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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6호] 지방자치제, 과연 풀뿌리 민주주의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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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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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3 20:11:28, 조회:2,232, 추천: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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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 과연 풀뿌리 민주주의인가?
최근 한나라당에서는 5.31 지방선거 후보 탈락을 놓고 불공정 경선이라면서 정당 ‘사천’(私薦)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한나라당 중앙당사 수색에 나서자 야당탄압이라고 발끈하면서도 동시에 박근혜 대표는 공천개혁을 강조했고, 대선을 앞두고 이념만 맞으면 어떤 세력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 북구에서는 박근혜대표가 개발독재식 경제성장을 이야기 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번 일로 지난 대선 때의 ‘차떼기 정당’이란 멍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에서도 조재환 사무총장이 4억원 돈을 사과상자로 받아 현장에서 긴급체포 되는 등 돈 공천이 발생하고 있다. 안그래도 최근 광주전남지역에서 공천 후유증에 시달리던 민주당도 위기에 빠졌다.
열우당 김한길 원내대표 역시 한나라당 공천 비리를 경악이라 표현했다가 이명박 서울시장과 선병석 전 서울시 테니스협회장이 연관된 별장파티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저기서 부르주아 정당들은 벌써 지방선거 시작부터 비리 사건으로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리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 우연하거나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비리는 필연적이고 정상적인 자본주의 정치다. 지자체 실시 이후 자치단체장들은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와 기타 횡령 등으로 해가 갈수록 기소건수가 늘어나고 있다.(95-98년 1기에 23건, 2기 60건, 2002년 이후 3기는 벌서 78건에 이르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자 이인영, 오영식의원 등 전대협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대거 합류했다. 그리고 이들은 열우당과도 거리두기를 하면서 더 우향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민주노동당은 열우당의 노인당비 갈취사건이나 전화비로 당비 납부, 대납, 혹은 당선 유력한 후보에 대한 몇 천 만원 납부 강요 등을 매관매직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정책선거
지방자치 선거가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선거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은 오히려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98년 지방선거에서 64.3%, 2000년 국회의원 선거 62.9%, 02년 지방선거 59%, 02년 대선에서 68.4%, 04년 국회의원선거는 59.7%였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53.6%의 관심도로 매우 낮게 나왔다. 물론 실제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이 48.9%였듯이 이번 지방선거의 실제 투표율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선거 관심도는 매우 낮다. 20대의 경우 95년 52.8%, 98년 33.9%, 2002년 31.2%, 30대의 경우 96년 68.1%, 98년 46.2%, 2002년 39.3%로 50-60대층의 투표율이 70% 이상인 것에 비해서 절반가량이나 낮다.(중앙선관위, 4월 여론조사)
지자체가 95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부활되었다. 그리고 이는 주민참여시대 어쩌구, 풀뿌리 정치라면서 참여민주주의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00년 총선시민연대가 했던 낙선, 낙천운동은 올해 5.31 지자체에서는 유권자 중심의 참여민주주의와 현실 가능한 정책선거(매니페스토운동)로 변화했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와 일본의 매니페스토운동의 사례가 주민감사제도(주민참여조례제정)와 주민소환제로 부각되고 있다.(매니페스토운동은 실현가능한 공약을 얼마나 공감대 얻어 만들고 실제 이행하는가를 평가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젊은 유권자들을 선거에 끌어들이고 이후 지방정치의 안정적인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서 매니페스토운동이 자꾸 강조되고 있다. 비리로 구속되는 지역단체장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특정 중앙정당의 공천에 따라 지자체에서의 당선 여부가 좌지우지되고 갈수록 주민의 무관심이 늘어나는 현상 때문이다.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부르주아정치는 선거기간에는 주민참정권을 내세우다가도 선거가 끝나면 다시 기존의 폐쇄적인(?) 정치제도를 유지하려한다.
갈수록 자본과 노동의 양극화는 극단으로 치닫고, 노동자계급투쟁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끝날 줄 모르고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 민중의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깊어져 민주노동당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 정치 투표율은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자본에 비협조적이고 자본가 국가를 불신하는 세력들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지배전략 중 하나가 지방자치단체 선거이다.
이처럼 부르주아 정치와 언론은 지방자치가 권력분산과 주민자치라면서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한다. 그렇다면 국가 권력을 분산시키는 지방자치가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것인가? 직접민주주의를 강화시키는가?
그런데 실제 지방자치는 중앙권력의 업무를 지방에 상당히 이양하고 있지만, 재정권과 인사권은 여전히 중앙에 있다는 점에서 중앙국가 권력의 틀 내에서의 자치를 의미할 뿐이다.
지난 2005년 공무원노조가 파업했을 때 이갑용 울산북구청장이 공무원노조 징계를 거부하자 중앙정부가 재정 등으로 협박했던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그나마 이상범은 공무원노조의 연가투쟁에 대해서 경징계 입장을 취했다.) 게다가 자본가계급을 보호하는 경찰 또한 중앙 국가권력의 강력한 통제 하에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자율적 운용권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 뿐만 아니라 지자체는 오히려 지방자본가들을 위한, 지역자본가들에 의한 지방정치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시킨다는 참여민주주의, 주민참정권(보통 주민소환,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예산참여 등을 의미)이라는 것이 온전하게 보장된다고 해도 그것은 국가권력을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오히려 노동자 민중이 자발적으로 협조하게 하는 사회통합기제일 뿐이다.
지방분권화는 중앙집권과 동전의 양면이다. 그리고 지방화와 세계화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자본은 앞으로의 국가 발전이 지방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지방을 하나의 발전 주체로써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층 중앙정부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지방자치공동체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는 행정수도이전과 지역발전전략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업도시, 혁신도시에 대해서 노동자정치신문에서 여러 번 다루었듯이, 이러한 지역특구와 기업도시는 지역경제에 독점자본이 뿌리내리기 위한 자본의 규제완화전략이다. 도시(지역) 자체를 상품으로 개발하고 정말 ‘돈 잘 버는 도시(지역)를 만드’는 도시마케팅 전략이다. 이 때문에 2000년 도시개발법에 이어 2004년 기업도시, 행정도시, 혁신도시, 지역특화발전특구법,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이 제도화되었다. 이들 기업도시와 경제특구를 통해 국내건 외국자본이건 상관없이 독점자본의 자유로운 노동착취를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지방화와 자본의 세계화는 결코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가 국가의 계급성을 지역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강화하겠다는 정책이다.
따라서 부르주아 정치권들은 지자체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적 지방자치'
민노당은 2002년 지방선거부터 참여하고 있고, 실제 울산에서는 95년부터 개인적이지만 활동가출신들이 경남도의원 2명과 울산시의원 4명으로 당선된 경험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 당선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무얼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평가들이 있다. 바로 최근 울산 이갑용 동구청장과 이상범 북구청장의 사례를 보자.
이들은 산재지원센터와 비정규직 상담소 및 비정규직지원센터 설립과 부당노동행위 근절은 완료했고, 노동회관(혹은 복지관)과 산업안전모니터제도는 부진하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실업자 취업알선과 고용안정위원회는 추진 중이라고 평가되었다. 하지만 작년 재작년 울산에서는 대표적으로 박일수 열사투쟁을 비롯하여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 이어졌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도 원청 사용자는 물론이고 원청 노조마저도 교섭에 매몰되어 오히려 비정규직투쟁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오로지 비정규직 노조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과연 민노당이 평가하는 부당노동행위 근절은 무엇을 가지고 평가한 것인가?
이들의 의지에 상관없이 분명히 지자체 정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구호사업에 급급해있었고 이는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 관련한 정책기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단 공무원노조 징계거부와 함께 자찬하는 것이 바로 지자체 비정규직 노조와 단협을 체결한 사례인데, 이 역시 결코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도 부분적으로도 해결해준 것은 아니다. 총액인건비제가 실시되면서 아무리 ‘진보적’인 지방정부라도 할 수 있는 비정규직 사업은 더욱 제한적이다. 오히려 지자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완화하기 위해서 중앙자본가 정부와 싸우지 않는 이상은 값싼 비정규직들을 많이 고용해서 사회적 ‘불안정’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이것이 진보출신의 부르주아 지방정치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아마 이것이 민노당이 그나마 지역노동시장에 개입하는 지자체의 역할이 될 것이다.
특히 민노당은 지역시민운동과 결합하여 지역 권력 감시운동과 예산감시(및 예산 참여), 생협운동 등의 생활정치운동에 소위 ‘노동자 정치’를 한정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민참여운동에 기반하여 민노당의 지역자치운동이 발전했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노당의 지방자치의 상은 이와 전혀 다르지 않다.(직접 민주주의 확대와 지방자치 활성화 방안으로 (1)국가사무의 대폭적 지방이양으로 지방행정권 확대 (2)지방정부 재정 강화 (3)자치입법권 최대 보장 (4)국민소환권과 발안권 (5)풀뿌리 민주주의 활성화 (6)대중정치활동 보장 등 민주노조운동의 직접민주주의 경험과 진보적 시민운동의 권력감시 활동을 적극 활용할 것을 강령에 제시)
단지 시민운동단체들과 민노당이 다른 점이 있다면 시민단체들은 지방자치의 목적은 집권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안을 제출하는 게 아니라 단지 감시활동만 하면 된다고 한다. 지역에서 올라오는 문제제기와 요구를 어떻게 지방정치에서 반영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라고 주문한다. 즉 의사결정과정에 형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주어, 기층 민중과 노동자들의 계급적 불만과 불안을 은폐할 수 있는 덮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 시민운동의 역할은 그것뿐이다. 시민단체들은 어떻게 직접민주주의라는 이름을 팔아서 자본가계급정치에 합류하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이들 시민운동세력들은 그나마 울산 북구청장의 공무원노조 옹호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비해서 민노당은 지방자치 역시 정당정치를 통한 실현의 장이라고 주장하면서 지방자치에 일관되게 정치를 실현시키고자 하고 있다. 이것은 다른 부르주아 정당들에게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열우당과 같은 부르주아 정당들은 “지금도 너무 깨끗해져서 숨 막혀서 못살겠다. 손발을 다 묶으면 어떡하냐는 지역의 불만이 많다”면서 주민소환제 등에 대해서 유보와 반대(한나라당)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지역의 불만은 바로 지역의 자본가들의 불만을 말하는 것이고, 착취하기에 자유로운 기업과 지역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지역 유지들의 지방자치의 바람이다.
선거심판론이라는 유령을 계급투쟁으로 쫓아내자!
민주노동당은 결국 이번 지자체 선거 기조를 ‘서민이 행복한 주민가치 실현’이라는 슬로건 아래, 양극화의 주범인 보수양당 심판/계급투표+노농시민단체 포괄하는 선거운동/비정규직보호와 농업회생 등 진보의제화로 잡았다. 그리고 서민복지 실현을 위해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중에서 재원을 마련하면서 공공의료를 확대할 것,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위탁 규제 및 법 준수, 중소기업 발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론을 제시했다.
민노당은 독점자본이 아닌 (대대수가 하청계열화 되어 있는) 중소자본과 결탁하여 지역경제 발전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이미 중앙 국가권력과의 투쟁도, 폭로도, 그리고 지역의 노동자계급 정치도 포기했다. 단지 중앙 예산 중에 어느 지자체가 재정을 좀더 배정받아낼 수 있는가라는 지자체의 능력만이 민노당의 정책으로 평가 잣대를 대고 있을 뿐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정책 역시 비정규직 철폐와 정규직화에는 한걸음도 다가가지 않고, 일부 지방공기업의 비정규직 확대를 규제한다는 시혜성에 머물러 있다. 이제 민노당의 계급정치의 본질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지방선거정책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마디로 민노당의 ‘진보적 생활정치모델’은 노동정치와 연대의 경제, 숙의민주주의의(숙의란 깊이, 오래 논의한다는 뜻)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숙의민주주의는 모든 사회적 문제들이 오랜 대화와 합의의 과정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연대의 경제 역시 지역에 기업들을 자리 잡게 하여 이를 통해 지역 일자리도 창출하고 지역 경제발전도 가능하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이런 모델은 결국 사회적 갈등의 핵심인 노자관계와 계급투쟁을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하는 동안 묶어 두고, 지역경제와 지역 자본의 회생이 곧 지역 노동자들의 고용이라고 등치시킴으로써 노자협조주의를 지역차원에서 양산하고 강화시키는 지역판 계급타협주의로 귀결될 것이다. 그러한 지역공동체에 노동자들을 참여시키고자 하는 것, 이것이 지자체 선거의 기조인 풀뿌리 민주주의의 계급적 본질이다.
자본주의가 위기로 치달을수록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위기를 전가시켜서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이윤을 유지하려고 한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은 점점 더 바닥을 쳐 결국 여기저기서 분노가 분출되고 조직화된다. 그리고 남한에서도 그러한 자본의 위기에 대한 계급적 분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 불길로 번져나가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 자체는 스스로 조절이 안되는 공황이 심화되고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계급적으로 각성하는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은 더욱 투쟁의 필요성, 계급정치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특히 공황기의 노동자들의 양보교섭과 계급타협이 어떻게 노동자들에게 독이 되어 돌아오는가를 피부로 느끼고 나서부터는 노동자들은 더욱 단호한 투쟁을 요구한다. 그리고 노동조합만의 투쟁, 조합주의로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자본은 현장,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와 민중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불신을 사회적으로 수습하고자 계급타협적 중앙과 지방정치를 모색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역갈등이라는 지역주의의 폐해를 이용하면서 국민통합을 모색했다면 이제는 지역주의를 지역발전의 경쟁적 구도로 이용하면서 자본주의적 국민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비판하면서 직접민주주의의 대안으로 부각되는 지방자치가 부르주아 계급정치의 구체적인 지역화 전략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분명히 하자.
그렇기에 단지 노동자출신의 지자체 기관장 선출, 국회의원 당선의 문제에 머물러서는 노동자계급의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물론 자본주의적인 착취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자본가 국가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다. 즉 민주주의가 가장 철저하게 이뤄지려면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아닌 노동자 독재라는 계급민주주의 투쟁을 해야 한다.
노동자계급투쟁이 조합주의에 머물지 않고 계급권력 쟁취의 문제로 접근되도록 투쟁의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하자. 비정규직 취업지원이나 생활보조 수준이 아니라,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
단순히 해당지역의 기업이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책무 운운하면서 불우이웃돕기나 양보교섭, 사회적 교섭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자본 환수의 관점에서 출발해서 지역정부가 노동자계급투쟁에 일조해야 한다. 단순히 지역 직업훈련과 고용촉진 프로그램이라는 방식의 노동시장개입 수준에서는 자본의 정치를 벗어날 수 없다.
노동자의 이해가 바로 다수 지역주민의 이해라는 핵심을 분명히 하자.
위에서 언급한 민노당의 발상은 이미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민노당 뿐만 아니라, ‘사회(연대)적 노동운동’(이 역시 우리는 이미 ‘국민과함께하는노동운동’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했다)이나 그 외 일부 좌파의 지역통합적 조직운동이 강조되면서 현장에서 지역으로 달려가고 있다. 예전에는 현장권력만을 강조한 나머지 국가정치권력 장악과 관련되지 못한 현장조합주의의 한계에 그치는 전망 논의가 있었다면 이제 정반대로 현장권력을 빼놓고 지역과 정치권력만을 강조하는 노동운동의 부문주의화가 계급정치의 일탈세력으로 분명해지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이용하지만 결코 그들의 계급적 전망과 역동성에 부합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프랑스혁명의 역사를 보더라도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열기가 자본가들에게 부합해서 부르주아민주주의를 앞당겼지만, 자본가들은 노동자계급의 혁명의지를 두려워했기에 끊임없이 노동자계급정치를 거세하려고 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성과라고 자랑하는 급식조례운동이나 광주 전남의 시민참여 조례운동, 울산의 예산참여제 등의 사례는 자본주의의 정치횡포를 조금 줄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자본가들의 수중에 있는 생산수단을 몰수하거나 재산을 환수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자체가 갖는 구조적 불합리함과 횡포를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착취구조를 지역 노동자들의 고용을 볼모로 해서 사회적으로 합의해가려는 계급타협정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
여기서 민주노동당이 진정으로 계급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면 이렇게 외쳐야 한다.
“지방자치를 우리가 해봐도 자본주의 자체가 바뀌지는 않더라! 가자, 이제는 노동자권력을 향한 투쟁으로!”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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