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
Category |
 |
![]() |
 |
![]() |
제목 : [창간15호] 2006년 민주노총 임단협 지침 비판 |
![]() |
 |
![]() |
 |
|
노정협
|
2006-04-25 17:59:31, 조회:2,333, 추천:430
|
![]() |
|
|
![]() |
2006년 민주노총 임단협 지침 비판
‘합리적 보수’를 자임하는 시민단체들이 정규직 고임금 비판에 나섰다. 경실련 출신의 서경석 목사를 중심으로 한 ‘귀족 노조와 싸우는’ <시민의 힘>이 울산 현대 자동차 앞에서 집회를 갖고 “양극화의 원인은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 때문이며, 고임금 노조는 더 이상 생산성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현대차 정규직 노조를 규탄한 것이다. 이에 반기듯 부르주아 언론들은 저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동결과 생산성 향상에 나서고, 경영진은 보수 인하와 투명 경영에 앞장서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는 바로 다수 국민의 뜻이다-(동아일보)”라는 식의 사설을 내 놓았다.
노동자를 분할하고, 노동자 투쟁을 무력화 시키려는 이러한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격이 한쪽에서 진행되고 있다면 지난 14일에 경총이 발표한 ‘2006년 임금조정 권고안’은 노동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에 대응하는 보다 구체적인 자본의 지침을 보여주었다. 경총은 ‘권고안’을 통해 한국경제가 ‘저성장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며 생산성을 근거로 대기업 임금은 동결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임금 인상률을 2.6% 수준에 맞출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경총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임금인상을 통한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은 한계에 부딪혔으며, 이제는 고용안정으로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해야’라며 임금인상 보다 ‘고용안정에 주력해야한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임금피크제 도입과 비정규직을 ‘고용안정’으로 여기는 식의 이상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
06년 임단투에 앞서 언론과 시민단체를 내세워 노동자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고 있는 자본은 제도적 영역에서는 이미 비정규직 개악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이라는 법적 장치들을 마련해 가고 있다. 이렇게 자본은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공격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이기에 자본의 논리에 포섭되거나, 노사 상생의 논리, 사회적 합의주의에 빠져서는 그 공격을 이겨내기는커녕 감당해 낼 수도 없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본의 논리에 포섭되지 않는, 자본에 대립하는 노동자의 이해를 경제적, 법 제도적, 이데올로기적 영역에서 총체적 투쟁을 전개하면서 공세적 요구들을 내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06년도 임단협 요구안 및 사업계획에는 수세적인 임금 요구, 임금 격차를 정규직의 양보로 해결하려는 태도 등 자본과의 전면 대립을 꺼리는 민주노총의 모습과 기조가 깔려 있다. 특히 민주노총 단협 지침은 구조조정 현황이나 구조조정 분쇄 투쟁 및 노조활동 강화 방안 등에 대해서는 지침도 없고 임금 사안에 국한된 내용이 단협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현장 활동가들은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르는’ 수위를 넘어 보다 공세적으로 현장 주도권을 노동자가 장악할 수 있는 임단투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수세적 임금 인상률
민주노총 06년도 임금 요구안을 살펴보자면 ‘정규직 9.1%, 비정규중소영세노동자17.4% 임금 인상/임금격차해소와 연대임금 쟁취/ 산별 최저임금 쟁취/ 임금피크제 저지와 기본금 비중 확대’가 주요 내용이다. 먼저 임금 인상률을 보면 경제성장률+물가인상률, 생산성, 그리고 생계비를 반영하여 인상률을 산출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생계비 보다는 작년 한 해 동안의 노동기여분을 주요 기준으로 삼음으로써 자본의 지불 능력론, 생산성 임금론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의 몫에 비해 노동자가 갖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민주노총 또한 임금 요구안에서 ‘전체 노동자 수는 증가하고 있음에도 노동자의 몫은 줄어들고 있음. 전체 취업자 대비 임금노동자 비중은 2000년 들어 63.1%에서 2004년 66.0%로 꾸준히 늘어났음. 그러나 요소국민소득(노동소득 +사업소득+ 자산소득) 대비 노동 소득 비중인 노동소득 분배율은 1996년 63.4%를 정점으로 하락해 2004년에는 58.8%에 머물고 있음’ 이라며 자본에 상대적인 노동자의 몫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질 임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물론 상대적 임금 또한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면 보다 공세적인 안을 내밀어야할텐데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생산성 증가 수치 수준으로 임금인상률을 맞춰가면서 한국노총(정규직 9.6%, 비정규직 19.2%)에도 못 미치는 수세적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연대임금을 위해서 정규직은 좀 참아라?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해마다 커지고 있음. 정규직은 월평균 임금 총액이 2004년 8월 211만원에서 2005년 8월 220만원으로 9만원(4.2%) 인상되었음. 그러나 비정규직은 110만원에서 112만원으로 2만원(2.3%) 인상되었음. 그 결과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 총액은 2000년 53.7%, 2001년 52.6%, 2002년 52.7%, 2003년 51.0%, 2004년 51.9%, 2005년 50.9%로 그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음.’ (민주노총 2006년 임금 및 단체 협상 요구 (안))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 민주노총은 2006년 임금 요구에서 ‘연대임금’ 쟁취에 주력하고 있다.
‘부족한 생계비 전체를 요구하려면 큰 폭으로 임금을 인상해야 하나 민주노총은 비정규, 영세 노동자의 임금 상승을 통한 임금차별의 해소에 보다 큰 목표를 두어 전체 노동자의 2006년 임금 임상 수준을 현실화하기로 했음.’ (민주노총 2006년 임금 및 단체 협상 요구 (안))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가고 있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물론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의 양보를 전제한 연대임금을 말하는 것은 결국 자본에 대해 노동자 전체가 양보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위의 인용한 글에서도 알 수 있듯 ‘부족한 생계비 전체를 요구하려면 큰 폭으로 임금을 인상해야’ 하는데도 정규직의 임금저하를 통한 전체 노동자의 임금 수준 하향 평준화를 임금 격차 해소 방안으로 삼는다면, 자본의 생산성 논리를 분쇄하고 자본에 압박을 주는 ‘노동자 전체의 생활임금 쟁취!’ 라는 요구는 결국 희석될 것이고, 뒤로 미뤄야할 구호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자본은 노동자의 몫이 너무 많다고, 혹은 노조가 너무 무리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정규직의 문제를 정규직에 떠넘기려고 한다. 그런데 서경석 등의 시민단체가 현대자동차 앞 집회에서 규탄하면서 ‘정규직 고임금’이라고 들고 나온 액수만 보더라도 그것은 주야 맞교대에 각종 잔업 특근 등을 포함시킨 금액이다. 결국 정규직조차 생계비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은 물론, 노동소득분배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치만 보더라도 자본가들이 말하는 ‘정규직 고임금론’이 얼마나 허구적인 주장인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정규직 고임금은 없는 것이다! 그 자리에는 노동자에 대한 공격과 착취 강화로 이윤을 확보하려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만이 있을 뿐이다. 민주노총 임금 요구안에서 주장하는 연대임금이란 것이 진정 노동자의 이해를 위한 것이 되려거든 먼저 ‘훨씬 더 고소득인’ 자본가의 이윤에서 비정규직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향상되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정규직 혹은 대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를 치열하게 치고 나오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받아 안고 전 계급적인 투쟁으로 확대되도록 ‘상향평준화’ 되어야 한다. (몇 년 전에 철로를 점거하면서까지 연장운행 저지 투쟁을 전개했던 도시철도만 봐도, 투쟁을 회피하는 집행부가 올 해 사실상 임금 삭감을 직권합의 했다. 도철의 경우 자연 (호봉)상승분을 제외하고 0.56% 임금이 인상되었지만 주 5일제에 따라 조정수당이 없어지거나 탄력근로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실질적으로 임금이 삭감되었다.)
노동자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와 닿고 분개하는 요구인 임금 요구는 자본의 ‘고임금’ 이데올로기에 한 발 담그는 식의 연대임금이 아니라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자본의 몫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요구, 자본의 생산성 논리에 아랑곳하지 않는 ‘생활임금 쟁취’ 수준의 요구가 되어야 한다.
직무급에 대한 수용
‘한국의 기형적인 임금구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공급+직무급 병존형 체계를 거쳐 장기적으로 직무급으로 전환해야 함.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정신에 부합하는 임금체계는 직무급이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 십 년이 걸릴 수 있는 일이며 사회임금(국민연금, 건강 보험, 고용보험 등) 의 확대 없이 생계비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임.’(민주노총 2006년 임금 및 단체 협상 요구 (안))
‘한국의 기형적인 임금구성’이라함은 임금에서 성과급의 비중이 높아 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에 대한 해결로써 직무급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자본가들이 주장하는 바와 다르지 않은 주장이다. 경총 자료에서는 ‘직무급제란 조직 내의 모든 직무들을 그것이 회사의 성과에 미치는 상대적 가치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는 방식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총은 직능급의 과도적 단계로 직무급 적용 지침을 내렸다. 이는 능력과 성과를 임금에 철저하게 반영하겠다는 것이고, 경쟁을 통해 노동 강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실제로는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정신에 입각한 직무급제를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라고 말하며 그것이 마치 노동자의 요구에 걸 맞는 것인 듯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경총 자료에서 ‘회사의 성과에 미치는 상대적 가치의 관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동일가치’라는 것도 자본이 판단하는 평가에 따라 매겨지는 주관적인 것이다. 직무급에서의 노동자는 끊임없이 평가 받고, 경쟁하고, 자본을 위해 능력을 키워야 함에도 민주노총은 직무급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고 나아가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퇴직 연금제의 도입
단협 요구안에서는 퇴직연금제와 관련하여 ‘현행 퇴직 연금 도입 반대/ 한시적으로 법정 퇴직금제 유지/ 산별 퇴직 연금 도입을 위한 노사 공동연구 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퇴직연금제에 대하여 민주노총 또한 ‘퇴직금을 금융시장 부양책으로 사용한다, 퇴직금 운용 이득을 자본이 챙기거나, 실패의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등의 문제점들을 비판적으로 지적하고는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퇴직 연금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 라며 이대로의 퇴직연금제는 단협에 수용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퇴직금을 주식투자에 이용해 변동금리로 퇴직연금이 손해를 보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에 대해서만 반대하는 것이다. 이자가 확정되고 노동자가 기금운용에 참가하는 퇴직연금제라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퇴직금을 없애고 이를 금융기관에 위탁해 주식 투자 운용을 하며 연금으로 나눠주겠다는 퇴직 연금제는 분명 기존의 퇴직금제를 후퇴시키는 내용이고, 퇴직금의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며 결국 자본의 기업 성장 논리에 노동자를 옭아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한 근본적 거부 없이 정부입법의 퇴직 연금, 노조의 참여가 배제된 퇴직 연금제만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산별퇴직연금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노사공동연구위원회를 설치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산별을 통해 사회적 합의주의가 구체화되는 모습의 하나이며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이해를 배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본의 요구와 제도에 끌려가는 형태, 이대로는 안 되겠지만 조금만 양보해주면 생각해 보겠다는 타협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투쟁 없이 쟁취 없다!
물론 임금 요구안은 가이드라인이고 숫자일 뿐이다. 하지만 임금이 자본이 알려주는 생산성 숫자에 맞춰 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생계를 위해 필요한 액수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노동자의 힘의 크기를 반영하고 노조의 투쟁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임금 인상률은 투쟁 계획과 의지가 없다면 무의미해 진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조직하고 어떻게 투쟁하는가이다.
특히 17.4%의 인상안을 내놓은 비정규직의 경우 비정규직의 조직화 및 집단적 투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현실성이 없는 숫자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투쟁 방안으로 원하청 공동 투쟁을 제시하지만 그동안의 정규직에 의한 대리 교섭을 옹호하고 ‘정규직 노조가 나서는 수밖에 없음’이라면서 비정규직의 독자적이고 공세적인 투쟁을 위한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조례제정을 통해 저임금 해소 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이 지역 현장에서의 투쟁과 결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민노당의 역할에 의존하는, 지역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의 임금인상률이나 연대임금, 퇴직연금제 등 대부분은 자본이 요구하는 내용에 끌려가고 수용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쟁취하는 방식 또한 자본과의 직접적 대결을 피하는 협조주의적인 양태로 나타난다. 06년 투쟁계획 속에도 역시 그 기조가 흐르고 있다.
4월의 열흘이 멀다하고 나열된 총파업 일정들, 5월에는 일 년 전부터 ‘준비된’ 무상의료 무상교육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 국회의 일정 쫒아 가면서 압박용 파업을 남발하는 방식은 현장을 지치게 하고 파업 동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지금 계획되고 있는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도 결국 임시국회나 지자체 선거 압박용 프로그램으로 일정 지어져 있을 뿐인데 거기 맞춰 일주일 순환 파업 돌린다고 세상이 어찌 바뀌겠는가!
국회나 선거 일정을 따라 가면서 ‘준비된 파업’을 기다리는 것은 결국 투쟁을 방기하고 자본에 노동자의 생존권을 내어주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임단투가 자본을 떨게 할 공격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서 현장의 현안 문제들을 모아 계급적 총파업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럴 때만이 노동자가 주도하는 힘으로 비정규직 개악법을 분쇄하고,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몰아내고 진정 ‘세상을 바꾸는’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노/정/협>
|
|
|
![]() |
![]() |
 |
|
![]() |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