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총선평가>
총선의 결과는 의회주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계급대립을 격화시킨다!
1. 계급갈등과 정치세력간의 대립은 심화될 것이다
청와대는 총선승리에 고무되어 여유로운 표정으로 ‘상생의 정치’를 주문하고 있다. 승리한 자의 여유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요구처럼 상생의 정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다. 왜 그런가?
1)청와대에 이어서 열린우리당은 국회의 과반수를 장악했다
청와대와 열린 우리당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다수당의 횡포’라고 한나라당을 몰아붙였다. 한나라당 때문에 국정운영이 잘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변명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사라졌다. 청와대와 국회를 장악한 정권이 자신들의 정치를 그대로 보여주고 평가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한나라당은 다수당의 현실적인 이점은 잃었지만 다수당의 책임에서 벗어나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을 공격할 수 있는 홀가분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한편에서는 노무현 정권의 소위 ‘개혁 드라이브’가 강화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자본의 요구를 강력하게 실행할 것이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노동자의 저항에 대한 공격을 실행할 것이다.
2)탄핵판결이 남아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에 대한 판결은 총선 전부터 예상되었던 것처럼 열린 우리당의 총선 승리로 기각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물론 판결은 “대통령이 잘못은 했지만 탄핵 사유는 되지 않는다”는 식의 절충적인 판결이 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떤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그 판결이 탄핵으로 야기된 정치세력과 계급과 계층과 지역의 대립을 해소시킬 수는 없다. 탄핵은 각 세력의 대립의 매개고리이지 그 자체가 모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결집된 세력들 간의 갈등과 앙금은 탄핵결정을 계기로 표면적으로는 잠시 가라앉을 수 있지만 새로운 형태로 다시 부각될 것이다.
3)의회주의 또는 합법주의에 대한 환멸의 심화
탄핵이 강력한 이슈가 되어서 투표율을 높였지만 60%가 되지 않았다. 대중들은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핵이 싫어서 열린우리당을 선택했다. 청와대와 의회를 비롯한 부르주아 정치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에서 정책이나 인물은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었다. 민주당과 열린 우리당의 기본적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대중의 선택의 기준은 ‘한나라당이냐 아니냐’ 곧 ‘한나라당이냐 열린 우리당이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지역주의를 보다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형태로 강화시켰다. 지역주의 보다 확실한 선택의 기준은 없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자민련’의 형태로 서를 차지하고 한나라당은 동을 차지했다. 지역주의가 좀 더 확장된 형태를 취했다.
대중들은 당리당략 또는 사리사욕에만 빠져있는 부르주아 정치 즉 공적인 성격을 상실하고 사적인 집단으로 전락한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극심한 불신과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핵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었다.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대중들을 무시하고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니?”라는 식의 분노가 터진 것이다. 부르주아 정치일반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탄핵을 매개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불만과 분노로 왜곡되게 폭발한 것이다. 이 불만과 분노는 지역주의에 의하여 완화되고 조절되어 지금의 선거결과를 낳았다.
이런 왜곡된 선택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열린우리당을 밀어준 대중들의 선택의 거품은 곧 빠질 것이다. 왜냐하면 노무현 정권의 정책기조와 국정운영 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노무현 정권의 계급적 성격과 무능력은 계속적으로 좀 더 선명한 형태로 드러날 것이다. 이 시간은 노무현 정권의 성격이 폭로되었던 시간만큼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선택은 그 선택에 대한 반작용이 작용하여 실망과 불신과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2. 민노당은 노동자의 체제내화의 적극적인 도구로 작용할 것이다
민노당의 10석 확보는 이번 총선의 가장 커다란 사건이다. 부르주아 언론은 일제히 민노당을 부각시켰다. 민노당과 민주노총 지도부는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고 흥분상태에 빠져있다.
민노당의 국회진입은 반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서 즉 탄핵반대의 분위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노무현 정권과 열린 우리당의 민노당 띄워주기가 있었다. 권영길 민노당 대표가 출마한 경남 창원에 열린우리당 후보를 내지 않는다든지 민노당과의 정책연합을 흘린다든지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든지 등을 통해 민노당을 띄워주었다. 열린우리당이 개혁 대 수구의 정당 대립구도를 만들기 위한 의도였다. 정권과 열린 우리당의 배려, 탄핵 반대의 분위기와 이 분위기와 총선 흐름을 거의 유일하게 주도한 미디어의 덕이 어우러져서 민노당의 약진은 가능했다. 물론 여기에는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 격차가 현격했다는 것 그리고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의 지지, 영화인들의 지지로 민노당과 열린우리당의 차별을 부각시켰다는 것이 더 추가되어야 한다.
어쨌든 민노당은 원내 3당이 되어서 독자적으로는 무엇을 할 수는 없지만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틈새에서 일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민노당은 이제 본격적으로 의회주의 정당의 길을 걷게 되었다.
열린우리당은 민노당과 정책공조를 시도하면서 상생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홍보하고 개혁적 이미지를 호보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는 민노당을 통하여 노동자의 불만을 체제내부로 흡수하고 노동자의 투쟁을 무력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민노당은 정책이나 행동을 볼 때 이 체제에 위협적인 요소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포섭하여 편입시킬 수 있는 세력이다. 민노당 스스로가 실용주의를 민노당이 선거주의 정당으로 성공할 수 있는 최대의 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정권과 자본, 민노당과 민주노총은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노사정 타협의 구조화를 추진할 것이다. 보다 공개적이고 적극적이고 자신 있는 형태의 개량주의 구조화가 추진될 것이다.
모든 문제를 민노당에 힘을 실어주고 의회에서 (합법적인)정치를 통하여 해결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커질 것이다. 노조와 현장운동을 의회의 부속물로 전락시키려고 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관료주의자들의 출세의 길이 본격적으로 열렸기 때문에 노조에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민노당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서 국회로 진출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 될 것이다. 현장에서 현장의 활동과 현장조직이 노조집행부를 장악하는 수단이나 과정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처럼 현장이나 노조활동을 민노당을 통해 국회로 들어가는 수단이나 과정으로 이용하는 출세주의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그러나 민노당의 국회진출에 대한 흥분과 환상은 오래 갈 수 없다. 민노당의 국회진출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본의 위기의 시기에 민노당은 자본의 위기의 조절기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회에서 독자적으로 뭔가를 할 수 없는 민노당은 열린우리당과의 정책연합과 독자적인 행동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온건하고 부드러운 국민정당의 이미지 얻기와 노동자의 문제 사이에서 방황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위기가 지속되고 노자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노동자의 삶의 위기가 계속 되는 한 민노당은 노동자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민노당의 국회 입성은 일단은 상층부의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과 이에 대한 현장 노동자 대중의 기대감을 높여 주겠지만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민노당의 타협주의와 그 무능력을 폭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민노당의 의회주의 정치를 비판하고 현장과 노동자 계급정치의 전망을 결합시키는 세력의 독자적 결집이 요구된다. 동지들이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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