용할 것이냐 등이다. 공정거래법이나, 특별법은 모두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반대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법안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모든 직종을 분리하여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학습지노동자들은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함께 정부의 정책을 주시하고 공동대응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업별 한계를 넘어 산별노조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자.
학습지노조는 초기부터 (소)산별노조로 출발하였지만, 어찌 보면 이름만 산별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회의도, 집행도, 조직도 기업별(지부별)로 활동해온 것이 실상이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재능과의 단일노조 추진과 함께 지역본부를 세우고 강화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지역별 조직을 구축하고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학습지 노동자에게는 같은 지역의 타 학습지 교사가 같은 노동자이고 조직할 노동자가 아니라 단순히 같은 지역의 경쟁자일 뿐이다. 그것은 학습지 노조가 기존의 기업지부별 사업을 통해서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본부의 역할과 위상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기존의 기업지부별 활동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학습지노조의 미래는 없기에 어렵다고 포기하고 갈 수 없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타 학습지 교사가 나의 경쟁상대가 아니라 함께 가야할 동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반학습지 교사들, 아니 조합원들이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본부의 중요한 사업 중에 하나가 학습지 사무실 선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30~40명 정도의 교사들이 근무하는 학습지 사무실은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고, 회의를 하는 월요일을 제외한 다른 요일은 교사들마다 출근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교사를 효율적으로 만나는 것이 어렵다.
학습지 노동자를 일상적으로 만나면서 조직할 수 있는 조건도 아니고, 조직을 확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선전전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국(지점) 선전전이 학습지노조를 일반 교사들에게 알리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조직화의 실천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적인 선전전 이외에 조직화의 전형을 세우는 계획과 실천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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