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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5호] 현대자동차지부 선거가 보여주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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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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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1 00:28:34, 조회:2,340, 추천: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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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지부 선거가 보여주는 것
현대자동차 선거에서 민주파가 패배하고 어용세력이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 말은 부분적으로 진실이 있지만 현대자동차 선거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아니다. 오히려 현자의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 대 어용의 구도가 사실상 허물어졌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물론 현대중공업처럼 노조에서 알아서 교섭권을 위임하고 자본의 노골적인 전위대 노릇을 하는 곳에서는 민주 대 어용의 대립구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한국노총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곳에서는 민주파들이 단합하여 어용 집행부에 맞서 노조를 민주화시켜내야 한다. 그러나 민주 대 어용의 구도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금 과연 민주의 원칙과 사상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용을 무너뜨리고 민주노조를 건설한다고 해도 자본과의 협조주의적 집행으로 이어지는 현자의 상황을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운동에서 민주는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노동조합의 독자성, 자주성, 전투성, 연대성을 기본 사상으로 한다. 그런데 과연 현대자동차에서 이른바 민주파의 15년 집권은 이러한 민주노조 운동의 중심사상을 분명히 했는가? 정반대로 현대자동차에서 민주파의 15년 집권은 민주노조 운동의 중심사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민주파 집권 기간 동안에도 노동조합의 독자성과 자주성은 자본으로부터의 각종 매수에 의해 흔들렸고, 몇 차례나 각종 비리 사건으로 중도사퇴하고 심지어 비리혐의로 민주파 이헌구 전위원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자본과 밀착하면서 협조주의적인 집행이 만연하기도 했다.
임단협은 연례행사로 진행되면서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을 각성시키거나 단련시키지 못했다. 파업 또한 형식적으로 진행되었다. 정치 총파업에 불참하거나 참여 하더라도 실질적인 정치 총파업이 아닌 총회 시간을 할애한 파업이나 간부파업, 잔업거부 등에 머물렀다. 이 조차도 주말 특근 합의로 생산타격으로 인한 효과를 만회시키는 것으로 끝났다. 자본은 때로는 노동조합을 비난하고 노동조합과 대립하는 듯 제스처를 취했으나 사실은 일련의 합의된 공식 속에서 또 다시 노자 협조주의 관계로 복귀했다. 이렇게 진행된 임단협 속에서의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가 아니라 노동자의 정치의식과 계급의식을 후퇴시키는 노동자의 타락소였던 것이다.
연대성은 어떤가? 가장 강성이라고 하는 현장조직 출신 집행부가 비정규직 열사를 열사로 인정하지 못한 것은 현대자동차 민주파의 현주소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일이었다. 각 공장에서 대의원들은 집행부의 방관 속에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를 합의해주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것을 과연 민주노조라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이 민주파라면 민주는 더 이상 효력을 상실한 민주이고 아무런 계급적 내용을 담보하지 못하는 半민주, 沒민주, 민주의 몰락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 민주파의 민주가 일련의 협조주의 집행과 비리, 비정규직과의 연대상실로 몰락의 길을 걸을 때 어용은 무엇을 했는가? 현대자동차에서 이영복의 집행과정은 엄청난 노동강도 증가와 노동통제의 증대, 구조조정의 일상화로 나타나면서 현장은 참담하게 무너지고 조합원들은 자본의 노예가 되었다. 어용노조와 어용노조를 내세워 현장을 노예화 하는 현대자본에 맞서 당시 양봉수 소위원은 해고자 신분으로 공동소위원회 연합회 출범식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분신을 기도하고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자본과 어용노조에 의해 양봉수열사는 사실상 타살당한 것이다. 이것은 현자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에게 한과 자책, 어용과 자본에 대한 분노, 민주노조의 소중함을 뼛속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어용세력들은 95년 이후부터 연이은 선거에서 매번 결선에 올라가서 민주 대 어용의 구도 속에서 무너졌다. 이경훈은 양봉수열사를 죽인 어용 이영복집행부 출신으로 어용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이들이 양봉수 열사 묘소를 참배해서 참회를 했다는 얘기도 들렸고 지역 집회현장에 참석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전 최고위원인 이영희를 수행실장으로 하고 금속 중앙 선거에는 김창한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어용의 잔상을 씻어내려 애썼다.
자본은 이번 선거에서 꽃놀이패를 쥐고 놀았다. 민투위가 윤해모집행부의 중도 사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아예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이번 선거는 정통 친자본 세력, 그리고 자민통 일부 세력과 연합한 친자본 세력, 자민통 세력, 민노회 후보가 나섰다. 현자 자본은 친자본 세력이 당선되는 것이 좋지만 사실 민주파가 되어도 과거의 협조적 집행 관행으로 봤을 때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니었다.
자본이 볼 때 가장 좋은 구도는 친자본 세력만으로 둘 다 결선을 치러서 친자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다. 친자본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면 자본은 현장 지배력, 통제력을 가진 진영을 더 선호할 것이다. 자본은 한편으로는 노골적인 친자본세력이 당선되는 것을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장 지배력이 없는 세력이 당선되면 현자 내에서 민주파의 위기의식과 단결을 불러와서 현장을 시끄럽게 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현대 자본이 가장 원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다. 더욱 노골적인 친자본 후보 보다는 상대적으로 민주파의 외양을 쓴 친자본 세력, 현장 지배력을 더 많이 가진 후보가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된 현대차지부 선거를 민주 대 어용의 구도로, 이 구도에서 어용의 승리로 단순화 할 수는 없다. 이른바 일련의 집행과정에서 민주파가 민주답지 못하고 조합원들의 기대와 신뢰에 부합하지 못한 반면에 과거의 어용들은 이제는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를 지키면서 세련되게 자본의 입장을 대변할 때 민주 대 어용의 구도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거부정이나 어용시비가 없었기 때문에 ‘민주노조의 의미가 확장’됐다고 말하는 것은 ‘민주’에 대한 모독에 다름 아니다. 이번 현대차 선거는 어용 세력들이 과거와 같은 노골적인 친자본 행보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주노조가 확장된 것이 아니라 민주파의 민주성의 몰락으로 인해 민주 대 어용의 구도가 희미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자본이 현자지부 선거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현대자동차가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현대차지부가 민주노조 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비춰볼 때 이번 현대차 선거 결과는 자본진영이나 민주노조 운동 진영에 커다란 파급을 미칠 수 있다. 비록 민주 대 어용의 구도가 무너졌다고는 하나 자본은 민주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친자본 세력이 당선된 것을 계기로 해서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체 민주노조 운동 진영의 구도를 바꿔내려고 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에서는 쌍용차의 77일 공장점거 파업 이후에 한층 더 노골적으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와해시키려고 혈안이 돼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아무리 시원치 않아도 여전히 총노동이 조직된 핵심조직이고 이 조직에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집결해 있기 때문이다. 자본은 KT의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해 왔고, 쌍용차 77일 파업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를 종용해 왔다. 이번 금속노조 선거에서는 투표를 무산시키기 위해 선거 투표율을 낮춰서 선거를 무효화하는 것으로 금속노조에 타격을 가하려 했다.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과 통합에 대해서 정권은 폭압적인 탄압으로 일관했다.
정권의 폭압적인 탄압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과 통합은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을 기록하면서 자본과 정권의 민주노총 파괴 음모에 타격을 가했다. 그러나 현자에서의 친자본 세력의 당선은 자본진영에게는 민주노조 운동을 무력화시키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경훈은 이러한 자본의 바람대로 “금속노조의 중앙교섭보다는 고용과 임금 등에 관해 직접 교섭에 나설 것 ……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금속노조와의 관계가 재설정되지 않는다면 최후의 경우에 조합원의 뜻을 물어 분명하게 결단할 수 있다”(울산노동뉴스, 9월 28일)고 밝혔다.
이번 이경훈의 당선은 금속노조에 대한 현대차 조합원들의 불신도 한 몫 했다. 현대차 조합원들의 금속노조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었다. 이경훈은 이것을 “금속노조에 대한 원성 하늘 찔러”라고 표현했다. 현자노조 조합원들은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이 중앙교섭 답지 않게 진행되면서도 단사의 투쟁을 가로막는다고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 선거 결선에서 어용세력들은 이른바 2% 부족한 표로 떨어졌는데 이번 선거에는 기존 민주파 집권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금속노조 중앙에 대한 불신이 더해져서 이경훈세력이 당선된 것이다.
이경훈은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을 계기로 해서 이참에 자본의 요구대로 금속노조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그리하여 현 중앙교섭의 문제를 역이용하여 현자 자본에게 중앙교섭에 참여하는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지역지부 대신에 기업지부를 고착화 하려는 움직임도 강화할 것이다. 현 중앙교섭의 문제와 중앙교섭에 대한 조합원의 불신을 이용하여 기업별 교섭으로 회귀하려 들 것이다.
이경훈은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조합원들의 뜻을 물어 금속노조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금속노조를 탈퇴하는 모험은 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미포노조에서도 금속노조 탈퇴가 부결된 바 있고, 무리한 금속노조 탈퇴는 어용의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에 대한 불신이 있어도 그것은 금속노조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이고 자본의 요구대로 탈퇴를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조차도 2년 내의 집행과정에서 금속노조에 대한 불신이 더 심각해지고 자본이 친자본 집행부와의 협조로 인해 현장을 초토화 시킨다면 가능해질 것이다. 자본이 원하는 것은 현중처럼 안정적인 어용집행부의 등장으로 현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다.
자본가 언론에서는 이번 선거를 강성 민주파의 몰락으로 분석하면서 현자에서 온건하고 실리적인 노조가 탄생했고 이것을 계기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정치 총파업이 사라져야 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대고 있다. 심지어는 이번 현대차지부 선거가 기아차지부에도 영향을 줘서 기아도 무쟁의 사업장이 되어야 한다는 자신들의 바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본은 민주노조 최대의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의 선거를 계기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를 파괴하고 현자를 필두로 해서 자본과의 협조주의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정치총파업을 반대하고 경제주의, 실리주의를 강조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연대의식과 정치의식을 조합주의 의식으로 가두려 하고 있다.
현자에서 민주 대 어용의 구도는 사실상 희미해졌지만 친자본 세력의 등장으로 인해 현자 내부에서는 자본의 힘이 강력해지고 조합주의, 협조주의가 한층 더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존 민주 대 어용의 구도를 예전과 같은 수준에서 다시 재현하는 것으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반어용 민주라는 반사이익에 기대서 민주성을 상실해온 15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현자지부 선거에서 당선된 친자본 세력이 말하는 실리는 노동자들에게 개량을 가져다주기는커녕 노동자를 다시 한 번 자본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현자자본과 친자본 집행부는 단사 내부의 실리와 협조를 내세우면서 현대차 노동자들의 조합주의 의식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정치투쟁의 불참선동,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와해공작, 비정규직과의 계급적 분리 시도를 지속적으로 펼치게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이러한 노골적인 협조주의 집행부의 친자본 행각에 맞서 자신의 생존권과 요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노동자들의 경제주의적이고 조합주의적 이해에만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당장은 비정규직과의 계급적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은 물론이고 용산철거민 투쟁 같은 민중의 요구, 이명박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현자지부에서의 친자본 집행부의 등장을 계기로 필요한 것은 어용 대 민주의 구도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정치적 요구와 정치적 관심의 확대로 정치의식을 강화하는 것이다. 위기를 정치의식 확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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