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
Category |
![]() |
|
노정협
|
2012-05-21 00:08:11, 조회:6,800, 추천:381
|
![]() |
|
|
![]() |
유럽선거와 계급투쟁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역시도 선거의 계절이다. 최근 프랑스, 독일, 그리스 등 유럽에서 중요한 선거가 끝났다. 자본주의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들의 격렬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의 선거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5월 6일 대선이 있었다. 이 대선에서 대중운동연합당(UMP) 사르코지가 낙선했다. 대중운동연합당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새누리당이고 사르코지는 프랑스판 이명박이라고 보면 된다. 2007년 5월 16일 사르코지가 당선되고 나서 한 달 여 뒤 열린 총선에서 대중운동연합당은 원내 제1당이 되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이 취임 초기 엄청난 인기를 끌었듯, 사르코지의 인기도 하늘을 찔렀기 때문에 사르코지 당이 원내 1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당선된 뒤 노동자 임금삭감, 정리해고, 노동악법 도입, 민주주의 파괴 등 노동자 민중에 대한 악랄한 공격을 자행했다. 재정적자를 해결한다는 이유로 사르코지는 긴축정책을 강요하면서 노동자 민중의 원성을 샀다. 임기 동안 부패 추문에 시달린 사르코지는 퇴임 뒤 면책기간이 끝나면 집권 기간 동안의 비리문제로 사법처리 될 수 있다.
이번 대선 결선 투표에서는 지난 11년간 사회당(PS) 당대표였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51.67% 대 48.3%로 사르코지를 물리치고 집권에 성공했다. 프랑스 사회당은 1981년부터 1995년까지 미테랑 대통령이 집권을 한 뒤에 정권을 잡지 못하다가 사르코지에 대한 대중적 분노와 원성이 쌓일 데로 쌓이게 된 덕택에 무려 17년 만에 정권을 잡게 된 것이다.
5년 동안 지긋지긋했던 사르코지가 떨어지고 사회주의자임을 자임하는 ‘좌파정권’인 사회당 올랑드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일대 사변이 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우익적인 사르코지가 낙선한 것은 프랑스에서 노동자들이 사르코지 정권에 맞서 격렬한 투쟁을 벌여온 성과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정치적 지형이 워낙 우경적이어서 ‘좌파’하면 ‘빨갱이’로 생각하겠지만, 프랑스 사회당은 과거 미테랑 정권 시절에 자본가 정권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다만 사르코지와 다르게 사회당 올랑드는 3천3백 명에 달하는 아프간 파병 프랑스 군의 철수, 부자에게 세금 인상, 일자리 창출, 긴축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당선되자마자 올랑드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3월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25개 회원국이 체결한 긴축 중심의 ‘재정협약’을 재협상을 통해 폐기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당 정권이 재협상을 통해 ‘신재정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 내에서 가장 힘이 센 독일과 맞짱을 떠야 한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긴축정책만이 유럽 연합의 몰락을 막는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역시 재정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에 사회당 정권의 긴축정책 폐기는 말 그대로 공약(空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회당 정권이 설령 긴축 정책을 폐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공황과 재정적자라는 외부적 상황이 긴축정책을 폐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프간에 파병된 프랑스 군대의 철수 역시 미국의 재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약처럼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프랑스 자본가들과 국내외의 자본 투자자들이 부유세 도입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고, 실제로 금융시장에서는 외국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철수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테랑 정권 역시 1981년 집권했을 때는 사회복지 강화 같은 친노동자 정책을 구사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여 반노동자, 반민중적 정권이 되었다. 이 때문에 사회당 정권은 노동자 민중의 불만을 사면서 권력을 우파정권에게 빼앗겼던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사회당 같은 ‘좌파정권’과 우파정권이 노동자 민중을 기만하며 번갈아 집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사회당 정권도 마찬가지다. 이미 유럽에서는 그리스, 스페인 정권이 사회주의를 당의 이름으로 내건 사회당 정권이었다. 그러나 양국 사회당 정권은 공황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닥치자 공히 긴축정책을 내세우며 노동자 민중에 대한 혹독한 탄압을 자행하였다. 말만 ‘사회당’이지 프랑스 사르코지와 하나도 다를 게 없는 반노동자적, 반민중적 정권이기는 매 한가지였다. 이 때문에 스페인 노동자들은 사회당 정권 동안 수차례 총파업 투쟁과 수백만이 결집하는 집회투쟁을 전개했다. 작년 2011년 11월 선거에서 스페인 사회당 정권은 우익정권에게 권력을 내놔야 했다.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그리스 사회당 역시 집권 내내 노동자 민중을 혹독하게 탄압했다. 과거 미테랑 정권 시절 프랑스 사회당의 모습이 오늘날의 그리스 사회당의 모습이고, 프랑스 사회당의 내일의 모습이 오늘날 그리스 사회당의 모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계급관계의 정확한 반영인 그리스 선거
그리스는 공황이 가장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고, 계급투쟁 역시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국가 중의 하나다. 그리스는 2008년 이후로 경제성장이 후퇴했는데, 특히 2010년, 2012년에는 각각 7%씩 후퇴했다. 그리스 실업률은 21%인데, 이중 청년실업률은 50%에 달한다. 세계은행, IMF, 유럽중앙은행 같은 그리스에 대한 채권자들은 6월까지 150억 달러 추가 예산 감축을 하지 않으면 그리스가 파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고 있다. 긴축정책을 내세워 대대적인 정리해고, 임금과 연금삭감, 복지후퇴 등 대대적인 공세가 가해지고 있다. 그리스 노동자 민중들은 수년 째 이러한 긴축정책에 맞서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심각한 재정적자 상태에 빠진 그리스 사회당(PASOK) 정권은 유럽중앙은행 등이 제공한 250억 달러 구제금융 대가로 철저하게 긴축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격렬하게 일어나서 정권이 위기에 처하자 사회당은 2011년 11월 제1야당이었던 중도 우파 성향의 신민주당(ND), 극우정당인 라오스(LAOS)와 함께 연정을 구성해서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월 6일 그리스 선거가 치러졌다. 파쇼정당(Golden Dawn 황금 여명당)부터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는 그리스 공산당(KKE) 같은 극좌까지 모든 정당들이 선거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그리스 대선은 그리스 대중들의 요구, 열망, 계급투쟁과 계급역관계가 정확하게 반영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그리스에서 오랫동안 집권정당이었고, 과두연정의 중심축인 그리스 사회당은 2009년 대선 44% 득표에서 13.2%로 참패했다. 의석수는 160석(그리스는 제1당에게 50석을 추가 보너스로 제공하기 때문에 원래는 원래 득표로는 110석이었다)에서 41석으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사회당과 연정을 구성했던 신민주당(ND)은 2009년 33.5% 득표에서 18.9%로 떨어졌다. 그러나 득표 제1당에게 50석을 보너스로 제공하는 제도 덕택에 의석수는 오히려 91석에서 108석으로 늘어났다. 신좌파, 환경주의자, 대안지구화운동, 트로츠키주의자, 그리고 사회당에서 분리한 세력들이 연합한 시리자(SYRIZA, 급진좌파연합)는 2009년 4.5%에서 16.8% 득표로 의석수가 52석으로 늘어났다.
그리스 공산당(KKE)은 2009년 7.5%에서 8.5% 지지 상승으로 의석수는 21석에서 26석이 되었다. 시리자에서 분리한 세력과 사회당에서 분리한 세력이 연합한 민주좌익당(DL)은 6.1% 득표로 19석을 획득했다. 사회당, 민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했다가 떨어져 나온 우익 정당 라오스(LAOS)는 3% 미만 지지를 얻어 기존 17석에서 의석수를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반면에 극우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내세운 황금여명당(Golden Dawn)은 7% 지지로 2009년 17석에서 21석으로 늘어났다.
이번 선거의 주요 특징은 집권 사회당이 참패하고 연립정권에 참여했던 신민주당과 연립정권에 참여했다가 떨어져 나온 라오스 정당이 지지율이 동반해서 크게 떨어졌다는데 있다. 그리스 노동자 민중들은 긴축재정을 이유로 노동자 민중들에게 가혹한 공세를 취했던 과도연립정권 세력들에게 참패를 안겼다. 대신 긴축정책에 반대해온 시리자, 그리스 공산당, 민주좌익당은 합쳐서 2009년 34석에서 97석으로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 결과는 1958년 이후로 ‘좌파’세력들이 최대의 득표를 한 것이다. 반면 연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황금여명당 같은 극우파쇼당이 약진했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세력들 중에서 시리자의 약진이 가장 두드러진다. 사회당에서 분리한 세력들이 결합한데다가 시리자가 재정긴축에 반대해서 투쟁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대중투쟁에서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그리스 공산당은 득표수가 약간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 결과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시리자는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지 않고 긴축안에 대한 재협상을 주장한다. 시리자는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즉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제공 대가로 노동자 민중들에게 가혹한 공세를 취하는 것을 중단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반면 공산당은 트로이카와의 재협상이 아니라 독점자본주의 국가 연합인 유럽연합 전면 탈퇴와 독점자본주의 타도를 주장한다. 그리스 노동자 민중들에게 시리자의 요구는 가장 현실적인 요구로 비춰지고 있다. 반면 공산당의 주장은 그리스가 감당할 수 없는 파국적인 상황으로 그것은 바로 변혁적 상황의 도래를 의미하기 때문에 민중들 다수는 공산당을 선뜻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
변혁이냐? 반동이냐?
대결전을 앞둔 그리스
이번 그리스 선거에서는 어느 당도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시리자는 공산당과 민주좌익당에 연립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그리스 공산당은 이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따라서 그리스는 6월에 2차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2차 선거에서는 현재 시리자가 20% 정도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제1당에게 50석을 얹어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민주좌익당과 연정을 하면 시리자가 중심이 되는 ‘좌파연립 정부’가 그리스 집권당이 될 수 있다.
그리스 공산당은 시리자의 연립정부 구성을 왜 반대하는가?
그리스 공산당은 정부 구성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그 이름이 무엇이든지 간에 선거 이후 당들의 연정으로 만들어지는 어떠한 정부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부는 인민들을 위해 어떠한 긍정적인 것들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이 정부는 자본가의 필요와 이익,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구의 요구를 따르게 될 것이다.(그리스 공산당 중앙위원회, 『당의 역할과 책임은 증가하고 있다.』, 2012년 5월 7일)
사회민주당 강령을 가지고 있는 시리자는 인민들에게 선거 이전과 선거기간 동안 그 당이 말했던 뻔뻔스러운 거짓말, 즉 독점자본과 제국주의 연합과 대결 없이도 인민들을 위해 더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그 당이 과거에도 조장했고 지금도 조장하고 있는 환상에 대한 엄청난 책임이 있다.(그리스 공산당 중앙위원회, 『2012년 5월 6일 선거 결과에 대한 그리스 공산당(KKE) 중앙위원회의 성명서』, 2012년 5월 7일)
그리스 공산당은 시리자에 대해 기회주의적인 사민주의 정치세력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리자의 주장이 대단히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별로 현실성이 없는 공상적인 주장이다. 유럽연합 같은 국제독점자본주의 체제와의 재협상을 통해 노동자 민중들에게 강요하는 가혹한 긴축조치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시리자의 주장은 인민을 기만하고 현혹하는 주장이다. 시리자가 ‘급진좌파연합’이라는 당명칭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국주의 체제와 그리스 독점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본가들의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리자가 자신들의 주관적 의지만으로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객관적인 착취법칙을 거부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리스 사회당과 인접한 스페인 사회당이 실제로 걸어 왔던 길이다.
6월 2차 선거를 전후하여 채무만기가 도래하는 그리스는 파산으로 가느냐 또 다시 더 가혹한 긴축을 조건으로 부채상환을 연장 또는 일부 탕감받거나 추가 구제금융을 받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독일 등 유럽연합에서는 그리스가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더 가혹한 긴축을 하지 않는다면 파산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의 파산은 그리스에 빚보증을 서고 있는 유럽연합 국가들과 금융자본의 공멸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유럽연합 일각에서는 ‘통제된 파산’으로 가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차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시리자가 사회당을 대신해서 집권하든지 간에 그리스는 파산이냐, 부채상환 연장 또는 탕감의 대가로 더 가혹한 긴축을 하느냐의 막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만약 시리자가 2차 선거에서 집권하여 사회당의 길을 따라 간다면 그리스 노동자 민중들에게 남아 있는 최후의 선택은 공산당 아니면 이번에 부상한 황금여명당 같은 파시스트 당밖에 없다. 전자는 그리스에서 변혁적 정세를 조성하여 스페인,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전체에 변혁의 정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반면, 후자는 전쟁과 학살로 점철되는 파시즘의 길이다. 따라서 그리스 2차 선거는 단지 선거가 아니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뒤흔들고 있듯, 그리스 정치위기는 전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파국으로 뒤흔들게 될 것이다.<노/정/협>
|
|
|
![]() |
![]() |
 |
|
![]() |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