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3주기에 즈음하여 피해지역을 방문하게 됐다. 짧은 체류기간이었지만 마음의 큰 짐만을 안고 귀국하게 된다.
겉으론 지극히 평온한 모습이었지만 방사능 측정기의 알람소리가 긴장감을 높여준다.
미나미소마시의 하라노마치 2011년 3월 11일 이후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다.
현재는 출입불가지역에서 거주제한지역으로 풀려 제한된 시간에만 출입이 허용되고 있었다.
복구 작업으로 과거의 참상을 찾아 볼 수 없게 정리됐지만 일상의 터전을 잃은 시민들이 사라진 텅 빈 도시는 마치 영화세트장을 연상시킨다. 마침 종일 내리는 비에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거리 여기저기 폐기물을 담은 포대에 방사능 측정기를 대면 수치는 급격히 올라간다.
이런 폐기물들은 주로 학교 운동장 등에 집중된다.
과연 사람들이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곳은 방사능수치가 낮은 편이지만 흙이 드러난 곳은
그 수치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온다면 그것은 다른 곳으로 이주할 경제적 능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정확히 국가가 은폐한 홈리스 상태다.
최근 아베내각은 전국의 핵발전소 재가동을 천명했다. 비싼 화석연료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방문기간 도쿄에서 열린 대안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일본 내 중소규모의 전력생산기업 28곳의 전기를 송전로에 연결만 하면 핵발전소는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전력 생산과 폐기물 관리 등 사후비용을 포함하면 가장 비싼 전기를 생산하는 핵발전소를 계속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무장 야욕, 핵관련 산업마피아를 보통 말하지만 보다 정확히는 일본 독점자본의 탐욕이 문제다. 일본은 지역별로 사기업들이 전기 생산과 송전을 독점하는 구조다. 탐욕에 눈이 먼 거대자본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에 호랑이 새끼를 키울 이유가 전혀 없다. 최근 도쿄전력은 화석연료 사용증가를 명분으로 전기료를 대폭 이상했다고 한다. 일본주재 한국 언론의 한 특파원은 1인 가구 생활을 하면서도 전기료로 겨울 평균 10만원을 내고 있다고 했다. 인상된 전기료로 얻은 수익이 피해지역 민중들에게 얼마나 돌아가고 있을까. 이를 정확히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독점구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기만적인 행위겠다.
지금도 파괴된 핵발전소에선 바다로 지하수로 대기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
도쿄전력과 아베내각은 언론을 통제하여 사실을 은폐하는 것은 물론 방사능 유출을 지역문제로 국한시키고 있다. 일본 고속기차인 신칸센에 비치된 잡지나 거리 광고판에선 농수산물 사주기 관광하기 등으로 후쿠시마를 살리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자본 그리고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권은 미래 노동자 민중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담보로 착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상황을 돌아보게 된다. 부산 30km 거리엔 불량부품 사용과 수명을 다하여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원자로들이 있다. 그리고 국제 투자금융리포트에서 세계 단일전력생산기업 중 언제나 탑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그리고 사유화가 임박한 자회사로 쪼개지고 있는 한국전력이 있음을 상기한다.
핵에 안전보장이란 있을 수 없다.
핵은 대량학살이다. 인류의 유산이 핵재앙일 순 없는 노릇이다.
(*사고지역에서 가까운 곳(14km지점)은 최고 5.07 마이크로시버트까지, 40km 지점인 미나미소마시는 0.6 이상까지 측정된다. 도쿄 시내 일부에선 0.3이하이다. 최고로 측정된 지역은 출입금지구역이고 이곳엔 소를 키우는 목장이 하나있다. 3년 간 송아지 200마리가 태어났고 200마리가 죽었다고 증언했다. 소와 늙은 목장주의 피부엔 흰 반점이 나타나고 있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연간 피폭 허용선량 1밀리시버트를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0.114마이크로시버트이다. 대부분의 방사능 측정기는 시간당으로 측정된다.
핵발전소에 취직하여 사진작업을 이어가다가 피폭됐다는 일본의 한 사진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