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고>
다시금 현장투쟁으로
민주노조사수의 길을 만들어가자
-도시철도활동가
도시철도 총파업 투쟁이 끝난 지 보름가까이 흘렀다. 복귀 이후 공사측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현장탄압과 통제를 가하는데 발악을 하고 있다. 총파업 투쟁의 패배라는 상황에서 공사가 이번 기회에 아예 민주노조의 근간을 말살하려 하는 것이다.
먼저 공사측은 파업기간 중 조합간부 및 조합원 45명에 대해 고소고발 및 직위해제를 단행했고 파업투쟁 이후 복귀과정에서 빚어진 조합원들 사이의 다툼을 빌미로 직위해제자들 보다 먼저 승무현장간부 2인에 대해 지난 9일 보통상벌위원회를 열어 해임을 시킨 상태이다. 또한 ‘문제를 일으킨다면 추가로 징계를 하겠다는’ 협박을 공공연하게 조합간부들과 조합원들에게 하고 있어 직위해제 상태인 조합간부들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 형편이다.
서울지하철의 상황도 도시철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허섭 전위원장 등 13명을 파면하고 8명은 해임, 4명은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고 총 68명의 직위해제자들에 대한 추가 징계가 예상되고 있다.
공사측의 탄압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우선 조합간부 및 현장 활동가들에 대해서는 중징계의 칼날을 휘두르며 활동을 무력화시키고 조합원들에게는 인사상 불이익 협박, 징계위협 등을 통해 현장간부 및 활동가들과 조합원들 사이의 연결을 끊고자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장탄압 분쇄 및 조합원 징계최소화를 목적으로 도철과 서울지하철에서는 본사농성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장관리자들은 본사농성에 조합원이 방문하면 ‘직위해제를 시키겠다’ 라며 조합원들에게 협박하고 있고 조합간부들에게는 ‘손배가압류를 준비하고 있으니 움직여서 좋을 게 없다’라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조합에서는 본사 앞 농성 및 시청 앞 1인 시위, 직위 해제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현장활동 등이 중앙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고 승무본부의 경우 사업소별로 현장농성을 파업직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현장탄압을 분쇄하고 현장의 투쟁력을 복원하기 위해 현장간부들이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재 투쟁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파업당시 집행부 흔들기에 앞장섰던 어용세력들이 현장투쟁 불참을 노골화하며 조기총선실시 등 조합 흔들기에 나서고 있고 조합은 저들을 적절히 통제할 아무런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직능별로 조금 차이는 있지만 파업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동요가 사측이나 어용세력들이 생각했던 것 보다 별반 없자 저들의 조합 흔들기가 현재 조금 주춤한 상태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현장조합원의 상태보다 조합이나 현장 활동가들이 현재 상황을 극복할 뚜렷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현재 사측은 중재의결서가 나온 직후 일방적으로 ‘주5일제 시행지침’을 내려 현재 노동조건만도 못한 개악된 주5일제를 일방적으로 시행했고 이번 투쟁의 핵심사항이었던 인원증원에 관해서는 ‘중재의결서’의 내용대로 용역업체를 선정해 연말까지 인원을 산정하자고 하고 있다. 기존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용역안의 내용이 인력증원이 아닌 조직개편 인력감축이라는 구조조정 내용으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자신들의 힘을 믿고 협상자체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조합은 일정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투쟁은 패배할 때도 승리할 때도 있다. 7/21 총파업투쟁은 도시철도의 제대로 된 첫 파업투쟁이었지만 앞으로도 이처럼 많은 교훈을 줄 투쟁도 없을 듯 하다. 우선, 한자리에 다수의 파업대오가 모여 있기만 하면 누군가 나서서 협상하고 금방 타결될 것이라는 기존의 생각이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그 하수인인 공사측의 강경책에 말려 아무런 성과 없이 패배했다는 점에서 ‘그렇다면 향후 어떻게 저들에게 치명타를 줄 파업전술을 구사할 것인가’ 라는 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다음으로, 현장탄압이 노골화되고 있는 지금 ‘현장 투쟁력을 어떻게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이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아직까지 뚜렷한 답은 없다. 하지만 ‘길이 없다면 길을 만들어 간다’는 말은 이번 경우에도 진실이고, 그 길의 출발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현장일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현재 도철의 상황도 마찬가지지만 파업이 진행 중일 때도, 파업이 끝난 후도 흔들리고 위축되는 것은 조합간부와 현장활동가들이지 조합원들은 아니다. 다시 한 번 현장 활동과 현장 투쟁을 시작하는 것, 그것이 현장활동가들에게 주어진 언제나 새로운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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