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아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잔업거부로
현 국면을 돌파하자!!
백주대낮에 현장 내에서 위원장 납치, 116명 고소고발, 70명 해고ㆍ4명 정직 등 징계해고, 집회 및 시위 금지, 집회 폭력 침탈, 대체인력 투입을 통한 파업파괴, 농성장 단전단수, 수억의 손배가압류....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의 현장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 14개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주 수익률 조사에서 1년 단기수익률 및 3년 수익률 모두에서 2위를 차지한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바로 지금, 2005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군사정권이든, 문민정권이든, 좌파정권이든 간에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자본주의 체제는 언제나 엄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자본과 정권의 탄압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처럼 그 공격 대상에 있어서도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있다.
현대 자본은 1, 3, 5 공장 등 거의 모든 공장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 엄호하기 위해 부서 현안 문제를 가지고 투쟁한 정규직 동지들에게도 고소고발을 자행하고 있다.
이렇듯 자본이 자신들의 합의사항을 파기하고 이에 대항하는 정규직 동지들에게 오히려 협의틀 마저도 거부하면서 징계위에 회부하는 등의 막가파식 대응을 하는 것은 힘의 관계에서 그만큼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비정규직 투쟁이 정규직에게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미 자본과 정권의 ‘대공장 죽이기’는 이데올로기 공격의 수준을 넘어서 그들이 실질적으로 목표했었던 물리적 공격의 양상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특히 04년에는 거의 중요한 매시기마다 전국전선을 해체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따라서 자본은 투쟁하는 세력은 물리적으로 제압하고 개량주의 지도부를 사회적 협의틀로 끌어들이면 05년 투쟁도 쉽게 정리될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깨져나간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임금착취의 노예이기를 거부하고 투쟁으로 일어서자 자본과 정권은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다.
04년부터 꿈틀대기 시작하던 대공장 비정규직 투쟁이 그들의 예상치를 벗어나면서 결사투쟁의 양상으로 나아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이 자신들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 양산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제 역으로 자본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현장의 조합주의 의식을 교묘히 이용해서 직간접 부서에 투입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직은 미약하지만 전체가 하나로 뭉쳐서 투쟁한다면 이제 비정규직 자신만의 힘으로도 자본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노-자 간의 계급투쟁에서 핵심뇌관으로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 정규직과의 실질적인 공동투쟁이 전개된다면, 그 파괴력은 지금까지의 전세를 뒤집어엎을 만큼 폭발적일 것은 자명하다. 자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도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사활을 걸고 탄압하고 있는 자본의 공세와 정규직 노동자들의 왜곡된 고용안정 심리 때문에 비정규직 투쟁은 정규직 투쟁과 결합되지 못한 채 소수의 고립된 투쟁 양상을 띠고 있다.
‘인사비리’라는 핵폭탄을 맞은 기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지금 기아 화성 공장은 현대차 울산공장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화성공장에서는 보성업체에 속해 있는 60 넘은 고령 노동자들이 이 엄동설한에도 한 달이 넘게 잔업거부와 천막농성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나마 2월 15일부터 정규직 동지들이 옆에 천막을 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분위기는 썰렁하다.
업체 현안문제로 촉발된 이 투쟁은 한 달을 넘어가면서 이미 개별업체 투쟁의 성격을 넘어서고 있다. 보성 투쟁을 끊어내기 위한 업체별 사장단 회의가 가동되고 있으며, 자본은 3차례에 걸쳐서 현투단 핵심 주체는 물론이고 보성노동자회 거의 전원에 대해서도 고소고발을 자행했다. 또한 잔업거부 투쟁이 한 달을 넘어서면서 실질적으로 원청이 타격을 받자 잔업거부를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지역 깡패들을 동원한 대체인력을 투입하였다. 지금까지 전개됐던 업체투쟁 보다 훨씬 더 치밀하게 계획된 탄압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성투쟁을 무력화시키면서 적들이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선, 일차적으로는 보성업체 투쟁이 전체 업체의 불파투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미리 끊어내기 위함이다. 기아 화성공장에서는 현장투쟁단이 주축이 되고 정규직 단위가 결합한 불파투위에서 지난 1월 불법파견 진정을 넣었으며, 이제 막 현장실사 진행 중에 있다. 이에 사측은 미리 불법 요소를 없애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작업복의 기아마크를 떼고 업체 마크를 달 것을 지시하고, 강제적인 전환배치를 자행하는 등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한 각종 현장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예민한 시기에 보성투쟁이 장기화되면서 보성 천막이 어느 새 비정규직 투쟁의 거점이 되고 있는 것이 적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투쟁이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에 따라서 이후 본격화될 불파투쟁에서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간에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아예 이 기회에 비정규직 핵심 대오인 현투단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화성공장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주도했던 현투단의 핵심 주체들과 5개 업체 중 3개 업체 대표자들이 보성투쟁 건으로 거의 고소고발 당했다. 또한 보성 업체 사무실 타격투쟁 시에는 멀쩡했던 업체 관리자가 다음 날 병원에 누워버리고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지역깡패가 오히려 유리창을 부수고 자해협박을 하는 등 어떻게든 이것저것으로 엮어서 투쟁의 지도부를 날려버리려는 것이다.
이렇듯 기아 원하청 자본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이번 보성투쟁을 계기로 비정규직 투쟁 주체를 제거해서 전체 비정규직 투쟁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장의 대응은 소수 비정규직만의 대응 투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나 활동가 모두 지금이라도 현재 보성 투쟁에 대한 자본의 탄압의 본질을 명확히 파악하고 시급히 공동투쟁을 조직해야한다!
선거가 아닌 비정규직 투쟁으로 현 국면을 돌파하자!!
자본이 이렇듯 1월 말부터 집중적인 탄압 공세로 돌아선 데에는 지금이 현장 전반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장 호기라는 판단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기아 현장이 ‘입사비리’로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조합은 거의 뇌사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3월 말 선거를 앞두고 현장 제조직들이 선거 준비에 들어가는 공백시기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규직 노조는 보성동지들의 끈질긴 투쟁의 성과로서 이번 투쟁이 대대 안건으로까지 상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에 대한 실질적인 지지, 엄호를 조직하기는커녕, 시종일관 중재 역할만을 하였다. 조합뿐만 아니라 소위 활동가들도 선거를 핑계로 불파투위에 이름만 걸어둔 채 비정규직 실천투쟁은 거의 방기하고 있다. 자본의 의도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자본의 칼날이 비정규직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정규직을 비롯한 전체 기아 현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적들이 본질적으로 의도하는 바다!
울산 현대차의 상황을 보라! 자본은 비정규직 투쟁이 장기화되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서 비정규직이 필요하다고 하더니, 이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면서 또다시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현대자본이 제출한 불법파견에 대한 시정계획서에는 개선은 커녕 불법파견을 아예 진성 도급화 하겠다는 것과 정규직과의 혼재작업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정규직에 대한 강제적인 전환배치를 감행하겠다는 명백한 현장탄압계획만이 담겨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를 통해 더욱 명백해진 것은 정규직의 고용불안은 장기화된 비정규직 투쟁 때문이 아니라, ‘보호’와 ‘시정’이라는 명분 하에 전반적인 현장탄압으로 정규직의 무력화를 꾀하려는 자본의 공세 때문이라는 점이다!
이를 직감하고 노동자 내부를 분열시키기 위한 자본의 공세에 정규직 동지들이 실천투쟁으로 맞서자, 자본은 고소고발은 물론이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정규직에 대한 탄압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은 이미 기아에서도 정규직에 대한 칼날을 빼들었다.
‘입사비리’를 빌미로 ‘노사화합선언’을 끌어내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자본은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현장탄압에 나서고 있다. 노조가 자정결의를 하고 대의원 만장일치로 대국민 사과성명서 문안이나 짜고 있을 때, 사측은 지부장과의 밀실합의로 노동자의 목숨과도 직결되는 ‘안전사고처리규정’을 개악했다.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비일비재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생산라인을 돌리겠다는 것이고 실제로 대의원의 권한을 박탈해서 일상적인 부분까지도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과 얼마 되지 않아서 개악된 안전규정 때문에 현장대응을 했던 조립 1라인 대의원이 고소고발되었다. 그 이전에 본관 항의투쟁을 전개했던 선봉대 동지도 시기를 맞춰 고소고발되었어며, 조립 2부에서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인원충원에 관한 노사합의를 파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때에 모든 것을 선거 이후, 집행부 구성 이후에 풀자고 하는 것은 마치 울산에서 지금 비정규직 동지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비정규직 문제를 임단협과 연동해서 풀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3월 말 선거가 마무리되면 빨라도 4월 초에나 집행부가 구성될 수 있으며, 그 이후에도 시기적으로 곧바로 임단협 준비로 들어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때가 되면 당연히 비정규직 사안은 현장에서 묻힐 수밖에 없고 투쟁은 더욱 고립될 것이다.
따라서 활동가들이 정말로 혁신을 원한다면, 언제부터인가 현장 제조직들간 합종연횡의 판이 되어버린 선거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 국면을 투쟁의 장으로 조직해야한다.
현장 정서를 이유로 이러저러한 복지 공약이나 내걸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안투쟁을 실천적으로 책임지려는 모습을 통해서 조합원들로부터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
지금의 총체적인 탄압국면은 정규직의 힘만으로도, 비정규직의 힘만으로도 돌파할 수 없다. 정규직은 비정규직 투쟁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안고 적극적인 실천투쟁에 나섬으로써 05년 더욱 거세어질 ‘대공장 죽이기’ 공세에 맞서야 할 것이며, 비정규직은 정규직과의 굳건한 연대를 토대로 자본과 정권의 노노분열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노동자계급의 적은 오직 자본가계급일 뿐이라는 점을 적들에게 분명히 각인시키고 원청을 상대로 한 집중투쟁에 나서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현투단과 현장제조직들이 결합하고 있는 ‘불법파견 분쇄,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위원회’는 ‘노동법개악ㆍ현장탄압 분쇄, 불법파견ㆍ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위원회’로 확대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자본의 공격에 대응하는 공동의 대응전선을 칠 수 있다. 애초 취지와 맞네 안맞네 등의 소모전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2월 22일 현장탄압 대응 건으로 소집된 것을 계기로 투쟁의 전선을 확장시키자!
- 다음으로 본관 앞을 투쟁의 거점으로 삼자! 보성천막의 경우, 업체 현장과의 거리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불파투위 만이라도 본관을 거점으로 한 투쟁을 조직하자! 이는 지금 자행되고 있는 현장탄압에 대응하여 자본에 대한 타격의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불파투쟁이 원청을 상대로 한 투쟁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후 불법 판정이 나든 안나든, 자본은 어떻게든 정규직에 대한 공격을 통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으로 끊임없는 원청에 대한 투쟁을 통하여 이러한 자본의 의도를 분쇄해야한다! 부서별로 본관 앞에 천막 투쟁을 전개해서 투쟁의 장으로 만들자!
- 보성 투쟁 관련하여 현투단에서는 2월 23일 공동잔업거부를 결의하였다. 그리고 이후 더 강력한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30일을 넘기면서 보성 주체들은 체력적인 한계와 피로감, 생활고에 압박받고 있다. 각 업체의 상황이 어려움에도 결의한 현투단 차원에서의 1일 공동잔업거부 투쟁을 헛되이 하지 않고 보성투쟁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규직과의 공동잔업거부 투쟁이 조직되어야 한다. 현투단이 전체 비정규직 업체를 포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현투단 소속 업체만의 1일 잔업거부로는 자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기 힘들다. 반드시 정규직과의 공동잔업거부가 성사되어야만 한다.
더 이상 조합원 정서를 핑계대지 말자. 지금 안전규정 개악만으로도 현장은 충분히 분노하고 있다. 조립 1라인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다수의 조합원이 투쟁에 동참한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제 이러한 현장의 분노를 투쟁으로 조직해야 한다. 조합이 뇌사상태에 빠져있다면 현장 활동가들이 노동자계급의 심장이 되어 투쟁을 조직하자!
- 마지막으로 모든 연대단위들이 참가하는 집중집회를 조직하자!
현재 기아의 투쟁 상황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으며, 이 때문에 투쟁 주체들도 더욱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기아의 투쟁 상황을 전국적으로 알려내고, 지금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모든 투쟁세력과 연대망을 구축하자! 현자 동지들과 공동의 집회를 조직하고 더 나아가서 잔업거부 등의 생산타격투쟁 시기도 최대한 집중시켜내자!
지금 자본과 정권은 현장 투쟁을 예의주시하면서 비정규 개악 입법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인 저울질일 수도 있고, 투쟁대오를 교란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본질은 지금 저들이 주도권을 잡고 노동자대오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적들의 손으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아오자. 그것은 적들의 약한 고리를 치는 것으로부터 가능할 것이다. “설마 총파업하겠어”라는 적들의 비웃음을 날려버리자. 총파업은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자에서, 기아차에서 현재의 투쟁을 확산하여 단사 차원의 총파업을 결의한다면 그것을 계기로 전국적인 총파업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
관료적인 ‘세상을 바꾸는 큰 투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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