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동산 비리와 혁명적 해결책, 수탈자에 대한 수탈!
1. 터져 나오는 추악한 부동산 비리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에 이어 이헌재 경제부총리,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등 고위 관료들이 부동산 투기 혐의로 줄줄이 낙마하고 있다. 이 중에는 부인과 가족, 친인척의 부동산 투기 혐의로 사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실소유주가 명의이전 한 것이기 때문에 고위 관료 자신의 부동산 투기에 다름 아니다. 최근에는 중앙일보의 실질적 소유자이면서 주미대사로 임명된 홍석현이 부동산 투기 혐의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심지어 ‘가난한 여공’ 출신의 이미지를 강조하던 민주노동당의 최순영 의원조차도 부동산 투기 혐의에 연루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나 변동, 투기혐의 연루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자본주의가 얼마나 추악하고 불평등한 체제인지를 대중적으로 폭로해준다. 홍석현은 고작 8세에 부친으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고 이후 780억 원 대의 자산가가 됐음에도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출발하는 것”이라고 뻔뻔하게 변명하고 있다.
그런데 고위 관료들의 부동산 비리를 폭로하는 자본가 언론인이나 정치인들 누구라도 조사하면 부동산 투기로 축재하지 않은 자가 있겠는가? 고위관료들의 부동산 비리혐의와 그들의 차이는 단지 폭로됐는가? 아닌가?의 차이에 불과하다.
부동산 투기 문제로 인해서 대중적 분노가 높아가자 이의 해결책을 위한 수많은 처방전이 제시되고 있다. 자본가 언론과 한나라당에서는 ‘도덕성’과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로 몰아붙이면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 또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에서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하고 있다.
사회당에서는 부동산 투기의 문제는 한국자본주의가 “천민자본주의라는 점을 상기시켰을 뿐이다”라면서 “부동산 투기자들을 정부 요직에서 추방”하고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을 더욱 넓히고 재산 공개시 재산 형성과정도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나름대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경실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 등 소부르주아 시민단체들은 “부동산 투기문제의 핵심은 토지불로소득에 있고, 그것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토지보유세를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비리 문제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진단과 대안들은 모두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토지와 주택문제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완전히 결여하고 있으며, 그 대책도 실현 불가능한 정책에 불과하다.
2. 이율배반적인 국가의 토지정책
노무현 정권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는 2003년 10.29대책을 중심으로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부동산실거래가신고제, 종합부동산세, 주택가격공시제 등 4대 부동산 개혁입법 등 20차례 이상이나 부동산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과연 노무현 정권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취임 초기부터 일전을 벌였던 부패와의 전쟁이 연이어 쏟아져 나오는 비리문제로 실패로 돌아갔듯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도 이미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부동산 관련한 각종 정책으로 잠시 잠잠하던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판교, 분당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이전 수준으로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다. 압구정동 구현대 1차 54평형은 13억~14억까지 호가하면서 부동산 대책 이후 오히려 2억원이 올랐다. 개포주공 아파트도 올 해 들어 2억원이 올랐다. 분당과 용인 수지권도 평당 각각 1200만 원대와 1000만 원으로 올랐다.
이렇게 주택, 토지 등 부동산가의 상승은 집권자의 의지의 문제나 정책역량의 문제가 아니다. 남한 자본주의 국가는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오락가락 정책을 사용해왔다. 68년에 부동산 투기억제정책을 취했던 남한 자본가 국가는 1978년 부동산가격이 오르고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8.8 부동산투기 억제조치’를 취했다. 또 다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자 1980년에는 ‘9.16조치’, 1981년 ‘1.4주택경기활성화조치’를 취했다. 이후 83년~85년에는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토지거래허가신고제를 시행하여 투기억제정책을 실시했다.(『공간과 사회2』서종균, 「한국 자본주의 발전과 토지문제」)
김대중 정권은 98년 이후 경제공황의 여파로 위축된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부동산 시장 개방과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완화, 강남지역 재건축 사업 허용 등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겼다. 이로 인해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은 2001년 22%, 2002년 35.2%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규제 대책은 김대중 정권 당시 취했던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기되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인 것이다.
그러나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일관된 것이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은 68년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쓰면서도 뒤로는 강남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 서울에 편입되기 전 평당 300원~500원 하던 말죽거리 땅값은 편입과 개발 이후 69년에는 3만~5만원까지 뛰면서 7년 새 100배가 뛰었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말죽거리의 토지소유자들에게는 ‘말죽거리 축재사(蓄財史)’였던 것이다.
노무현 정권도 부동산 규제 정책을 쓰면서 이와는 다른 행정수도 이전 계획으로 인해서 대전, 충남의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있다. 또한 자본을 위한 기업도시 개발로 충북 충주, 강원 원주, 전남 해남․ 영남 등 기업도시 신청 8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규제 정책은 부동산 투기 증가로 생기는 빈부격차 같은 계급갈등을 완화하고 산업자본의 생산수단 중 하나인 토지가격을 잡아서 자본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토지공개념이 바로 대표적인 자본가 국가의 정책이다. 반면 토지의 용도변경 허용이나 세금감면 같은 정권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은 개발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자본이 개발이익을 독점한다. 결국 정권이 취하는 각종의 부동산 규제 정책은 개발계획과 맞물리면서 규제정책의 효과를 낮추거나 무용지물로 만들기도 한다.
자본투자는 생산적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자본의 이윤의 원천을 만들면서 자본의 확대재생산을 돕는다. 반면 투기는 그 자체로 이윤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생산적 자본투자로 발생한 이윤의 몫을 줄인다. 따라서 생산적으로 투자되지 않고 돈놀이로 인해 발생하는 화폐자본의 이자나 토지 소유자의 지대는 기생적인 불로소득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투자는 투기를 잉태하고 있다. 개발 없이 투기가 있을 수 없다. 투기는 투자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그런데도 자본가 언론은 하나의 정책을 두고 정반대되는 기대를 하고 있다.
낙후지역에서 기업도시 건설은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고 기업이나 개인이 쌓아놓은 막대한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선순환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연합뉴스, 4/17)
정부가 각종 개발사업을 내놓는 바람에 주요 지역의 땅값이 껑충 뛰고 있다. 지금도 너무 올라 야단인데 개발계획이 가시화되면 더 뛸 것이라는 분위기다.(중앙일보, 4/14)
실제 기업도시 후보지로 선정된 원주시는 2002년 평당 5만~7만원하던 땅값이 기업도시 신청 이후 30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 영암이나 파주권의 땅값도 엄청나게 올랐다. 이처럼 개발은 미래에 발생할 이윤을 근거로 하여 땅값 상승을 부추긴다. 현재 땅이 놀고 있더라도 미래의 개발로 지대가 발생된다고 예상되기 때문에 토지는 의제자본(가공자본)이 된다. 이는 마치 주식이 미래의 산업자본에 투자돼서 이윤이 만들어질 것을 예상하여 의제자본이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투자의 신성시와 투기의 죄악시는 생산적 투자가 생산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이윤을 만들어 내는 자본주의의 착취의 비밀을 은폐한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 기인한 기생적인 투기의 문제를 죄악시하는 자본주의는 위선적인 체제다.
자본주의 국가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것은 자본가 국가의 토지규제 정책이 소유권을 건드리지 못하고 토지 이용이 비생산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토지이용 방식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본가 국가는 - 격렬한 정치적 저항이 없다면 - 독점적 토지소유 때문에 비생산적 용도로 토지가 사용되지 못하도록 하고, 토지 소유주와 자본가간의 갈등을 조정하여 자본축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토지정책을 사용할 뿐이다.
3. 부동산 문제는 무엇인가?
자본주의에서 부동산 문제는 토지와 주택의 문제이다. 주택가 상승은 주택 건축 비용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대라는 땅값이 상승한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에서 토지와 토지소유권 문제는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이 지배하는 사회다. 자본주의에서 토지는 노동력과 더불어 특수한 상품이다. 토지는 아무리 개발을 하더라도 영토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할 정도로 그 양이 한정되어 있고, 이동이 불가능하다. 개간을 통해 농업에 사용되지 않는 황무지는 노동의 생산물이 아닌데도 상품성을 가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지주(토지소유주)와 자본가는 노자간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는 않지만 서로 대립한다. 생산수단인 토지를 필요로 하는 산업자본은 지주에게 이윤의 일부를 지대로 내야하기 때문에 토지소유자를 암적 존재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산업자본은 은행을 소유하여 화폐를 원활하게 조달하는 것처럼, 토지를 소유하려고 한다. 산업자본은 생산적 용도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토지가 지대를 낳기 때문에 토지소유를 갈망하고 있다. 현재 소득 상위 5%가 사유지의 65%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남한 독점자본의 토지소유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70년대 후반의 부동산 투기 바람은 현대, 대우, 삼성 등 남한의 대표적인 독점자본이 앞 다투어 부동산 투기를 한 결과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의 주역 독점재벌은 정부로부터 특혜금융 지원을 받아 성장해갔는데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부동산 담보가 필요했다. 독점재벌은 특혜금융을 받아 땅을 사고 다시 이를 담보로 특혜금융을 받아 공장을 짓거나 땅을 샀다. 그리고 공장과 토지를 이용하여 다시 특혜금융을 얻어 땅을 사는 확대 순환이 계속되었다.(『역사비평』2004년 봄호, 장상환, 「해방 후 한국자본주의의 발전과 부동산 투기」)
남한의 독점자본은 토지개발로 막대한 이윤을 얻고 토지개발에 대한 기대수익으로 인한 지대상승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독점자본은 생산자본의 투자로 인한 이윤보다 이익이 많이 남을 때 부동산 투기를 하게 된다. 독점자본의 부동산 투기는 마땅한 이윤을 찾지 못하고 놀고 있는 과잉자본의 해소처가 되서 독점자본에게 이익을 남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의 투기화는 이윤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자본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킨다. 따라서 남한 자본가 국가는 생산적 자본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3년 이상 업무용으로 전환하지 않는 비업무용 토지에 대해서 높은 취득세를 매기기도 한다. 이러한 과중한 취득세는 결과적으로는 이 취득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자본이 토지를 매각하도록 한다. 결국 자본의 독점화는 토지의 독점화를 낳으면서 독점을 강화한다.
토지비용 상승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오르면 자본가 국가는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려 한다. 주택가격 상승은 노동자의 재생산 비용을 증대시킴으로써 임금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자본가 국가의 주택가격 안정화 대책은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줄여서 자본이 임금삭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결국 자본은 부동산 가격 인상을 통해 직접적인 이익을 얻고 부동산 가격 하락을 통해서도 이윤을 얻게 된다.
노동자계급은 보통 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주택을 임대한다. 노동자계급은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강도, 노동통제 강화와 노동시간 연장을 받아들이게 된다. 혹시나 자본에 저항하다가 해고라도 당하게 된다면 상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주택에서 쫓겨나기 때문에 노동자는 한층 더 자본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이 복리후생의 명목으로 빌려주는 주택자금조차도 노동자에게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이미 노동자에게 일상이 된 특근도 주택부금이나 아파트 관리비 등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방편이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토지와 주택의 사유화는 이렇게 자본의 이해에 복무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토지소유는 어떤 사람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을 배제하면서 지구의 일정한 부분을 자기의 개인의지의 배타적인 영역으로서 지배할 수 있는 독점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고 했다. 이러한 토지와 주택의 배타적인 사유권은 법적으로 보장됐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가 국가가 자본의 재생산을 위해 물리력으로 소유권을 보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생산양식은 임금노동자가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다. 자본주의 초기에 자본은 토지를 잃은 농민으로부터 노동력을 구했다. 자본가 국가의 직간접적인 폭력이 없었다면 농민이 노동자로 변모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본가 국가는 ‘엔클로져 운동’이라는 농민의 토지로부터의 폭력적 인 추방으로 자본에게 노동력을 공급했다. 남한에서 노동력의 공급은 생존권을 박탈당한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면서 가능했다. 산업화, 도시화 과정은 농민의 수탈과 농촌의 황폐화, 도시빈민의 형성과정이자 노동자의 억압과 착취를 통해 자본의 이윤을 불리는 폭력의 과정이기도 하다. 건설자본의 폭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오산 수청동 철거민들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폭력과 철거과정에서 발생한 한 용역의 비극적 죽음은 바로 자본주의의 폭력과 모순이 낳은 결과이다.
4. 토지와 주택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소부르주아 시민단체에서는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해결책을 구하고자 하고 있다.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자본가의 이윤이 부정한 것이 아니라 지대소득이 부정의한 것”으로 보면서 불로소득인 토지 지대에 대해 높은 세금을 매기면 토지와 주택문제가 해결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본과 토지를 분리시켜 토지문제 해결에 집중하면 “노동자가 궁핍하며 착취당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모순이 해결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
자본과 토지는 분명 다르다. 먼저 출생이 다르다. 자본은 더 많은 부를 생산하기 위해서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모두가 알듯이 토지는 천부된 것으로 인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자본의 가치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하락하지만 토지의 가치는 거의 대부분 상승한다.(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국장, 「우리의 근본문제는 자본이 아니라 토지에 있다」)
먼저 이들은 토지의 소유에서 나오는 지대가 불로소득이기 때문에 문제이지만 이윤은 부정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본의 이윤도 불로소득이다. 자본가는 생산수단의 소유권을 가지고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일하지 않고 이윤을 챙긴다. 산업자본가가 기획하고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노동자의 노동력을 더욱 착취하기 위함이다. 결국 이들의 기획, 관리감독 역할 자체에서 이윤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더욱 착취당했기 때문에 이윤이 늘어난 것이다.
자본가는 단지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권 덕분에 노동자가 만든 이윤을 수취한다. 이것은 토지소유자가 토지소유권 덕에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지대의 형태로 분배받는 원리와 다르지 않다. 이들은 “자본은 더 많은 부를 생산하기 위해서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하면서 자본가와 노동자를 인간의 범주에 넣는다. 하지만 자본의 확대재생산은 인간 모두가 잉여가치를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인간 중에서 노동자의 노동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토지는 자연적인 것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하지만 토지의 가치(지대)는 노동자의 노동력 사용을 통해 이윤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있을 수 없다.
자본이 가진 가치 중 생산수단인 기계는 가치를 그대로 생산물로 이전하면서 마모되기 때문에 마모 분만큼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반면 토지는 그 상품이 가지는 특수성인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농업용으로 개간한 토지를 제외하고 자연 그 자체의 산물인 토지는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토지가 매매되고 가격을 갖는 것은 인간노동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가공자본이기 때문이라고 위에서 말했다. 이들은 토지의 가격 상승을 가치의 상승으로 오도하고 있다. 생산수단 중 핵심인 토지를 자본으로부터 분리하는 것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주장은 마르크스와 동시대인이었던 핸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으로부터 논리를 따 왔다. 핸리 조지는 “‘진실로 필요한 것은 토지의 몰수가 아닌 지대의 몰수다’라고 주장하면서 “토지가치에 대한 조세 이외의 모든 조세를 철폐하는” 토지단일세를 제창하였다”(『공간과 사회2』이정전, 「토지문제의 발생배경과 인식방법의 변천」에서 재인용)
핸리 조지의 주장은 현대자본주의에서 토지공개념 주장의 근원이 되었다. 위에서 본 것처럼, 토지공개념 주장은 지대 때문에 이윤이 줄어드는 산업자본을 위해 만들어졌다. 토지정의시민연대는 토지 자체에 대한 몰수는 “… 수많은 자본가를 잠재적인 적으로 보게 만든다”라고 주장하여 이들의 주장이 결국 산업자본의 이해와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핸리 조지의 주장은, 마치 초국적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막기 위해서 ‘토빈세’를 도입하자고 하는 주장과 유사하다.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철폐하지 않고서 세금만으로 자본의 이동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처럼 토지, 주택 문제는 자본주의 국가와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철폐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토지, 주택 문제는 토지 소유권이 법적으로 명시되고 국가권력이 물리력으로 이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경실련이나 주택정의시민연대 같은 시민단체는 핸리 조지의 주장에 따라 토지불로소득을 사회적으로 환수하면 토지, 주택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사회적 환수를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과연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가 자본의 이해를 침해하면서까지 환수할 수 있는가? 이헌재의 부동산 투기에서 보듯 주택, 토지 정책을 수행하는 고위관료들이 자신들의 직접적인 이해를 거슬러가면서까지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정책을 취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리고 대부분 자산가들인 부르주아 정치인들이 자신의 목을 조이는 법률을 입법화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개량주의자 장상환은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적인 이용 개발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는 헌법 제122조를 근거로 ‘현대적 공공복리를 중시하는 헌법상 이념’을 들먹인다.
전두환 정권의 주택 500만호 공급 정책과 노태우 정권의 주택 200만호 공급 정책에서 보듯 남한 자본가 국가는 끊임없이 주택공급을 확대해 왔다. 노무현정권은 주택공급을 늘리면 주택가격을 낮추게 되고 이를 통해 무주택자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남한 자본주의에서 주택보급률은 100%에 가깝다. 그런데 자가주택을 소유한 비율은 50%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나머지 50% 이상의 주택을 한 줌도 안되는 자본가와 자산가, 그의 가족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토지와 주택에 대한 사적 소유권이 없다면 자본가들이 막대한 자산을 소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타파하고 토지와 주택을 몰수하는 것만이 진정으로 주택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자본가들이 가진 호화주택을 몰수하여 무주택자를 그곳에 이주시키는 것만이 주택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다.
역사가 경과하면서 약탈자들은 그들 자신이 공포한 법률을 등에 업고 본래 폭력으로부터 생성된 자기의 소유권에 모종의 사회적 인준을 부여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철학자들은 결론으로서 이러한 법률이 사회의 보편적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토지의 사유재산제도가 실제로 보편적 승인에 근거한 것이라면, 사회의 다수가 더 이상 승인을 거부하는 순간 폐기되고 말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엥겔스,『주택․토지문제』, 「토지 국유화에 대하여」, 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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