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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6호] 불법파견 정규직화 판결, 이제는 대중투쟁에 달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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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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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2 02:36:24, 조회:2,294, 추천: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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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정규직화 판결, 이제는 대중투쟁에 달려 있다!
지난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은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2004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이 내려진지 6년 만에 대법원에서도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 판결이 있은 후, 몇 년간 제자리 수였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수가 순식간에 천여 명이 늘어났다. 수년간의 투쟁 속에서도 움직이지 않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이 판결을 계기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이번 판결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현대자동차의 원청 사용자성과 불법파견을 한 번에 인정하는 판결이었다. 판결이후 현재 조합원이 1,500여명에 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9월 초부터 조직을 재정비 하고 특별교섭과 집단소송을 병행하는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판결 이후 현대자동차 원청에서도 대응팀을 구성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각 사내하청업체의 사장들과 현장 소장들은 늘어만 가는 조합 가입을 막기 위해 온갖 협박과 회유를 하고 있다. 현장의 분위기는 조합원들의 투쟁 열기와 함께 조합에 가입하려는 사내하청 노동자,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사장과 소장들의 전쟁터인 듯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결국 일이 터졌다. 지난 29일 전주공장 부근에서 사내하청업체 관리자가 조합간부를 맥주병으로 폭행하고 식칼로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보면 지난 200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벌어진 식칼테러가 생각난다. 두 사건 똑같이 피해자는 사내하청노동자였고 사건 형태 역시 정당한 요구를 한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하청업체 관리자의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극단적인 사건이지만 이 사건은 단순히 술자리에서 일어난 폭력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로 시작된 현대자동차 공장 안에서 노동자와 자본의 첨예한 대립이 폭발한 것이다. 또한 이것은 평소 사내하청 노동자가 얼마나 취약한 노동조건에서 인간대접도 받지 못하며 일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고 관리자에게 병으로 맞아 머리가 깨지고 식칼로 위협을 당하는 것이 오늘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현실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다!
이번 판결이 제조업 대공장 사내하청 노동에 대해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첫 판례는 아니다. 지난 200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현대자동차 아산지회 조합원의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같은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에 굴복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재판은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앞서 말한 아산지회 조합원들의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이와 관련한 소송과 구제신청 등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판결문의 취지를 보면 현대자동차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되어 현대자동차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현대자동차로부터 직접 노무관리를 받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기 때문에 옛 파견법 제6조 3항이 적용되어 고용된지 2년이 지난 다음날부터 현대자동차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즉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노동은 도급이 아니라 파견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구체적인 판결 근거로 든 것을 보면 첫째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조립·생산 작업은 대부분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 둘째 정규직과 혼재하여 배치되어 현대자동차 소유의 생산 관련 시설 및 부품, 소모품 등을 사용하고 현대자동차에서 각종 작업지시 등에 의하여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한 점, 셋째 현대자동차가 사내협력업체의 노동자에 대한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고, 직영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수행할 작업량과 작업 방법, 작업 순서 등을 결정, 직접 지휘하거나 소속 현장관리인 등을 통하여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한 점, 넷째 정규직노동자에게 산재, 휴직 등의 사유로 결원이 발생하는 경우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로 하여금 그 결원을 대체하게 한 점, 다섯째 사내협력업체를 통하여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근태상황, 인원현황 등을 파악·관리 한 점 등을 들었다.
결국 수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 판결의 주요한 점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동시에 파견법을 적용해 원청에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과 판결문에 불법파견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들을 명시함으로써 이후 있을 불법파견 소송에 유리한 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판결은 하위법원에서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원청사용자성과 불법파견을 모두 뒤집을 수 있는 최고위 법원인 대법원의 판결이라는 점이다.
이 판결로 현대자동차에만 수천 명이 존재하는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그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계약해지되거나 업체폐업이 되면서 해고를 당한 노동자들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큰 의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큰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불법파견도 파견이다?
이 판결은 활로를 찾지 못하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 다시금 힘차게 도약할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그 발판을 똑바로 보지 못하면 다시금 낭떠러지로 추락할 위험도 동반하고 있다. 즉 이번 판결의 유의미한 점을 보는 동시에 반쪽짜리 판결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아야 한다.
우선 애초에 제조업 생산 공정에 파견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그럼에도 자동차 산업 등의 제조업 현장에서는 계속해서 불법파견이 점점 늘어나기만 했다. 2004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끈질긴 투쟁으로 처음으로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받아 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원청은 계속해서 합법적 도급임을 주장하며 노동부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불법파견을 유지했다. 이 투쟁 가운데 노동조합활동을 이유로 해고당한 사내하청 조합원은 파견법에 의해 자신이 당한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는 원청에 의한 것이고 이에 대한 구제신청을 각 노동위원회와, 법원에 냈다. 하지만 사내하청 노동자의 원청에 대한 구제신청은 인정되지 않았다. 그렇게 수년간의 법적 투쟁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기존의 판결을 뒤집고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과 함께 불법파견이라고 해서 파견법을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아 낸 것이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첫째로 이번 판결의 최대 맹점인 불법파견임을 인정하는 동시에 파견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사용자성 인정과 불법파견임에도 파견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내하청과 간접고용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종이기에 형식상 도급이라는 형태로 사내하청을 주는 것인데 이번 판결로 현존하는 사내하청이 도급이 아닌 파견형태라는 것이 인정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은 파견법에 의한 2년 이상 일한 노동자에 대해 직접고용의제 항목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내하청을 불법화하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서 즉시 직고용 판결을 내렸어야 한다. 그런데 사내하청을 인정하면서 불법파견도 파견이니 파견법을 따르라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이러한 논리의 판결은 결국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2년 이상 고용된 노동자에 한해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로, 이도 저도 아닌 2년 미만의 사내하청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판결이 되었다.
둘째로 앞서 이야기 했듯이 사내하청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생산에 관한 모든 것을 원청이 결정함에도 불구하고 형식상 도급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는 현재의 사내하청업체가 그동안 파견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사내하청 노동자와 원청과의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즉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인데, 이는 사내하청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불법이지만 일단 고용관계는 인정되는 앞뒤가 맞지 않는 판결이다.
세 번째로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번 판결은 상고심의 판결로 다시 고등법원의 재심의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고등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대법원은 불법파견이라는 주장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결했고, 때문에 고등법원의 재심의는 불법파견을 전제로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법리 적용과 사실관계에 따른 여러 가지 법적 해석이 남아있어 확정 판결은 어떻게 될지 미지수다. 직고용이 되더라도 고용형태가 비정규직 혹은 무기계약직 형태로 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법원의 판결은 불법파견 자체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파견법에 적용되는 2년 이상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한한 대한 판결이라는 것과, 원청 사용자성은 인정하면서도 사내하청업체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관계를 여전히 인정한다는 것, 그리고 아직 구체적인 고용형태와 노동조건이 판결되지 않았다는 것들이 이번 대법원 판결의 한계점이다. 이러한 한계점들은 정권과 자본이 파고들 지점들을 수없이 많이 제공해 준다.
원 하청 공동투쟁으로 불법파견 분쇄하고 정규직화 쟁취하자!
큰 의미와 함께 많은 한계점을 가진 판결인 만큼 정권과 자본의 대응 방향 또한 아주 넓다. 정부에서는 이미 파견업종을 확대하기 위해 파견법개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도급을 인정하는 법위가 아주 넓기 때문에 진성도급화를 위한 전환배치와 외주화의 길도 있다. 하지만 2004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이후에도 끊임없이 합법적인 도급임을 주장하면서도 지금의 대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이야기하는 도급화하지 못한 것은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뿐더러 대공장 제조업 현장의 특성상 사내하청을 진성도급화 하기란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보듯이 아예 공장 자체를 도급화하는 것이 가능한 이상 이후 자본은 공장 자체의 도급화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러한 대규모 구조조정 이외에도 이미 수없이 많은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잘려나갔듯이 파견법이 적용되는 2년이 되기 전에 계약해지를 하거나 업체 자체를 교체하는 등의 방법도 가능하다.
또한 이번 판결은 한 조합원의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기 때문에 즉시 모든 조합원에 적용되지 않을뿐더러 현대차자본이 이 판결을 그대로 받아서 2년 이상의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집단 소송을 바로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수년에 걸친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현장이 조직 되지 않고 대중 투쟁을 전개하지 못한다면 판결이 나기 전에 전환배치, 해고 등을 자행하면서 판결 자체가 무색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더욱이 현장에서 팽배한 무임승차 분위기를 바로 잡아야만 한다. 원청과 하청업체 관리자들은 협박과 회유 뿐만 아니라 ‘승소할 때 가입하면 된다’, ‘소송에 이기면 다 적용된다’라는 악선동을 하고 있는데 이는 시간벌기에 불가하고 현재의 투쟁을 막아서기 위한 것이다.
법으로 유리하게 판결받은 것을 진짜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남은 것은 현장에서 어떻게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공세를 어떤 요구를 걸고 실질적으로 막을 투쟁계획이다. 우선 대법원 판결로 파견법을 적용해야 하는 노동자들과 2년 미만의 노동자들의 해고를 막아내야 한다. 지금도 신차 공정이 들어오면 업체하나가 날아가기 십상이다. 당연히 그 업체에 있던 노동자들도 자동 계약해지가 된다. 그리고 공황으로 인해 이미 수없이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해야만 했다. 이번 투쟁의 첫째 목표는 어떠한 종류의 해고도 막아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 문제는 당장 정규직의 전환배치와 구조조정에 맞물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내하청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소리 소문 없이 잘려나간 것은 한편으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힘이 약해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청 노동조합에서 전환배치나 구조조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에도 책임이 있다. 이제 원청 노동조합과 사내하청 지회 조합원들의 공동 투쟁이 중요하다. 그리고 타임오프라는 노동조합 말살 법안이 속속 현장으로 침투하고 있다. 따라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번 사안에 대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조하거나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타임오프분쇄와 다른 한편으로는 구조조정 분쇄, 불법파견 분쇄 요구를 걸고 공동투쟁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불법파견 투쟁의 궁극적인 목표로는 사내하청 즉 간접고용 문제를 걸고 가야한다. 2년 이상의 사내하청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포괄할 수 있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간접고용 문제는 이미 전 산업에 걸쳐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사안이다. 얼마 전 KTX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로자 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청인 코레일과의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하는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 역시 이번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대법원 판결과 같은 맥락의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 두 판결은 앞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에 큰 활로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이 두 판결 모두 그동안의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KTX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년 간 투쟁이 없었다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 수년간 투쟁의 결과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이 힘을 이용해 현장에서의 투쟁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정규직화를 쟁취해야만 한다.
수년간 수없이 많은 노동악법들이 통과되고 현장에서는 온갖 구조조정과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었지만 이렇다 할 투쟁 한번 해보지 못하고 밀리기만 해왔다. 이제 적들의 공세는 극에 달했고 죽어가던 비정규직 투쟁에는 새로운 활로가 나타났다.
더 이상 밀릴 순 없다! 현장에서 대중투쟁을 조직하자!
간접고용 철폐하고 정규직화 쟁취하자!<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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