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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1호] 조삼모사에서 조삼모삼으로? 퇴직연금제 분쇄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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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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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0 19:24:12, 조회:2,450, 추천: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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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조삼모사에서 조삼모삼으로?
퇴직연금제 분쇄하자!
기업연금제(퇴직연금제)를 아십니까?
몇 년 전에는 국민연금을 가입하라고 공익광고에다가 동사무소마다, 집집마다 성화였다. 돈 벌이도 변변치 않은 임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가입신청서를 들고 매일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이제는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선전의 대부분이 온통 보험 가입하라는 협박들이다. 내년부터는 아마도 기업연금제 선전물들이 나올 것 같다.
기업연금제(퇴직연금제)는 다양하고 전면적인 구조조정과 노동시간단축 방안들이 노사정위원회를 거쳐 노동법 개악으로 제도화됨과 동시에 노사정 논의를 거쳐 2004년 12월 국회 의결로 입법화되었다.
퇴직금은 노동자의 임금을 기업에서 완전히 퇴직할 때까지 미뤘다가 주는 임금이다. 퇴직 후 노후 임금 보완의 역할도 한다. 한편 퇴직금은 자본의 비용절감에 한몫을 한다. 퇴직금이 있음으로써 기본(통상)임금 인상에서 제외되어 총임금을 조절하기도 하고, 회사측 입장에서는 현금이 나가지 않지만 장부상 지출로 등록되어 결산시 수익계산에 따른 회사지불능력을 조절하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비정규직, 임시직 노동자들을 양산하게 한다.
그런데 이제는 퇴직금 자체도 없애려는 임금 착취를 제도화하겠다고 기업연금제를 도입했다. 이미 기업은 그 전단계로 퇴직금을 퇴직보험으로 전환한 바 있다.(1997년부터 노동법 개악과 더불어 많은 자본들이 퇴직금을 퇴직보험으로 전환시켰다.)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조합들은 그 차이점을 잘 모른 채 퇴직보험을 수용했다. 그리고 정부는 이미 퇴직보험을 실시하면서 그것을 금융기관에 예탁하여 오히려 세제 혜택과 함께 대출 등으로 자본을 더욱 확대하여 자본주의적 생산을 확대하고 착취를 확대시켜 왔다.
기업연금제도는 반강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민연금 외의 사적인 연금의 일종이다. 국가는 기업연금제를 “기업이 퇴직한 종업원에게 정기적으로 일정액의 급부를 제공하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순전히 거짓말이다. 국가와 자본은 기업연금제를 이렇게 정의함으로써 그동안 지급되던 퇴직금이 임금의 일부분이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기업연금이 노동자의 노후생활까지도 보장해줄 수 있는 좋은 제도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연금제는 퇴직할 때 일시에 지급하던 퇴직금을 없애고 이걸 매월 나눠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확정급여형). 결국 금액상 달라지는 것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나눠 받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퇴직 후 노후마저도 자본에 묶이게 된다.
게다가 확정기여형 기업연금은 퇴직금을 주식에 투자하게 하여 그 운용실적에 따라 퇴직연금 액수도 증감된다. 연금노동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금융시장에서 높은 주식가격으로 평가받길 원하며, 산업자본도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새로운 상품들에서 더 많은 이익을 빼앗는다. 노동자들은 5-10% 가량의 임금을 강제로 금융시장에 적립해서 가난한 ‘소액투자자’가 된다. 하지만 이미 소액 주식투자의 대부분은 실패하기 때문에 퇴직금 역시 날려버린다. 결국 그 책임은 노동자 자신에게 돌아가므로 누구 탓도 할 수 없다. 노동자들은 노사 상생의 덫에 걸려 사회적 합의주의에 포섭된다.
결국 기업연금제는 자본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것으로도 모자라 노동자의 임금을 깎고, 퇴직임금까지도 기금으로 모아서 자본을 살려 보겠다는 악법제도다. 1994년 세계은행과 IMF(국제통화기금) 등이 각 국의 연금개악안을 제시하면서 공적 연금이 사적 연금으로 전환되고, 주식투자 성격이 확대되면서 자본의 독점화와 위기 심화는 노자간의 계급충돌을 낳고 있다.
퇴직임금도둑- 기업연금제의 본질
국가는 ‘인구 노령화와 노동시장 변화(연봉제와 근속년수 단축), 기업 도산시 임금체불과 실업의 고통, 5인이상 사업장만 적용되는 등 노동자 절반 이상의 배제, 퇴직금 부채의 누적으로 기업의 부담 증가’ 등을 해결하겠다면서 기업연금제를 제시한다.
하지만 기업연금제는 이를 전혀 해결해주지 못한다.
첫째, ‘인구고령화’는 단순히 정년퇴직 등으로 인한 고령노동자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 병든 노동자, 정리해고(희망퇴직) 노동자들과 장기근속자들의 고용 불안과 가정파산 증가로 인한 실업자와 고령층 등을 의미한다. 이들에 대한 국가의 사회적 부양(부담)을 다시 노동자들에게 던져버리기 위해서 기업연금제가 만들어졌다.
둘째, 국가가 우리사주제처럼 퇴직연금제에서도 강조하는 ‘노후생활 안정화’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퇴직연금제는 10년 이상을 가입한 55세 이상의 퇴직노동자에게 5년 이상 지급하게 되어 있어 근속이 10년 미만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조기 퇴출당한 노동자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남한 임금노동자들의 평균 근속이 5.6년 밖에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2000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50% 이상이므로 이미 절반 이상의 노동자들은 적용받기 힘들다.(이미 퇴직금도 못받는 비정규직들이 대다수다.)
셋째, 기업연금제는 국가와 자본이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점을 이미 국가 스스로 증명, 폭로하고 있다. 내야할 돈은 많아지고 받을 연금은 줄어들고 받을 수 있는 연령도 높아지는 추세로 국민연금도 개악되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자본의 과잉설비, 과잉생산에 따른 과잉상품으로 이윤의 압박을 받게 되자, 시장의 불안정과 사회보장의 부담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각종 연금 개악, 구조조정 활성화와 비정규직을 통한 실업률 줄이기, 노동하는 사람에게만 최소 복지혜택, 일부 출산장려금 정책들과 연관된다. 그러면서 그 재정은 노동자들에게서 뜯어낸다(출산장려정책으로 인해 국가는 내년에 노동자 갑근세를 20% 이상 올리겠다고 한다).
넷째, 기업연금제는 오로지 기업의 부담을 일정하게 해결할 수 있다. 국민연금처럼, 기업연금 역시 노후 임금으로는 20%도 안되는 액수이기 때문에 노후생활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기업의 퇴직임금 부담을 한결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확정기여형 연금제를 통해서 오히려 노사협조 하에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도 있다. 그러고도 기업을 정리해야 하면, 자본가들은 자기 손해는 절대 안보고도 파산절차를 거치면서 퇴직금을 안줘도 된다.(이것을 통합파산법이 보장해주게 되었다.)
그렇다면 기업연금제를 통해서 국가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국가는 국민연금 재정 고갈의 부담을 기업연금제를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연금을 모아 금융자본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실업자들의 반란을 줄이고 노동자들을 노자협조주의로 길들여 사회적 합의주의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자본은 노후자금을 볼모로 노동자를 통제하여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연금노동자를 적극적인 기업투자자로 만들어 냄으로써 노동자 스스로 경쟁에 동참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등 현장주도권을 강화한다. 그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돈이 풀린 금융시장에서 금융 자본은 투기적으로 활용하고 수익을 챙기게 된다. 그래서 특히 연금 중에도 투자 결과에 연동하여 자본에 전혀 손해가 없는 확정기여형을 주장하는 것이다. 퇴직금을 없애고 기업연금제를 실시하면 자본의 부담은 최소 5% 이상 줄어든다.(일시금 대신 나눠서 지급하며, 특히 확정기여형일 경우 노동자도 연금부담을 하기 때문에)
결국 기업연금제의 본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연금제는 정규직, 장기근속 노동자에게만 적용되어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예 퇴직금을 자본에게 빼앗기는 꼴이 된다!
지금은 국민연금이나 기업연금이나, 개인이 드는 보험이나 모두 개인의 능력에 따라 적금 붓는 것과 같아서, 저축할 여유가 없는 비정규직과 실업노동자들은 노후의 생활을 절대로 보장받을 수 없다. 게다가 보통의 기업에서 노동자의 퇴직임금을 연금으로 돌리는 것보다 더 악랄한 것은, 비정규직 영세업체 노동자들의 경우다. 기업연금제를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영세기업들도 참여하게 만들기 위해서, 확정기여형 개인퇴직저축계정(IRA)을 적용시키게 된다. 이는 노동자도 별도로 납부를 해야 하는 공동부담제로써 편법적인 임금삭감과 통제수단이다.
둘째, 기업연금제는 그나마 적용받는 정규직, 장기근속 노동자들에게도 자본살리기- 기업충성도를 강요한다! 사회적 합의주의의 한 형태이다.
특히 기업연금제의 방향은 확정된 금액을 무조건 나눠서 지급하기 보다는 주식시장에서 운용하여 기여분만큼 배당하는 형태를 선호하기 때문에, 결국 자본의 생사에 노동자의 목숨을 내맡기는 꼴이 된다. 매달 내는 돈은 정해져 있는데, 나중에 내가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알 수도 없고, 많이 받으려면 자본이 잘 나가야 한다.(물론 기업에게는 전혀 위험부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의 위기를 어느 정도 수습하는 역할도 한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퇴직금이 없어지고, 국민연금처럼 노사가 공동으로 부담하게 된다!
노사 공동으로 부담하는 기업연금이지만, 책임은 순전히 노동자가 지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연금 운용하는 금융기업들의 사기와 횡령도 발생한다. 주식투자한 연금이 사라져버린 미국의 엔론 사태를 보라.
미국 10대 기업 중 하나였던 엔론사는 2001년 전력가격을 인상했으나 결국 파산신고를 하면서 노동자의 1/4를 해고시켰다. 엔론 자본은 파산법(미국의 파산법에는 파산에 임박한 기업은 회생절차 과정에서 연금을 종료하여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음)을 근거로 하여 채권자들과 해고노동자들을 구조조정에 이용했다. 결국 엔론사의 파산사태로 4,500여 노동자들이 대량해고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주식투자한 수 천 명의 연금가입 노동자들의 퇴직금은 날아갔다.
이처럼, 기업연금제가 퇴직임금이나 노후생활 보장의 수단이라는 얘기들은 순 거짓말이다. 자본은 파산하는 마지막까지도 자신들의 사적이익은 챙기면서 파산의 부담을 모두 노동자들에게 전가한다. 특히 2005년 3월 국회 통과된 통합도산법(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을 하나로 통합한 것)도 파산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미국의 엔론 사례가 남한에도 합법적으로 적용되게 되었다.
기업연금제 도입- 퇴직금제 개악 반대! 노사협조주의 분쇄하자!
이미 작년 말 입법화된 퇴직연금제는 올해 말부터 노동자대표의 동의를 얻어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노동조합 위원장 혹은 무노조에서 노동자대표가 사인하면, 바로 시행된다. 노사가 퇴직금을 위탁할 금융기관을 선정하여 실시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단협에서도 삭제 혹은 퇴직연금제로 바꾸게 되는데, 이는 곧 임금 삭감 혹은 임금의 재량권마저도 자본에게 내주는 꼴이 되어버린다.
퇴직연금제가 입법화된 지금, 이것이 현장에서 추진되는 순간 노자협조와 자본 살리기에 동의하는 개량주의자들은 이를 수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고, 임금삭감과 노자협조주의 이데올로기에 대응하려는 지도부는 저지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부문에서도 금융자본은 이 퇴직연금을 자기네 금융기관에서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방카슈랑스 의 경우와 같이 치열해질 것이다.
그런데 금융노동자들은 그간 금융부문 기업들의 수익 극대화 경영전략 차원의 구조조정과 경쟁시스템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금융자본은 자신들의 투자자본 확보를 위한 경쟁에 들어갈 것이며 기업 살리기를 하는 노사협조주의 세력들은 이를 옹호할 가능성도 크다. 한국노총이 확정급여형 기업연금제를 수용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금융노동자들의 구조조정과 노동강도는 더욱 강화될 뿐만 아니라, 금융노조의 기업에 대한 종속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도 퇴직보험제도 강화를 통한 임금채권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연기금이 금융자본화하는 것을 해당 기업별로 운영하느냐 금융자본이 모아서 담당하느냐 하는 소소한 차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혹 기금을 적립해서 사회적 투자를 할 수도 있지 않냐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최근 제기되는 사회적 노동운동,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대기업노조 양보교섭과 결과적으로 같이 한다. 오히려 자본이 그러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지역발전기금, 사회봉사, 사회공헌사업들을 하면서 현장투쟁을 탄압하고 몰살시키는 것을 보라.
최근 한국에서도 베이비부머들, 지금 뭘 하고 있는가라는 기사들이 종종 실리고 있다. 60, 70년대 태어난 노동자들이 조기 퇴출되는 등 사회문제들을 다루면서도 국가는 이들이 이룬 업적과 고령화 문제를 연동시킴으로써, 계급투쟁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연금개악과 대기업 이기주의- 양보교섭 논리, 노사관계 로드맵 등 각종 장치를 강구하고 있다.
확정급여형이건 확정기여형이건 연금, 기금이 주식시장에 연루되는 한 노동자는 자본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기금을 통한 노동자의 볼모화는 연금 적립과 운용이 되지 못하도록 함과 동시에 노후보장을 국가 사회적으로 책임지도록 요구하는 투쟁에 나서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노동자계급은 기업연금과 국민연금 개악을 저지하고 개악방향과는 정반대로 생활필수적인 소비와 서비스에 대해서 능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적인 사회보장으로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자본이 불황과 경영위기를 운운하면서 구조조정과 해고, 배치전환과 생산성 올리기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기업과 유착하게 되는 우리사주제, 종업원지주제와 기업연금제 등의 각종 노사협조주의 장치들을 끊어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자본 살리기를 위한 각종 구조조정 활성화법과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하는 기존의 노동악법을 분쇄하는 투쟁에 매진해야 한다. 기업연기금이 국가와 자본의 모순과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노동자의 등골을 빼는 임금삭감정책, 노사협조주의의 일환이라는 점을 폭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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