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총파업 130여일 째,
다시 일어서는 정오교통 분회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이하 민택)은 9월 7일~ 8일 전국대표자수련회 및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하반기 투쟁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할 총력투쟁 방침의 골자는 "정부가 약속한 노정합의 이행과 국회 의원 발의를 통한 택시제도개혁관련 입법을 관철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조경식 동지 분신 이후 택시노동자의 억눌려있던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민택은 단발적인 일일 총파업으로 마무리 짓고 재빨리 건교부 등 대정부 교섭을 통해 수많은 입법약속(그 동안 지키지 않았던 것을 지키겠다는)을 받았다. 올해 하반기에도 역시 입법 투쟁, 청원 투쟁, 정기국회 기간에 수많은 집회 및 결의대회, 피켓팅,
입법에 대한 사전답변 촉구 등 투쟁하는 현장과 긴밀하게 결합되지 않는 외각투쟁으로 하반기 투쟁 계획 골자에 대한 세부 투쟁 방침이 나와있다. 이 속에 현재 130여 일째 민택이라는 산별노조에서 산별다운(?) 총파업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외로이, 그렇지만 굳건하게 총파업을 사수하고 있는 정오교통 분회가 있다.
8월 15일, 정오교통 분회는 총파업 투쟁 100일째(조경식 동지 분신한 지 101일째)를 맞았다. 조경식 동지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옮겨졌고 사측과의 교섭은 아직까지 대화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총파업 투쟁 100일을 맞아 8월 18일 지민주, 박준 등 문화패 동지들이 기획한 승리기원문화제가 정오교통 앞마당에서 열렸다. 이 날 사장 집 앞과 사장이 경영하는 모텔 앞에서의 집중 투쟁이 시작되었다. 6.21 정오특별조사가 있은 후 결과를 기다리며 조용한 투쟁을 진행하며 현장을 사수하던 정오교통 조합원들이 처음의 마음으로 다시 일어선 것이다. 차량 10대의 행진에 사장은 오금이 저렸을 것이다. 앞으로도 정오교통 분회는 수요집중집회를 사수해나갈 것이다.
도급제가 만연한 택시현실은 이미 방송을 타고 연일 보도된 적이 있다. 1일 혹은 월 도급료만 내고 임금은 전혀 없이 나머지 수입금을 개인수입으로 취하며, 차고지 밖에서 관리되는 불법도급제는 부가세감면분 전액지급과 함께 택시업계의 핵심요구 중의 하나이다. 이 도급제에 의해 유지되어오던 친사파(NBC) 구사대에서 분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파업 이전에 60여명이던 친사파는 현재 거의 다 뿔뿔이 흩어져 핵심 몇 명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파업에 대한 명분과 동지에 대한 믿음으로 버티는 정오교통 조합원 동지들과 다르게 명분 없는 구사대는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분열되고 있다.
현재 가장 노조에서 주력하는 것은 아무래도 파업이 장기화되다보니 조합원들의 생계문제이다. 간간이 나가서 막노동도 뛰고 각 연대단위에서 투쟁기금도 지원했지만 현재 노조 투쟁기금은 거의 바닥난 상태이다. 현재 투쟁 기금 마련을 위해 추석명절선물을 연맹 산하에 있는 사업장에 파는 일종의 납품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군분투하며 싸우고 있는 정오교통 분회에 연맹은 얼마나 연대하고 있을까.
연맹에서는 추석 전까지 정오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방침을 결정했으나 지금까지 사측과의 대화를 시도해본다던가, 정오교통 총파업 지지엄호 연대투쟁을 벌인다던가 하는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민택 역시 산별노조이다. 택시사업장은 가뜩이나 모래알 조직이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택시 사업장은 산별로 뭉쳐 다같이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산별 총파업이 라고 하나 사실상 아래로부터의 조합원의 부노와 열망에 의한 총파업이라기보단 위에서 접히는 수순이라면 그것은 관료적 산별에 지나지 않는다. 정오교통 분회의 투쟁승리가 이러한 관료적 산별주의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