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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9호]개인의 원직복직에 그치지 않고 노조민주화를 위해 싸워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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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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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2 17:15:57, 조회:3,354, 추천: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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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고-신길운수]개인의 원직복직에 그치지 않고
노조민주화를 위해 싸워가겠습니다
전/해/투 조직국장 박한용
“버스 일이 얼마나 고된데, 그 몸으로는 안된다”
나는 서울시내버스 신길운수에서 13년을 근무해오다 산재치료 후, 다시 근무하려 했다. 그러나 사측은 원래 노선이 아닌, 41번을 견습시켰고, 이후로도 승무를 시키지 않고 차일피일 배차명령을 미루기만 했다. 수십 여 차례 승무를 요구하였으나 사측은 “타 회사에 취직 시켜줄 테니 사표를 쓰고 타 회사로 입사”하라고 했다.
신길운수 사측은 ‘근무 중 다치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강요하였고 요구에 응하지 않자 해고시켰다. 사실 이 각서는 핑계일 뿐이었다.
하도 억울하여 일단 노동위원회에도 제기했다. 지노위와 중노위의 노골적으로 편파적인 심판 결과는 ‘기각’이었다. 황당한 것은 사측에서 내준 “버스운행이 상당한 노동강도를 요하기 때문에 산재 후 근무를 시킬 수 없다”는 노동위원회 답변서였다.
그들 말대로 버스노동이 그렇게 힘들다면서도 일 시킬 때는 숨 쉴 틈도 없이 돌리면서, 임금까지 착복하니 도대체 얼마나 파렴치한 놈들인가! 결국 해고되면서 투쟁을 알게 되고, 시작하게 되었다. 노동자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정당한 대우, 정당한 버스노동자의 요구와 권리를 찾고자 출근투쟁을 하면서 신길운수 사측의 부당함을 조합원 동지들에게 유인물로 알려가고 있다.
말이 좋아 버스체계 개편이지 완전 노동자 죽이기이다
최근 서울시는 2005년 12월 말까지 시내버스 550대 감차를 계획했다. 원래 9월부터 진행하기로 했는데, 서울시내버스 자본가 놈들은 사업장별로 이미 감차를 완료해버렸다. 계획은 완전히 초과달성 되었다. 지금껏 경험한 것만 봐도 구조조정은 결국 버스노동자의 감원과 임금삭감을 의미한다. 이런 구조조정 속에서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상황이 돼도 현 어용버스노조들은 팔짱만 끼고 있다.
버스체계 개편과 맞물려 신길운수에서는 작년 7월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노동자들을 재계약 하도록 했다. 70여명의 장기 근속자 명단을 게시판에 붙이고 전체 조합원 교양부터 개인 면담을 진행하면서, 한 마디로 회사는 노조가 ‘나 몰라라’ 하는 틈을 타서 신길운수 버스노동자들을 협박했다. “다른 회사로 갈래? 아니면 이 회사에 재입사 할래?” 이 두 가지 선택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일부 동료들이 큰 소리도 못 내보고 그나마 나지막하게 버티겠다는 의향을 비치면 곧바로 “법적으로도 보장되어 있으니, 정리해고 시키겠다. 그리고 여기서 잘못 보이면 다른 버스회사는 입사도 안 되는 것 알제?”라며 기를 팍팍 죽였다.
그 결과 현재 위원장을 제외한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들 전원이 근속수당, 퇴직금, 통상임금을 모두 포기하고 재입사했다. 그나마 끝까지 이를 거부했던 7명의 동료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송파영업소로 발령을 내고, 결국 전원 재입사를 관철시켰다. 이 결과 99년 이전 입사자들은 적용받던 퇴직금 누진제를 날려버렸고, 또한 ‘초기 입사 시 6개월간 상여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단체협약에 따라 상여금도 뜯겼다.
버스 구조조정 이후, 거의 매일 서울시는 버스자본가들에게 지침을 공문으로 내려 보내고 있다. 공문의 내용은 가관도 아니다. 한결같이 버스노동자들의 기강을 확립하고, 어떻게 갈구라는 내용들 일색이다. 올해 5월 달에 버스노조에서 파업한다고 생쑈를 할 때도 서울시에서는 회사들을 체크, 평가한 후 지원금과 향후 노선배정에서 제외시킨다고 협박했다. 그 협박에 곧바로 버스 노조들은 버스 전면에 붙였던 스티커까지도 다 떼어냈다. 그것도 상집 간부들이 직접 말이다!
또한 서울시내버스는 단말기에 운전자 자신의 ID를 넣은 후 종료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근무를 시작한다. 그래야만 서울시 상황실에서 기사가 어느 지점을 통과하는 지 모든 상황을 파악한다. 그런데 근무 후 깜빡 잊고 종료버튼을 못 눌러 사측은 서울시에서 금전적 불이익을 받았다면서 지난 2월 조합원 급여 50여 만원을 공제한 사건이 있었다. 이게 잘 먹혔다고 생각했는지, 하반기에는 아예 매일 컴퓨터에 기록되는 회사별․노선별 운행간격, 속도 등을 전부 회사로 내려 보낸다고 한다. 나아가 단말기 처리를 못한 것에 대한 불이익도 준다고 한다. 복장을 비롯한 각종 서비스 정신도 투철해지라고 강요하는데, 이건 일이 힘들어서 승객들에게 웃으며 대하지 못하는 건데도 완전히 웃는 노예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심지어 동아운수에서는 이처럼 강화된 현장탄압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운행하고 차고지에 들어와서 다음 배차시간에 나가기 전까지 잠시 내려와서 넥타이를 헐렁하게 풀었다고 ‘승무정직’이라는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결국 서울시의 버스 구조조정은 버스 자본가들과 한통속이 되어 버스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인력을 줄이고, 그나마 목소리 내는 활동가들을 쫓아내는 수단일 뿐이었다.
사고의 책임을 왜 버스노동자에게 전가하는가?
서울시나 정부의 힘을 받아서 신길운수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버스자본가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내키는 건 뭐든 했다. 그게 결국 노동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탄압이었지만.
그런데 이런 구조조정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 진행되던 각종 불법적이고, 상식적으로 납득될 수 없는 일들이 지금도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한마디로 완벽한 ‘신구의 조화’이다. 좋은 것들이나 현재까지 유지되어야 할 텐데, 이건 자기들이 보기에 가장 좋은 것들, 거꾸로 얘기하면 노동자들이 보기에는 가장 안 좋은 것들만 골라서 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접촉사고 운전자에 대해서 정밀검사를 받게 한 후 사표를 강요하고 재입사(신규채용) 시키기도 했다. 또한 2월 접촉사고 견적 80만원을 강요하면서 사표를 제출케 하였다.
이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평상시 버스사업장에서는 접촉사고가 나면 자부담을 강요하고 사표까지 종용한다. 이는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다. 버스운송사업 사업형태상 경영상의 위험대비로 계산하여 보험을 들도록 하고 있는데도 그 돈 아낀다고 다 노동자들이 알아서 개인 부담을 하게 한다. “그거 안하면 되지”라고 하기엔 우리 버스현장의 동료들이 너무 오래동안 기죽어 있었다. 오죽하면 수 천 만원 퇴직금까지 날리는 재입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겠는가? 모든 사고에 대하여 그 책임을 조합원에게 돌리는 것은 사측의 이윤추구에 따르는 위험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으로써 명백한 착취이다.
이처럼 버스현장은 가장 기본적인 단체협약마저도 사실 휴지조각이 된지 오래다. 단체협약, 그것은 임단협이라고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종이 쪼가리에 이런 저런 좋은 말 몇 개 써놓은 것에 불과하다. 최소한 버스현장은 그렇다.
통상임금 착취분 “꿀꺽”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토록 욕먹고, 뺑이치고 나면 임금 받은 것으로 그나마 집에 들어가서 개인적인 위안이라도 하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굴리고도, 세금 떼고 나면 150만원이 간당간당 하는데도, 그것마저 떼먹는다.
근로기준법에 8시간 근무를 하게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신길운수를 포함한 서울시내 사업장들은 실제 9시간 30분에서 11시간을 근무한다. 초과하는 1시간 30분을 사측은 임금 착취했다.
2003년부터 버스현장의 활동가들이 조직적으로 각 현장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나아가 집단적인 소송을 벌여 일부 사업장은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났다. 그러다보니 조합원들 아우성에 그 어용노조인 서울버스노조에서는 마지못해 지난 12월 30일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소속의 31개 버스사업장에서 통상임금 착취분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최근에 밝혀진 것은 이 중 13개 사업장 노조들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하한 버스현장 노조들은 한결같이 “다른 버스노조들에서 결과가 나오면 회사에서 그에 맞춰 임금 착취분을 지급하겠다고 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런데 이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얘기일 수밖에 없다. 지난 02년 한성여객에서도 통상임금 착취분에 대해 대법에서 승소했고 올해 8월 삼양교통 활동가들이 통상임금 착취분에 대해 확정판결 받은 사례도 있다. 도대체 어떤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본다는 것인가?
통상임금 착취분 쟁취 투쟁은 100% 보장된 투쟁이다. 사측은 시간을 끌면서 임금시효기간(3년)을 넘겨 지급액을 줄이거나 소송을 취하토록 하고 있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이 판결들은 당연히 노동자 측이 이길 수밖에 없고 지금껏 이겨왔다.
정말 버스조합원들의 임금 착취분을 줄 의향이 있다면, 이미 나온 판결에 따라서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 어용노조들이 대는 변명은 사측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시간끌기 밖에 안된다. 게다가 이미 많은 노조들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다른 합의도 없이 소송 자체를 취하했으니.
시간을 끌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두 가지 방향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은 임금 착취분 청구분을 늦은 시기만큼 떼어먹을 수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에 소송을 취하한 버스노조들처럼 그 중간에 소송을 취하하게끔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벌게 된다.
결국 조합원들의 임금 착취분을 받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회사에 맞서야 하는 뚝심과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신길운수의 한 조합원을 예로 들면 8년을 근무한 경우, 임금시효가 3년이라 통상임금 착취분 3년분을 계산해서 약 470여 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나마 노조는 통상임금 착취분 청구 소송마저도 들어가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니, 우리 신길운수 조합원들의 생존권은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임금 삭감, 주 50시간제라니! 안하느니만 못한 임단협
지난 5월 9일 서울버스노조는 법이 정하는 최저기준에도 못 미치는 임단협을 합의하였다.
주 40시간이 아닌 주 50시간 합의였다. 법정 40시간 외에 초과하는 10시간은 회사의 지시가 있으면 무조건 해야 하는 강제규정이고 그나마 법적으로 보장된 휴일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도 없이 연장근로 수당만이 있을 뿐이다. 주 5일제가 아닌 주 6일제를 합의하고 휴일 전 근로는 무급휴일이다.(주50시간 중 5시간은 매일 1시간씩 나눠 연장근무하고 남은 5시간은 6일차에 기본급도 없이 할증차액만 지급된다는 의미에서 무급이다.)
그리고 쉬프트(교대)근무제와 변형근로제가 합의되었다. 쉬프트제는 서울시와 사업주들이 앞으로 버스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일용직으로 갈수 있는 탄탄대로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지금 버스 노선은 나름대로 정해진 배차 운행시간과 간격이 있는데, 이 사이에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 쉬프트 근무자들을 사이사이에 배차하면 시간 간격을 맞추기 위해 뒤의 차들이 조금씩 늦춰져야 한다. 문제는 한 탕이나 두 탕을 돌고나면 이 쉬프트 차량은 다시 빠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뒤의 차들은 벌어진 시간과 운행간격을 맞추기 위해 정말 정신없이 밟아야 한다. 몇 번 이렇게 당하다보니 이제는 아예 쉬프트 차량에 바짝 붙어서 다니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뒤차가 또 뺑이쳐야 한다. 쉬프트제가 도입되고 나서 버스현장에서는 오히려 휴게시간도 없어지고 노동강도가 엄청나게 쎄졌다.
또한 이번 임단협에 나온 것처럼 50시간을 근무하게 되면 딱 작년 임금수준으로 받는다. 그런데 만약 40시간 근무한다면 임금이 약 30만원에 조금 못 미치게 줄어든다. 50시간을 근무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나 뭐 따지면 줄어드는 판국이다.
출퇴근 시간, 복잡한 시간에는 쉬프트제로 빡세게 돌리고, 낮 동안은 회사 임의로 배차 간격을 더 늦춘다. 오전에는 쉴 새 없다가 낮에는 한 참 기다려도 차가 오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변형근로제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직 어떤 사업장에서도 변형근로제를 합의만 했지, 실제 시행하지는 않고 있다. 앞으로 쉬프트와 변형근로제가 동시에 적용이 된다면, 변형근로제 노동자들은 가장 힘든 출퇴근 시간에만 일을 하고, 낮 시간대나 출퇴근 시간대에 잠깐 쉬프트제 기사들이 근무하게 되면, 현재 인원의 최소 1/3이 감축되어도 무방하게 된다. 정말 아찔한 얘기이다. 서울버스노동조합은 조합원을 더욱 악조건으로 내모는 변형근로제와 서울시의 용역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신길운수 노조지부장을 포함한 전국의 어용 버스노조 집행부들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남의 일처럼 흘리고 있다. 당면해 있는 조합원의 해고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자대표기구라면 먼저 풀어야 할 문제이다. 사실 김포교통이나 제일여객만 보더라도 회사가 앞장서지 않더라도 어용노조에서 미리 활동가들을 제명시키고, 징계를 회사에 건의하는 건 다반사다. 노조위원장이 회사의 해고 서류에 같이 싸인하고 있는 판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절박한 생존권 문제, 법에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조차도 사측에 갖다 바치는 저자세는 노동운동이 아니라 종속운동이라 해야 할 것이다. 착취된 임금을 찾기 위해는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녀야 한다. 그러나 막을 능력도 없고 막을 의지조차 없는 것인가? 조합원들의 최소한의 권익조차 지키기 못한 노조지부장은 직무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버스 구조조정이니 뭐니 하면서 구렁텅이에 빠진 것을 즉각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버스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움직이려 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버스현장의 노조 민주화는 바로 구조조정 분쇄, 생존권 사수 투쟁과 동시에 겹치기로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구조조정과 가혹한 탄압에 맞서는 것 자체가 민주노조 건설 과정이기 때문이다.
해고가 되면서 이런 내막들과 전체적인 흐름을 알게 되었다. 현장에 있을 때 진작 이런 활동을 했더라면 더 나은 여건이 만들어져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할 수 없다. 지금의 원직복직 투쟁은 이제 개인의 투쟁으로는 절대 복직마저도 힘들다. 신길운수 현장이 민주화되는 것을 통해서만 복직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 투쟁이 신길운수를 넘어서서 서울, 전국의 버스노동자 투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전국의 노동자투쟁에 보다 힘을 실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신길운수 현장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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