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대회 참관기2>
내가 처음으로 본 노동자대회
- 성공회대 새내기 -
11월14일에 열린 전국노동자대회는 나름대로 기대가 큰 집회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총파업이 선언되는 날짜와 연속되면서 노동자 투쟁의 열기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자리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있었다.
이런 기대를 100%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나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두 가지를 1박 2일의 노동자대회 일정 동안에 경험했다. 이 두 가지는 앞으로 내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판단할 때 기준점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1월 13일 민중대회 때 나는 지금까지 겪지 못한 빡센(?) 집회를 경험했다.
항상 집회를 나가면 선전전만 하고 끝나거나 발언만 계속 듣고 노래 몇 곡 부르고 행진한 것이 다였다. 하지만 이번 민중대회는 아니었다. 농민대회에서 시청까지 행진 후 편하게 앉으려고 했는데 싸움이 붙었다고 대오가 다 빠져나갔다. 물론 내가 있던 대오도 빠져나갔다. 가보니 도로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앞에서는 방패소리와 죽창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워낙 겁이 많은지라 앞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그냥 선배 손 꽉 잡고 "폭력경찰 물러가라"라는 구호와 소리만 마구 질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뿐이다”라는 생각에 집회에 나간 것 중에서 제일 열심히 구호 외치고 소리 질렀다.
나는 지금까지 전경과 그렇게 싸워야만 할까? 왜 싸우는 집회가 아니라고 사람들은 아쉬워할까? 라는 생각을 계속 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아직까지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경찰이 쏘아대는 물대포에 맞아서 정신없이 머리를 잡고 나오는 농민과 앞에서 싸우다 들어온 동기학우 옷에 묻어있던 누군가의 피, 그리고 그 때 구호를 외치면서 가슴으로 느꼈던 말로 표현하지 못할 뜨거움!
이것들이 내 고민의 해답에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난 기뻤다. 다행이다. 이젠 적어도 “투쟁하는 집회가 되어야한다”라는 말을 할 때 나 자신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젠 어렴풋이 알겠으니까.
11월 14일. 기대했던 전국노동자대회가 평소 내가 겪어왔던 집회와 똑같이 발언과 노래로만 끝난 것은 정말 안타깝다. 하지만 한 가지는 좋았다. 전국공무원노조가 공권력의 원천봉쇄를 뚫고 노동자대회에 함께 하면서 총파업을 선언했던 것!
나는 아직 쥐뿔도 모르지만 새로운 곳에서 투쟁을 시작한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자신이 겪고 있는 말도 안 되는 노동 조건과 대우에 열 받아서 일어나는 노동자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니까. 물론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모순이기는 하다. 이것은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공무원노조의 파업은 엄청 기대한 파업이었다. 평범한 노동자대회 본대회가 끝나고 내가 속해있는 대오는 공무원의 거점지역을 향했다.
낙성대를 거쳐 연대의 노천극장으로 들어설 때 뭔가 허전하고 어이가 없었다. 경찰이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 엄중 징계하고, 하는 것은 다 막는다더니 거점지역 앞에 아무도 없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노천극장에서 공무원파업 전야제를 보고 있는데 공권력이 침탈할 것이란다. 그 말 듣고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데 10시 30분 정도 되니까 공무원노조 쪽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노천극장을 빠져나갔다. 내가 있는 대오도 빠져나갔다. 그렇게 침탈한다고 나를 긴장시키던 공권력은 학교 정문에서 보이지도 않았다. 이게 뭐야?! 이게 말로만 듣던 사회적 합의주의인가?! 이것이 내가 경험한 두 번째 일이다. 선배들에게서 끊임없이 투쟁을 말아먹는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비판을 들어왔지만 사실 머리에서 각이 잘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투쟁경험이 없는 노조 지도부들과 경찰 사이의 쇼부로 어렵게 시작된 공무원 노조의 싸움은 처음부터 마음 아픈 싸움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가버린다면 앞으로의 투쟁은 어떻게 될 것인가? 힘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그런데 왜 저렇게 그냥 가버릴까?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경찰이 아무리 겁나도 끝까지 함께 있고 싶었는데 먼저 저렇게 가버리면 어쩌나!
평가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찝찝하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 었다. 이젠 이런 싸움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더욱 치열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내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말들이 그저 말로 끝나지 않게 나 자신을 다잡는 것이다.
내 마음속 진정으로 ‘투쟁’이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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