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신
|
2005-07-24 18:24:53, 조회:2,417, 추천:379
|
남한 노동자계급은 북 핵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해묵은 전쟁위기 과대포장, 그리고 제자리로…
최근 북한의 6자 회담 복귀가 낙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북한 핵보유 선언에 따라 감돌던 전쟁 위기감은, 최근 북한 관련 언론 보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이 “6자 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과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자 남한 언론들은 “제네바 합의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 그리고 핵확산 금지조약을 위반하고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정욱식,「한반도 시나리오」)을 쉴 새 없이 비난했다.
미국발 위기 조성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미 94년 북한 핵 개발 문제로 일촉즉발의 전쟁 직전의 상황이 있었다. 98년에는 작전계획 5027-98을 발표해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공격이 단지 말로만이 아닌, 구체적인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01년 ‘테러지원국’ 재지정 및 2002년 악의 축 발언, 03년 한미연합훈련 명목으로 핵 항모 칼빈슨 호 부산 입항 및 스텔스, F-15E 전투기 배치 및 같은 해 핵 항모 키티호크 호 일본 입항 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라크 침략의 선봉에 섰던 핵 항공모함이 의료봉사 목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미국은 MD와 같은 세계적 군사 재편을 추진하는데 북한의 핵을 적절히 명분으로 이용해 왔다. 작년 켈리 특사의 방북이후 보여줬던 미국의 공격적인 태도라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서는 벌써 물리적인 공격이 있었을 법하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핵 무기고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했어도 “놀랄 것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반응은 냉담하리만큼 차분했”다.(세종문제연구소,「정세와 정책」, 2005년 특집호)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북한과 관련되어 조성되어 왔던 많은 위기국면은 과도하게 부풀려져 왔다. 그리고 이 과장된 위기를 통해서 미국과 남한 자본, 정권은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왔다.
이번에 또 조성된 ‘북핵 위기’는 남한자본과 정권, 미국 등의 ‘북의 핵 포기’와 북한의 ‘북한의 체제 인정’ 주장이 대립되면서 고조되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곧 전쟁의 원인처럼 조장되었는데, 지난 이라크에서 화학무기의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으면서도 무력 침략을 자행하는 미국을 기억해 보라! 실제 전쟁이 터진다면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는 이미 중요한 게 아니다. 그저 하나의 껀수(명분)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남한 자본가들과 정권이 말하는 북한의 핵 포기(비핵화)가 화해, 평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것은 기만이다.
아니, 남한에 주둔하는 미군이 전략 핵탄두를 갖고 있는데, 북한만 핵을 포기하면 ‘비핵화’가 된다고? 미국 언론의 보도에서 흘러나왔던 북한에 대한 핵 공격 협박은 뭔가? 북한의 인권문제가 심각하다고? 91년 1차 걸프전에서만 이라크에서 150여만 정도의 노약자가 사망했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지난 2차 걸프전에서 드러났던 비인간적인 사살, 포로 학대는 무엇이었던가? 누가 누구보고 인권문제를 껀수 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북핵 문제를 보는 모든(?) 입장은 ‘비핵화’로 통한다?
운동 진영이든 기만적인 남한 자본과 정권이든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 대한 입장은 한 마디로 압축하면 ‘비핵화’이다. 물론 각 세력 간에 이 ‘비핵화’의 의미는 다르게 제기된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의 조건으로 남한 내 미군보유 핵탄두의 철수를 실현시키고, 이에 따라 ‘한반도가 비핵화’될 수 있다는 민족주의적 입장과 민주노동당 류의 경우처럼 좌파를 가장한 양비론적인 비핵화 입장이 그것이다.
우파들(민족주의자)의 입장은 북한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들여온다. 미국의 의도는 한-미-일 동맹 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북핵 위기를 조장하여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 선언을 통해 “양자회담을 요리조리 피해왔던 부시 정부를 … 양자회담에 끌어내는 것이 … 전술적 목표라면, 양자회담에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 …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북(조선)의 전략적 목표다.”(한호석, 「6자회담 중단 이후의 한반도 정세」, 통일뉴스, 5.22)
그리고 “북(조선)에 대한 핵전쟁 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남(한국)을 군사적으로 지배해온 미국의 점령군을 한(조선)반도에서 영원히 몰아냄으로써 한(조선)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한호석, 「6자회담 중단 이후의 한반도 정세」, 통일뉴스, 5.22)하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경우도 “미국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북․미 핵 공방’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하여 최근 있어왔던 위기 조성의 원인제공을 미국이 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반전 반핵 평화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노동당은 미국이건 북한이건 핵을 무기로 하는 어떠한 시도나 협상에도 반대한다.”(민주노동당, 5.11 논평)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핵 보유를 찬성할 건지 말 건지에 빠지면 자본가계급에게 힘만 실어준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거나 혹은 안된다는, ‘명확히 다른’ 두 입장 모두가 남한 자본가 권력을 강화시키는 것에서는 하등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남한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에 일조하는 것이다.
예컨대 우파들의 입장을 보자. 6월7일자 통일뉴스에서는 북핵문제와 6․15 민족통일대축전의 문제를 보면서 “민족통일협의기구가 맨 마지막에 완성된 형태는 남북의 정부 당국이 주도하고 각당, 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이 동참하는 것 … 조국통일운동은 그야말로 비약적으로 강화․발전 될 것”이라고 한다.
우파들에게 있어서 북핵문제에 노무현 정권의 ‘자주적’ 행동에 희망을 거는 것과, 건설플랜트, 금강화섬 등 노동자들에 대해 노무현 자본가정권의 폭압에 맞선 노동계급의 ‘전쟁’을 방불케 한 투쟁은 다른 차원의 문제로 인식될 뿐이다. 과거 대우차 정리해고 분쇄 투쟁 때 “GM 매각 철회하면 정리해고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은 우연히 나온 실수가 아닌 것이다.
국가란 계급간의 적대관계가 화해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나타내어 주는 것이며, 그러한 계급대립의 산물이기도 하다. 국가란 계급 사이의 대립이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결코 화해될 수 없는 시점에서, 그리고 화해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 반대로 국가의 존재는 계급간의 적대적 대립이 화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레닌,「국가와 혁명」)
국가의 통제장치와 억압기구의 계급적 본질을 보지 못하고 민족적 관계를 중심으로 바라보려 하기 때문에, 각 국가 간의 근본적인 이해관계의 모순, 즉 계급모순의 관계는 오히려 민족문제의 부차적인 것으로만 취급된다.
그러다보니 이들 우파의 시각에는 현재의 남한 자본가정권이 함께 할 수 있는 상대라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즉 계급적 본질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고 국가 권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계급이라도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비판적 지지’가 끊이지 않고 나타나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남한의 노동자계급은 북한의 정치력에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하루도 쉬지 않고 노사관계 로드맵이니, 파견법 개악이니 노동자 잡자고 중무장을 하고 쫓아오고 있는데도, 개혁적(?) 성향의 정권이기 때문에(햇볕 정책의 계승자를 자처하기 때문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자는 것 아닌가? 이거야 말로 자본가들이 손뼉 칠 일 아니겠는가?
최근에 북한 핵보유 선언 및 6자 회담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한․ 일간의 독도 영유권문제, 중국 고구려사 왜곡 문제 및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신사참배 문제 등의 민족주의적 갈등이 고조되어 왔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남한의 자본가계급은 한일 FTA 추진, 중국 시장에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 교역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자본은 민족주의적 갈등이라는 것 때문에 자신들의 이윤까지 포기하지는 않는다.
국가를 계급의 지배 도구로 보지 않고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 보게 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자본가계급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민족화합의 장으로서 자본가 국가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것 자체가 “(쁘띠 부르조아 정치가들은) 질서란 계급들 사이의 화해를 의미하며, 한 계급에 의한 여타 계급의 억압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주장”(레닌,「국가와 혁명」)하는 것이다.
민족주의 자체는 자본주의 체제가 성립되면서 나타난 자본주의적 사상이다. 노동자계급은 “정치적 지배권을 획득해야 하므로, 자신이 스스로 그 민족을 구성해야 하므로, 비록 부르조아적 의미는 아니지만 그 자체가 민족인 것이다.”(맑스,「공산당 선언」)
그러나 지금 북핵문제에서도 나타나듯이 민족의 시각으로 계급을 부차적으로 놓는 것은 부르주아적 의미이며 그 결과는 자본주의 체제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가계급의 입장에서 민족주의는 노동계급의 투쟁을 희석하기 위한 강력한 사상적 수단의 하나이다. 북핵 문제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과의 민족주의적 갈등을 통해서 남한 사회적 위기의 핵심을 민족주의적 문제로 돌리게 하고, 같은 민족으로서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국민통합을 강화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반전, 반핵, 평화를 주장하며, 이에 따라 미국 제국주의의 핵 철수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시기에 미국과 북한을 막론하고 핵을 무기로 한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 포기를 해야 한다는 남한 자본가, 정권의 주장과 같아진다. 지금 핵을 무기로 한 어떠한 시도를 하는 것은 바로 북한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반전, 반핵을 주장하지만, 계급적 관점이 아닌 ‘국민적 관점’ 속에서 당면한 시기에 뭔가를 말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실제적으로는 미 제국주의와 남한 자본가들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이렇게 말한다. “압박용이라 할지라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일단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당장 남북한이 연대하고 아시아가 함께 평화적 연대를 구축해서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고.(민주노동당, 5.11 논평)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평화적 연대는 누구와의 연대이고, 그 귀결점은 어디인가? 아시아의 일본 등의 자본가 국가들과? 이들은 북한을 비롯한 새로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세계 제국주의 질서 속에 백기 투항할 것을 주문하는 소위 한-미-일 공조의 당사자 국가가 아닌가? 민주노동당은 무언가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아무것도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의 다른 자본가 국가들 역시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는 하등의 차이가 없다.
민주노동당이 진정 남한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 제국주의가 조장해왔던 ‘북핵 위기’ 등을 일소하길 원한다면 오히려 아시아 노동자계급의 연대를 명확히 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은 단지 “미국의 대북강경책 포기를 강하게 주장함으로써 6자회담 재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펼쳐나갈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할 일 다 한 것처럼 생색내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만약 민주노동당의 주장처럼 실질적인 미 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이 되려면 지금의 남한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가정권의 공격을 전투적 투쟁으로 막아내고, 이를 통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주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민주노동당은 이번 6월 파견법 개정 문제에서 “안건 심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남한 자본가들의 노동자에 대한 공격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에 이미 타협하지 않았는가? 경찰청 고용직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에도 송출탑 점거를 기만적으로 점거하지 않았는가? 원칙적으로 반핵, 반전, 평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자본가 국가의 야당(국민정당)으로 자리 굳히기를 하는 민주노동당은 그렇기 때문에 이번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대한 입장에서 결과적으로 남한 자본과 미 제국주의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사회주의는 제 민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한다. … ‘폭력’ 일반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혁명을 부인하는 속물임을 의미하는 것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궤변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기만하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다(레닌,「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배신자 카우츠키」)
결국 남한 운동진영의 우파(민족주의 세력)와 민주노동당은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문제에서 계급간의 적대적인 투쟁을 빠뜨리다보니, 당면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 대해서도 단지 핵무기를 가져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협소한 문제의식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본질을 피해가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둘 다 모두 현재의 남한 자본가들과 국가의 이해에 봉사하게 된 것이다.
나는 ‘내’ 나라의 관점에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준비, 선전과 가속화에 있어서의 나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레닌,「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배신자 카우츠키」)
이런 한계는 바로 우파나 민주노동당 류의 두 가지 주장들이 바로 남한 노동자계급의 입장,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출발한다면 우리는 지금의 제국주의 시대에서 남한 자본가정권에 대해서나 아시아 자본가 국가들에 대해서나 평화적인 애걸과 형식적인 상층의 연대에 의해 지배 계급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군비를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임을 즉각 인식할 수 있다.
계급 적대성의 원칙, 국가의 계급성에 기초할 때에만 북핵, 민족문제도 풀린다
전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연하고 특수한 그 무엇이 아니다. 굳이 전쟁까지 가지 않더라도 전쟁의 위기를 부추기거나 또는 다른 방식으로 하나의 국가가 다른 하나의 국가를 억압하는 것은 “전쟁은 다른(폭력적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레닌,「사회주의와 전쟁」)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방식의 상호간 협약뿐만 아니라 전쟁 역시도 자국 자본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선택가능한 방식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본이 자기 증식하는 본성과 국가라는 영역은 제한되어 있고, 그 영역이 포괄하는 시장 역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자본은 점점 독점화 되면서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해야 하고, 세계 시장에서도 국가권력의 물리적 힘을 바탕으로 시장지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한다.
제국주의, 즉 20세기에 들어와서야 결국 성숙하게 된 독점자본주의는 그 기본적인 경제적 제특성으로 인해 평화와 자유에 대한 최소 애호와, 군국주의를 최대한으로 그리고 보편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레닌,「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배신자 카우츠키」, 강조는 필자)
지금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 대해 남한 자본가정권 역시 궁극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우파들과 민주노동당 류의 입장은 사실상 남한 자본가정권을 이도 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남한 자본가 국가 역시 자신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6월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거의 대부분의 현안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지만,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화해 분위기의 조성에, 미국은 이에 동의하면서 강압적인 압박 수단을 사용하자는 이견이 있었던 것이다.
남한 자본가정권이 취하는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화해 분위기 입장은 민족적 친밀성과 미 제국주의 등이 조장하는 긴장의 형성에서 평화적인(?) 접근을 부각시켜 최근 개방이 진척되고 있는 북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남한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한 지배력의 확장과 함께 내부적으로 격화되고 있던 울산 건설 플랜트, 금강화섬,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등 남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배제하면서 자본주의적 ‘국민통합’ 사상을 강화시키려는 것이다.
따라서 한동안 북한 핵보유 선언과 이에 따른 전쟁 위기를 조장해오다가, 그 사이 각종 노조 비리문제 등을 통한 발목잡기와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상층 관료들의 환상 등으로 전쟁위기라는 처방은 슬슬 ‘6자 회담 희망적’ 어쩌고 하면서 다시 일상적인 대북관계를 복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남한 자본가 국가는 철저하게, 능동적으로 자국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한다. 이처럼 철저히 자본가계급적인 ‘국가’에 대해, 같은 민족이라는 허울, 다른 자본가계급 국가 간의 연대를 통한 군비축소, 미국의 패권주의 약화를 상상하고 있다는 것은 단지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비과학적인 소망에 불과하다.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각종의 정치력 행사의 하나인 전쟁위기, 군비 확대는 자본주의 체제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계급주의적 시각을 버리고 민족주의적, 또는 국가주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남한 자본주의 국가를 세계 제국주의 질서에서 중심 제국주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자본가계급의 대리자라는 것을 망각한 카우츠키 류의 독일사회민주당은 1914년 8월 4일 독일 제국의회의 군비공채 안에 찬성표를 던지기까지 했다. 당시 제 2 인터내셔널의 최고의 이론가와 그 동조자들이 말이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를 보면서 “독일 사회민주당은 악취 나는 시체”라고 선언했다.
근대적 대의제 국가도 자본에 의한 임노동의 착취도구이다.(엥겔스,「가족, 사유재산 및 국가의 기원」)
실제로 국가는 한 계급에 대한 또 한 계급의 ‘탄압기구’에 불과하며, 이는 군주정에서 못지않게 민주공화정에서도 적용 된다(「프랑스 내전 서문」)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 노자 계급 적대에 기초하지 않는 현실 개입은 나타나는 현상과 결과에만 쫓아다니게 된다. 이번 북한의 핵보유 선언 이후 나타난 남한의 우파와 민주노동당 류는 정작 남한 내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입장은 없이, 북한이 핵을 가져야 한다, 아니다 식의 전혀 계급적이지 못한 논쟁 구도에서 허우적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둘 다 남한 자본가계급에게 ‘기쁨’만을 선사한다. 계급 적대에 기초한 국가의 계급적 성격을 약하게 하는 그 어떠한 시도도 결국 남한 자본가 국가에 대한 역할과 그 역할에 따르는 기대, 환상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재래식 군비 역시 심각한 위협이다. 북핵에 대한 협소한 입장이 아니라, 독점 자본의 이해관계를 국가수준의 외양으로 전개하는 제국주의 체제에 대한 공격만이 자본가계급만의 이익에 봉사할 제국주의적 전쟁 위협을 없앨 수 있다. 이것은 남한 자본가국가에 대한 계급투쟁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뭔가 얘기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 계급과 국가에 대한 비과학적인 인식 속에서 지금의 남한 계급투쟁에서 집중해야 할 지점들의 핵심을 잡아내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떠벌이는 것은 어떠한 실마리도 제공하지 못한다.
남한에서의 반제 투쟁은 자국의 자본가 국가권력을 패퇴시켜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는 제국주의적 세계질서에 파열구를 내는 투쟁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곧바로 제국주의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군대로서 남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무력화시키려 할 것이다. 그 이전에 미군철수 등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남한에서의 내전과 동시에 타 제국주의 국가들은 남한에 대한 군대파병을 통해 남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압살하려 할 것이다. 결국 현 시기 남한 노동자계급의 반제 투쟁 역시 남한 노동자계급의 자기 해방을 위한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실천 활동의 핵심은 바로, 노동계급의 지도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 편으로는 현재 터져 나오는 노동 대중의 투쟁들을 교란시키고 있는 사회적 합의주의로 표현되는 남한 내 경제주의 세력과 사민주의 세력들에 대한 내부 투쟁을 통해서 계급적 전망에 대한 신뢰를 획득해내야 한다. 다른 한 편으로 자본에 의해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노동유연화 등의 구조조정에 대한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대, 전 계급적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자본에 대한 투쟁과 계급 내부의 기회주의적 세력에 대한 투쟁의 통일을 강조하면 할수록 민족문제 역시 가장 원칙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