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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7호]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롯데손해보험 빌딩 분회 투쟁 -공공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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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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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30 01:49:21, 조회:7,099, 추천: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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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 롯데손해보험 빌딩 분회 투쟁
-공공 활동가
수많은 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남대문 인근 롯데손해보험 빌딩 안, 수 년에서 수십 년 간 매일 같이 건물을 쓸고 닦고 빛나게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단 하루라도 일손을 멈추면 건물이 쓰레기장이 되어버리는 중요한 일을 하는 이 미화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설움에 간접고용이라는 멍에까지 더해져 하루하루 불안한 날들을 유령처럼 보내고 있다. 이제 긴 설움 끝에 이 노동자들이 더 이상 유령처럼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나는 유령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떨쳐 일어났다.
무법천지 롯데손해보험 빌딩
롯데손해보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주말도 없이 일해 왔다. 빌딩 지하상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공휴일조차도 없었다. 수십 층 높이에 한 층에 수백 평이나 되는 이 빌딩에서 고작 24명이 일을 해야 했다. 하루 종일 일하면서 쉴 틈조차 없었다. 제대로 된 휴게실조차 없어 더럽고 습한 빌딩 기계실이나 빈 창고에서 쉬어야만 했다. 이렇게 일해서 받는 임금은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직전까지 75만 원 정도였다. 있는 놈이 더하다고 수많은 계열사를 둔 독점자본이 운영하는 롯데손해보험 빌딩은 주5일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는 무법천지였다.
법으로 정해진 최소한의 권리라도 찾고자 지난 1월 빌딩에서 일하는 24명의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가입하고 공식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용역회사는 곧바로 탄압에 들어갔다. 노동조합이 생기면 회사가 재계약을 못하게 되고 재계약을 못하게 되면 지금 일하는 사람들이 다 잘릴 수밖에 없다는 협박성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지금까지 지켜오지 않았던 최저임금이었지만 노동조합이 결성되자 슬그머니 임금을 올렸다. 임금을 올리면서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해주는데 뭐 하러 노동조합을 하냐며 책상에 롯데상품권을 쌓아놓고 노동조합을 탈퇴하면 롯데상품권을 주겠다며 회유했다. 실제로 탈퇴한 노동자들에게 롯데상품권과 현금을 주기도 했다. 회유와 더불어 뒤로는 개개인에게 전화를 하면서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는 규칙이 있다며 노동조합을 탈퇴하지 않으면 해고 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규칙이 있다는 것이 회사가 노동조합 활동가에게 건 업무방해 소송 조사 과정에서 사실임이 드러났다. 헌법에도 보장되어있는 노동3권조차 이들에게는 한낱 회사 규칙보다 못한 것이었다.
거세지는 회사의 탄압
회사의 갖은 탄압과 회유에 24명의 조합원 중 대다수가 결국 노동조합을 탈퇴하게 되었다. 하지만 남은 7명의 조합원들은 힘든 상황임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투쟁을 이어나갔다. 노동조합에서 회사에 수차례 교섭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 그나마 나온 교섭에서 보이는 회사의 태도는 대화할 의지, 아니 노동조합을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투쟁을 계속 진행하는 과정에서 남은 조합원들에 대한 탄압은 더욱 강해졌다. 탈퇴한 노동자들에게 조합원들과는 말 한마디, 밥 한 끼 할 수 없게 만들었고, 빌딩에서 가장 힘든 층에 조합원을 전환배치 시키는 등의 차별을 가했다. 조합원에게는 근무시간에 청소 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이유로 징계 조치를 했다. 이를 항의하러 간 조합 활동가에게는 ‘머리를 갈아 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해됐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롯데손해보험 빌딩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촬영하러 온 사람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나마 있던 쉴 공간조차 빼앗겨야 했다.
회사의 가혹한 탄압에도 롯데손해보험 분회 조합원들은 매일 같이 회사 임직원들이 가장 많이 이동하는 점심시간 마다 빌딩 앞에서 중식선전전을 진행했다. 계속된 선전전에 회사 직원들의 관심이 약간이나마 쏠리자 용역회사는 일방적으로 점심시간을 한 시간 늦췄다. 용역회사의 일방적인 조치에 조합원들이 이를 거부하고 본래 시간에 선전전을 진행하자, 근무시간에 일을 하지 않는다며 임금을 까겠다고 협박을 하고 아예 조합원들의 식사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한편 과거 쌍차, 용산에서 그리고 현재 한진, 유성 투쟁 현장을 가보면 수많은 공통점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용역깡패가 자기 세상인 냥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능, 마리, 현대차 투쟁에서도 경비깡패, 철거깡패, 대리집회신고깡패라는 이름으로 투쟁 파괴 공작 최선봉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용역깡패들의 활약(?)은 롯데 손해보험 빌딩 투쟁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매일 같이 롯데손해보험빌딩 문 앞을 지키고 서서 건물을 봉쇄하고 투쟁을 방해했다.
얼마 전 회사는 어떻게든 노동조합을 깨기 위해, 조합원에게 손을 다친 것을 핑계로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일을 시켰을 회사가 오히려 시말서를 써오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충분히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근하지 말라며 출근 카드를 강제로 빼앗아 가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비정규직 투쟁의 빛
대학 사업장과 다르게 이 투쟁을 지지해줄 학생도 여론도 관심도 별다르게 없는 힘든 투쟁, 거기에 롯데라는 독점기업을 등에 업고 있는 용역회사와의 투쟁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 가정으로 돌아가면 누군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인 이 노동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나면 지금까지 자신들을 그렇게도 괴롭힌 회사 빌딩 앞에 쓰레기를 청소하는 이 착한 노동자들이 어떻게 이렇게 힘든 투쟁을 이어갈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이런 우려들을 눈앞에서 날려버리고 있다. 60~70대의 노동자들이 온갖 탄압과 굴욕적인 차별에도 장장 7개월을 한결같이 아니 더욱 더 강하게 투쟁하고 있다.
지금도 소리 소문 없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잘려나가고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이나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현실을 바꾸려는 투쟁은 깜깜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암울한 현실에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열구를 내고 있다. 이 노동자들은 이제 자신이 일하고 있는 건물이 아니라 비정규직 투쟁을 빛나게 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하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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