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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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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8 22:08:32, 조회:2,394, 추천: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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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대회 투표성향으로 본 민주노총 내 세력 관계
지난 2월 22일-23일 양일에 걸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가 끝났다. 민주노총 지도부를 선출하는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기호 2번 조준호 후보 진영이 당선됐다. 이로써 자민통 세력들은 민주노동당 대표선거에서 문성현을 앞세워 당선된 뒤 또 다시 민주노총 선거에서도 51%의 지지를 얻어 당선됨으로써 다시금 노동운동 진영 내에서 다수 세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선거 투표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민주노총 내의 세력분포와 쟁점을 분석해보자!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자전국회의는 강승규의 노동운동전략연구회와 하나가 되어 선거에 임했다. 자민통은 우파와 IT연맹 같은 노골적인 어용세력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자민통이 얻은 51%의 표는 우파의 조직적인 후원에다가 어용세력들의 표가 더해진 수치다. 물론 민주노동자전국회의의 자민통 세력들은 이번 표결 성향을 통해 노골적인 협조주의 세력이 다수파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자민통 내부의 자주파 내에서는 강승규의 노연과 연합선거를 하는 것에 대해서 일부 반발했다는 얘기가 들렸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별다른 이탈 없이 전국회의+노연 진영을 찍었다. 이미 선거 전에도 자민통과 노연진영이 당선될 것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대의원 중에는 “강승규를 내밀어도 2번이 당선된다.”고 개탄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석이 상당 부분 일리가 있는 것은 2번 진영의 지지표가 결정적인 안건 논의 때마다 하나로 결집됐기 때문이다. 여성할당 부위원장 후보와 일반 부위원장 후보 선거를 보더라도 사실상 2번 진영과 런닝을 구성했던 세력들이 압도적으로 당선되고 나머지 후보들은 허영구 부위원장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낙선했다.
여성할당 부위원장 후보와 일반 부위원장 후보선거에서는 임원선거만큼 첨예하게 대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反자민통 세력의 표가 자연스럽게 임원선거에 비해 더 몰렸다. 그러나 2번 진영은 철저하게 우파가 아닌 후보에 대해서는 조직적으로 투표를 하지 않았다. 4명을 뽑는 일반 대의원선거에서는 정파적 색깔이 약하다고 판단되는 허영구 후보를 포함하여 3명의 후보만 당선됐다. 낙선한 反자민통 표는 각각 47%, 48%로 임원선거의 지지표와 완전히 일치했다. 전비연에서는 전비연 후보로 내세운 이남신 후보의 낙선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시했다.
새흐름과 노운협 등이 하나가 된 1번 진영이 사퇴하면서 1번의 표는 중앙파와 노힘의 연합인 3번 진영표로 몰렸다. 대의원 중 47%의 표는 反자민통 세력의 표라고 보면 된다. 47%의 표 중에는 3번 진영에 대한 조직표가 상당수 있고, 1번 진영의 표가 10% 이내 있다. 나머지 대의원들 중에는 “도대체 누구를 찍어야 하는가? 차악이라도 찍어서 최악을 막아보자”며 중앙파+노힘 연합 후보에 비판적이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어서 찍은 대의원들이 일부 있었다.
자민통은 지난 10일에 있었던 민주노총 대대에서는 신임 현대자동차 대의원의 자격 규정을 문제 삼아서 오랫동안 논란이 벌어지게 했다. 현대자동차 파견 대의원 자격을 둘러싼 논란은 우파가 얼마나 뻔뻔하고 조직적으로 당선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금속산업연맹 내부의 우파, 중앙파, 노힘 연합은 이번 선거에서는 연합의 후과를 단단히 봤다. 연맹 위원장이 민주노총 비대위 위원장으로 올라간 사이에 노힘 소속 직대가 현대자동차 신임 파견대의원의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파 사무총장 진영에서는 철저하게신임 파견대의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쟁점이 되었던 KT연맹 대의원 제명 건은 자민통의 지지기반이 어디서 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자민통은 지난 10일 민주노총 대대에서 IT연맹 파견대의원들의 부정선거와 어용성을 근거로 규탄하는 것에 대해서 철저하게 방어적 태도를 취했다.
5번 안건인 ‘KT노조 민주노총 제명 건’은 재석 대의원 624명 중 235명만이 안건 채택에 찬성해서 안건 처리 자체를 하지도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우파가 IT연맹의 노골적인 어용들을 감싸고 돈 것은 이렇게 IT연맹의 표가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우파는 민주노총을 장악할 수만 있다면 노골적인 어용세력들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만천하에 폭로됐다.
반면에 우파는 6번째 안건인 ‘대의원대회 진행시 폭력금지에 관한 건’을 제출했다. 이 안건은 표결 결과 597명 중 310명이 찬성해서 안건으로 채택됐다. 우파는 이번 이 안건 채택으로 지난 해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합의주의에 반대해서 연단점거를 해서 투쟁한 것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앞으로 있을 대의원대회에서 형식적인 표결처리로 저항을 봉쇄하고 패권적으로 대의원대회 운영할 것을 기도하고 있다.
우파는 이밖에도 회의 안건 순서에서도 임원선거 이후에 사업평가를 하자고 제출했다. 이 안건은 598명 중 394명이 찬성해서 회의순서 변경을 했다. 우파는 사업평가 과정에서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에 대한 비판과 강승규의 비리, 우파들이 내세운 단일전선체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서 치밀하게 회순까지도 변경했다.
반면에 세 번째 안건인 ‘파견대의원 직선제와 소수자 대의원 할당 건’은 재석대의원 594명 중 168명만의 대의원만이 찬성해서 과반수 미달로 부결됐다.
과거 철도노조의 어용들이 3중 간선제를 통해 어용들의 추악한 기득권을 유지했듯, 우파는 현재의 대의원대회 간선 구조를 유지하고 소수자 대의원 할당을 반대함으로써 우파들의 패권적인 조직 장악을 영원히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처럼 이번 대의원선거는 우파들에 의해 철저하게 준비되고 기획되었다. 우파는 모든 진보적 안건에 대해서 조직적으로 반대했다. 우파는 철저하게 민주노총 상층의 관료적 체계를 활용해서 또 다시 관료적 지위를 장악했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대의원들의 성향이 얼마나 반노동자적인 지를 보여주었다. 물론 직선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현장 전반에 조직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 개량주의적 흐름들이 단박에 청산되지는 않는다. 현재의 대의원대회 구도는 파견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 사업장의 분위기를 제외한다면 말 그대로 현재 민주노총 내에서 대의원을 파견할 수 있는 사업장의 구도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차악이라도 찍어야겠다는 대의원들의 상태는 우리 운동이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이들 대의원들은 중앙파, 노힘 연합 구도에 대해서도 반대하면서도 다른 정치적 대안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3번 진영을 찍어야 했다. 새흐름 류는 현장 내에서 사회적 노동운동이라는 기회주의적 활동을 하면서도 관료주의 척결이라는 선명한 형태의 선거운동과 후보 사퇴를 통해서 전투적, 계급적 대안 세력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최악인 자민통을 막기 위해서 차선도 아닌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전투파 대의원들과 파견 대의원 자격을 박탈당한 비정규직,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대공장 내에서 관료적, 개량적 흐름에 밀려 주도권을 상실한 전투적 활동가들에게 혁명적 정치세력들은 단순히 대의원대회를 넘어 최선의 정치적 대안과 전망이 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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