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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2호]언제까지 ‘반어용’ 전선에 기댈 것인가? - 현자노조 선거가 남긴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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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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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5 18:35:37, 조회:2,939, 추천: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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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언제까지 ‘반어용’ 전선에 기댈 것인가?
- 현자노조 선거가 남긴 것
‘유래 없는’ 3차 투표까지 진행한 결과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선거에서 ‘민주노동자회(민노회)’ 박유기 후보조가 51.62%의 지지율로 ‘노동연대투쟁위원회(노연투)’ 후보를 제치고 당선되었다.
6개 후보가 나온 1차 선거는 입사 비리, 추천인 문제와 울산 북구 선거 문제 등 각 조직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1차 투표 결과 노연투 후보와 민노회 후보가 결선에 올라가면서 민노회 후보측이 ‘반노연투’ 전선을 제기하고, 민주진영의 단결과 조합원의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결국 ‘반노연투’ 전선은 아직도 유효함을 입증한 것이 되었다.
실패로 돌아간 선거 전의 ‘범민주연합’ 시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있어서 05년은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다르게 진행되었다.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전국투쟁의 폭풍으로 떠오를 때, 정규직 노조는 ‘짧고 굵은’ 투쟁을 전개해 단협 시 비정규직 문제를 같이 가져가겠다는 약속을 깨고 일찌감치 정리하였다.
원하청연대회의로 표현된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공조’가 깨지면서 정규직만의 이해로 일관해왔던 시기였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기도와 구속․해고, 투쟁을 파괴하기 위한 대체인력 투입 등 자본의 공격 속에서 원하청 노조는 단일한 투쟁전선을 펼치지 못했다.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권위주의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조절하고자 했던 정규직 노조의 태도와 투쟁방기로 인해 정규직노조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신은 확대되었다.
정규직 노조는 임단협 결과를 조합원을 위한 성과로 치장하여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역할에 스스로를 한정하였고, 한편에서 이는 조합원 대중에게 설득력 있는 것처럼 보여 졌다.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 사수하고자 했던 정규직 활동가, 비정규직 노조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 조직력은 확대되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절하게 깨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성과’에의 만족은 그야말로 이기적이고 반계급적인 태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비리문제로부터 시작해 수많은 생채기를 남긴 현자노조의 05년 상반기 투쟁의 과정이 보여준 문제의식들은 12대 임원선거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났다.
현장투는 “민주활동가 및 민주세력 ‘선거연대’를 위한 제안”으로 ‘범민주선거연합’을 이루고자 하였다.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 고용안정 쟁취, 근골격계, 민주노총 혁신 등을 둘러싼 정책적 내용을 공유하면서 입사비리 연루자, 추천인 등을 제외한 자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며, 범민주진영의 단결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민노회, 자주회, 현장투 3주체의 단일화 논의는 “11대 민투위 집행에 대한 대중적 평가, 실용주의를 앞세운 협조주의 세력 저지”라는 기본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선 조직재편을 거부하고, 참여대상에 실노회, 고투위, 다미정 등 협조주의 세력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자주회와의 선거연대는 불가능한 것이었고 결국 각자 후보를 세우고 선거운동에 돌입하였다.
이후 선거 운동과정에서 현장투가 역대 집행부와 대의원 등을 포함한 입사 추천인 명단을 발표하면서 해당 조직 간의 치열한 공방이 이루어졌다. ‘범민주진영’의 결집은 하나의 명분으로서의 제안에 그치고 만 것이다.
2, 3차 선거에서 제기된 ‘반노연투’ 전선
각 후보간의 치열한 선거전을 거친 1차 선거 결과 ‘실용주의’ 세력인 노연투 후보와 민노회 후보가 결선에 올랐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본다면 2차 투표에 올라간 민노회와 노연투 후보의 득표는 민노회 후보의 경우 애초 ‘선거연합’ 논의에서 기본적인 입장을 공유한 조직에 투표한 조합원들의 표가 15,500에 달했다. 이는 2차 투표가 ‘반노연투’ 전선으로 처진다면 실노회를 지지한 5천여 표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노연투 후보의 표가 18,000표를 넘으면서 ‘반노연투’라는 암묵적인 전선에 균열이 생겼음을 확인할 수 있다.
2차에서 두 후보 모두 과반수를 넘지 못하면서 3차 투표를 해야 되는 상황이 되자, 민노회 후보 진영은 ‘반노연투’ 전선에 대한 지지를 적극적으로 호소하였다. 10여년 가까이 지속된 ‘반노연투’ 전선이 이번에도 그 승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인가를 점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종적인 결과는 ‘민노회’의 승리로 끝나면서, 어용 대 민주의 전선이 아직도 유효함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조합원들은 3차 투표에서 노연투 후보에 대해 2차 투표 때와 비슷한 ‘지지’를 보냈다.
05년 투쟁에서 보여준 ‘민투위 집행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어용세력에 대한 전선으로 표현된 현장조직들의 공조는 투표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그리 튼튼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자본은 노동조합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자본에 유리한 방식으로 이끌어가고자 한다. 현중 위원장 선거와 대의원선거에서 나타난 부정선거 시비와 같이 이번 현자노조 선거 또한 2차 때부터는 사측 관리자들이 ‘노연투’ 후보를 지지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자본은 자신들의 이해를 ‘대리’해서 집행해 줄 수 있는 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자본과 같은 이해를 가질 수 있는 경향, 그것이 바로 노사협조주의 세력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어느 한 조직만이 갖고 있는 특성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자본과의 전선을 명확히 그어낼 수 있는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계기로 활용하지 못하고, 또한 그것을 실천으로 배치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조직에게나 돌아올 수 있는 비판의 화살이다. 자본의 개입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상황들을 돌파하고 어떻게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조직할 것인지, 선거에서의 이전투구를 넘어 자본에 맞선 현장투쟁 속에서 노사협조주의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는 아직도 남아있다.
현자노조 선거가 남긴 것들
돈과 유인물, 공약으로 넘친 화려한 잔치, 선거는 끝났다. 선거 전후에 제기된 여러 혼란과 50% 가까운 조합원들이 ‘실리주의’ 노선에 동조를 보냈다는 냉혹한 현실로부터 해결되지 않은 많은 과제를 12대 집행부에 넘겨주었다. 그러나 비리문제 해결을 위한 현장의 혁신이라는 기치를 내거는데 주도세력이었던 민노회 진영 또한 그간의 활동 속에서 ‘현자노조의 위기’, 현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적절한 대안세력임을 입증하지 못하였다. 과거 집행의 경험 속에서는 노사협조주의적으로 투쟁을 정리해왔던 인물들이 현자노조를 계급적 투쟁기관으로 강화할 수 있을 것인가?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현장의 불신과 불안심리를 뛰어넘기 위해서, 노동조합이 아직은 투쟁기관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과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자본의 현장탄압과 노조무력화 작업들이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 또한 비정규개악입법과 로드맵으로 표현되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를 돌파하기 위한 계획과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12대 현자 집행부의 과제이다.
아직 현장이 죽어있지 않으며, 얼마든지 새롭게 반격을 조직할 수 있는 힘을 보여주는 것, 그것은 노동조합이 관성화 되고 관료화된 방식으로 눈앞의 성과만을 조합원들에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민투위 집행에 대한 대중적 평가’로 표현한 즉, 비정규직 투쟁에서의 태도와 조합주의적 한계에 머무른 투쟁을 극복하기 위한 원하청노동자의 단일한 계급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첫 걸음이어야 한다.
언제까지 반어용 전선에 기대서 자신들의 협조주의와 조합주의를 은폐할 것인가? 현자노조 선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계급적 단결을 외면하고 민주라는 포장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막다른 길에 와 있다는 것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현장의 선진 활동가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엄호, 확산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투쟁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으며, 위기를 전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고리임을 현장 조합원 속에서 조직해야 내야 한다. 노동조합이 자본과의 대립전선에서 타협으로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기관으로 밀고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은 활동가들에게 맡겨져 있다. 그 속에서 현장운동 내부에 꿈틀거리며 확산하려는 노사협조주의, 개량주의적 경향과의 투쟁 또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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