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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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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3 20:01:38, 조회:2,249, 추천: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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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불법이 아니다! 모든 이주 노동 또한 불법이 아니다!!
“고단하고 가난한 자들이여, 자유로이 숨 쉬고자 하는 군중이여, 내게로 오라.”
미국의 관문격인 뉴욕항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 주춧돌 동판에 새겨진 글귀이다. 흔히들 미국을 인종의 용광로라고 한다. 그만큼 미국은 건국 이래 수많은 국적의 노동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의 노동으로 세워진 나라이다. 그런데 지금 그 용광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작년 12월 하원을 통과한 이민법안을 두고 미국 내에서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3월 25일 전국 44개 도시에서 150만 명이 시위에 참여했으며,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행동의 날’로 정한 4월 10일에는 200만 명이 투쟁의 대열에 합류했다. 베트남전 당시의 반전시위보다 많은 인파가 반노동자적인 이민법안을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자 미국 언론들은 60년대 흑인민권운동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월 하순부터는 중고교생들까지도 집회에 결합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범법자로 규정된 불법체류 이주 노동자들은 5월 1일 노동절을 맞이하여 이 날을 ‘이민자가 없는 날’로 상정하고 하루 파업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잠자고 있던 이들을 투쟁으로 떨쳐 일어서게 하고 있는가?
투쟁의 기폭점이 된 반노동자적인 ‘센센브레너 법안’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4년부터 ‘게스트 노동자(Guest Worker)’(현재 불법 체류자라도 당국에 자진 신고한 뒤 위조가 불가능한 허가증을 발급 받아서 3년씩 2차례, 최장 6년까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구상. (단, 그 일자리가 ‘미국인은 희망하지 않는 허드렛일’임을 고용주에게 확인받아야 하며 영주권은 주지 않음)안을 제출하는 등 이민법의 손질을 주장해왔다. 이에 공화당은 제임스 센센브레너 의원을 통해 반노동자적인 이민법을 제출하였고, 제출한 의원 이름을 딴 ‘센센브레너 법안’은 지난 해 12월 16일 하원에서 통과되었다. 사상 최악의 반이민법이라고 평가는 이 법안은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를 경범죄가 아닌 중죄로 취급하여 구금 후 즉각 추방하는 것과 업주가 이주노동자 고용 시 신분을 확인토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하며, 20억 달러를 들여 멕시코 국경에 320km의 철책을 쌓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차를 태워주거나 통역서비스 등의 도움을 제공해도 모두 범죄자로 규정돼 처벌받는다.
부시의 ‘게스트 노동자’ 조항까지 배제된 하원법안에 대한 반대 투쟁이 격렬해지자 상원 법사위는 3월 27일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와 고용주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벌금을 부과하면 미국 영주권 획득을 가능하게 하는 절충안을 제출했다.
그리고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대표는 상원본회의에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을 체류 기간에 따라 세 분류로 나눈 합의안을 내왔다.(5년 이상 체류자(700만 명) - 최장 6년까지 연장 가능한 취업 비자를 발급. 6년 이후 다시 5년이 경과하면 시민권 신청 가능 / 2년 이상~5년 미만(300만 명) - 일단 출국 후 임시 노동자로 즉시 재입국 허용 / 2년 미만(100만 명) - 출국 후 임시 노동자 신청할 수 있으나 재입국 보장 없음).
이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자신들의 입장을 일정정도 양보한 것이었다. 이들로서는 당장 11월 중간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이미 히스패닉계 이주노동자들의 수는 전체 14%에 달하며 11%에 달하는 흑인들의 수를 넘어섰음).
그러나 4월 7일 양당 지도부가 합의했던 이민법안은 상원 전체회의에서 38대60으로 부결됐다. 공화당 의원들은 합의안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을 대거 사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면서 전원이 반대했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이에 동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이민법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안도, 부시의 안도 부결됨으로써 미국 내 이민법안을 둘러싼 논쟁과 투쟁들은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또한 2주의 휴회기간을 갖고 다시 상원에서 합의안이 나온다 해도 하원에서 통과된 ‘센센브레너 법안’과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합의안보다 더욱 개악된 형태로 입법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은 ‘센센브레너 법안 철폐’를 외치고 있다. 이후 이들의 투쟁의 향방에 따라서 1200만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결정지을 이민법안의 내용이 확정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뭐라고 확정지을 수 없으며 11월 중간선거 이후에나 판가름지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미국 의회! 그 이면은 이주노동자의 완전한 축출이 아니라 더욱 값싼 노동력으로의 물갈이다!!
부시 정부는 이민법안 개악의 근거로 국가 안보라는 정치적 이유와 미국 내 실업률 증가라는 경제적 이유를 들고 있다. 전자의 경우, 9.11 테러 이후 테러리스트들이 불법체류자로 입국하여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라크전을 통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했던 부시 정부가 시간이 갈수록 이라크전으로 오히려 재정적자가 악화되고 정치적위기에 빠지자 그 책임을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독점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제국주의 전쟁인 이라크전이 없었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사회불안 역시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궁색한 변명에 미국 부르주아 언론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실업률 증가 역시 마찬가지다. 요 몇 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장기 침체 상황에 빠지자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도 높은 실업률이 가장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부시 정부는 당장에 있어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체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이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이들의 강제추방으로 실업률을 해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에이피통신>과 ‘입소스’가 4월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민의 80%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이 미국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는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건설현장 노동력의 20%, 청소업의 17%, 호텔 식당 등 서비스업의 17%, 식품업의 12%, 과일 수확 등 농장노동력의 24%에 해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시간당 7.25달러)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으며 특히 캘리포니아의 포도나 오렌지 농장 노동자의 95%는 불법체류자들이다. 이밖에도 위험성 때문에 미국 노동자들이 극히 꺼리는 지붕공사 노동자들의 29%, 도살장 노동력의 27%가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즈는 전염병 창궐 등의 이유로 다른 노동자들이 일하기를 꺼려하자 재건현장의 작업 자리를 이주노동자들로 채우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미연방재난관리청(FEMA)과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 고용돼 있다.
이는 미국민 대다수도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만성적인 실업률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동안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려왔던 자본가들도 이주노동자들이 나간 자리를 미국 노동자로 채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이코노미닷컴에서는 기업들이 불법이민자들이 빠져 나간 자리에 미국인을 고용하는 대신 업무 자동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부시 정부가 주장하는 이민법 개악의 현실적인 근거는 상당히 미약하다. 이는 그들의 실제 의도가 이주노동자들을 수를 절대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현실적으로 쟁점이 되는 것도 1200만 명에 달하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에게 합법적으로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인지, 아니면 5-6년 임시 취업한 후 본국으로 추방할 것인지 여부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공화당-민주당 대표의 합의안과 부시의 안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부시 대통령은 불법체류자에게 절대로 영주권을 줄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즉, 이주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조건을 더욱 하락시키는 형태로 확산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1200만 명에 이르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 가운데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무려 750만 명이나 된다. 따라서 장기 체류한 불법 이주노동자들이 영주권을 취득할 경우, 이들에게는 각종 사회보장 비용이 들어가며 상대적으로 임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이라크전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쏟아 붓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부시 정부로서는 기존에 이주노동자들에게 들어간 최소한의 비용마저도 삭감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보장 비용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방안으로써 장기체류 이주노동자의 영주권을 불허하는 대신, ‘초청노동자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임시 이주노동자의 수를 더욱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부결된 상원 안에서는 매년 32만 5,000명의 필요직 임시노동자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임시노동자 프로그램과 외국인 간호사와 농업 노동자에 대한 비자 발급 확대 규정을 담고 있었다. 공화당의 강경파들 역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임시직 채용 문제에 대해선 논의가 가능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자본가 집단은 공화당이 반이민법안을 계속 추진한다면 다가올 선거에서 공화당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자신들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밝히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듯이 보이는 부시와 민주당, 공화당, 자본가 계급의 이해는 본질에 있어서는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이는 마치 남한 내에서 자본과 정권이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더욱 많은 비정규직을 확산시켜서 이들의 생존권 자체를 위협하는 비정규개악법안을 제정하려는 것과 같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상하원에서 절충안이 나온다고 해도 영주권을 허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을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다만, 현지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더욱 폭발적으로 전개된다면 임시직으로의 이주노동자를 확대하는 형태로 양보의 제스츄어를 취할 수도 있다. 임시직으로의 이주노동자가 더욱 확산된다면 이주노동자 사이에서도 경쟁이 붙을 것이며 이는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금도 미국 내 전체 노동력의 5%를 차지하는 1200만 이주노동자의 존재는 그들이 서로 단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노동조건 하락은 물론, 미국 노동자의 노동조건도 동반 하락시키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조지 보자스 교수는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히스패닉이 많이 일하는 직종과 그렇지 않은 직종에서 각각 일하는 미국인들의 연봉 차이를 비교 분석한 결과 히스패닉과 경쟁해야 하는 직종의 미국인들이 그렇지 않은 미국인보다 3% 적은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과 유사한 조건에서 일하는 고졸 중퇴 미국인들의 경우 평균 8% 낮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 내에서 비정규직이 확산되자 몇 년 동안 정규직 대공장의 평균 임금인상율의 하락과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주노동자의 존재만으로도 손 안대고 코풀 듯이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를 비롯한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절대로 이주노동자의 완전한 추방을 추구하지 않는다. 물론, 위선적 인권으로 덧칠한 채 말이다. 다만, 자본에게 있어서 현재보다 더욱 나은 조건으로(노동자들에게는 더욱 나쁜 조건으로) 이들을 착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뿐이다!(이미 재작년 이민 2세들의 방화 소요 사태를 겪은 프랑스에서도 지난 달 29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이 10년 거주 시 불법체류자라도 영주권을 주던 제도 등을 폐지하는 새 이민법을 내각회의에 제출한 상태다.)
- ‘센센브레너’보다 더한 남한의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 제도’
미국이 이렇게 이민법안을 두고 갈등 양상을 보이자 남한 내 부르주아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미국 내 40만에 달하는 교포들의 절반 이상이 불법체류 신분이라며 ‘센센브레너 법안’이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남한에는 부르주아 언론들이 침묵하고 있는 이보다 더한 ‘고용허가제’가 있다. 고용허가제는 지난 2003년 8월 31일에 통과된 것으로 체류 기간이 3년 이상 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강제추방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 쯤 되면 ‘센센브레너’보다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센센브레너 법안에서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고용주의 형사처벌의 구체 내용을 담고 있지 않지만, 남한의 고용허가제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라는 구체적 내용까지 담고 있다.
이 뿐인가? 남한의 부르주아 언론들은 센센브레너 법안이 경찰에게도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를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며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남한의 상황은 어떠한가? 경찰 뿐 아니라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은 단속 시에 수십개의 수갑을 차고 다니며 그물망과 가스총까지 소지해서 마치 짐승을 포획하듯이 이주노동자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이에 저항하면 특수공무집행 방해로 체포된다.
산업연수생 제도는 또한 어떠한가?
그동안 수많은 단체에서 폐지를 주장해왔던 산업연수생 제도는 노동비자 자체가 없는 남한 내에서 여전히 유일하게 합법적인 이주노동자 취업 제도이다. 그러나 산업 연수생으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노동 3권이 보장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한 번 취업된 사업장을 이탈하면 그 순간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로 전락한다. 이 점을 악용하여 자본가들은 임금체불은 물론이고 온갖 강제노동에 폭력까지 일삼는다. 말 그대로 현대판 노예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남한의 자본가들 역시 이주노동자들의 무차별적인 강제추방에 대해서는 온화한 인권주의자로 변모한다. 작년 마석 가구공단에서는 자본가들이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을 잡으러 온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이들의 본색은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노동3권을 요구하자마자 드러났다. 산업연수생 제도 폐지와 합법적인 노동비자 쟁취 요구에 이들은 “그러면 이주노동자를 쓸 이유가 없다”며 어떻게 감히 이주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요구하냐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재 남한에는 이렇게 ‘센센브레너 법안’을 훨씬 능가하고 자본가들의 무한한 착취를 보장하는 신노예법안인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제도’가 엄연히 병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남한은 남한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이주노동자들만의 일자리 경계는 사라지고 있다. 많은 조선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원으로 남한의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으며, 자동차 사업장에서도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더 이상 남한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본다면, 남한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이민법 투쟁이 보이는 한계
상원에서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어지고 있으며, 조직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시위 대오에 참여하는 숫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투쟁이 전진하는 것은 아니다.
‘이민 정의를 위한 행동의 날’이었던 4월 10일 집회에서 시위를 주도한 라티노 연합체, 종교 및 인권단체, 노조 등은 일반 미국민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여 시위 참여 시 출신국 국기를 들고 나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날 전국 곳곳의 200만이 넘는 시위대는 대형 성조기와 “우리도 미국인이다(We are America)”라는 슬로건이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또한 당장의 5월 1일 노동절 파업투쟁을 앞두고 평화시위를 주창하며 성조기를 들 것을 촉구했던 세력들은 미국 내 반(反)이민자 정서를 부추기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집회에서의 주요 요구도 ‘센센브레너 법안 철폐’에서 ‘상원 합의안 채택’을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옮아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에서 추구하는 것은 이주노동자의 완전한 추방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투쟁의 목표가 ‘상원 합의안 채택’으로 맞춰지는 것은 투쟁의 전진을 가로막는 것이다. ‘상원 합의안’은 매년 32만 5천 명의 이주노동자 입국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즉, 현지의 이주노동자보다 더 값싼 노동력의 도입을 통해서 전체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려하는 것이다. 또한 이주노동자를 체류기간별로 분류하여 차등 대우를 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이주노동자 투쟁대오마저도 분열시킬 가능성이 크다. 당장에 그 법안이 통과된다면 장기체류 이주노동자들은 투쟁의 대오에서 이탈할 것이며 체류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이주노동자들만이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투쟁의 분명한 목표는 ‘체류기간에 차등을 두지 않는 영주권 쟁취’와 함께 ‘노동 3권의 쟁취’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소수가 남더라도(소수라고 해도 수백만에 달하는) 실제 미국 경제를 마비시키는 파업을 통해서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
당장 5월 1일 전국적 파업 투쟁은 이번 이민법 투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평화시위만을 고집해왔던 이주노동자들의 실질적인 파업투쟁은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이러한 파업투쟁을 계기로 투쟁의 요구를 노동자계급의 원칙에 입각하여 분명히 하고, 투쟁을 전진시키는 과감한 한 발을 내딛자! 그리고 자본이 국경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넘나들 듯이 프랑스에서 미국에서, 그리고 남한에서 이러한 투쟁들을 더욱 확산시키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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