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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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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1 00:46:56, 조회:6,737, 추천: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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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적대 현실의 은폐와 조작2
궁핍화 논쟁과 빈곤타파의 길
양극화 문제를 둘러싸고 맑스주의 진영과 수정주의 진영은 오랫동안 신랄하게 사상투쟁을 벌였다. 양극화라는 표현이 이제는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맑스주의 진영이나 맑스주의의 핵심 사상을 부정하려는 수정주의 진영에서나 다 같이 이를 ‘궁핍화 이론’이라고 한다. 슘페터 같은 부르주아 이론가들이나 부르주아에게 포섭된 베른슈타인 같은 수정주의자들은 맑스주의의 ‘궁핍화 이론’을 정면에서 공격하는 것으로 자본주의를 변호했다.
베른슈타인으로 대변되는 노동운동 내부의 수정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공황이 없는 안정적 성장으로 노동자계급의 많은 수가 소득이 향상돼 중산계층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된 노동자 계급이 자본주의를 거부하고 변혁에 나설 수는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변혁을 포기하고 결국에는 자본주의를 변호하는 변절자가 되었던 것이다. 계급과 계급 대립을 거부한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에 수정주의자들이 포섭되고, 다시 수정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를 지배계급이 포용해서 중산층 이데올로기가 강화돼 온 것이다.
부르주아 봉사자들이 말하는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절대적 소득격차가 확대되어 박탈감이 심화되는 것은 사실 부의 양적 불평등인 동시에 상대적 불평등의 심화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설사 저소득자 소득이 과거에 비해 부분적으로 늘어났다 하더라도 고소득자에게 부가 급속도로 불어나게 되면 상대적 박탈감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궁핍화의 본질
맑스는 『임노동과 자본』에서 이러한 상대적 궁핍화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집은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주위의 집들이 한결같이 작다면, 그 집은 주택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켜 준다. 그러나 작은 집 옆에 궁전이 하나 솟아 있다면, 그 집은 오두막으로 오그라들 것이다. … 그리고 문명의 행로 속에서 그 작은 집이 아무리 커진다 하더라도, 옆에 있는 그 궁전이 동일한 정도로 혹은 더 큰 정도로 높이 치솟는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집의 거주자는 자신의 사면 울타리 안에서 자신이 더욱더 불쾌하고, 불만스럽고, 짓눌린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맑스, 임노동과 자본」, 『저작선집』1, 박종철출판사, 김세균 감수, p.560)
이처럼 욕구는 사회적인 측면이 큰 것이다. 노동자들의 빈곤에 대해 얘기하면 자본가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옛날 예사로 밥을 굶던 보릿고개 시절 보다는 좋아지지 않았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욕구는 사회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자신이 속한 사회 전반과 비교해서 자신과 가족의 삶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지금 잘리지 않고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최소한 삼시 세끼 밥 먹고 산다.
과거 90년대 중반 경에 노동운동 위기 논쟁에서 툭하면 나오는 얘기가 노동자들이 차를 끌고 다닐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보수화되어 이제 더 이상 싸우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물질적, 심리적 욕구를 포함하는 사회적 욕구의 증대로 인해 노동자들은 삼시 세끼 밥 먹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다른 사람과 자신의 삶의 수준을 비교하기도 하고, 이제 더 나은 삶의 요구를 갈구하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더 심각한 불만과 자격지심, 열패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가 흔히 사회가 발전했다고 하는 것도 사실은 단순히 세월이 변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지난한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않은 미조직 사업장, 설사 조직되었다 하더라도 한국노총의 많은 사업장처럼, 수십 년 동안 어용들이 자본과 결탁해서 노동자들을 흡혈귀처럼 빨아먹는 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과거에 비해 약간의 변화가 있다고 하면 그건 다른 사업장의 노동자들의 투쟁성과가 전 사회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은 노동자가 투쟁하지 않으면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고, 심지어 언제든지 과거로 노동자의 삶을 되돌리려고 한다.
노동자들이 과거에 비해 삶의 수준이 절대적으로는 성장한 것은 자본의 성장과 더불어 노동자들이 투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이 잘나가는 시기에도 과거에 비해 노동자들의 쥐꼬리만 한 삶의 개선에 비해 자본가들, 부자들이 수천 배, 수만 배로 이윤을 쌓고 부를 누리게 되면 심각한 사회적 박탈감, 빈곤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성장기에 자본의 이윤이 100% 오르고, 노동자들의 임금이 10% 올랐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에게 돌아올 몫을 자본이 착취한 것으로 자본의 이윤에 비해 노동자들의 상대적 임금은 급속도로 감소했다는 말이 된다.
이처럼 자본의 급속한 성장과 더불어 노동자의 수입도 늘어나지만, 동시에 노동자와 노동자를 갈라놓는 사회적 심연도 커지며, 또 노동을 지배하는 자본의 힘, 자본에 대한 노동의 예속도 커진다. … 노동자 계급에게 가장 좋은 상황, 가능한 한 급속한 자본의 성장조차, 그것이 아무리 노동자의 물질적 삶을 개선시켜 준다 하더라도, 노동자의 이해관계와 부르주아의 이해관계, 자본가의 이해관계 사이의 대립을 폐기하지는 못한다. 이윤과 임금은 예나 지금이나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이다.(같은 글, p.564)
맑스는 경제 성장의 시기에도 노동자의 물질적 조건이 조금 나아짐에도 자본가의 부가 더욱 증대하기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되며, 자본의 힘이 더욱 급속도로 늘어남으로써 노동자의 노예적 굴종은 더 깊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성장기에도 자본은 공황에 대비하여 일상적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확대 등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를 진행한다. 또한 노동강도 강화와 관리자에 의한 직접적 노무관리, 전사적자원관리(ERP), 감시 카메라, 노조 건설에 앞장서는 핵심 활동가의 휴대폰 위치 추적, 스마트폰 등 자본주의의 발전한 생산력을 활용한 노동통제를 강화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성장이 급격하게 중단되는 요즘 같은 전 세계적 공황의 시기는 어떠한가? 이러한 시기는 대대적인 파산과 물량과 생산 감축으로 인해 대량 정리해고 등 일상적 구조조정이 폭압적으로 전면화 되고, 전면적 사유화 공세, 단협과 연금 개악 등 복지의 대폭 후퇴, 대폭적 임금삭감 등 노동자에 대한 피바람이 몰아친다. 이러한 대대적인 공세의 시기에는 대량 정리해고는 물론이고 산재사망 같은 기업 살인의 증대, 중대재해, 직업병의 폭발적인 증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미세먼지 흡입 등으로 발생하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스트레스의 증가 등 노동현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의 대(對) 노동자 전쟁 선포와 전쟁에 맞서 전투를 조직하지 못하는 노동자 병사와 가족들은 지금처럼 비극적으로 통탄스러운 죽음의 행렬을 맞고 스러져가는 운명에 처해지는 것이다.
맛이 가기 전까지 정통 맑스주의의 ‘교황’으로 인정받던 시절, 카우츠키는 『베른슈타인과 사회민주당 강령』에서 궁핍화를 부정하는 수정주의자들에 맞서 상대적 궁핍화론으로 맑스주의의 원칙을 옹호하려 했다. 레닌은 1917년 혁명을 몇 달 앞두고 쓴 『국가와 혁명』에서 카우츠키의 상대적 궁핍화 이론에 대해서는 직접 비판하지 않았지만, 이 저작이 당시에는 카우츠키가 수정주의에 맞서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그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1914년 1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해서 그 기회주의적 성격을 노골화된 시점에서 다시 되돌아 보건데 자본주의 국가권력에 맞서는 변혁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카우츠키의 상대적 궁핍화론이 비록 수정주의에 맞서 맑스의 사상을 옹호하려 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맑스가 말한 궁핍화는 상대적, 절대적 궁핍화를 포함한다. 궁핍화론을 둘러싼 논쟁을 더 보려면, 사끼사까 이쓰로, 「제2장 ‘궁핍화 이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마르크스주의의 비판과 반비판』, 일월서각, 1991년 1월 30일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책은 “‘해빙’의 혼돈 속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진정한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었다”고 저자가 서문에서 쓴 것처럼, 쏘련 사회주의 해체를 앞둔 역사적 격변 상황 속에서도 맑스주의 비판자들에 대한 반비판을 통해 맑스주의 원칙을 사수해내려고 하는 치열하고 과학적인 노력이 돋보인다.
한국사회 운동진영이 지적, 사상적 대혼돈에 빠져 변혁을 포기하고 청산주의에 휩쓸리고 있을 때, 국제적 수준에서는 이처럼 맑스주의 원칙과 사상을 옹호 또는 풍부화 하기 위한 치열한 사상투쟁이 전개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사상투쟁은 최소한 당시에는 거대하게 압도하는 제국주의 진영이 가진 현실적 힘으로 인해 물질적 힘을 보유하지 못하면서 철저하게 패배했다. 반면 반공주의와 지적 게으름으로 혁명사상의 불모지가 되어버린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운동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쏘련은 ‘국가자본주의였다’는 트로츠키주의의 국가자본주의 진영의 초(超)헛소리에 맹목적으로 휩쓸리면서 오늘날까지 좌익청산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궁핍화론은 맑스의 자본론 1권의 다음 문장에 그 진면목이 잘 서술되어 있다.
한 쪽 끝의 부(富)의 축적은 동시에 반대 편 끝[즉 자기 자신의 생산물을 자본으로 생산하는 노동자계급의 측]의 빈궁 ․ 노동의 고통 ․ 노예상태 ․ 무지 ․ 야만화 ․ 도덕적 타락의 축적이다.(맑스,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자본론 Ⅰ하, 김수행 역, 비봉출판사, 2008년, p.881)
이 문장은 많이 알려진 부분인데, 맑스는 궁핍화를 임금의 하락, 실업 등을 통해 나타나는 노동자들의 생활상의 고통만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노동자의 빈곤뿐만 아니라 이윤 추구를 본성으로 하는 자본축적이 강요하는 고통스런 노동, 그 노동의 결과를 자본이 전적으로 향유하고 노동자 자신이 피땀 흘려 만들어낸 노동의 성과물이 자본이라는 괴물이 되어 노동자를 지배하고, 노동자가 소외당하고, 동물적 상태로 전락하는 비인간화, 무지(현대 자본주의는 제도권 교육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무지가 강요되고 있다.), 심지어 향락과 방탕에 빠지고, 도박, 음주를 일삼는 도덕적 타락까지도 개인적 문제만으로 돌리지 않고 자본주의 체제가 강요하는 총체적 문제의 일부라고 하고 있다.
양극화라는 말이 계급적대를 부분적으로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눈에 보이는 양극화된 상태와 결과만을 보여줄 뿐, 왜, 누구에 의해, 무엇을 매개로 양극화가 필연적으로 나타나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맑스의 궁핍화론은 “한 쪽 끝의 부의 축적”이라는 원인에 의해 “반대 편 끝”에 서 있는 노동자의 총체적 궁핍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폭로하고 있다. 바로 자본주의적 생산과 자본축적이, 자본주의적 착취체제가 노동자와 전체 민중들의 삶을 노예와 같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베른슈타인은 맑스의 이 문장을 트집 잡아서 ‘자본주의적 축적이 노동자의 노예화와 빈곤, 타락을 낳는데 과연 어떻게 노동자가 해방을 위해 싸울 수 있는가?’라면서 노동자 계급해방의 가능성을 거부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비참함만으로 변혁으로 떨쳐 일어선다면 산업 예비군(실업자)의 최하층으로 절망적, 자포자기적 상태에 빠져 있는 룸펜 프롤레타리아가 변혁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맑스는 룸펜 프롤레타리아의 일부는 정세가 타오르면 변혁적 행동에 동참할 수 있지만 일부는 오히려 용역깡패나 조폭처럼 반동으로 이끌릴 수 있다고 봤다.
맑스는 자본축적이 거대 산업을 형성시키고 노동자를 한 사업장으로 결집하게 만들어서 저항의 거점인 조직을 만들어내고 집단적, 계급적 각성을 낳는 계기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임금노예임을 인식하고 이 노예화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 계급은 해방의 전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맑스는 착취받는 노동자의 경제적 조건은 노동자가 투쟁하면서 계급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지만 경제적 조건만으로 계급의식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착취 받는 노동자의 경제적 조건이 없다면 계급의식을 형성할 가능성도 희박해지는 것이고, 역으로 계급의식의 형성 없이 계급적 조건만으로 노동자가 노예의식을 거부하고 집단적인 투쟁에 떨쳐 일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본은 하나의 거대 사업장으로 집중된 노동자들을 직접 관리, 통제하기도 하고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할하고, 비정규직 내부를 1차, 2차, 3차 사내하청으로 쪼개서 분열시켜 계급 통치를 하기 때문이다.
베른슈타인은 물론이고 베른슈타인의 기회주의에 맞서 싸웠던 카우츠키 역시도 당시 유럽 자본주의 국가의 번영에 대해 말하면서 제국주의가 식민지, 반식민지를 통해 초과이윤을 만들어서 자국 노동자들을 매수하여 기회주의를 육성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레닌은 제국주의 시대에는 독점 자본 간, 제국주의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제국주의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초과이윤으로 자국 노동자 다수를 개량으로 매수하지는 못한다고 하고 있다. 대신 초과이윤 중 일부를 가지고 상층 노동관료들을 매수하여 기회주의를 육성한다고 했다.
레닌이 말하는 매수는 비단 금전적으로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매수, 관료 자리 제공, 요즘으로 말하면 개량주의 정당이나 야권연대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 단체장 자리를 꿰차는 것(물론 이것은 자본에 의한 직접적인 매수는 아니지만 레닌은 이를 통해 출세주의자가 육성되는 정치사회적 조건조차도 폭넓게 매수로 보고 있다.), 대기업 지부 단위에서 대의원 활동을 보장받는 것은 투쟁의 성과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자본이 한 달 여가 되도록 대의원 활동을 이유로 작업장에서 벗어나는 것을 인정해서 대의원 자리를 특혜와 특권으로 만들어서 어용과 협조주의 세력들을 육성하는 등 다양한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레닌은 일부 기회주의 상층 관료들이 자본과 국가에 의해 다양한 차원에서 매수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노동자 계급 대중은 고통 받는 상황을 외면하고 배신한 결과이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독점자본과 제국주의 간 경쟁은 공황시기에 식민지, 반식민지 또는 신식민지 국가에 대한 침략전쟁으로 나타나면서 이들 나라 인민들의 격렬한 반제국주의 투쟁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자국 인민들을 전쟁으로 동원하면서 제국주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또한 지금 같은 전 세계적 공황의 시기에는 자국 인민들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더 강화하도록 만든다. 미 제국주의나 일본 제국주의에서 국가의 자본주의 발전 수준에 비해 노동자 민중들의 빈곤이 가중되고 있고, 유럽 제국주의 국가 내에서도 노동자 민중들의 빈곤이 가중되면서 격변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빈곤과 예속을 뿌리 채 타파하는 길
악랄한 자본주의 착취 체제는 재산과 자산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학벌의 양극화, 건강의 양극화 등 모든 방면에서 불평등과 계급적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양극화를 지속적으로 심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를 이어 부와 가난을 대물림 하도록 만들고 있다.
노동자 민중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때만이 자본과 권력은 자본주의 체제를 위험에서 구출하여 안정적으로 영속화할 목적으로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때에도 자신들은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손도 안 대고 코를 풀려 한다.
빈민구호(貧民救護))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공비(公費)의 일부를 이룬다. 그러나 자본은 그 비용부담의 대부분을 자기 자신의 어깨로부터 노동자계급과 소(小)부르주아지의 어깨로 전가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맑스, 위의 책, p.879)
자본주의에서 빈민구호라는 명목이든, 아니면 사회보장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무상급식 같은 각종 복지도 노동자 투쟁의 성과의 측면도 있지만 무상이 아니다. 노동자를 착취해서 나온 이윤의 일부이고, 세금이라는 명분으로, 아니면 부가가치세라는 명목으로 또는 교통위반 주차딱지나 각종 벌금이라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 민중의 호주머니를 합법적으로 강탈해간 것을 가지고 생색내는 것에 불과하다.
독점자본이 파산에 직면할 경우에도 노동자 민중의 이른바 ‘혈세’를 가지고 기업을 구제하는 것인데, 그럴 때조차도 그 전제조건으로 대량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복지 축소를 하여 자본을 살린다. 이렇게 파산한 자본을 구제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국유화 시켰다가 다시 독점자본이 원하면 사유화를 통해 재차 노동자를 압살한다. 그리고 각종 요금인상을 통해 또 다시 사적 독점자본의 탐욕을 채워준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속담은 가난이 체제 모순 때문이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처럼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시켜 민중들의 체제에 대한 저항과 반란을 봉쇄하기 위해 지배계급이 유포한 것이다. 이를 민중들이 숙명처럼 받아들여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가난과 빈곤, 자본에 대한 노예적 예속은 숙명이 아니다. 오히려 숙명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투쟁을 회피하고 포기할 때 진짜 숙명이 된다. 자본주의 착취 체제를 없애지 않고는 궁핍화를 대대손손 벗어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노예적 예속을 벗어날 수 없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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