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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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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3 15:12:32, 조회:2,320, 추천: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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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자본주의와 도시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도시건설과 도시화에 대한 열망이 높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복합도시 등 노무현정권의 핵심적인 정책은 대부분 도시건설과 관련이 있다. 이는 노무현이 경상남도 진영이라는 한 시골출신이어서 도시에 대한 심리적 동경이 있어서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왜 노무현 정권은 전 국토의 도시화를 추진하려고 하는 것인가? 자본주의에서의 대부분의 사회현상이 자본주의와 연관되지 않은 문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무현정권이 추진하는 도시화 정책은 자본의 이해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과연 도시의 공기는 모든 인간을 자유롭게 했는가?
봉건제 하에서의 국왕과 영주를 비롯한 지배계급들은 요새처럼 꾸며진 중세의 거대한 성안에서 봉건 농민이 산출한 농업생산물을 직접 착취하거나 세금을 받아서 호화스런 생활을 유지하고 지배권력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상업무역의 발전으로 인한 교역의 확대는 봉건제 하의 거대 성곽 밖에 상인들의 교역의 중심지인 시장과 거주지를 발전시켰다.
고대, 중세도시와는 다른 형태의 도시에서 상업무역에 종사하는 상인들은 봉건제의 질서와 법률, 관행 등이 자신의 권리와 이익, 자유를 침해하자 길드라고 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길드라는 조직체와 무역과 투쟁의 거점인 도시는 상인들에게는 봉건제의 속박과 억압에 맞서는 해방구이기도 했다. 그래서 상인들은 도시에서 자유의 기반을 다지고 권리와 특권을 끊임없이 확대해갔다.
자본주의는 상업무역으로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봉건제 하에서 상업무역의 발전은 시장의 확대와 인구의 집중을 가져왔다. 이러한 시장의 팽창과 교역의 확대, 인구의 집중은 새로운 생산물을 끊임없이 필요로 했다. 이로 인해 상업무역의 확대는 산업생산을 발전시켰다. 여기서 가내수공업과 공장제수공업이 발전하게 되고 기계가 도입되면서 대공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대공업의 발전으로 인해 산업자본가들은 본격적으로 자본을 축적해가면서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상업무역과 자본주의의 생성과정은 평화롭고 낭만적인 발전의 시기가 아니었다. 이 시기는 봉건제에 대항한 투쟁만이 아니라 농민으로부터의 토지 강탈, 학살, 해외로부터의 금과 원료의 약탈, 내전과 식민지와의 전쟁 같은 혼란과 격동의 시기였다. 이 점은 자본주의의 발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상업무역에 종사하는 상인들과 자본가들은 “도시의 공기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며 도시를 찬양하고 도시에서 해방감을 만끽했다. 하지만 도시의 공기는 모든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 않았다. 공장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계급과 토지를 수탈당하고 도시로 몰려든 농민에게 도시는 가난과 고통의 시궁창에 불과했다.
도시문제는 자본주의의 문제다
산업자본주의 초기에 엥겔스는 ‘영국노동자계급의 상태’에서 자본주의의 발전과 번영 뒤에 감춰진 극단적인 부의 양극화, 노동자계급의 궁핍, 파멸, 비인간적 황폐화와 타락 등에 대해서 폭로하였다.
도시의 발전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전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자본의 급속한 성장은 대규모 공장을 만들어내고 이 공장주변의 도시로 노동자계급이 급속도로 몰려들게 하였다. 자본이 급속하게 성장하여 새로운 지역으로 거점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공장이 들어서면 그에 따라서 기존의 도시가 급속도로 팽창하거나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졌다. 산업화 과정은 바로 도시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산업화, 도시화 과정은 자본의 축적과정이면서 동시에 농민과 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수탈의 과정이기도 했다.
자본주의 초기의 도시빈민은 농촌에서 막중한 채무와 자본의 농업진출에 따르는 토지의 박탈 등으로 인해 도시로 몰려오면서 형성되었다. 도시에 인구가 밀집되게 되면 주택문제가 발생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도시로 온 농민들과 취업을 했지만 자본의 저임금으로 인해 간신히 연명하는 노동자계급은 기아, 빈곤에 시달리면서 도시빈민이 되었다.
“생산수단의 집중이 심하면 심할수록 그에 따라 노동자들은 일정한 공간에 그만큼 더 집중되며, 따라서 자본주의적 축적이 빠르면 빠를수록 노동자들의 주택사정은 그만큼 더 비참해진다. [부의 증대에 따르는] 도시의 ‘개량’-불량주택 지역의 철거, 궁전과 같은 은행과 백화점 등의 건설, 영업용 운송수단과 사치스러운 마차나 시가전차의 도입 등을 위한 도로의 확장-은 빈민들을 더욱 불결하고 더욱 비좁은 빈민굴로 몰아낸다.”(자본론, 자본주의적 축적의 일반법칙)
결국 범죄, 빈곤, 주택문제, 환경오염 등 도시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자본의 축적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주의의 문제인 것이다. 도시미관을 개선하고 거주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되는 뉴타운 건설과 신시가지 건설은 주택의 개량과 주택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건설자본의 이윤을 만들어내고 급속하게 축적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주택 강제철거, 새로이 건설된 주택의 독점 등 자본주의적 폭력과 모순이 심화된다. 따라서 도시의 번영은 곧 자본의 번영이고 그 이면에는 노동자계급의 빈곤, 양극화, 착취, 소외 등 자본주의적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자본은 자신의 모습에 따라 도시를 창조하였다. 자본주의에서 도시는 생산의 거점이고 노동력 공급과 생산물 판매, 소비시장, 연구, 개발의 기능을 수행한다. 자본주의 도시에는 거대 자본의 본사가 집중돼 있고,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의 행정, 입법 등 지배기구가 총집중되어 있다.
노무현정권의 도시화 정책은 자본의 정책이다.
노무현 정권은 “지금 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그리고 균형발전 정책의 효과가 나서 흔히들 얘기하는 서울 못지않은 교육환경, 의료환경, 문화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과밀과 집중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그럴듯한 목표 하에 도시건설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본가들의 경우에도 “Amenity(쾌적성)가 도시 경쟁력이다”라면서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녹지 확보, 사회문화 복지 프로그램과 문화시설 지원을 강조한다. 이는 마치 노동자계급과 근로인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도시개발을 한다고 하는 국가와 건설자본의 위선적인 태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자본은 “사회복지 및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연간 투입되는 광고비보다 적은 비용으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이미지 창출”하기 위함이라고 고백한다. 자본은 친환경적 도시건설을 약속하면서도 뒤에서는 기업도시 건설에 있어서 오염물질 배출량 규제를 법률적으로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의 도시문화와 도시환경 개선 같은 허울 좋은 명분은 사회공헌기금으로 자본의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억압, 폭력을 은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산업혁명 이후에도 사회개혁가와 공장주들을 중심으로 이상도시 건설계획을 세움으로써 노동자의 빈곤과 열악한 주택 문제를 은폐하고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가로막으려 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노동자계급을 위한 이상도시는 건설되지 못했다.
노무현정권의 각종의 도시개발 정책은 전경련의 요구에 의하여 계획되고 집행되고 있다. 자본은 이러한 도시에서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시키려고 한다.
“기업도시를 성공적으로 책임 있게 건설해 가야하는 주체는 기업이므로 정부와 지자체는 기업에게 최대한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향후 기업도시의 건설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직면할 때, 정부와 지자체는 시의적절하게 관련 법규를 개정함으로써 기업의 활동을 지원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전경련)
이처럼 자본은 국가에 대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마라”는 영악한 요구를 하고 있다. 자본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말하면서도 기업도시 개발 구역 밖의 항만, 철도, 도로 건설을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은 기업도시 개발을 통해서 막대한 이윤을 챙기려하면서도 그 이윤축적의 기반이 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비용을 국가가 대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이러한 자본의 요구에 대해 법인세, 소득세, 지방세 등 각종 세금 감면과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을 약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자본은 정리해고와 파견법의 확대적용 등 노동자착취를 자유롭게 하고, 개발부담금 감면과 토지거래허가지역 신청을 통해 개발로 인한 토지가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심상정은 ‘전무후무한 대재벌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밖에 자본은 기업도시 건설을 통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막대한 과잉자본을 해소하려 한다.
“국내 업체들은 막대한 현금성 자산 보유 그러나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SK 등 매출액 상위 5대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15조원 수준”(CEO Information 도시발전과 기업의 역할, 2004.6.23 제456호)
이처럼 노무현 정권에 의해 도시개발 정책이 남발되는 것은 노무현정권이 철저하게 자본의 이해에 충실한 정권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과 자본에 의해 추진되는 각종 도시건설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확대심화 시키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도시의 발전은 노동자계급의 도시로의 집중을 낳고 노동자계급의 도시로의 집중은 자본가들이 그러했듯 도시를 해방의 진지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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