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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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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9 10:08:35, 조회:7,939, 추천: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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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북 ․ 반공 국제대회 :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 이병진(전 경희대 강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 중)
왜 하필 지금, 서울인가?
3월 26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서 두 번째로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하여 2010년 워싱턴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겉으로는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위한 핵 테러 대비를 논의하기 위해 세계 50여개 국가 정상들이 모이는 것이라고 선전한다. ‘북핵문제’를 다루기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국제적 수준에서 팽팽한 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그것도 평양을 지척에 둔 서울에서 회의가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2월 27일 “이번 회의는 북한·이란 핵문제가 주제는 아니지만, 별개로 몇몇 나라가 성명서를 낸다거나 발언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짓말이다. 이북은 물론이고 이란핵 개발을 둘러싸고 전운이 고조되는 시점에 ‘북한․이란 핵문제’가 핵심 주제가 아니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진한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미 언론에서도 이런 표면적인 이유와 달리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진짜 목적은 이북에게 “핵 포기 압력”을 주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본말전도 우려되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경향신문 사설, 2012년 2월 17일)
이 글은 이북이 핵을 보유하게 되는 역사적 과정을 분석하여 독자들이 ‘북핵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 글의 시각은 사회주의 노선을 고수하려는 이북과 이를 고립. 압살하려는 미 제국주의(이하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결과로 이북이 핵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실현하고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를 만들려면 이북의 핵 포기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이북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출하고자 한다.
그런데 미국은 이북의 체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핵안보정상회의 무대에 이남을 앞세워서 이북을 압박하고 있다. 왜? 미국은 이북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이북을 핵 테러 국가로 범죄시하려는 걸까? 그 의문을 풀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숨은 의도가 드러난다.
1992년 평양선언 : ‘사회주의는 필승불패이다’
동유럽과 쏘비에트연방공화국(USSR)의 해체는 현실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을 의미했다. 인도와 같은 제3세계 국가들도 쏘련과 미국 사이에서 독자적 입장을 취하는 비동맹 외교노선을 접고 친미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었다. 바로 그 때 인구가 2천만 명에 불과했던 아주 조그만 나라인 이북이 (겁도 없이 :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을 반대하며 사회주의 노선을 계속 가겠다고 1992년에 공개적으로 ‘평양선언’을 한다. 제3세계 피압박 민족들의 자주성을 옹호하고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이북을 그대로 놔둘 수가 없었다. 걸프 전쟁에서 이라크의 바그다드가 폭격으로 쑥대밭이 되는 모습이 CNN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나온 평양선언은 국제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왔다.(필자가 인도에서 유학 중이던 1990년대 초에 델리대 교수들과 친구들은 이남보다 이북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평양선언이 제3세계 국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하여 미국은 핵사찰을 구실로 이북을 압박하였다. 미국이 왜 북을 압살하려하는지에 대한 채만수의 분석은 탁월하다.
“북이 자본가와 지주의 재산을 몰수한 사회주의 국가, 노동자․인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들 제국주의, 곧 독점자본의 입장에서는 사회주의 국가, 노동자 인민의 국가의 존재는 그 자체가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도전․위협으로써 절대로 그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며, 그리하여 저들은 과거 쏘련을 상대로 벌였던 냉전과 똑같은 이유와 목적에서 북을 압박하고 적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저들은 충분히 영특해서, 그러한 냉전과 위협․압박․적대가 현 조건 하의 사회주의 국가와 인민에게는 커다란 장애․손실․고통이며, 자신들에게는 치부의 수단일 뿐 아니라 과잉생산의 압박을 다소라도 완화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다.”(채만수, 2008.118-119쪽)
핵사찰 압박과 경제제재로 고립된 이북은 ‘고난의 행군’을 하며 “굶어 죽으나 전쟁하다 죽으나 죽음은 매 한가지다. 죽을 바에야 전쟁을 하겠다.”고 하였다.(필자가 92-93년 평양 방문 때 노동자들과 인민대중, 심지어 젊은 학생들에게서 이런 말을 직접 들었다. 매우 심각하고 비장하였다.) 결국 이북은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며 ‘준전시’를 선포하여 전쟁 발발 직전에 이르렀다.
‘악의 축’, 핵 선제공격 그리고 이북의 핵무장화
이북이 준전시를 선포하고 미국도 실제 군사행동을 하려고 준비하자 이남 사회는 라면 같은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지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미국은 전쟁에서 승리하여도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보고 이북과 극적으로 제네바 합의를 하였다. 이북은 핵 활동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은 경수형 원자로 발전소 2기를 제공하고 그것이 완공될 때까지 매년 50만 톤의 중유를 공급하며, 정치적․경제적 적대관계를 풀기로 하였다. 그러나 미 공화당이 정권을 잡자 제네바 합의는 무용지물이 된다.
2002년 1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란, 이라크과 함께 이북을 타도해야할 ‘악의 축’으로 규정하였다. 2002년 9월 미국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 보고서에서는 '선제 전쟁(preemptive war)', '정권교체(regime change)' 독트린을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 나온 대로 실제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여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체포 처형하였다. 이런 환경에서 이북은 사실상 제네바 합의가 별의미가 없다고 보고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고,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한다.
이처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이북이 핵무장화를 촉진시켰던 것이다. 부시 정권은 봉쇄와 압박으로는 이북의 핵무장화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북-미 직접 협상을 전제로 6자회담 3단계 회담을 갖기로 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전략적 인내’로 시간을 끌며 또 다시 이북을 시험하자 이북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하였다. 2010년 5월에는 핵융합 실험(고농축우라늄 실험)을 하였고 그해 11월에는 대규모 농축우라늄 시설을 전격 공개하였다. 이제 이북의 핵무기 보유는 사실상 기정사실이 되었다. 미국의 대북 핵억제 정책은 실패하였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의도
미국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핵물질의 유통과 생산을 막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제일 많은 수만 개의 핵무기를 생산하고 보유한 국가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핵선제 공격을 운운하며 비핵국가들을 위협한다. 미국의 본심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의 ‘핵무기 없는 세상’일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미국에 대항하여 핵을 보유한 이북에게 본때를 보여 비핵 국가들의 핵보유 의지를 꺾으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의 정상들을 서울에 불러 모아 이북의 핵무기 보유를 비난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이북을 응징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이는 세 가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
첫째, 이북과 핵무기 또는 핵물질을 거래하면 핵 테러 행위로 간주하여 보복하겠다.
둘째, 이북의 핵개발을 핵 테러로 범죄시 하게끔 만들어 미국의 대북 핵억제 실패를 은폐하는 한편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 의구심을 갖고 핵개발에 나서려는 비핵 국가들의 동요를 막는다.
셋째, 중국을 통제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배를 강화하려는 군사적 목적을 정당화한다.
이처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현존하는 사회주의 국가인 이북을 고립․압살하려는 미 제국주의 국가를 위시로 하는 자본주의 국가들이 결집하는 국제 반북. 반공대회의 성격을 갖고 있다. 세계 각국이 모이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연합군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미국과 이남의 보수지배 계급은 ‘핵 없는 세상’의 환상을 유포하며 핵무기를 보유한 이북을 테러집단으로 간주하여 응징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남의 독점자본가 계급과 보수지배 세력은 운동 세력은 물론이고 전쟁 없는 세상, 평화와 통일을 갈망하는 소박한 염원을 가지고 있는 대중들조차도 종북과 친북 세력으로 몰아 탄압하여 지배체제를 확고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미국은 이북을 폭력적으로 압살하여 쏘련 해체 이후 남아 있는 사회주의 국가의 씨를 말리려 하였지만 지난 20년 동안 동북아의 정세를 살펴보면 미국은 이북에게 패배하였다. 이번 핵안보정상회담으로 이를 만회하려 하지만 성공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이 이북의 핵보유를 승인하였고, 인도는 호주에서 우라늄 수입이 미국의 압력으로 거부되자 여러 가지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를 독점한 뒤 개별적인 독립 국가들의 핵개발은 ‘테러’라고 딱지 붙이면서 독점자본가들의 핵발전소 산업의 뒤를 봐주고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의 이런 치부를 가리고 은폐하는 위장막에 불과하다.
3월의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지전과 전면전이라는 전시상황을 염두에 둔 ‘키리졸브 훈련’이라는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군 2천 백 여 명과 한국군 사단급 이상 병력 20만 명이 총동원된다. 이어서 곧바로 3월 1일부터 두 달 동안 한미 합동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이 실시되는데 여기에는 미군 만 천여 명과 한국군 사단급 이하 규모가 총집결해서 지상과 공중, 해상, 특수작전 훈련을 벌인다. 게다가 포항에서는 팀 스피릿 훈련 이후 최대 규모의 한미 해병대 연합 상륙 훈련도 실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북에서는 '전쟁을 위한 선전포고'라고 비난하며 "거족적 성전(聖戰)을 벌일 것"이라며 맞대응을 하고 있다.
‘평화롭고 안전한 세계’라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아름다운 구호 뒤에서 실상은 한미의 군사력이 총동원되는 위험천만한 준 전시상황의 무력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준 전시상황은 일순간에 전시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고조되는 긴장과 전쟁 위험을 막고 평화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2년 2월 23일 씀.
참고문헌
채만수, 2008, “평양 측의 핵실험”, 《피억압의 정치학》(상), pp.109-125, 노동사회과학연구소.
크리스토프 블러스, 2008, 《한반도 딜레마》, 한울
신문기사 자료
사설, “본말 전도 우려되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경향신문, 2012년 2월 17일
손제민 기자, “야당.시민단체 ‘핵안보 아닌 핵 없는 세상을’ 원전 폐기 의제화”, 경향신문, 2012년 2월 16일
전병역기자 “한.미, 3월 대규모 상륙 훈련”, 경향신문, 2012년 1월 20일
유신모 워싱턴 특파원, “북, 농축 우라늄 핵실험 논문, 사실일 땐 6자 비핵화 ‘무의미’”, 경향신문, 2012년 2월 7일
최민영 기자, “이란 핵개발 박차, 중동 핵도미노 오나”, 경향신문, 2012년 2월 20일
전병역.박영환 기자, “미군 전력 아․태 지역 집중…육군 병력, 해․공군 장비 감축”, 경향신문, 2012년 1월 7일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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