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
분쇄하라! 엄호하라! 공격하라!
- 현대자동차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으로
시작된 불법파견 투쟁
작년 12월 16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이 있었다. 즉각적으로 여러 노조․단체로부터 불법파견을 철폐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 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실제 현장의 움직임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연말이 지나면서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화 투쟁 일정이 가시화되기 시작하였고,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에서는 1월 12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9일 집회 이후 20일부터 전면적인 잔업거부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연대회의도 논의를 거쳐 울산, 아산, 전주공장의 공동투쟁을 결정하였다.
울산 집중집회(?)로 계획되었던 12일의 집회는 하이닉스 투쟁과 맞물려 대오가 분산되어 열렸다. 본관 앞 정문에서의 집회는 아직까지는 자본과의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에는 부족했고, 현장에서 불법파견 문제를 알려내고 조직하는 것이 더욱 시급해 보였다.
그러나 더딘 것 같았던 현장의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자본의 도발에 맞서 현대자동차 5공장 도장부 사내협력업체에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대체인력 투입과 비정규직노조 대의원에 대한 해고 협박 등에 맞서 진행된 투쟁은 급기야 18일이 되면서 잔업거부를 넘어 전면파업으로 나아갔다. 비정규직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체 현대자동차 노동자의 투쟁으로 만들기 위한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5공장의 투쟁은 울산 전공장으로 퍼져나갔다. 21일 본관 앞 항의집회를 기점으로 대오를 추스르고 이후 투쟁을 준비하고자 했던 비정규직 노조에게 자본은 폭력을 행사하였고, 여기에 22일 최남선 동지의 분신으로 현장은 다시 한번 격돌을 앞두고 있다.
투쟁이 발화하기 시작한 12일로부터 지금까지의 기간인 10여일은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현장의 하루는 노동자의 호흡과 움직임에 따라 몇 번씩의 변화를 보이면서 변화된 상황에 따른 변화된 전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5공장을 넘어 울산 전공장으로, 그리고 울산을 넘어 점차 확산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기 해방을 위한 투쟁의 승리를 확인하고자 한다.
자본, 관리자의 탄압과 횡포 - “나 조폭 출신이다”
“뭐가 뭔지 똑바로 알고나 해라” “짤리면 다른 업체나 다른 공장 취업도 불가능하다” “손배 맞는다” “씨XX아. 니가 뭔데” “캭. 씨이”
뒷골목 패거리들 간에 오고가는 얘기가 아니다. 지난 12일 5공장 사내협력업체 영진테크․해강 사장과 소장이 노동자들을 불러놓고 진행한 개별면담에서 나온 말이다. 또한 비정규직 노조 활동가들에게 협박할 때 단골로 나오는 말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회유와 협박을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잔업거부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현장에는 불법 대체인력이 투입되기 시작하였다. 업체사무실에 숨겨놓은 대체인력을 확인하기 위한 도장부 비정규직 노동자와 사측간의 숨바꼭질과 항의 농성이 있었다. 농성에 돌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신하기 위한 한 달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입은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을 의미없는 것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자본의 도발이었다. 그리고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폭력이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다.
사내협력업체의 새끼(?) 자본가가 노동자에 대해 보여주는 이와 같은 적대적이고 폭력적인 언사와 행동만 보더라도 자본가가 노동자에게 가지는 적대감을 확인할 수 있다. 소자본가도 이럴진대 현대-기아자본이 노동자에게 가지는 멸시와 계급적대는 더욱 심하다는 것은 뻔한 일이다.
부족한 인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대신 비정규직을 채용하여 임금착취, 노동력 착취와 노조 길들이기 등의 온갖 단물을 빼먹은 자본은 이제 ‘불법’파견이라는 판정 하에서도 또다시 ‘불법’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불법파견을 정규직노조의 책임으로 돌려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폭력으로 답하는 자본에게 무릎 꿇을 노동자는 없다. 노동자가 발휘할 수 있는 물리력으로 자본의 생산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우리가 돌려줄 답이다.
정규직 노조는 어디로 가는가 - ‘공동투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을 엄호해야
불법판정 이후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은 현대자동차 자본이 제출한 개선계획서에 대해 노동부의 재시정 명령을 촉구하였다. 10일에는 운영위 간담회를 통해 불법파견 투쟁 계획을 확정하고 비정규직 노조와 함께 강고한 실천투쟁을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그 내용은 화요일과 목요일을 원하청 공동투쟁일로 잡고, 대소위원의 출근투쟁를 진행하면서 이후 불법파견 철폐투쟁을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1일 200여명의 대오가 모여 첫 출근투쟁을 진행한 다음날 열린 12일 집회에는 노동조합 간부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정규직 활동가들과 연대단위가 대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19일 집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잔업거부에 돌입하기 위해 지역본부와 금속연맹이 현자노조에게 19일 공동집회를 제안하였으나 현자노조는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비정규직노조의 잔업거부 투쟁이 일정보다 먼저 돌입된 것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진행했으니 알아서 하라 현대자동차노조는 책임 없다”는 식의 자세를 취했다. 이는 “공동결정, 공동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공동책임을 가지는 투쟁”(현자 노조신문, 2005.1.21일자)을 말하면서 정규직노조와의 합의하에 투쟁을 진행해야만 같이 할 수 있고, 자신들의 명분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단지 17일 전현직 위원장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파견 과거사 청산을 책임지는 자세로, 합법적이고 정당한 정규직화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하고 “불법파견으로 판정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시킨다 해도 회사가 우려하는 비용 상승의 문제는 충분히 공존할 수 있는 길 속에서 방안을 찾아 갈 것”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 특히 정규직 노조가 있는 단사에서의 투쟁은 정규직 노조와의 공동투쟁이 중요하다. 그러나 위의 태도로 보았을 때 현대자동차노조의 태도는 다분히 형식적이고 느긋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불법파견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이 되면 기존 정규직 조합원의 고용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현장의 불안 심리를 그대로 표현하면서, “조합원에게 이해바란다”(현자 노조신문, 2005.1.21일자)는 태도는 불법파견 철폐투쟁을 현장과 괴리된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기적인 투쟁으로 전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투쟁해야 하는데 정규직 조합원의 정서 때문에 비정규직 투쟁에 매달릴 수 없고, 그 외의 책임은 민주노총이 불법파견 투쟁에 집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대대에서는 비정규직입법 개악안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외치며 민주노총 지도부를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의 소속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서는 적당히 흉내내기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 현재 현대자동차노조 집행부의 태도이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집행부를 탄생시킨 현장조직인 민투위와 이들에게 정치적 내용을 제공하고 있는 노동자의 힘 또한 현재의 투쟁을 민주노총의 책임으로 모두 돌리고 자신들이 직접 현장을 조직하고 현자노조를 강제해야 하는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없다.
이수호 집행부는 사회적 교섭 방침을 폐기하고, 불법파견투쟁뿐 아니라 각 현장의 투쟁을 엄호하고, 이를 전국전선으로 확대․강화하라! (2005.1.18 현자 민투위 성명서)
민주노총 사업계획으로 제출된 내용을 보면 … 비정규개악안 저지 투쟁의 전초전인 현대자동차 불법파견투쟁을 전국적 투쟁으로 배치하고, 조직하기 위한 계획은 한 구절도 찾을 수가 없다. …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저지투쟁에 대해 전국적인 전선을 설치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투쟁의 전국화를, 제 시민사회단체들은 집중적으로 제기될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진행해야 한다. (2005.1.17 노동자의 힘 주요이슈)
18일 5공장 도장부의 투쟁이 전면파업으로 확대되고, 전공장으로 잔업거부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현자노조는 운영위에서 “직영 조반장 외 관리자, 반대조가 투입되었을 경우, 타업체 노동자 투입, 일용직, 아르바이트 투입”시에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본다고 정리하였다. 그러나 이미 5공장에 투입된 대체인력에 대해서는 대체인력이 아니라고 해석하였고, 이는 사측에 명분을 줘 탄압이 더욱 활개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일부 공장에서, 특히 3공장에서는 18일의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 정규직 대의원들이 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라인을 전면 중단시켜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할 수 있었다.
20일 이후의 현자노조 투쟁일정이 아직 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22일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이 있었다.
이에 대해 자본은 정규직 노조 화장실에서의 분신을 이유로 노노갈등으로 몰아가고 있고, 현자노조 집행부는 책임을 자본에게 돌리고 있다. 그동안의 투쟁이 패배한 이유가 자본의 탄압과 공격 때문이 아니라 원하청 간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라고 하면서도 이번 불법파견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여전히 조합주의적, 대리주의적인 태도를 취한 것에 대한 반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책임과 잘못은 자본과 노무현 정권에게 있을 뿐이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에 전전긍긍하면서 더욱 소극적인 자세로 불법파견 투쟁에 임한다면, 그야말로 자본이 쳐놓은 그물에 스스로 갇히는 꼴이 된다.
현대자동차노조가 진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투입과 관련하여 근본적으로 저지하지 못하고, 때로는 방치하고, 때로는 부분적인 합의에 이르기까지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싶다면 24일부터 대의원과 간부들의 투쟁으로 한정하지 말고 불법파견 철폐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의 투쟁을 알려내고 비정규직 노조와 같은 투쟁을 전개하는 것만이 ‘공동투쟁’으로 ‘공동책임’을 지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의 혼란과 전진 - 승리 앞에 주저하지 말라!
11일 대체인력이 투입되고 12일에서야 이를 확인한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즉각적인 항의와 작업거부에 돌입하면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은 시작되었다.
15일 대체인력 투입에 항의하면서 작업을 거부하고 농성에 돌입한 5공장 도장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 관리자의 위협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농성을 지속하였다. 결국 원청이 정규직 대의원과 대체인력 철수와 투입 금지를 약속하고 작업에 복귀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정규직 대의원과의 구두합의로 작업복귀를 결정해 이후 탄압의 빌미를 남기게 되었다. 다음 날 원청은 바로 작업거부 건과 관련해서 고소고발과 손배 5억3천만 원을 때려 뒷통수를 쳤다.
이렇듯 투쟁과정에서 비정규직노조의 대응에 몇 가지 혼란이 나타났다. 투쟁 초기 19일 이후 투쟁일정을 확정한 상황에서 5공장 도장부의 투쟁으로 일각에서는 투쟁일정의 변경을 요구하였으나 동력 부족 문제로 거부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은 그 자체가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화해가는 과정과 같이 간다. 이런 특성을 고려치 않고 짜여진 일정에 투쟁을 맞추는 것은 조합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전면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투쟁의 활력을 보면서 조직된다는 것을 놓칠 수 있다.
17일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가 통보되었고, 이에 즉각 전면전으로 맞서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는 묵살되었고 결국 대체인력 투입이 확인된 18일부터 전면파업이 선언되었다. 이로써 5공장으로부터 시작한 투쟁이 울산 전공장으로 확대되었고, 대체인력 저지를 위한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나아가는 양상이다.
또한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소극적인 태도가 확인되었다면 정규직 노조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독자적인 투쟁을 늦추는 것은 현장의 분노와 투쟁의지를 누르는 것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정규직 노동조합들이 비정규직 투쟁에서 보여준 태도를 ‘대리주의’ ‘조합주의’라고 평가․비판해 왔던 만큼 비정규직 노조의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투쟁을 벌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주말의 분신 사건을 노노간의 갈등으로 가져가려는 자본과 사측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태도 속에서 비정규직노조가 나가야 할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명확한 투쟁의 목표 하에 변화된 상황들을 가장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전술의 변화, 투쟁 수위의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불법파견 투쟁으로 시작된 05년 투쟁전선을 통해 자본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비정규직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파괴하려는 자본의 책동에 맞선 투쟁을 진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 일부의 참여가 아니라 실질적인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여야 한다. 수적으로도 조직력으로도 취약한 비정규직노조라는 조건이지만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투쟁을 전개할 때만이 투쟁의 대오도 확산될 것이며, 계급적인 연대를 요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노조 또한 변화된 상황, 투쟁수위의 확산을 요구하는 상황에 맞추어 현장을 조직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지금 아산을 비롯해서 기아 화성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내건 현장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각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모아내고 그것을 불법파견 투쟁 속에 배치하는 것, 정규직화 요구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을 기본으로 내건 이 투쟁이 이후 비정규직법 개악을 시도하는 정부 자본에 맞선 총파업 투쟁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될 것이다.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에 의해 라인은 멈춰섰고, 생산은 중단되었다!! 이제 시작이다. 주저하지 말고 더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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