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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9호] 공기업 감사 외유와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의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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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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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6 23:47:13, 조회:3,169, 추천: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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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감사 외유와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의 과제
1. 공공기관 감사들의 외유 : “우리는 이번 출장의 단순가담자다”
얼마 전에 20명이 넘는 공기업 감사들이 혁신세미나랍시고 남미 여행을 갔다가 줄줄이 돌아왔다. 이들은 귀국하면서 “(이과수 폭포 관광 등을) 일정에 넣은 사람들은 따로 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과 주체에 대해서는 밝히려 하지 않았다. “공식 절차를 거쳐 예산이 나온 것으로 적절한 절차를 거쳐 지나치지 않은 범위에서 정당하게 결재됐다”고도 하고 어떤 감사들은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외유 비용으로 지급되었던 개인당 800만원도 반납하기로 했다.
이번 외유사건에 압박 받은 국가균형발전위는 외유를 취소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미로 향한 서울의 구청장들도 있다. 1인당 1,100만원씩에다가 600만원을 들여 수행원들로 자신을 무장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외유를 거부한 사람 정보가 지역신문에서 다뤄지자 신문사를 협박하기도 했다. 이런 감사와 구청장들의 외유코스는 남미의 인기 여행코스다. 감사들이 경유했던 미국 LA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 술을 마신 것만 봐도 여행의 속셈은 뻔하다.
이번 외유사건을 다루는 정권의 태도가 ‘지나친 향응’에 대한 경고는 될지 몰라도,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성과 경쟁체제를 강화시키는 공기업의 수익경영전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리 만무하다. 왜냐하면 공공부문 역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총자본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자본가 정권은 공공부문 역시 최대한 경쟁체제에 편입시키고 수익성을 낼 수 있도록 외주 위탁과 같은 내용적인 사유화를 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유화와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핵심 내용으로써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것이 자본의 자기모순과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즉 공기업에서도 자본의 근본 원리인 사적소유를 통한 이윤과 착취 극대화를 노리기 위해서 수익성 전략과 성과주의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이들 공공부문 경영 관리자들의 몫이다. 그리고 공기업 감사들은 이들 공기업 경영을 일관되게 관리하면서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이중삼중의 권력층에 속하는 총자본의 대리자이기 때문이다.
2. 공공 노동자 길들이기
‘외유’(外遊 해외로 나가서 여행함)와 ‘외유’(外柔 겉보기에 부드러움)
그런데 이러한 해외출장 외유는 고위급 공무원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노동부에서도 실업자 실업급여를 위한 고용보험기금에서 수억을 떼어서 고용센터 ‘우수’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해외연수를 계획 중이다.
사실 공공부문에서 해외연수 포상여행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상당히 확대되어 있다. 이미 제조업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사일체감을 갖게 하는 수단으로 노사합동 해외연수 혹은 포상여행 등이 이용되어 왔다. 이에 대해 의식적인 노동자들은 노사협조주의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보고 비판적인 입장을 가졌다.
그런데 이러한 해외여행(연수)라는 신경영전략은 기업교육과 함께 자본에 충성하게 하는 수단으로 공기업에도 깊숙이 들어왔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구조조정 저지와 생존권 사수 투쟁을 줄곧 해오던 건강보험공단 역시 사회보험노동자들을 선발해서 매년 해외연수를 보내준다. 그런데 이런 해외연수를 다녀오면 노동자들이 노조를 외면하는 등 그 영향이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이미 선발기준에도 드러나듯이 우수한 평가를 받은 직원 등 포상목적이나 노조 회유 목적으로 자본에 의해 선택되기 때문에 이 해외연수의 목적은 명확하다.
물론 운수궤도 쪽도 마찬가지고, 다른 공공부문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해외연수(여행)의 목적은 일반 사기업에서 자본이 노동자들의 회유를 목적으로 관리자들과 함께 짝지어 보내던 그것과 똑같은 목적과 영향으로 공공부문에서도 노동자 길들이기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강’(內剛 안으로 강함)
최근 공공기관 임원들의 외유 비리사건과 고위 공무원들의 고임금 등이 계속 폭로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감사들의 외유사건이나, 정치권 낙하산 인사 비리, 공기업 고위 임원들의 고액 연봉과 부패 등의 문제들을 다루는 것의 목적과 영향은 하나같이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이데올로기와 공공부문 경영혁신(구조조정) 논리에 꽂힌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이기주의, 배부른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정에 맞춰진다. 이는 사기업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한 고임금론, 노동귀족 논리와 양상에서 동일하다. 대공장 노동조합들의 취업비리, 리베이트 사건 등을 통해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귀족노조라는 등식을 통해서 노동운동을 공격해오던 것의 공공부문 판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적자 해소와 공공부문 혁신이라는 이름 하에 들어오는 대량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공공부문 노동운동을 길들이겠다는 것이 공공부문 고임금론 공격의 핵심이다.
공공부문에서는 이미 97, 98년 경제위기를 맞이하면서 정권의 공공부문 감원 계획을 넘어선 해고와 구조조정이 진행되었다. 물론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생존권 사수 투쟁과 사유화 저지투쟁을 전개했다. 그 성과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가 사유화 저지, 구조조정 저지투쟁과 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한 것이라 볼 수 있고, 사유화를 일정하게 저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권과 자본은 공공부문 분할매각과 외주 위탁 및 공공근로와 비정규직 확대라는 형식으로 사유화의 내용을 서서히 확대시켜나갔다. 특히 ‘적자=위기’라는 논리로 공공부문의 적자도 전사회적인 위기인양 하면서 적자가 해소되어야 공공부문도 안정화된다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펴고 있다.
지난 2003년 노동시간단축이 자본의 이윤을 훼손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법제도도 개악되었고 그것이 공공부문 현장에서는 거침없이 그대로 노사합의로 시행되고 있다. 법 개악 그대로 휴일휴가는 축소되었다. 노동시간단축의 핵심은 노동량이 그대로라면 당연히 신규인원 충원을 통한 노동조건 개선에 있다. 하지만 시행을 전후한 몇 년간의 교섭으로 공공부문 다수 사업장에서는 공사측 일방적으로 개악하거나 잘해봐야 노사공동으로 직무분석을 통해 인원을 재산정하는 것뿐이었다. 그 결과는 직무평가를 통한 직무별, 개인별 현장통제 방안과 ‘여유율’ 축소 및 최소한의 충원 안이었다. 그나마 철도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신규 채용된 노동자들의 절반은 채용 후 비정규직으로 통보받았다.
이처럼 공공부문의 많은 노동조합들이 신규 충원을 임단투의 중요한 요구로 제기했지만, 정권은 최소 수용으로 합의하거나 그 약속마저도 지키지 않고 있다. 철도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정규직화 합의 이행을 걸고 투쟁했고, 재합의를 받았지만, 철도공사는 약속을 어기고 외주화 시켰고, 아예 모든 승무원들을 외주화 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또한 역들을 대거 무인화하고 차량정비, 시설 등 정원의 40% 정도에 해당되는 8천여 명을 외주위탁하면서 감원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직접 고용되었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간신히 2/3 정도는 비정규직 법 개악의 내용대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나머지는 해고되거나 극소수는 유기계약직으로 그대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기계약직 역시 정규직도 아니고, 말 그대로 기존의 차별을 다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공공부문 무기계약 인사관리 표준안]에는 ‘업무 수행 능력 부족, 업무 태만, 신체 정신상의 장애로 직무수행 불가, 고의, 중과실로 손해 초래, 업무량의 변화와 예산 감축 등으로 고용조정이 필요할 때’를 해고사유로 명시함으로써 무기계약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다른 공기업에도 그대로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모든 공공부문의 여러 기업들은 하나의 법제도로 통제하기 위해 얼마 전 공공기관 운영법으로 통합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모든 공공기관은 기획예산처 산하에 묶여 매년 평가를 받아 예산배정과 지원, 인사발령이 이뤄지고, 공기업 분류도 이에 따라 매년 변화하게 된다. 실제 내용으로는 공공기관 임원들이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 더욱 열심히 공공현장 노동자들을 쪼이는 것이 핵심일 것이고, 겉으로는 ‘공기업의 적자해소 성공’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미 들어와 있는 기관 평가와 개인성과급제는 인사고과제를 통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도시철도에서도 BSC(성과균형지표)라는 성과주의제도가 도입되자 현장에서 오히려 천막농성을 해가면서 대응했다. 투쟁을 회피하는 노조 집행부는 수세적인 태도를 보였고 결국 역과 현장 사무소들은 평가고과에 일상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또한 노조는 투쟁으로 철회시켰던 S-biz 등의 외주위탁과 수익 확대 사업이 재추진되는 것도 묵인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공급과 자동으로 호봉이 올라가는, 최소 승진승급을 보장하는 임직급체제는 완전히 파괴되어 공기업에서도 인사고과에 기반 한 연봉제와 직무급제로 대체될 것이다. 교대제 및 노동시간단축에 관련한 인원충원 노사용역보고서는 직무분석이라는 명목으로 이 내용과 조합원, 활동가 동향분석까지 이미 검토를 끝냈기 때문이다.
이제는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고도 노사 공동 연구된 내용을 가지고 외주 외탁을 확대하고 휴게시간을 축소, 무급화하고 1인 승무 등 인원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 정년퇴직 등의 자연 감소된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신규 사업이 확대되어도 결코 신규채용이 없다. 오히려 기관에서 산정한 정원에서도 부족한 현장인원마저도 여유인원으로 분류해서 배치전환 시키고 팀제 등을 도입하면서 서로 눈치 보아 제대로 쉴 수도 없게 만들고 있다. 혁신학교, 생애설계교육, ERP(전체 회사차원의 관리시스템)교육과 경영윤리교육 등의 형식으로 노동자 정신을 마비시키고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수용하도록 하는 직무교육이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것이 경영혁신과 조직개편의 내용이다.
3.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현주소와 투쟁 과제
정부 가이드라인 내에서 투쟁하자?
공공부문에는 임단투가 없다고들 한다. 임단협만 있을 뿐 투쟁은 없다는 자기비판이기도 하다. 실제로 공공부문의 임단투는 사라지고 있다. 임금인상 요구와 단협 요구는 있고 얼마간의 교섭과 약간의 준법 투쟁, 집회도 있지만, 그러다가 바로 노사합의로 정리된다.
그런데 그 노사합의라는 것이 실제 내용은 항상 기획예산처 정부가 짜놓은 테두리 내에 이미 존재했던 내용을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들이 대다수다. 특히 임금인상에서는 가이드라인을 결코 넘어서는 법이 없다. 노동시간단축이나 조직개편 구조조정에 관련된 충원이나 감원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노사합의 과정을 거칠 뿐이다. 그것도 노사공동용역 등 사회적 합의의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마지막 마무리가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었는가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모양이 되고 있다.
실제로 도시철도노조의 현 집행부는 그전까지는 아무리 노사협조를 지향하더라도 대놓고 못했던 임금 삭감도 주저하지 않고 노조의 도장을 찍는다. 작년 임금인상에서도 호봉 자연상승분을 포함해서도 임금가이드 라인인 2%에도 못미치는 내용으로 위원장이 직권조인 했다. 게다가 잔업수당은 아예 받지 않겠다고 포기해버려서 현장에서는 결국 60여만 원 이상의 임금이 또 삭감되고 있다. 그런데도 집행부는 양보한 적 없다면서 투쟁으로 받아내겠다고 반 년 가까이 조합원들 앞에서 허풍만 떨고 있다.
도시철도의 이런 사례는 좀더 심한 경우지만 다른 공기업 노조들도 별다르지 않다. 정부가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은 비판하지만, 실제 그걸 넘어서는 경우는 없다. 이미 공공부문 노동운동이 성장하면서 의식적으로 이 가이드라인 철폐를 십 수 년 동안 강조해왔지만, 깨지 못했다.
이는 이미 정해진 예산안은 바꿀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얼마 전 투쟁에 들어갔던 부산지하철노조도 파업 이틀 만에 서둘러 양보안으로 노사합의하면서 파업을 종료했다. 노조는 7% 임금인상과 신규로 운영되는 곳에 대한 인력충원 및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다. 하지만 2% 임금 인상과 함께 애초 공사가 내놓은 규모의 신규충원에 그쳤을 뿐이다. 정부는 중재를 보류시키고 교섭을 격려함으로써, 부산지하철 파업은 ‘유감스럽지만 그래도 노조의 양보로 조기 타결된 합법파업’ 사례가 되었다.
국가는 총자본의 이해를 받아서 공공부문에서부터 가이드라인과 노동자 통제를 가장 먼저 시행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임금가이드라인은 임금을 통제하고 호봉승급분도 임금인상으로 포함시키는 자본의 지불능력논리를 갖고서 노사협조주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법 테두리에서 투쟁하자!?
특히 공공부문 내에서는 합법공간이 열리면 투쟁하겠다는 투쟁 대기주의적인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현안문제들은 구조조정의 전면적인 기조 하에 약한 고리부터, 혹은 활동가들을 겨냥해서 직접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데도 현안 투쟁들을 몇 달 동안 계속 방치하면서 현장권력은 사측에게 넘어가고, 중재를 받지 않고, 혹은 불법이 아닌 절차를 다 밟아서 합법적으로 투쟁하자는 발상 속에서 교섭에만 매달리게 된다.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2004년 궤도사업장 공동투쟁의 실패다. 궤도사업장 만이 아니다. 사회보험노조 역시 합의사항을 어기는 것은 기본이고, 활동가들에 대한 원거리 전보나 해고자 천막 철거 등의 직접적인 탄압을 자행했지만 투쟁조끼를 착용하는 준법투쟁도 부담스러워할 만큼 합법투쟁에 의존했고 그 결과는 투쟁을 회피하고 투쟁을 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합법에 의존하는 경험은 계속 축적되어 이제는 합법주의로 굴종이 곧 공기업 경영참가라는 것으로 노사협조주의를 굳혀가고 있다.
하지만 사회보험노조는 99년에도 3천여 명의 대량 전보에 맞서서 노조의 파업 지침이 내려오기도 전에 현장에서 분노가 조직되어 현장에서 37일이나 파업을 벌였던 경우도 있다.
철도에서도 94년 승무지부가 어용노조 산하에서도 직권중재에 맞서 싸웠던 경험도 있다. 직권중재가 떨어지건 아니건 간에 해고자는 발생하게 되어 있고 파업도 불법투쟁이 된다. 중재도 불법파업을 만들기 위한 구실이 된다. 특히 작년 노사관계 로드맵은 공공부문 주요기관들 뿐만 아니라 일반 제조업 등 대공장에도 ‘파업을 하면 안되는 사업장’으로 만들어가면서 법의 포로를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노사간의 합의는 결국 힘의 관계의 결과이기 때문에 강력한 투쟁이 없으면 발전노조의 2002년 경우처럼 자본의 이해대로 국가에 의해 정리될 수 있다. 이미 노사관계 로드맵이 있기 전부터도 구조조정과 복직 등의 문제는 자본의 경영권이냐 노동자의 생존권이냐는 문제에서 쟁점이었기 때문에 합법여부를 만들어가는 것은 노동자들의 대중투쟁의 힘에 달려 있다.
지도부의 물밑협상과 직권조인, 사후적인 불신임 총회는 노동자 죽이기다!
이러한 가이드라인 내의 투쟁과 합법주의 경향은 노동자 민주주의를 유지 강화하면서는 진행되기 힘들다. 일단 지도부가 모든 문제들을 현장투쟁 없이 교섭만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현장의 힘에 기반하지 않은 종이호랑이 노조 지도부의 협상에 머물기 때문에 그 내용과 형식은 물밑협상으로 가기 마련이다. 특히 불법은 간부나 노동자들 모두에게 고통을 주니까, 일단 합법 테두리에서 해보자는 발상은 노동법 개악의 촉진제가 된다. 이러한 개악된 노동법의 울타리에서 하는 교섭은 결국 어용집행부가 손쉽게 직권조인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최근 많은 노동조합들에게서 볼 수 있는 투쟁이후 합의에 대한 총회 투표는 결국 합의자체를 부결시킨다는 의미는 없어져버렸다. 오직 그러한 합의를 한 지도부에 대해서 불신임만을 묻고 있다. 이처럼 총회 민주주의와 현장토론도 무시한 직권조인과 사후적으로 이뤄지는 총회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를 포기하게 만든다. 이는 노조 개량주의자들이 노동자를 죽이는 행위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스스로 말살하는 이러한 모습이 최근 금속노조 내에서 보이고 있다. 얼마 전의 하이닉스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금속노조 본조가 노조 깃발을 내리는 합의를 한 것은 단순한 몇 개 노조 집행부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노동자 민주주의를 강화할 것인가에 대해서 투쟁의 요구와 목표를 정할 때 그 마무리와 원칙과 현장투쟁의 확대에 대해서 조직적인 공개 결의와 사수가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서 민주노조운동의 강화를 과제로 하는 산별노조라면 노동자 민주주의 사수를 위한 분명한 입장과 기조를 가지고 제대로 집행되도록 강제해야 한다.
투쟁 과제
공공부문 내의 개량주의자들은 현장투쟁과 생존권 문제는 외면하면서도 산별노조로 가면 좋아질 거라느니, 민노당 국회의원이 많아지면 좀 나아질 거라는 환상을 노동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인원충원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 구조조정 저지 등의 모든 중요한 투쟁의 요구를 ‘예산 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하는 순간, 공공부문의 모든 투쟁과 노동조합 활동은 불가능해진다! 모든 구조조정 저지와 현안 문제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결국 공공부문에서도 지불능력 즉 예산의 문제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총액임금 가이드라인 분쇄는 불가능한 요구인가?
‘이미 예산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공세적인 요구와 예산 확보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자본과 국가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발상이다. 사기업에서도 ‘작년 성과와 이윤이 이것뿐이니까 그 안에서 요구해봐라’ 라는 공격을 해왔다. 그런데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의 결과로 이 사회가 돌아가고 유지되는 것이라면 이미 만들어진 풍요와 성과는 모든 노동자들, 공공부문의 노동자들도 요구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책정된 예산안은 이미 총자본의 이해를 위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제대로 쥐어짜고 자본과 국가의 종을 만들겠다는 것의 표현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예산을 넘어선 내용이 관철된다면 그것은 국가와 자본이 다음 예산에 반영하던지 조정하던지 하면 되는 것이다. 정해진 선에서만 요구하고 합의한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라는 정해진 법 제도의 룰에서 착취당하는 것 외에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는 것과 같다.
따라서 “노조가 경영에 참가하면 분규가 일어날 일이 없다.”(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면서 경영참가로, 노사협조주의의 길로 노동자들을 끌고 들어가는 어용노조, 개량주의 세력에게 현장투쟁으로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이들 노사협조주의와 산별노조 내의 개량주의 세력들은 노동자들에게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노동자계급은 이미 사회적 생산과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노동 없는 자본은 의미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적 책임을 이미 하고 있는 노동자계급에게 마지막 남은 사회적 책임은 모순덩어리인 자본주의 사회체제를 해소시키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뿐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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