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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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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18:07:51, 조회:2,289, 추천: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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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을 돌아보며...
- 철도 현장활동가
1. 예행 연습
이명박 정부의 첫 낙하산 철도 사장이었던 강경호 사장은 뇌물비리와 관련해서 자리를 비워 야했다. 또 다른 낙하산 사장은 농민 시위를 강경진압해서 죽음으로 내 몬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었다. 고위직 관료출신, 그것도 경찰관료 출신답게 위에 대해 충성할 줄은 알았지만, 노동조합과의 관계는 커녕 철도 경영의 마인드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지난 해 파업유보로 단체협약은 이후 지속해서 협의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올해로 단협은 미뤄졌고, 매년의 임금 협약이라는 주요한 쟁점 외에도 정부의 공기업 '사유화' 등 묵직한 과제가 주어져 있었다.
새롭게 임명된 사장은 낙하산 인사 반대 투쟁을 이유로 노조에 대한 고소고발과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사노무실장을 전격교체하며 험난한(?) 노사관계를 예고했다. mb정부의 공기업 정책에 충성이라도 하듯이 5115명에 대한 장부상 정리를 단행했고, 무임 승차 등 그나마 헐값인 조합원 복지마저도 없애버렸다. 단협 자리에 얼굴도 제대로 비추지 않은 사장은 실무자들을 통해 단협 개악안을 고집했고, 임금협약과 관련해서는 실질적인 삭감을 강제했다. 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철도를 사유화하겠다는 정책을 밝혀놓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 사람 짜르기를 일관하면서, 다른 편에서는 적자덩어리 공항철도를 인수하는 모순된 방침을 추진했다.
더 이상 대화 자리도 마련 안 되고, '이제껏 누렸으니 내놔라'는 태도는 조합원을 분노하게 했다. 투쟁의 예행 연습이 필요했다. 필수업무유지제도의 도입 후 치러 보지 못한 파업을 필공파업(필수업무유지자를 제외한 비필수자들만의 파업. 노사합의로 필수인원을 지정하는데 합의가 안 될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지정한다. 이에 따라 필수자 명단은 노측 혹은 회사가 제출한다.)으로 전술을 시험해 보아야 했다. 지난해 이후 어느 정도의 조직력을 회복했는지, 필공 파업시 어느 정도의 파괴력이 있는지, 조합원들의 투쟁의지 등 모든 것의 예행연습이 필요했다. 여기에는 가장 조직력이 좋다는 직종인 운전직종이 선봉을 자처했다. 그리하여 9월 8일 운전조합원 동지들의 하루파업이 진행되었다. 파업은 성공적 이었다. 운전 국장은 "5,300 운전조합원 중 필수근무자 2,064명을 제외한 3,224명이의 파업에 참가하고 있으며 이 자리(대전본사 앞)에 2,950명의 운전조합원이 결집해 있다."고 보고했다. 이탈이 거의 없는 완벽한 투쟁이었다. 부랴부랴 대체인력을 동원하였지만 열차는 늦을 수밖에 없었고, 화물운행은 뒤로 미뤄야 했다. 운전직종만이 결의한 투쟁이 이러한 파괴력이 있다면 업무상 연계성이 강한 철도업무를 감안할 경우 파괴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음을 실감했다. 아울러 현장의 불만과 분노를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하루의 예행연습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공사는 변함이 없었다. 9일에는 설왕설래하던 부실공항철도 관련 "인천공항철도의 민자지분 88.8%를 매입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현대건설과 체결하고 1조2천58억원에 사들이기로 하는 잠정합안을 도출"했다는 발표를 했다. 교섭일정을 잡자고 해서 조합의 일정 변경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단협에서는 노조전임자를 정부권고로 축소, 노조활동의 제약, 비연고지 발령, 자동승진제 폐지 등 개악안을 던졌으며, 추가된 임금협약관련 해서도 "이미 9%가 삭감되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더 많은 임금삭감, 연봉제 도입, 임금피크제 도입 등 개악안을 제출했다. 더구나 사장나리는 여전히 교섭 자리에서 보기 어려웠다.
2. 높은 투쟁 결의와 지명파업
계속되는 교섭해태와 사장의 오만한 태도(노동위원회조차도 사장의 교섭태도에 대해 지적하였다.)는 조합의 남은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했다. 조합원들의 불만과 분노를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러한 것의 반영이 바로 역대 최고의 파업 찬성률로 나타났다. 투표조합원의76.6%가 파업에 찬성했고, 총 조합원의 72.6%가 파업에 찬성했다.
사실 더 이상의 교섭은 의미가 없었다. 사측의 태도변화는 없었다. 남은 것은 조합원의 결의를 얼마나 모아낼 수 있느냐가 핵심이었다. 다음의 전술은 지방과 수도권을 두 개 권역으로 해서 하루씩 돌아가는 지명파업이었다. 원안의 투쟁은 직종별, 지구별 투쟁이었으나, 조직상태를 점검하고, 파괴력을 고려해야 했다. 더구나 노동자대회를 앞둔 공공분야의 파업투쟁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11월 5일 시작한 지방의 파업은 8500여명이 참여했고, 11월 6일 바톤을 이어받은 서울지방본부는 6500명이 투쟁을 전개하였다. 지명파업 직전 조합은 파국을 막기 위한 집중교섭을 제안하기까지 했으나 사측은 요지부동이었다. 이틀만 때우고, 참아보자는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사측은 이미 교섭의 의지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사측은 사장의 눈치를 보아야 했고, 사장은 말뿐인 사장이지 아무런 능력이 없는 무능력자였다. 위의 눈치를 보아야 했던 사장은 허수아비 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명파업을 통해 다시 한 번 예행 연습을 하였다. 전직종이 참석했기 때문에 일차 파업이었고, 일차파업은 성공적이었다. 남은 것은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되어 싸우는 것이었고, 남은 기간 동안 여러 전술을 논의하는 것이다.
'2차 파업 역시 필공파업 전술을 사용할 것인가? 필공파업은 기간을 정하고 갈 것인가? 아니면 필공파업 전술이 효과가 없다면 전면 총파업으로 갈 것인가? 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무슨 조부터 시작할 것인가? 전야제는? 옥쇄파업 아니면 출퇴근식?' 등등이 핵심적인 문제였다. 일정을 잡는 데에서도 논란은 지속되었다. 확대 쟁대위를 통해 논란을 모아 투쟁 일정과 방식 등이 정해졌다. 2차 파업은 1차파업과 마찬가지로 기조를 유지 필공파업 전술을 사용한다. 기간은 일주일 이상. 전면총파업은 조직 상황을 점검 후일 반영하는 것으로 하고, 전야제 없이 파업이 선언되면 총파업 선언 집회 후 일정을 지구별, 지부별 잡는다.
2차 파업의 일정을 잡는데 고려된 중요한 요소는 "철저한 합법 파업"이었다. 과거 파업이 전야제-파업선언-공권력 투입-해산 및 복귀라는 수순을 밟았다면, 쉽게 깨지면 후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었고, 지부별, 지역별 직종별 조합원의 편차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예행연습이 훌륭하게 치러진 점, 합법이라 조합원들의 부담이 덜했고,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역시 작용하였다. 아무튼 오랜 논란을 잠재우고, 2차 파업은 준비되었다.
3. 2차 파업의 열기 속으로
총 일정, 지부별·지구별 투쟁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면서 투쟁은 시작되었다. 파업을 선언하고 최종교섭에서 변화된 안 없이 사측은 11월 24일 단협 해지를 선언했다. 발전의 선례를 보듯 공기업 노조에 대한 대응지침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다. 핵심은 단협 해지로 인한 노조무력화(단협 해지 시 근로조건, 임금의 조항은 유지되지만 노조전임자, 사무실, 노조 활동과 관련하여 사측의 의무가 없어지게 된다.)를 통해 구조조정 및 노조를 통제 하에 두려는 속셈이다. 11월 25일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9월 8일 운전직종 파업이 합법파업이었으며, "9월8일 파업에 외부대체인력을 투입한 행위는 단체협약위반일 뿐만 아니라 철도노조의 정당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한 부당노동행위이며 향후 철도공사는 철도노조의 쟁의행위 시 외부대체인력을 투입해서는 아니 된다"는 판정문을 내렸다. 파업의 발걸음이 가벼워진 셈이다.
5개 권역별 총파업 선언식을 출발로 하여 파업투쟁은 전개되었다. 26일 총파업이 선언되고, 선언장을 빠져나간 조합원들은 지부별 일정을 가졌다. 옥쇄로 전환한 지부가 있는가 하면, 조별 산개투쟁을 전개하거나, 출퇴근식 파업을 진행하였다.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농촌에서 빈민을 상대로 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였고, 쓰레기 줍기 등도 진행하였고, 조별 활동들도 활발히 전개되었다. 유적지 박물관등의 관람도 진행하였다. 지구별 프로그램과 교육이 있었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분야 노동자대회도 치렀다. 물론 자율적인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이유는 ‘합법파업’과 조합원의 투쟁 의지였기 때문이다.
파업이 길어지는 조짐이 보이자 정부와 사측은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필수인원을 인력수송으로 돌리다 보니 화물에 대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시멘트 등 건설자재와 콘테이너-화물연대의 대체수송 거부 발표가 있었다.-수송에 문제가 되었다. 부랴부랴 노동자,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를 줄이며 화물로 인원을 돌리기는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화물의 경우 흐름이 멈추면 타 산업에 영향을 미쳐 자본흐름을 막을 수 있는 상황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물에 대한 대책이 없음을 타박하면서 "지구상 이렇게 파업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명박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진화에 나섰고, 나팔수들은 불법파업 운운하며 오랜 전통의 '경제'문제를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도 파업 11월 30일 파업 5일차에는 조합과 공무원 노조의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공안탄압을 시작했다. 이명박 철도사장, 허준영 인사노무담당자라는 우스개 소리가 등장하였다.
직위해제 남발, 담화문 위협, 공안탄압의 가운데 속에서도 조합원들을 파업투쟁을 줄기차게 이어갔다. 8일차 파업을 이어가면서 다음 투쟁 일정을 잡는 가운데 기자회견의 소식이 들렸다. 조합 어디에도 확대쟁대위원 및 중앙쟁대위 위원들조차도 파업 철회를 모르는 가운데 언론을 통해 '2차' 파업 중지, 업무복귀의 명령이 전달되었다. "함께 갔다 함께 오자"는 소리를 높였는데 파업중지 과정에서 현장조합원 혹은 현장과의 전혀 대화가 없이 일방적인 명령이었다면, 옳은 판단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노조의 전통이라면 파업을 정리하고,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 현장조합원과 함께 한다는 소통이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4. 후기
2차 파업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 투쟁의 중심에 ‘합법파업’이 놓여 있었다. 합법파업을 위해 절차에서든 목적에서든 조심스럽게 투쟁 일정을 밟았다. 한편에서는 합법이냐 아니냐를 놓고 설전이 오가며 반이명박 전선을 두텁게 가져갈 수 있었다. 노동기본권조차 무시되고, 공무원 노조의 경우처럼 노조설립자체가 부정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철도파업은 다시 한번 공공부분 노동자의 투쟁 뿐 아니라 노동법 개악, 민주주의 투쟁에 노동자가 앞장설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었다. 철도노동자 역시 철저히 합법적으로 임단협을 치러내고자 했지만, 합법, 불법 논쟁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민주주의의 전위투사(?)가 되어 버렸다. 합법 속에서 해고자 문제, 선진화 정책의 반대구호는 원래의 투쟁 목적이 아닌 뒤로 미뤄 논의할 사항이 되어 버렸고, 합법을 추구했지만, 당장의 칼자루를 쥔 자본권력은 '불법'을 선언했다.
다른 하나는 필공파업전술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하였다. 물론 전면파업은 당연히 불법으로 인식되어 조합원을 조직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필수업무유지를 어느 정도 지켰느냐?’가 합법·불법을 판가름하는 주요한 지표가 된다. 사업장별로 영향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 철도의 경우 필공파업 전술 역시 하나의 전술로서 유효성을 확인한 셈이다. 필공을 지키며 합법파업을 이어가는 것이 조합원을 조직하고, 투쟁에 나서는데 부담을 덜 갖게 만들어서 투쟁력을 키웠는지, 사측의 노골적인 노조에 대한 태도와 무시, 조합원에 대한 공격이 투쟁력을 키웠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당장의 급한 불을 끄자는 식으로 불법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전면 총파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위한 조직 또한 게을리 할 수 없다. 3차 파업을 준비한다고 선언한 지금, 현장의 마냥 침체되지 않은 지금 전면 총파업의 자세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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