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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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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2 01:22:00, 조회:2,449, 추천: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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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제정 비난!
자주적 사고와 정치활동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
내년부터 초중고 경제 교과서를 시장경쟁을 강화 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며 경제 교육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기존 경제 교과서의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공정거래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도 대기업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표현을 수정하기로 했다. 진보적 교사들과 단체들이 왜곡된 한국 현대사의 진실을 조금이라도 밝히고, 가르치려는 시도들에 대해 ‘좌파 교육’이라고 난리를 치는 우익들과 교육부 관료들은 ‘전경련 교과서’와 다를 바 없는 ‘시장경쟁’ 중심의 경제교과서 개편, 경제 수업 시간 늘리기를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
어느 시대나 학교는 두 가지 기능을 핵심으로 한다. 학생들의 지적 소양 형성(학습), 그리고 그 사회를 유지 강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교육 자본주의 교육에서도 이 두 가지 기능을 철저히 수행하며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 형성과 걸맞은 학습을 진행하는 뿐 아니라, 협력과 배려, 자율성보다는 경쟁에 익숙한 인간형을 양성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쟁점이 된 ‘일제고사’와 ‘학생인권조례’에서 우익들은 일관된 태도의 교육철학을 보여주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성적별로 줄 세우기 식의 경쟁으로 짓눌린 교실, 자율적인 학생 보다는 말 잘 듣는 학생, 스스로의 인권의식에 조차 소극적인 학생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홍위병 창설?
이른바 ‘오장풍’ 교사가 초등학생을 교실에서 무자비하게 때리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서울시 내 학교 전면 체벌 금지 조치가 긴급하게 내려졌다. 하지만 바로 그 이후 경남에서 교사에게 뺨을 맞은 학생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체벌에 대한 논쟁이 다시금 진행되고 있다.
체벌 금지를 주장하는 전교조나 진보 진영에 반해 교총이나 우익진영에서는 ‘준비도 없이 무조건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는다.’라며 특히 보수적 교원 단체인 교총에서는 ‘교수권에 대한 침해이다.’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체벌 자체가 아동 청소년 정서에 위해적인 부분, 심하게는 자살까지 유발하는 문제성이 있기에 신체적 체벌이 아닌 다른 교육적 방법을 찾고, 체벌 없이 훈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들이 교수권에 대한 침해를 이야기하는 것 또한 위선적인데 바로 이들은 교원평가제를 묵인하거나 성적위주의 학교 분위기를 방조하면서 정작 심각하게 교수권을 침해해 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학생들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곧 교사들이 인격적으로 존중 받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체벌 금지 논란과 더불어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관심과 제정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김상곤 교육감의 공약 사업으로 체벌금지, 두발자유화, 야간 보충학습 선택권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안을 이미 상정한 상태이다. 이번에 당선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도 학생인권조례를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익들은 ‘정치적 목적이 있다, 좌파조례안이다, 교실을 혼란으로 몰고 갈 것이다’ 라며 극심한 반대를 하고 있다.
.....인터넷 선동과 유언비어에 휩쓸리기 쉬운 10대를 '정치 주체'로 키우려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교육정책 결정에 참여하게 하면 학생은 정치꾼, 학교는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다. 학생들이 외부 세력 조종을 받아 '평준화 확대하라' '등록금 없애라' '특목고 폐지하라'며 집단 시위를 벌일 수도 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이 인권을 앞세워 학생들을 특정 이념 세력의 '홍위병'으로 만드는 운동이 되지 않을까 두렵다. <조선일보 사설, 학생인권조례로 '촛불 홍위병' 키워보겠다는 건가, 2010.07.01>
보편적인 인권 가치로만 접근함에 따라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의 장소인 학교의 특성을 무시한 채, 학사운영 및 기본적인 생활지도의 영역마저 인권침해로 규정함에 따라 학교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교육구성원간의 갈등과 반목 및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크며, 교육활동에 있어 학생 개인이 지나치게 자기 인권만 강조할 경우 이로 인해 대다수 학생들의 학습권 및 교사의 교수권 침해 우려에 따른 대책이 없다.....<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한국교총 입장>
이들이 학생인권조례에서 특히 비난하는 부분이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집회 참여 보장’이라는 부분이다. 조선일보의 사설은 지난 촛불 투쟁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험을 두려움으로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의 정치사상, 집회의 자유라는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요구에 이들은 학생들에게 ‘홍위병’이라는 색깔공세까지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만큼 이들이 학생들의 사회적인 관심, 정치적인 판단력과 성장, 사회적 참여를 두려워하고 금기시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자주적이고 창조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지배계급이 제도권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통제하고 자본주의에 순응하고 억압과 통제에 길들여진 노예로서의 자본주의적 인간형을 재생산하는데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저들이 학생인권조례제정을 거부하는 이유는, 저들이 자본주의 교육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해 온 경기도의 경우 이들의 반발로 ‘사상, 종교 양심의 자유, 집회 참여 보장’ 조항이 올해 초 삭제된 채 심의 상정 되고 있다. 두발자유화나 체벌금지, 야간학습 선택권은 학생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이기에 학생인권조례에서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사상과 양심의 자유, 집회 참여 보장은 두발자유화와 같은 형식적이고 구체적인 요구를 넘어서는 가장 근본적이며 기본적인 요구이기에 경기도의 진행 과정처럼 양보하거나 삭제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부르주아 사회는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세워 둔 민주주의 정신조차 훼손하고 무너뜨리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같은 악법을 폐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물론 여전히 국가보안법의 이름으로 사회주의자들이나 집단, 통일운동가들을 공공연하게 탄압하고 있다. 아울러 공무원, 교사들의 개인적인 정치활동이나 정당 후원, 시국선언을 문제시 하며 사법적 탄압과 현장에서의 징계를 일삼고 있다.
교사, 공무원과 같은 이른바 ‘공직자’ 혹은 노동운동, 좌파진영에 대한 탄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촛불 투쟁에서의 미네르바 구속, 광우병 보도에 대한 PD 수첩 제작진에 대한 고소, 그리고 지금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우익들과 부르주아 언론의 태도만 보더라도 부르주아지들의 ‘정치사상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두려움과 극악한 탄압은 전 사회적이며 전 민중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에서의 집회의 자유와, 정치사상의 자유는 가장 기초적인 요구인 한편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위선을 폭로하는 주요 지점이 되며 학생인권조례의 핵심요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학생인권조례는 몇몇 진보적인 교육감의 공약사업으로 제정하는 것이 아닌 학생과 교육 노동자의 주체적인 요구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 형식적인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학교 분위기, 상호 존중과 협력 속에서 인권의식이 성장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은 구체적인 학생인권의 문제와 요구들을 제기하고 쟁점화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제정을 넘어 학생과 교육 노동자의 인권과 주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학교 현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교조, 제 갈 길을 가라!
학생과 더불어 교육 현장의 또 하나의 주체인 교사에 대한 사상적 억압과 탄압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전교조 조합원 명단공개, 정치 단체 후원금지, 공무원, 교사의 시국선언 탄압 등의 공세가 몰아쳐 왔다. 이러한 탄압에 대한 폭로와 적극적인 투쟁은 교사의 ‘인권’과 ‘정치적 자유’를 쟁취하는 것이며 이는 학생 인권과 사상, 집회의 자유와도 맞닿아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시행되는 교원평가제(학부모, 동료 교사 등에 의한 교사 평가제), 일제고사(국가수준시험) 시행으로 인한 지역, 학교별 성적 경쟁 강화, 교육부 장관의 단체 교섭 참가 회피 등 현장 통제 강화와 노조 탄압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현장에서의 조직적이고 공세적인 투쟁이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교조는 여전히 상층 중심의 투쟁이나 이슈 중심의 투쟁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권이 많은 반발 속에서도 진행하고 있는 일제고사를 보더라도 학생과 학부모의 ‘체험학습 선택’이라는 저항 방식, 문제풀이 식 야간 학습의 편법과 문제점이라는 부분만 부각되고 있으며 교사 간, 학교 간 경쟁 강화와 야간학습 강행으로 인한 노동강도와 스트레스 강화 등의 쟁점 형성과 더불어 일제고사에 대한 교사 스스로의 투쟁과 조직적인 거부가 부족하다.
특히 이번 7월에 진행된 일제 고사의 경우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전북, 강원 등의 지역에서 대체 학습을 인정하여 일제고사 거부 학생의 수가 많기는 했으나 오히려 전교조의 일제고사 거부 투쟁은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는 진보 교육감의 당선에 대한 기대와 진보 교육감에 대한 투쟁의 부담감이 표현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선출된 진보 교육감일지라도 교육관리 감독자라는 이중적인 역할 때문에 교과부와 정권의 압박 속에서 진보적 색채를 일관되게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이는 이번 7월 일제고사에서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불분명한 태도를 보여준 것에서 알 수 있다.
전교조가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제 갈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스스로 조직을 강화하고, 현장에서의 쟁점과 투쟁을 잡아 나가는 것, 투쟁으로 탄압을 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사는 자신의 권리와 주체성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노동자인 한편,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사회적인 인격을 양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들이 원하는 교사란 자본주의 교과서를 주입하고, 사회적 비판의식을 상실한 학생을 양성하는 ‘교과서대로 가르치는 기계’이다. 전교조에 대한 탄압과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맹렬한 비판은 그만큼 주체적인 노동자로서의 교사, 계급의식을 가진 교사, 그리고 ‘정치적, 사상적, 집회의 자유’를 갖는 학생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짓눌린 학교 현장을 교사의 조직적인 힘으로 바꿔나가고, 학생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그 파급은 엄청날 것이다. 최근 쟁점이 된 체벌문제나 학생인권조례의 문제는 학교 현장 내 구체적인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청소년의 사상과 집회의 자유까지 적극적으로 제기한다는 점, 이것이 학생들의 자발적인 지지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체벌 금지나 조례제정 만으로 부족하다. 지식 주입 위주의 빡빡한 학교 수업, 성적 위주의 획일적인 경쟁과 평가, 진학 스트레스,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편향된 역사 교육 그로 인한 수동적이며 경쟁 지향적인 인간 양성이라는 전반적인 교육 이데올로기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학생의 인권과 마찬가지로 교육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사에 대한 과중한 행정업무 부과, 교원평가제로 경쟁과 평가 강화, 도입 성적 올리기와 진학률을 실적으로 하는 노동환경,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의 강요, 교사의 정치적 자유의 탄압, 이러한 환경에서 교사는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학생을 대면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교사 노동자의 노동권이 확립되고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로 짓눌린 교육 현장이 변화될 때 학생인권조례는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관철 될 수 있으며 그 의의를 빛낼 수 있을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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