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 이후>
보건의료노조 서울대병원지부,
투쟁없는 산별은 민주노조의 원칙 무너뜨릴 뿐
지난 8월 28일 오후 2시, 서울대 병원 A강당에서는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10장 2조 문제점에 대한 전국 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 토론에는 보건의료노조 서울대병원지부, 경북대병원지부를 비롯해 금속노조, 민노당, 전국과학기술노조, 전국비정규직연대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발제자를 비롯한 패널들은 보건의료노조 협약 10장 2조가 사실상 ‘산별합의’에 의거한 단협개악이며, 지부의 쟁의권을 봉쇄하고 있다는 점, 노조 측은 이와 같은 10장 2조의 실질적인 내용을 은폐했다는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이 날 토론회에 많은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동지들이 참여하지는 못했다. 보건의료노조 측에서 인터넷이나 유인물 등 토론회 홍보물을 사전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회에 참여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동지들의 발언은 현장의 분노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또한 조건부탈퇴를 둘러싼 다양한 찬반의견들이 있었지만, 서울대병원 지부장 김 애란 동지는 “산별이 선은 아니다. 노조의 기본과 원칙을 가진 조직이냐, 고민해야 한다. 10장 2조가 우연한 실수로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원칙을 지킬 것을 분명히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토론회가 주로 ‘산별협약 10장 2조’에 대한 문제제기에 그쳤다는 것이다. 산별합의가 실질적으로 단사투쟁을 무력화시키고, 민주노조를 말살시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현재 사회적 합의주의의 흐름과 왜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지까지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금속의 경우도 산별이 만능인 것처럼 말하지만, 보건의료노조와 금속노조의 산별은 다르다 라는 식이 아닌 산별 이후 실제 현장상황에 대한 고백이 필요했다. 중앙에서 단사의 투쟁의지나 요구를 받아 싸우지 않을 때 산별협약은 한낱 노비문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투쟁하는 산별이 아닌 형식적인 조직전환은 결국 교섭창구 단일화를 수단으로 사회적 합의를 손쉽게 얻으려는 자본과 관료간의 계약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대병원지부 투쟁의 의미는 더욱 중요하고, 앞으로도 이 같은 토론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난 9월 1일부터 3일 동안 개최된 2004년 18차 보건의료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김애란 서울대병원지부장 징계건을 중앙위에 상정하기로 결의하였다. 서울, 경기, 부산본부에서 조직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 조직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 선언, 강령, 규약 및 결의사항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애란 지부장은 산별협약 10장 2조에 대해 본조가 내년 협약에서라도 삭제하겠다고 결의하지 않는 한 산별 탈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17년～18년 동안 싸워서 만들어온 지부협약을 산별협약으로 개악시키면서 후퇴한 노동조건을 받아들이라는 합의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9월 15일 보건의료노조 중앙위 결과 서울대병원 지부장의 징계사유를 인정하였지만, 징계결정은 4기 중앙위에서 하기로 유보했다. 징계유보 조건은 조직 사과와 조건부 산별탈퇴 결의 입장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지부는 사과나 탈퇴철회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내부평가와 이후의 구체적인 대응반안은 논의 중이다. 그러나 어떠한 결정이 내려지든, 노동자의 요구를 가지고 투쟁하겠다는 서울대병원지부 노동자들의 투쟁결의는 식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또한 사회적 합의주의에 파열구를 내는 이 투쟁에 함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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