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고>
제 발로 굳건히 서는 비정규직 투쟁의 원년이 되자!
4월 23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04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짓고 원청인 현대자동차와 각 하청업체에 임단협 요구안을 발송, 본격적인 임단협 투쟁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주인 현대자동차는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며, 교섭을 요구하는 교섭대표단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또한 하청업체들은 일률적으로 조합원 공개만을 고집하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
04 임단협을 전개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교섭대표단이 현대자본에 의해 폭력을 당해도 현장은 작년 비투위 시절, 폭발적인 응집과는 다르게 임단협 분위기는 뜨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현자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몇 개의 업체 투쟁이 대중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못하면서 노조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쟁을 결단하고 실천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장 동력 운운하며 활동가 스스로 투쟁을 포기하는 태도로 인해 현장이 조직되지 않았다.
둘째, 현대자본의 공격이다. 현대자본은 기만적인 신규인원 충원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결을 원천봉쇄하였다. 현대자본은 작년 신규인원 충원시 40%를 하청업체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우선 채용하였다. 많은 젊은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선채용의 순위가 되기 위해서 관리자들의 눈치를 보며 묵묵히 현장에서 작업만 했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조합으로 결집되지 못하거나 혹 가입했다 하더라도 종이조합원 역할로서 명맥을 유지했을 뿐이다.
셋째, 비정규직 스스로가 수동화되면서 정규직 노조에 의한 대리주의적 처우 개선 요구가 나타났다.
현자노조는 9대부터 10대까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임금 몇 푼, 몇 가지 제도개선을 떡고물로 던져주었다. 그 결과 11대 집행부 또한 전 집행부의 나름대로의 성과를 의식하며, 04임투 시 비정규직 처우개선(정규직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80% 등)을 현대자본에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투쟁 주체로 세우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활동가들의 투쟁에 무임승차하거나 무조건 기대어 자신의 권리와 요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이조차도 비정규직 주체 스스로의 책임이 더 크다.
본격적인 임투(현자노조)와 임단협(현자 비노조)이 각각 진행되고 있지만 현장은 얼어붙고, 동력은 최하로 떨어졌다. 현대자본은 이번 정규직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가 45%를 넘지 않을 거라며 자신만만해 하고 공세적으로 사측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자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는 이번 임단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5월 27일 불법파견으로 현대자동차를 제소한 현자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8차례에 걸쳐 원하청 교섭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경비들과 원청 관리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정면으로 뚫고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거점을 형성하고, 비정규직 독자적 전술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를 주체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출되었다. 몇 번의 논쟁 끝에 5월 28일, 비정규직 노동조합 50여명과 정규직 활동가 70여명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천막농성에 돌입하려 했지만 경비들의 막가파식 폭력에 의해 많은 부상자들이 속출했고 천막은 부서졌다.
그날 천막농성은 실패했으나 당일 노숙투쟁과 더불어 열사회 사무실을 거점으로 철야농성에 돌입한 비정규직 노조는 6월 7일 현대자동차 노조 상집간부들과 활동가, 지역 연대단위들이 다시 재집결하여 경비들의 폭력을 뚫고 천막농성장을 설치했다.
5월 28일 천막농성을 시작으로 6월 7일까지 비정규직 노조 핵심 활동가 14명이 4건의 고소고발을 당했고, 경찰은 안기호 위원장 외 3명에 대해서 집시법 위반으로 인지조사 하겠다며 협박한다.
현재 비정규직 노조는 천막농성장을 거점으로 출․퇴투, 화․목 집중 집회 등 천막농성장 철야농성과 향후 사업부별 파업조직화 및 불법파견 교육, 진술서 확보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자신의 힘에 기초한 실질적인 공동투쟁을 전개하자!
지금까지의 투쟁을 둘러싸고 비정규직 노조 내부는 수많은 내부 토론과 진통을 겪어야 했다. 원하청의 직, 간접적 탈퇴공작과 움직이지 않는 종이조합원을 제외하면, 비정규직 노조의 실질동력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는 투쟁을 통해 조합원을 단련시키고 활동가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노조와 활동가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투쟁을 통해 신규 활동가를 발굴하여 현장의 강력한 진지를 구축하기 보다는 그저 대중의 자발적 투쟁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5월 28일 천막농성 계획은 정규직 노동조합의 투쟁일정과는 무관하게 비정규직 독자적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며 제기되었다. 이는 지금 결단하여 투쟁을 전개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미래가 불투명했기 때문이었고 정규직 노조의 일정만을 쳐다보고 있으면 비정규직 문제는 묻혀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계획이었다.
처음에 제기된 투쟁계획은 5월 19일 천막농성을 시작하자는 것이었으나 비정규직 노조 자체의 내부동력 부족, 정규직 노조와의 불협화음 가능성, 정규직 노조의 절실한 연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27일로 연기되었다. 27일 일정은 또다시 불법파견 집단진정 등으로 인해 28일로 다시 연기되었다. 그러나 26일 회의에서 정규직 노조의 일정과 공동투쟁의 일환으로 6월 중순경으로 연기하여 안정적으로(투쟁 없이!)천막농성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되었다. 26일 회의는 28일 천막농성을 강행하자는 안과 6월 중순 천막농성을 돌입 하자는 팽팽한 의견대립으로 치달았다. 28일의 천막농성은 3공장 사업부 대표가 28일 강행주장을 하면서 회의에서 퇴장하는 압박전술로 간신히 성사될 수 있었다.
공동투쟁은 한쪽의 힘이 없으면 전개되지 못한다. 또한 공동투쟁이 그저 정규직 일정에 맞춰 선언적인 투쟁으로 되어서도 안된다. 이는 정규직 노조의 눈치를 보며 정규직 노조에 기대려는 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존심리를 부추길 뿐이다. 자신의 굳건한 힘에 기초해서 조직적 독자성을 명확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정규직 노조와 공동의 투쟁계획과 전술을 논의하고 강력하게 실천할 때만이 비로소 비정규직 노조는 실질적 공동투쟁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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