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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 57호 목차 / 복수노조 도입, 혼란과 전선의 교란을 분쇄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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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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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9 17:42:51, 조회:2,425, 추천: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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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노정협) 홈페이지 : http://lmagit.jinbo.net
TEL : 02-6414-1917 / E-mail : labor04@jinbo.net
노동자정치신문57호(통합 69호)입니다.
복수노조 도입, 혼란과 전선의 교란을 분쇄하자!
내년 1월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법 시행을 앞두고 정세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노총의 제안으로 마련된 노사정 6자회의는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이 기회에 노동조합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자본과 정권의 입장과 이에 맞서는 노동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왔기 때문에 노사정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산하에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공익위원 등 16명으로 구성된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하여 작년 10월부터 13차례의 전체회의, 9차례의 공익위원회의, 3차례 워크숍을 거쳤으나 의견은 모아지지 않았고, 현재 정부 측 안의 토대가 되는 공익위원안만이 제출되었다. 공익위원안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하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활동 중 법으로 정한 부분만 유급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는 타임오프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익위원안이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의 반대에 부딪쳤고, 한국노총의 제안으로 지난 달 29일부터 노사정회의가 개최되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노동부, 경총, 대한상의, 노사정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노사정회의는 4차례 대표자회의, 6차례 실무회의 등을 거쳤으나 여전히 의견은 모아지지 않았다. 25일 노사정회의 만료 시점을 앞두고 끝장토론을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노사정 회의자체는 기대할 것이 없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또다시 노사정회의에 참여하면서 시간만 헛되이 보낸 셈이 되었다.
노사정회의가 폐회된 다음날 민주노총은 11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오늘 이후 정부를 상대로 총력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12월 16일에 1만 명 규모의 상경투쟁과 19일에 민중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한국노총도 11월 28일에 산하 16개 시도 지역본부별로 20만 명이 참여하는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개최하고 11월 30일까지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민주노총과 연대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11월 30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12월 중순 정도에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부르주아 언론들은 1997년 노동법 개악 날치기 통과 이후 12년 만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동 총파업 투쟁이 전개될 지도 모른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비록 한국노총은 노사정회의가 끝났음에도 11월 말까지 정부 측에 답변을 달라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12년 만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동총파업 투쟁이 성사될 경우, 이것은 이명박 정권 최대의 위기로 전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동계의 판도를 뒤바꿀 만큼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 현장에는 이러한 중요성이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현장을 교육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대신 노사정회의를 통한 상층 논의구조에만 매달린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 또한 최근까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두고 논쟁들이 전개되는 등 노동계의 단일한 입장을 모으는 과정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두 가지 사안이 현장에 미칠 파급력을 면밀히 검토하고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복무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복수노조를 둘러싼 논란
87년 민주노조 결성 운동이 대중적으로 전개되고 90년 전노협이 자본과 정권의 복수노조 금지 조항에 의해 불법단체로 규정되었을 때만 해도 ‘복수노조 금지’는 ‘노동악법철폐가’에 등장할 정도로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여겨졌다. 이는 당시 민주노조를 조직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가 사업장 내 어용노조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기존의 어용노조가 존재하는 한 민주노조 결성운동은 그 자체가 불법조직 결성운동으로 취급당했다. 따라서 복수노조 허용은 모든 노동자들의 염원이자 쟁취해야 할 과제였다. 그러나 97년도에 상급단체 차원에서의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민주노총이 합법화되었고 (물론 이는 당시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리해고법, 파견법과 맞바꿔치기 한 대표적인 관료적 행태의 산물이기도 했다.) 또다시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중적인 민주노조가 확산되고, 주요 대공장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로 편제된 지금, 현대, 기아차 노조에서는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했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노동조합 내부가 심한 분열과 갈등을 겪을 것이라는 것은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견된다. 사측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집행부가 들어서면 자신들이 사주한 몇 개의 노동조합을 이용해 분명히 내부의 분열을 조장할 것이 분명하다.(10월 16일, 현대차지부 소식지))
복수노조 허용은 어용노조의 기생을 활성화하고 민주노조를 파괴한다! 복수노조가 금지된 상태에서 1사 1노조의 환경이 만들어지고 그런 환경 속에서 기존의 건전한 계급적 노동조합이 어용노조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다.(9월 28일, 기아차지부 소식지))
물론 현대차지부 소식지는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경훈 집행부가 발행한 것이라는 점, 기아차지부는 1사1노조의 환경을 비정규직 투쟁을 억제하는 관료적인 무기로 썼다는 점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 전면 허용이라는 민주노총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노동조합 홍보물들이 주요 대공장에서 등장한 것은 현장 조합원들의 불안한 심리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공장에서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하는 입장이 제출되는 상황에서 전 울산본부장이었던 하부영씨는 프레시안에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 한 방에 훅 가기 전에 반대해야”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하부영씨는 “이제껏 ‘반노동 정책’으로 일관하는 정부가 왜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복수노조를 허용해주려고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만일 현대차에 복수노조가 생기면? 1년 안에 소수노조로 전락할 수 있다”고 하면서 “반노동자적인 신자유주의 정권 하에서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은 기존 민주노조는 깨뜨리고, 신규 노조 설립은 어렵게 만들어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을 단숨에 망하게 만들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동계가 쟁취해야 할 과제로 여겨왔던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이 오히려 노동계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하부영씨의 입장 글에 대해서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복수노조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모두 ‘커밍아웃’하자”는 제목의 반론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서 하부영씨가 다시 “기업별 복수노조는 노동의 칼이 될 수 없는 자본의 칼”이라는 제목의 재반론 글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20여 년이 흐른 지금 적어도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은 노동운동 내에서 ‘절대선(善)’으로 여겨지지는 않고 있다. 지금 복수노조를 둘러싼 논쟁이 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자본과 이명박 정부가 복수노조에 몇 가지 독소조항을 넣으면서 자본의 무기로 삼으려하기 때문이다.(하부영씨는 이러한 독소조항 때문에 반대하기 보다는 기업별 복수노조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이다.)
복수노조에 대한 환상을 경계하라!
얼마 전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삼성과 포스코에 노조를 만들겠다. 사용자 편을 드는 유령노조, 휴먼노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 부수겠다"고 했다. 이 말은 얼핏 들으면 마치 지금 삼성과 포스코 등에서는 현행 법 하에서 노조 설립 자체가 불가능한 것처럼 들린다. 이러한 장석춘 위원장의 말은 복수노조 허용을 주장하는 입장의 가장 대표적인 근거로 거론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복수노조 관련한 선전 내용들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10%대에 불과한 노동조합 조직률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고, 삼성과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에 민주노조를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마치 예전 ‘산별노조 부흥회’ 하던 때를 연상케 한다. 당시 금속노조 관료들은 위로부터 관료적으로 산별노조를 조직하면서 산별노조만 건설되면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고, 15만의 총파업투쟁을 조직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정작 산별노조는 몸집만 거대한 공룡과 같은 조직으로 전락해버렸다.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투쟁 또한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올해 쌍용차 투쟁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복수노조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복수노조가 허용된다고 해서 삼성과 포스코에 즉각적인 민주노조 건설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현대중공업과 쌍용차노조 등 민주노총을 탈퇴했던 조직들에서 소수규모라도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조합의 설립이 가능해지는 것도 아니다. 삼성과 포스코 등 대표적인 무노조, 유령노조 사업장에서는 기존의 법제도 하에서도 산별노조 기업 지회나 분회 등의 노조 설립이 가능하다. 현재의 법제도에서는 한 개 기업 내에서의 두 개의 기업별 노조를 규제할 뿐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민주노총도 2007년에 ‘무노조재벌 대책회의’를 구성하여 삼성과 포스코에서 민주노조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고, 한국노총도 ‘삼성전자 노동조합을 만듭시다’라는 선언을 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과 포스코에서 민주노조 설립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자본의 압도적인 장악력 때문이다. 하물며 복수노조가 허용된다면 자본은 더욱 이중 삼중의 현장통제를 자행하지 않겠는가? 현장 내에서 이러한 자본의 장악력에 균열을 내지 못하는 한 복수노조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민주노조 설립을 보장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삼성과 포스코 등에 민주노조를 건설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총연맹 차원에서 노조설립을 직접 주도하고 초동 세력에 대한 지지 엄호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비록 계열사이긴 했지만 삼성 그룹 내에서 민주노조가 건설된 이후에 오래 가지 못했던 이유는 이들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엄호투쟁이 총노동 차원에서 전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등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정규직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했지만, 하청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지난 수 년 동안 자본의 탄압에 고군분투했지만 여전히 소수의 고립된 노조로 남아있다.
복수노조를 통한 삼성과 포스코, 어용노조 사업장 등에서의 민주노조 건설과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획기적인 조직화는 환상일 뿐이다. 지금까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되지 못했던 한계를 먼저 평가하고, 그것과 함께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복수노조에 대한 환상을 경계하고, 오히려 자본의 무기가 되어 노동자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복수노조를 노동자의 무기로!
기업별 복수노조를 반대하는 입장들은 위와 같은 상황을 근거로 하고 있다. 당장 복수노조가 허용된다고 해서 무노조 사업장에서 민주노조가 결성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오히려 기존의 대공장 사업장에서 어용노조의 등장으로 민주노조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공장에서 독립된 어용노조가 등장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짧은 기간 내에 기존 노조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부영씨는 “현재의 ‘조반장협의회’가 별도의 노조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3000명의 조반장이 1인당 딱 3명씩만 빼간다면 9000명이 새 노조로 옮겨와 순식간에 1만 2000명 조합원이 된다. 여기에 회사 장악력이 높은 사무일반직(1만 명)과 판매 정비(8000명)가 대거 이동하면, 4만 5000명의 현재 노조가 1만 명도 채 안 되는 소수노조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또 다른 기업별 복수노조 반대의 근거로 들고 있는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노총 90%, 민주노총 70% 조합원이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한다는 것을 보더라도 사측 노조가 독립적으로 결성된다고 해서 조합원들이 기존의 노조에 쉽게 등을 돌릴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조합주의, 실리주의가 많이 침투한 상황에서도 현대와 기아차노조 선거에서 노골적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주장한 세력들이 집권에 실패한 상황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다만, 조합주의, 실리주의 경향이 강화될수록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실리와 생존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노동조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어용노조는 거대자본의 물적 지원 속에서 단기간은 조합원들의 실리를 보장해줄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 경제가 불안정한 만큼 이러한 지원은 오래갈 수 없다. 또한 자본이 어용노조나 협조주의 집행부를 지원하는 것은 이러한 집행부를 통해 임금을 낮추고 단협을 개악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현장통제를 비롯한 자본의 지배를 강화하여 최대의 이윤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런데 복수노조 하에서 자본 측 노조를 강화하기 위해 어용노조에 대한 최대한의 개량을 제공할 것이라는 것은 자본이 이들 노조를 육성해서 얻어야할 것을 일시적으로라도 포기해야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본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까지 어용노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계속적 개량을 던져줄 수는 없을 것이고 민주노조를 깨기 위한 방편으로만 어용노조 쪽에 개량을 던져줄 것이다. 따라서 만약 민주노조가 이를 통해 약화돼서 어용노조 쪽으로 조합원이 몰렸을 때 자본이 어용노조를 육성한 대가를 받기 위해 어용노조와 결탁해서 공격을 해온다면 다시 민주노조에 대한 열망이 강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별 복수노조가 기존 민주노조의 뼈대가 되는 대공장노조를 일거에 몰락시킬 것이라는 예상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복수노조에 대한 환상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복수노조를 둘러싼 논란이 가속화되자 하부영씨는 “민주노총, 잘 모르면 차라리 반대로 가라”고 말하지만 정권과 자본의 입장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기업별 복수노조를 둘러싼 논란은 자본 내에서도 존재한다. 삼성과 포스코 등 대표적인 무노조 또는 어용노조 사업장의 자본은 결사반대하고 있지만 현대, 기아자본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하는 복수노조를 주장하고 있다. 복수노조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닌 셈이다. 이렇게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총은 공식적으로는 ‘반대’입장을 걸고 있지만 4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조건부 허용’의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4가지 조건은 △노조 최소 설립여건 마련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해고 요건 완화 등이다. 이 4가지 조건은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와 파업요건 강화를 바탕에 둔 것이다.
자본과 정부는 아무런 조건 없이 기업별 복수노조가 허용된다면 산업현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조합의 기본권리인 교섭권과 파업권을 제약하려하고 있다. 먼저, 이명박 정부는 3단계의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제시했다. 7일~20일 기간 동안 자율적인 창구 단일화→과반수 노조에 교섭권 부여→공동대표단 구성 방식이 그것이다. 공동대표단 구성방식은 조합원의 선출에 의하거나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반수 노조에 교섭권을 부여한다면, 소수 조합원의 의견이 반영되기 힘든 구조가 된다. 그것은 지금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사례를 보더라도 분명하다. 또한 공동대표단을 구성한다는 것은 각 노조의 요구가 분산될 수밖에 없는데 어용노조가 존재할 경우, 요구안의 수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자본과 정부는 이러한 강제적인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서 노동자 간의 분열을 조장하고 교섭비용을 줄이려는 속셈이다. 또한 파업권 관련해서도 사업장 내에 한 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나올 경우에만 합법파업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자본이 각 사업부별, 공장별로 각개격파 하듯이 구조조정을 자행하면 최악의 경우에는 전체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해서 한 개 노조도 합법파업을 전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자본은 예전에 노동계의 무기였던 기업별 복수노조를 자신들의 무기로 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상태의 복수노조 허용이라면 차라리 안하는 것만 못하다. 반면에 노동계의 요구는 ‘교섭은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본과 정부의 파업권 제약에 ‘사업장 내 모든 노조의 파업권 보장’이라는 분명한 요구로 맞서면서 쟁점을 형성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을 포함한 사업장 내 모든 조합원은 다수 노조 중 가장 상향된 기준으로 체결된 임금, 단협의 적용을 보장받게 할 것 등을 제기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자본이 복수노조를 통해 노동자를 분열통치하는 것을 막고 기업별 복수노조는 노동자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복수노조 정세 속에서도 과거 노동시간 단축 투쟁의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당시 주40시간 노동시간 쟁취는 노동계의 10년에 걸친 요구였다. 그러나 실질노동시간 단축과 생계비 보장이라는 것이 전제되지 않은 채 적용된 주40시간 노동시간은 현장에서는 생산량 보전을 위한 노동강도 강화로 귀결되었다. 복수노조 또한 마찬가지다. 현 시기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은 우리의 요구가 분명하게 관철되지 않는 한, 민주노총 산하의 대공장에서는 언제라도 자본의 무기로 둔갑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임자 임금지급을 거래로 한 노동악법의 도입을 경계하자!
이처럼 복수노조를 둘러싼 이해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둘러싼 쟁점은 보다 명확하다. 민주노조 사업장이 존재하던 존재하지 않던 자본은 한 목소리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주장하고 있고, 노동계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중소 사업장 규모가 많은 한국노총은 결사반대를 천명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노조전임자 임금 규모는 약 300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체 노동조합비의 90% 수준이다. 따라서 전임자 임금을 조합비로 충당하게 될 경우, 노동조합의 투쟁기금은 고갈되고, 일상사업 조차 위협받게 된다. 중소사업장의 경우, 전임자를 두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노동조합의 무력화! 자본이 노리는 일차 목표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자본이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개별 자본 간의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통해서 복수노조 허용 시 예상되어지는 문제점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복수노조가 허용되어서 대규모 사업장이라도 소수 노조들이 난립하게 될 경우, 자신들의 조합비만으로 전임자를 두고 노조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저절로 노조의 난립이 정리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물론 사측 노조는 소수라 하더라도 음성적으로 지원을 할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재정문제로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타격을 받는 노조는 소수 규모의 민주노조 세력들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자본과 정권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채, 전임자 임금 문제를 민주노총의 국고보조금 문제처럼 취급하는 입장들이 있다.
물론 조합원들을 대변해야 하는 전임자들의 임금은 기업주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지급하는 게 옳다. 그래야 노조 지도자들에 대한 현장조합원들의 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 지금처럼 기업주들이 계속 임금을 지급하면 노조 전임 간부들이 기업주들의 압력을 받고 그들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아질 수 있고 이미 그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겨 왔다.
따라서 현장조합원들의 노조 지도부 통제력을 확대하고 노조 민주주의를 증진하기 위해서 기업주가 아니라 노동자가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고 전임자들을 통제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자동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투쟁이 더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계속 기업주에게 임금을 받겠다는 식의 한국노총 등 일부 노조 지도자들의 태도는 옳지 않다. 정부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법으로 강제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인상해서 조합비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며 싸울 필요가 있다. 당장 자체 노조 재정으로 전임자 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규모 작업장에 대해서는 산별노조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정종남 다함께 노동조합팀장. 전지윤기사, 레프트 21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 - 결사의 자유와 노조의 자주성 문제에 대해)
다함께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위해서 전임자 임금을 조합비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다함께의 주장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 저희들도 노조가 당당하고 자주적이기 위해서는 (전임자 임금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 생각한다."고 했던 임태희 노동부 장관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전임자 임금 지급 관련한 것은 노동조합의 자주성과는 상관없는 노동조합의 존폐를 가를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뻔뻔하게 노조의 자주성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은 처음부터 자본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민주노조 활동을 자본이 인정하게끔 하기 위한 투쟁의 과정 속에서 노동자계급이 자본의 이윤에 타격을 가하면서 쟁취한 자주적 투쟁의 산물이다. 또한 전임자 임금지급은 전임간부들이 자본에 대한 직접적인 노동력 제공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들이 노동자들의 노동력의 재생산 조건을 강화하기 위한 노조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생활임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노동자 임금투쟁의 원칙을 가지고 싸운 획득물이다. 이러한 역사성과 원칙을 무시한 채, 단지 자본이 지급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 운운하는 것은 의도와는 다르게 현 시기 자본과 정권의 논리를 거들어주는 것밖에 안 된다.
한국노총 어용들이 계속적으로 임금지급을 받겠다고 하는 것은 그것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임자 임금지급을 유지하는 대가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하는 자본과 정권의 복수노조 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한국노총은 지금은 결사투쟁을 선언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내에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당을 압박하는 한편, 30일까지 답변을 달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언제라도 또다시 노동자계급의 뒤통수를 치면서 자본과 정부와 야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야합이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유예하고 각종 악조건을 전제로 한 복수노조 시행이 될 수 있다. 중소사업장 중심의 한국노총 입장에선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곧 노동조합 간판을 내리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노총과의 공동투쟁이 좌초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은 보다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독자적인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먼저, 단순히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뿐만 아니라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를 조건으로 창구 단일화, 파업권 제약, 단협 유효 기간 연장 등 노동악법을 도입하려는 자본과 정권에 대한 분명한 투쟁기조를 세우고 투쟁을 조직해 들어가야 한다. 또한 전임자 임금지급을 노사자율로 한다는 타협안을 가지고 다른 악법을 수용하려 하는 기회주의적인 태도도 마찬가지로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지금 이명박 정부의 방침대로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내년 1월부터 동시에 시행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본에 의해 덧칠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거래할 수도 있다. 지금은 복수노조 도입이냐 반대냐가 쟁점이 아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파업권 제약을 동반한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막아내고 민주노조를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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