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속연맹, ‘노동운동의 위기'를 ’서랍 속 정치‘와
’산별노조‘로 돌파한다?
얼마 전 전교조와 공공연맹 임원선거가 끝났다. 9만명의 전교조 조합원들은 이수일 후보를, 98,000명 조합원의 공공연맹은 양경규 후보를 지도부로 선출했다. 준비되지 않는 투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총파업을 ‘남발’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당선된 이들은 물론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해서는 약간의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말로서 동의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실천적으로 노동자의 이해를 투쟁으로 지켜내려 하는가의 측면에서는 양측이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자본도 민주노총 내의 주요 지도부 선거에 주목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미 민주노총 이수호 중앙지도부의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주요 연맹, 노조의 지도부가 갖춰지고 있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 최근 대중조직 지도부 선거의 특징
예전에는 단위현장에서도 상급조직들의 선거에서도 그게 친 자본적이건 개량주의적 성향이건 전투적이건 간에 상관없이 선거시기에만 되면 각 후보진영은 누가 더 전투적인가를 겨루는 장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선거과정에는 “파업, 투쟁을 할수록 손해 본다”는 대중정서(?)에 부합하여 “준비되지 않은 투쟁은 하지 않겠다”, “정책적 대결로 자본을 이겨보는 노조를 만들겠다”는 등 그야말로 누가 더 똑똑하고 합리적인 실리주의 지도부냐를 겨루기에 바쁘다.
공약에서도 노동자 민주주의를 어떻게 확대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사라졌다. 오히려 지금의 상시적 구조조정, 노동유연화에 대응하는 정책으로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투자 유치- 설비투자 확대- 물량확보에 힘쓰겠다는 경영자적 발상들이 온통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상급조직 선거판에서도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 금속선거에서도 한편에서는 자본의 위기를 노동의 위기로 직접 전가시켜 그것을 지도부의 위기라 규명하면서 조직혁신과 산별노조를 통해서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도 대중을 설득시키기 쉬운 방법, 투쟁 없이도 조직이 확대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선(先) 소산별 노조 건설- 후(後)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투쟁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은 아직도 거짓 산별노조와 사이비 공동투쟁 발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노동자 대중도 이것을 믿지 않는다. 억지로 금속산별노조로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이미 몇 년 전부터 연맹의 주요 집행국(교육선전, 미조직) 일부를 금속노조로 통합(이관)시켜 버렸지만 금속노조는 지역본부 지도부도 공백들이 생길 정도로, 금속노조나 연맹이나 이제 모두 지도역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게다가 ‘조직혁신’은 단지 산별로의 노조 전환(통합) 수준에서 제기될 뿐, 민주주의 현장성을 어떻게 확대시킬 것인가로 제출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민주파에서 당연하게 제출하던 지도부 신임-평가제도와 같은 혁신안은 이제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오히려 철도노조의 경우 민주화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짧은 기간동안 파업과 백기항복의 길을 걸으면서 지도부는 총회를 통한 파업투쟁 마무리와 합의의 기풍도 규약개악으로 없앴다.
이렇게 현장과 지도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러니 선거가 투쟁 결의와 평가의 장이 되지도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수용하고 외주화를 합의하면서 고용을 지킨다고 사기치고 있을 정도다.(금속노조 만도기계지부의 사례도 그러하다.) 이제 현장 노동자들은 회사도 노조도, 심지어 ‘활동가’들도 믿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현실 상태 조건만을 직시하고 거기에 따른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뿐이다.
그러나 모든 조직과 단위현장의 선거가 다 ‘보험회사’ 출신들의 선거판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중소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들의 선거공간은 지도부가 된다는 것이 투쟁과 구속, 희생을 결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신, 출세의 경로로서의 선거와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 선거투쟁은 분명하게 투쟁을 결단하는 장으로서 또 다른 대중투쟁의 공간이며 주체가 형성되는 과정이다.
○ 2004년 금속연맹 선거
- ‘통합지도부’와 ‘새흐름’의 기회주의적 통일단결론!!
[금속4기 선거에 대한 공개제안(새흐름을 위하여)](제안자 연락책임자 하상수, 04.11.18)한 ‘새흐름제안모임’은 현 시기 노조 내의 권력투쟁이 당권투쟁으로 확대되면서 현장을 줄 세우기하고 있다면서 일부 상층의 권력독점을 비판한다. 이들은 상층의 왜곡된 권력경쟁과 권력독점이 계속되면서 통합지도부를 건설하더라도 갈등을 강화하는 권력담합이 지속될 것이라며 ‘통합지도부’구성을 주장한 ‘노동자의힘’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했다.
‘새흐름’의 입장은 현재 산별전환 총회를 통한 조직형태의 전환도 어려운 지경에 있으며 대공장의 우경화가 방치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 연맹의 역할이 미흡한 점, 자본 이동에 대한 상시적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한 스스로의 반성과 혁신을 통한 연맹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계파 중심의 줄세우기식 활동이 아닌 공동의 목표를 중심으로 공적 네트워크를 확대시키면서 단결하자고 외친다.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금속노동자 대단결과 산별노조의 완성을 위해 다수가 동의하는 실현가능한 방안으로서의 산별노조를 제기한다.
그런데 여기서 새흐름이 제안하는 실현가능한 산별노조의 완성방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표류하는 민주노조와 금속운동의 새로운 계기]라는 자료에서 자동차단일노조를 통한 산별완성 방안이 이미 제출된 바 있다. 그 내용인즉, 현 민주노조운동의 상태를 대공장의 실리주의 경향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응 미비 및 무너지는 현장조직, 집행부의 담합적 노사관계 구축, 민주노총 중앙의 우경화 등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런데 현시기 문제지적으로는 노동운동 전반과 무너지는 현장을 논하지만 해결방안은 오로지 ‘전국적자동차노조’라는 조직형식으로 제출되었다.
특히 우리는 이미 금속산업연맹을 건설하는 시기의 산별노조-조직발전논쟁 과정에서 공동, 연대투쟁의 성과 없이 업종별노조를 통해 쉽게 가는 조직전환 방식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금속노조로 가긴 가야 하는데 조합원들을 설득시키기 어려우니까 일단 쉽게 갈 수 있는 자동차노조를 구상하는 발상은, 투쟁과 조직화를 분리시키고 교섭 중심으로 사업해왔다고 비판한 금속노조 및 보건의료노조 등의 모습을 답습하는 것이다.
‘새흐름’은 기존의 금속노조에 대한 현장성과 계급성에 기초한 실천적 평가 없이 조직형식적으로, 교섭주의적으로 산별노조 전환을 고민하는 관료주의적 발상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동차단일노조 제안서는 원인진단에 대한 처방에서 현장조직력과 투쟁을 복원하는 해결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새흐름’은 현 시기 산별노조 전환운동의 주체들이 사회적 합의주의를 기치로 하여 오히려 현장에서 분출되는 생존권 투쟁을 준비되지 않은 과도한 투쟁으로 몰아붙이면서 사회적 대화의 통로를 물색해오던 2004년, 과연 무엇을 했는가? ‘새흐름’은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이 주창하는 사회적 대화의 주요 고리가 (지역과) 산별노사정협의체로 구체화되고 그 단초로서 올해 금속과 보건의료노조 등의 산별(투쟁 없는) 중앙교섭이라고 평가되는 현재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정확하게 은폐하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사회공헌기금과 자동차산업을 위한 협약을 산별-자동차노조 건설과정으로 배치했다.
한편 ‘통합지도부’는 금속산업 노동운동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다음의 내용으로 설명한다.
(1)현장에 실리주의가 만연하고 투쟁과 조직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2)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계급적 단결의 고리가 여전히 허약하다
(3)대공장 노동자 이기주의 공세 속에서 금속산별노조 건설이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는데 산별투쟁이 조직되지 못하고 있다
(4)제조업 공동화와 노동법 개악, 복수노조체계를 겨냥한 공세 등이 목전에 있다
위의 내용으로 민주노조운동, 금속노동운동의 위기를 설명하면서 금속연맹은 이제 현장통제 분쇄와 비정규직철폐 및 산업공동화 구조조정 분쇄투쟁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되, 그 형태를 금속과 자동차, 조선을 최대한 포괄하는 통합 산별노조로의 재편이라고 주장한다.
“금속노조 가입 전환투표로는 더 이상 답보상태… 통합산별추진위를 구성하여 구체적인 상을 제출하여 전환을 결의하게 해야 합니다”(이상욱, 양동규, [금속산업연맹 통합지도부 구성을 위한 제안], 04.11.20)
그리고 이를 위한 지도부는 제 세력의 통합지도부여야 한단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제 정파 중 누가 자신만의 힘으로 자본과 정권의 공세를 돌파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 통합지도부의 철저한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도록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적 앞에 힘을 모으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새로운 운동기풍…”(같은 글)
통합지도부 제안자들은 노동운동 위기의 현상을 실컷 나열해놓고서 그 원인진단은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몰라서 못한 것인가? 선의의 경쟁이 무엇인지, 여태껏 정파활동을 해왔으면서도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구조조정 저지와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지지부진했던 당사자들이 통합지도부를 제안하면서,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도 없이, 해결책으로 오로지 산별노조 건설을 주장하는 것은 개량주의-산별만능론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들은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노동자탄압이라는 적들의 공세에 맞설 자신이 없음을 이제야 자백했다. 그런데 정파를 넘어선 통합지도부 구성을 대중적으로 제안하는 마당에 자신들의 정치조직을 해체시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결국 대중투쟁 차원에서는 제 정파와 함께 통합하여 서로를 하향평준화 시키되 ‘서랍 속 정치’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스스로 현장투쟁을 돌파할 정치적 자신감은 없는데 정치조직의 형식은 유지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통합지도부가 바로 ‘사회적 합의주의와의 담합지도부’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노동자의힘은 2004년 내내 사회적 담합 분쇄!를 위한 투쟁을 외쳐놓고서 정작 금속선거에서 현장단위는 사회적 합의주의 세력과의 담합을 제안하는 ‘지그재그’식 정치를 하고 있다. 이는 작년 민주노총 임원 선거에서 중도주의와의 담합을 또 다시 재현하는 것이다.
정파운동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파들의 담합 형태로서 위의 새흐름과 통합지도부 논의가 투명하게 자신들의 지도력의 기조와 투쟁 방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연맹과 지역본부 등 상층 집행부를 독점하면서 현장을 배제하는 사업, 활동의 결과가 지금 현장의 파편화를 막지 못하고 현장투쟁 없이 조합원들의 패배주의에 부합하는 관료주의적 지도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연맹을 비롯한 상급조직의 개량주의자들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투쟁을 명분으로) 대공장 이기주의라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수용하면서 정작 지금까지 계속 대공장 노동조합 집행부의 꽁무니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한 스스로의 재평가 없이 현상만 공유한 채, 문제다!라고 단언하면서 산별노조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것이 ‘새흐름’과 ‘통합지도부’ 주장의 문제다!
98년 현대차 정리해고 저지투쟁에서의 양보교섭 등 교섭중심주의를 폭로하고 굽힘 없는 생존권사수! 구조조정 분쇄!투쟁을 제시하면서 전투적 활동가들이 ‘혁신선대본’으로 금속연맹 선거에 임했던 때가 있다.
그 후 관료주의적 산별추진 세력들은 개량주의적 금속산별노조 건설에 반대하는 전투파들의 문제제기를 묻어두고 중소규모의 기업별 노조들을 모아 금속노조를 출범했다. 금속노조는 중앙집중제를 운영원리로 삼아 모든 현장투쟁들을 중앙집중 투쟁으로 전환시켰다. 그 결과는 현장투쟁과 결합되지 못한 산별 중앙교섭으로의 매몰이었다. 현장은 항상적인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에 시달리지만, 산별중앙에 의해 현장투쟁은 관리-통제되었다.
금속연맹 역시 임단협투쟁은 사업장별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했고, 지역사업은 더 부실해지면서 금속노조지회와의 관계도 멀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도부는 산별전환사업이 지지부진하자 그 책임을 경제주의적 실리주의가 현장에 만연해있다면서 모든 책임을 현장과 기업별노조에 돌렸다. 지역 내 연대활동은 금속연맹과 금속노조 소속 현장단위로 더 분리되어 약화되었다. 금속연맹이건 금속노조이건 금속 노동자들은 연맹과 노조에 별 희망을 걸지 않고 있다. 일상적 연대의 기회가 충분히 있지만 예전에는 가능했던 기본적인 사업들이 왜 지금은 안되는가?
이 뿐만 아니라, 2003년 말 민주노총 임원 선거과정에서 사회적 노동운동론자들과 노동자의힘 등의 부류들은 국민파에게 자리를 내 줄 수는 없다면서 소위 중앙파와 현장파의 후보 연합전술을 펼쳤다. 하지만 조직 형식주의적, 상층 중심의 ‘공동’후보 전술은 실패했다.
진정한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현장투쟁의 복원의 내용은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었던 결과이다. 물론 금속노조는 작년 선거에서 통합지도부를 출범시켰지만 불협화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새흐름은 계파연합에 비판하고 권력경쟁도 비판하지만, ‘서랍 속’ 정치와 대중추수주의가 그 ‘새로움’의 정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새흐름’과 ‘통합지도부’ 제안세력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담합 노선을 현장 여기저기에서 실현시키고 있다. 결국 이 두 세력들은 기존의 정파주의활동을 비판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정치조차도 대중활동과 분리시켜 버림으로써 자신들의 정치가 순전히 조합주의적-기회주의적 정치임을 드러냈다. 현장에서도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을 분리시키면서 경제투쟁을 부차화 시키고 순수정치투쟁을 옹호하더니 이제 아예 조합주의 노선을 무(無)노선인양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속연맹 선거과정에서 ‘정치를 서랍 속에 넣고’ 개량주의를 합의하려던 사회적 담합은 추진되지 못했지만, 그것도 잠시다. 앞으로 이들의 사회적 담합은 민주노조의 외피를 쓴 ‘전투적’ 담합으로 현장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 대중조직 지도부 구축에 대한 개량주의적 발상
- 정파운동과 공동투쟁을 혼동하는 것에 대하여
대중투쟁- 조직의 지도력은 상층중심의 담합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상층 담합으로 이뤄지는 지도력은 그야말로 대중과 분리된 관료주의적 조직화!다.
선거는 그전의 일상활동과 투쟁에 대한 평가의 한 국면으로서 지도력을 세워가는 과정이다. 또한 선거는 이후 투쟁의 방향과 주체에 대한 결의를 모아가는 수단의 하나로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지금 대중조직 선거의 모습은 단위사업장에서는 자본에 휘둘려 직접적인 탄압으로 후보진영을 형성하는 것도 어려운 지경인 현대중공업 같은 현장이 있는가 하면, 사측이 위장하여 합리성을 가장한 실리주의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단위현장에서의 대중조직 선거는 그 현장에서 노동자(노동조합)의 주도권의 역학관계를 반영하면서 그간의 민주파 세력들의 실력을 평가받는 계기이자, 또 하나의 현장권력투쟁의 각축장이다.
하지만 노동조합 상급단체 지도부의 선거는 어떠한가?
한편에서는 이러한 연장선에서 조합원직접 총선거의 형식이라면 이러한 노자간의 현장권력투쟁의 반영으로서의 의미가 있겠지만, 오히려 대의원대회에서 간선제 방식으로 이뤄지는 상급조직 선거이기 때문에 자신의 노선은 각 현장지도부의 세력관계를 반영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의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공공연맹 등 주요 상급조직들의 선거는 직접적인 조합원대중에 의해서 대중적 현장사업, 투쟁의 과정과 결과로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선거투쟁을 통해서 그간 투쟁의 왜곡된 지점이나 평가를 분명히 하고 앞으로의 대중투쟁, 현장투쟁 방향을 제시하고 당락에 관계없이 그러한 현장투쟁에 앞장설 것을 주체들이 결의하고 주체를 확대시키는 투쟁이 선거의 중요한 의미이다.
특히 현장에서도 선거의 왜곡은 현장조직운동의 대부분이 관료주의화 혹은 관성화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즉 현장조직은 조합원들의 왜곡된 정서와 혹은 ‘활동가’들 사이에서 보험처럼 작용한다. 보험은 평상시에 긴급한 필요를 대비해서 가입하는 것인데, 지금의 현장조직의 대부분이 평상시의 현장활동, 투쟁은 없이 가입만 하고 있다가 선거나 특정시기에 집권이나 출세를 보증하는 배경으로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장조직의 보험조직화 추세가 선거에도 작용하여 선거는 그간 투쟁에 대한 폭로와 평가와 이후 투쟁을 결의하는 노자간의 각축장이자, 각 세력들의 자기 평가의 장이기보다는 더 큰 출세를 위해, 혹은 자본에게 인정받기 위한 집권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야합의 장으로 자리잡는 경우들이 급증했다.
그것은 그동안 전혀 공동활동도 하지 않던 제 조직들이 특정조직, 예를 들어서 사측 조직에 대한 전선으로서 연합, 혹은 국민파에 대응하는 선거연합, 혹은 중앙파에 대응하는 국민파와 현장파들의 연합 등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비단 선거뿐만 아니라 산별노조 문제 등 주요한 결정의 시기에 이러한 상층 야합은 정치적 집권 목적을 두고서 이뤄져 왔던 것이다.
○ 선진 활동가들은 어떻게 대중조직 지도력을 형성할 것인가
대중조직에서 계급적 지도부- 파업 지도부 구성과 소환권 확보는 선거 집권 이상으로 중요한 투쟁이다. 특히 주요한 요구와 투쟁의 마무리과정에서 직권조인이나 양보교섭 등 지도부가 오류를 범할 때 불신임투쟁, 부결투쟁 그리고 해당 현장조직이 노조 집행부를 소환하고 투쟁대오 속에서 새롭게 대체지도부를 구성함으로써 투쟁을 지속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그리고 회사측 지도부, 어용지도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민주파의 공동활동과 투쟁도 중요하다.
그런데 현 시기 금속연맹 선거처럼, 소위 국민파가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와 다를 바 없는 개량주의, 중도주의 세력과 선거연합을 시도하거나 이것저것 다 모아서 민주대 어용전선을 긋는 것은 현장공동투쟁과 대중적 정파운동을 대립시키고 혼동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선거연합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현장조직 통합도 공동활동의 축적 없이 위기의식만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그렇게 조직통합이 된다면 그것은 서로가 별 노선적, 경향적 차이 없이 공동활동에 소홀해왔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며 차이에도 불구하고 통합하는 것이라면 그 통합 역시 얼마가지 못할 것이다. 만일 이것이 상층 중심의 현장조직 활동이라면 곧 선거 중심 활동의 파편화를 야기할 것이다. 즉 현장 중심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현장투쟁이 부재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근본적인 반자본주의, 혁명적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활동가들은 대중조직 지도부 형성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첫째, 대중조직을 투쟁하고 노동자 민주주의를 구현시키는 조직으로서 세우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간선제, 관성화 된 대의원대회, 교섭중심의 (산별)연대사업 등 관료주의화 되어가는 각종 제도와 정치를 깨기 위해 관료주의자들과 내부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둘째, 조합원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공세적인 계급투쟁, 즉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이 굳건하게 결합되는 모범적인 활동을 통해 노동자 대중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발굴되는 투쟁 주체와 함께 활동가들도 재훈련되고 검증받아야 한다.
셋째, 조합주의가 궁극적으로 개량주의, 기회주의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폭로함으로써, 노조운동 만으로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과 노동자계급의 온갖 개선이 근본적으로 이뤄질 수 없음을 각인시켜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 계급정치를 열어가는 구체적이고 공공연한 전국적 활동을 조직해야 한다.
넷째, 현 시기 정세에서 노동조합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선진활동가들의 정치적 결집과 대중투쟁의 전략적 과제를 공유하고 전술적 공동행동을 주도해서 조직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회주의-조합주의적 개량주의 세력(지도부)에 대한 투쟁과 반노동자성을 폭로해야 한다.
지금 많은 현장조직들이 2000년 이후 무력화되고 정체되었다. 97년 한국자본주의 위기와 구조조정 공세 속에서 개량주의에 대한 전국적 운동질서를 형성한 이후, 자신이 지도부를 장악하면서도 말로 외치던 투쟁성, 계급성을 실천적으로 전개하지 못하면서 현장에서는 ‘그놈이 그놈’이 되어버렸다. 이제 현장활동가들에게는 분명한 투쟁전략과 이를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가 부대의 조직화, 그리고 자본주의를 운동전망이 요구되고 있다.
파업이 만능은 아니듯이 집행부 장악 역시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파업은 그 자체로 노자간의 전쟁터, 혁명은 아니지만 전쟁을 준비하는 노동자의 학교이듯이, 집행부 장악- 지도력 형성은 그간의 활동에 대한 평가이자 이후 투쟁 방향을 정립하고 대중적으로 결의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지도부로서 결의하는 과정은, 단순히 집행권력을 잡아서 휘두르는 권력 추구가 아니라 오히려 구속과 탄압, 희생을 결의하고 결단하는 선도부대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어야 한다.
이미 2002년 발전노조 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패배주의, 2003년 6월 철도노조의 백기항복에서부터 출발한 2004년 궤도 ‘공동’투쟁, 철도노조의 양보교섭, 민주노총의 노동법개악 유보에 대한 파업중단에 이르기까지 개량주의 지도부들은 현장 노동자들을 불신하고 자기살길을 찾아가고 있다. 개량주의의 우산아래,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소수 노동자의 부귀영화를 위해 노동자계급 전체의 목숨을 갖다 바치고 있다.
우리는 제대로 된 현장투쟁 기풍과 조합주의를 넘어선 정치전망을 고민하고 현장 곳곳에서 투쟁하는 지도력을 형성하는데 몸소 나서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개량주의자, 기회주의자들이 발붙일 수 없도록, 일상적인 대중활동 자체가 사회적 담합을 분쇄하는 투쟁이 되도록, 제대로 된 정파투쟁과 현장의 공공연한 공동활동을 전개하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