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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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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1 08:56:12, 조회:2,495, 추천: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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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에 빠진 유럽경제
지난 4월 23일 그리스가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유럽경제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더구나 그리스는 이미 지난해 국내총생산의 12.7%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올해 8.7%로 낮추고, 2011년에는 5.6%, 2012년에는 2.8%로 감축하는 ‘안정 및 성장 프로그램’을 이행하고 있었던 터라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이는 이미 그리스 경제상태가 일국 내에서 해결 불가능하며, 다른 유럽 국가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에 유럽연합(EU)과 IMF는 각각 420억 달러, 180억 달러 등 600억 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을 제공하기로 그리스와 대체적으로 합의하고 최종안을 5월 초까지 마련하기로 하는 등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러한 구제금융안이 3년에 걸쳐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4월 27일,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S&P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 수준인 ‘BB+'로 하락시켰다. 또한 전망등급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그리스 채권 회복 등급은 ’4‘를 부여했다. 이는 그리스가 부채재조정이나 지불불능사태에 빠질 시 채권 보유자들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30~50%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럽경제는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같은 날 그리스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서 “오늘 그리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치는 실제 그리스 경제 펀더멘털이나 재정적 노력을 반영하지 않은 것 … 모든 은행 예금은 정부가 보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IMF는 구제금융 분담금을 100억 유로 늘리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연합과 IMF가 즉각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지 불과 3일 만에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정크본드(쓰레기 채권) 수준으로 하락한 것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 유럽경제는 어디로 치달을지 모르는 폭주기관차와도 같고, 이에 탑승한 전 세계 부르주아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그리스
그리스 경제문제가 부각된 것은 이미 작년 12월이다. 지난 5개월 동안 그리스에 대한 재정지원 논의는 지지부진하게 전개되어 왔다. 그리고 급기야 그리스가 디폴트 상태에 직면하자 IMF와 유럽연합이 즉시 구제금융을 제공할 의사를 내비쳤지만 여전히 그리스의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 5개월간 그리스 지원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그리스의 재정적자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이고, 그 일부를 지원한다고 해서 그리스 사태가 나아질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제공황의 임시방편으로 막대한 국가재정을 쏟아 부은 유럽 각국이 그리스를 지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그리스의 부채 규모는 3000억 유로(약 443조 80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600억 달러의 구제금융으로는 그리스의 재정파산 상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의 대표 은행인 바클레이스는 보고서를 통해서 “다년간에 걸쳐 9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이 지원돼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즉, 현재의 일시적인 600억 유로 지원으로는 그리스 사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더 많은 금융지원이 보장되지 않는 한, 그리스에서 언제라도 국가부도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르주아들조차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듯이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국채 가격은 급락세를 기록하고 있고 그리스의 국채금리는 폭등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그리스의 2년 만기 국채금리는 런던시장에서 3% 급등한 13.522%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는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에 비해선 무려 12%포인트나 조달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며 국제시장에서 정크본드 취급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8.8%)나 베네수엘라(11%) 국채보다도 금리가 높은 것”이라고 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일주일 사이에 0.9% 폭등하면서 9.6%를 기록했다. 그리스나 포르투갈의 국채를 사들인 측에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르주아들의 공포감은 선뜻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스가 더 이상 버틸 시간적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85억 유로의 국채가 만기도래하는) 5월 19일이 데드라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지방 선거 등의 정치 일정이 잡혀있는 독일에서는 여전히 그리스 지원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독일의 타블로이드지는 “왜 우리가 그리스의 사치스러운 연금을 지불해야 하나?”라면서 노골적으로 그리스 지원 거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유로존 내에서도 그리스 지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그리스가 5월 19일 데드라인을 간신히 넘긴다 해도 연이어 닥칠 제2, 제3의 데드라인까지 넘길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것이다.
유럽 전역을 감싼 제2의 그리스 공포
그리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그리스 공포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단 그리스와 함께 남유럽의 돼지들이라고 불리는 국가들 중 하나인 포르투갈이 거론되어지고 있다. 포르투갈 역시 공공부채가 GDP의 80%에 달하고 있으며 재정적자는 GDP의 9.4%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포르투갈은 국채 발행을 통해서 200억~220억 유로를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리스 사태로 인해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에 이 조차도 목표액을 달성할 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S&P는 그리스에 대한 신용평가와 함께 포르투갈의 자국통화 및 외화 표시 장기국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2단계 강등했다. 또한 얼마 전까지는 아이슬랜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현재 아이슬랜드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14.3%에 달하며 유럽연합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치다.
그리스, 포르투갈, 아이슬랜드 문제가 불거질 때만 해도 부르주아 내에서는 위기가 과장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 국가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위안도 얼마가지 못했다. 그리스의 4배, 포르투갈의 6배 큰 GDP 규모를 가진 스페인조차 신용등급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4월 28일, S&P는 “스페인의 저성장 기조가 당초 전망보다 더 길어지고 재정 상태도 취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그리고 향후 등급전망도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즉, 추가적인 등급 하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페인은 ‘PIIGS'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규모로 따지면 유로존 국가 중 4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만약 스페인이 그리스처럼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나아간다면 그 파급력은 유럽전체는 물론이고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것이다. 이제 'PIIGS' 국가들 중 남은 국가는 이탈리아뿐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상황도 암울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의 올해 정부 부채는 GDP의 118%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2008년도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러한 'PIIGS' 경제의 붕괴는 당장 금융자본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일단 그리스 국채의 70%는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은 독일과 프랑스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그리스가 최악의 경우, 실제로 디폴트 상황에 빠질 경우, ‘PIIGS'는 물론이고, 선진 유럽 자본주의 국가들까지 재앙에 빠질 수도 있다. 또 무디스에 따르면 그리스 은행들이 3월말까지 유럽중앙은행에 대출받은 금액은 680억 유로에 이르며 이는 유럽중앙은행 전체 재무제표의 약 14~15%에 이르는 금액이다. 따라서 유럽중앙은행은 막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리스 국채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담보로 인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미 그리스 국채가격은 급락하고 있고, 정크 수준으로 전락한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인정할 경우, 각종 부실담보 대출 요청이 쇄도할 수도 있다. 즉, 그 조차도 불투명하지만 당장의 손실은 면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부실대출 상황이 속출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유럽경제는 ’패닉‘ 그 자체이다.
요동치는 세계경제
그리스,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까지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리스를 하루빨리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그리스로 촉발된 유로존 경제 위기 상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그리스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당일, 미국의 다우지수는 200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일본의 증시도 2.47% 하락했다. 이미 그리스 사태가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유로존 경제 위기 상태가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는 예전부터 제기되었다. 미국의 루비나 뉴욕대학 교수는 “그리스가 직면한 문제는 많은 선진국의 국가채무 위기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위기는 미국과 일본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S&P는 이미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전망도 지난 1월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일본의 국가부채가 GDP의 200%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시노하라 IMF 부총재는 일본은 그리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고통전가를 당당히 거부하는 노동자 투쟁
그리스정부는 4월 26일 성명을 통해서 “그리스가 다가오는 몇 년 동안 재정적자를 과감히 축소하고, 정부 부채를 통제하고, 그리스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모든 구조적 개혁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IMF와 유럽연합의 강도 높은 자구책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현재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리스정부는 70개 이상의 정부기관을 합병 또는 폐쇄할 계획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여기에 구체적으로 해당 노동자들을 다른 공공부문으로 전환하는 것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리해고, 집단임금 개악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IMF와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의 협상단은 이것보다 더 한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공공기관의 단기계약 해지, 중앙 및 지방정부 산하기관 최대 3000개 폐쇄, 국가연금제도의 개악 등이 그것이다. 결국 그리스 정부나 IMF,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의 협상단 모두 현재 그리스 사태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그리스 노동자들은 총파업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총파업에 이어서 그리스 최대 공공부문 노조단체인 공공노조연맹(ADEDY)은 대중교통 조합원을 중심으로 4월 27일 정부의 긴축재정안에 항의하는 6시간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그리스 해운조합(PNO)은 24시간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공공노조연맹은 성명을 통해서 “IMF 구제금융 요청은 노동자 권익에 대한 심각한 타격의 신호”라고 밝히면서 투쟁의지를 천명했다. 실제로 IMF와 유럽연합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현재 62세인 연금수령 연령을 67세로 높이는 것과 1년에 2개월 치 급여를 지급하는 보너스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간부문 노동자들도 투쟁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면서 노동자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는 5월 5일 24시간 동맹파업투쟁을 전개할 것을 선언했다. 이 두 노조에는 250만 명의 노동자들이 소속되어 있다.
포르투갈 노동자들도 정부에 대항하는 투쟁에 나섰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해 GDP 대비 9.4%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올해 8.3%로 낮추기 위해 공기업 민영화, 세금인상 등의 재정긴축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포르투갈 노동자들은 같은 날 하루 파업투쟁을 전개했고, 의회 사무국 노동자들은 4월 28일, 트럭 기사 노조들은 다음 달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우체국 노동자들도 2주일동안의 장기파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여론도 이러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대시하지는 않고 있다. 그리스의 퍼블릭 오피니언 여론조사업체가 1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자의 71%가 IMF 구제금융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는 등 IMF 구제금융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응답자의 67.4%는 구제금융 요청이 사회적 불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미 그리스 국민들은 IMF의 구제금융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연이어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악재가 터져 나오자 전 세계 부르주아들은 일단 그리스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그리스에게 강력한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에는 안드레아스 로베르도스 그리스 노동장관이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임금 삭감안이 하나의 국가로서, 그리고 사회적 파트너로서 도저히 받아들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로존 전체 자본이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이미 알려진 것보다 더욱 반노동자적인 임금 개악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그리스 노동자들은 일국 내 자본이 아니라 유로존, 나아가서는 전 세계 자본에 맞선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이 투쟁이 얼마나 전진하느냐에 따라서 향후 몇 년간 그리스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제2, 제3의 그리스 사태에 따른 노동자 투쟁의 전망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60호 “유럽 자본주의의 약한 고리, 그리스에서의 투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더구나 현재의 그리스 사태는 지금까지 각국 자본가 정부들이 경기침체를 막아내기 위해서 취했던 대규모적인 정부지출이 더 큰 공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눈앞에서 증명하고 있다. 더 이상 자본과 정부는 현 사태를 타개할만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우리가 그리스사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우리의 예상은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제 노동자 민중이 자본주의 체제는 지금의 경제공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 오직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설 때만이 되풀이되는 경제공황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시켜야 할 때다. 전 세계 자본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지금이 노동자민중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다. IMF와 유럽연합에 맞선 투쟁을 넘어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투쟁을 전개하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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