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배 계급의 분열과 카스트 정치(Caste Politics)의 확장
-인도 웃따르푸라데시(Uttar Pradesh)주 선거의 정치적 의미-
이병진(인도 델리大 정치학과 졸업, 전 경희대 비정규직 외래교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 중)
1. 시작 글
인도에서는 지난 2월부터 3월 초에 웃따르프라데시, 웃따라칸드(Uttarakhand), 펀잡(Punjah), 마니뿌르(Manipar), 고아(Goa)라는 5개 지역에서 주의회 선거(State assembly election)가 있었다.
인도의 행정부는 연방정부(Union Government)와 주정부(State Government)로 구성되는데, 연방정부는 연방의회 하원(Lok Ssbha)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당이 정부를 만든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정부는 주의회 하원(Legislative Assembly)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주정부를 만든다.
연방의회 하원을 뽑는 총선거는 같은 해에 실시되지만 28개 주의회 선거는 서로 다른 해에 실시되어 올해에는 5개 지역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주의회 선거는 2014년 예정된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대자본가와 상층 카스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권여당인 인도국민회의당(Indian National Congress)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와 향후 인도 정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5개 지역 가운데 웃따르프라데시는 2억 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 최대의 주로써 인도의 정치, 경제,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연방의회 의석수만 80석을 차지한다.(인도전체 연방의회 의석수는 상원 250석, 하원 545석이다)
웃따르프라데시에서는 403명의 주의회 하원의원을 선출한다. 그중 85석은 지정카스트(Scheduled Castes)에 할당되어 있다. 이번 웃따르푸라데시 선거의 유권자는 1,272,99,780명이며 75,717,070명이 선거에 참여하여 59.48% 득표율을 기록했다.
웃따르푸라데시는 2010년도에 인도 전체 총생산(GDP)의 8.34%를 차지하며 인도에서 두 번째로 경제구모가 크고 농업의 비중이 높다. 그럼에도 이 지역은 하루에 1달러($) 벌이도 못하는 사람들이 5천 6백만 명이나 되고 굶주림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30만 명이나 된다.(BBC News in India, 8 February, 2012) 이런 사회, 경제적 불평등으로 지난 2007년 선거에서는 억압받는 최하위층의 카스트인 달리트(Dalit)가 주축이 되어 만든 바후잔 사마즈 당(Bahujan Samaj Party; BSP)이 집권하였다.
최하층 카스트 세력이 단독 정당으로 주정부를 만든 일은 인도 정치사에서 처음이었다. 핍박받는 하층 카스트들이 정치적으로 각성하여 주정부까지 만든 것은 인도식 의회 민주주의의 성과이다. 그러나 인도 최초의 달리트 정부였던 BSP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중소자본가들을 대변하는 또 다른 카스트 정당인 사마즈와디 당(Samajwadi Party;SP)에게 패하여 정권을 내주었다.
이 글은 정치, 경제학적 시각(계급관점)에서 2012년 웃따르푸라데시 주의회 선거를 분석하여 왜 달리트 정당이 패하고 여타 후진 카스트 정당이 승리하였는지 설명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은 인도의 자본가계급이 카스트를 이용하여 어떻게 피억압계급들에게 정치적 환상을 심어주어 그들을 혼란에 빠뜨려 정치적으로 지배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인도는 빠른 속도로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가운데 명목상 하층 카스트에 속해 있으면서 중소자본가로 변신한 신흥자본가 세력이 대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하층 카스트를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체하지만 카스트 사이의 이익에 따라 결탁하기도 하고 첨예하게 대결하거나 경쟁한다. 선거는 이런 카스트 세력들이 정치권력을 놓고 먹고 먹히는 싸움판이다. 이는 총자본의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독점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피억압 계급의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자본가 계급에 대한 인민대중의 적개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피억압 계급의 분노를 카스트 세력 사이의 갈등과 대결로 치환하여 인민대중이 서로 싸운다면 대자본가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하층 카스트의 인민대중은 그들의 해방을 위해서 투쟁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싸우지만 그것은 파편화된 개별 카스트의 이익을 위한 싸움에 불과할 뿐이다. 하층 카스트의 이익을 대변하는 체하면서 그들을 선거에 동원하는 일은 또 다른 억압체계의 확장이며 바로 이것이 카스트 정치의 본질이다.
2. 핍박받는 자들의 승리 그리고 복수
달리트는 ‘억압받는 자’를 의미한다. 불가촉천민들이라고도 하는데 최하위 카스트에 있는 사람들이다. 바후잔 사마즈 당(BSP)은 핍박받는 달리트의 해방을 위해서 만든 정당이다.
지배계급의 착취에 고통 받는 인민대중이 바후잔 사마즈 당(BSP)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여 2007년 인도 최초로 웃따르푸라데시에 달리트 정부가 들어섰다.
바후잔 사마즈 당이 집권하는 데는 달리트의 영웅이며 달리트의 철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야와띠(Mayawati)의 대중적 이미지가 크게 작용하였다. 그녀는 가난한 천민계급인 달리트로 태어났다. 그녀의 삶은 대지주들의 갖은 학대와 폭력으로 유린되었다.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싸웠고 그런 모습에 대중은 열광하였다.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자 대중매체들이 그녀를 선전하면서 그녀는 억압받는 달리트의 영웅이 되었다. 대중은 달리트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마야와띠의 이미지를 보고 바후잔 사마즈 당이 달리트를 위한 정당이라고 믿었지만 허상이었다.
2007년 주의회 선거 당시 바후잔 사마즈 당은 권력을 얻기 위해 상층 카스트들(Brahmin, Thak urs, rajput 등 )과 손을 잡았다.(Syed Ali Mujtaba, globalpolitician, 21 May, 2007) 상층 카스트들도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바후잔 사마즈 당의 이름으로 선거에 나서는 게 해롭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런 정치적 야합으로 2007년 선거에서 바후잔 사마즈 당(BSP)이 승리하여 마야와띠가 주 수상이 되었고 최초로 달리트 정부가 들어섰다. 처음에는 달리트 뿐만이 아니라 피억압계급인 인민대중은 고무되었고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선거승리를 위해 자본가들과 결탁한 바후잔 사마즈 당(BSP)이 핍박받는 자들을 위한 정책을 집행하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도 인민대중은 겉으로 보이는 조작된 정치적 이미지에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잇따라 터지는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로 바후잔 사마즈 당(BSP)의 위선과 기만은 곧 드러났다. 희망과 기대는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바후잔 사마즈 당(BSP)정부에서 주 장관의 40%가 부정과 부패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았다. 심지어는 국가농촌보건사업(National Rural Health Mission)을 감사하던 의사가 살해되기도 했다.(Priyanka Bhardwaj, globalpolitican, 28, Feb, 2012)
달리트 정부는 핍박받는 이들을 배신하였다. 인민대중의 분노는 폭발하였고 바후잔 사마즈 당 낙선(Anti-Incumbency)여론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대중매체의 이미지 조작의 덕을 본 마야와띠는 이번에는 달리트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델리 인근의 경제특구인 노이다(Noida)와 주 중심도시 러크나우(Lucknow)에 대규모의 달리트 상징물 공원을 지었다. 거대 조각물 가운데에는 달의 상징인 코끼리 조형물도 있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사를 제지하였다.
대규모 공원조성사업은 보여주기 식 예산낭비의 사례이다. 바후잔 사마즈 당(BSP)은 억압받는 인민대중을 대변해서 일하겠다고 하였지만 속내는 자본가들을 위해서 복무한 정권이었다. 이에 대해서 인민대중은 분노하였고 2012년 선거에서 응징하여 패배를 안겨주었다. 2007년 선거에서는 206석을 얻었는데 2012년 선거에서는 80석으로 줄었다. 인민대중의 응징은 가혹하였다.
3. 여타 후진 계급으로 위장한 토착 자본가들의 카스트 정치
달리트 정권의 정치권 수사에 현혹되어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하층 카스트들은 크게 실망하였다. 이런 배신감은 하층카스트들에게 전체의 포괄적 이익보다는 자기의 개별적인 카스트의 특수 이익에 집착하게 만든다. 계급의식으로 깨어나지 못한 하층 카스트들은 달리트 정권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여 포괄적인 계급이익을 보지 못한다. 특수 이익의 한 형태인 편익만 챙기려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것이 바로 카스트 정치다.
이와 같은 특수 이익집단의 카스트 정당이 사마즈와디 당(Samajwadi Party)이다. 이 당의 명목상 이름은 사회당(Socialist Party)이지만-계급정당을 지향하는 사회당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이 당은 우유를 짜는 야다브(Yadav) 카스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지역정당이다.
야다브 카스트는 여타 후진계급(OBC) 카스트로 명목상 분류되지만 웃따르푸라데시와 비하즈 지역에서는 지배적인 카스트이다.
야다브 카스트는 1979년 만달(Mandal) 위원회의 권고로 시작된 여타 후진계급들을 위한 차별적 보상정책의 혜택을 받으며 북인도의 지배적 카스트로 부상하고 있다.
원래 이 제도는 후진 카스트들을 위해서 사회, 정치, 경제, 교육,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여타 후진계급(OBC)에게 할당제를 실행하여 그들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누구를 여타 후진계급에 포함시킬 것인지는 지역의 정치적 상황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야다브 카스트가 정권을 잡으면 여타 후진계급에 할당된 몫을 그들 자신과 그들을 지지했던 카스트들에게만 나누어주어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시킨다.
야다브 카스트는 이미 지배적인 위치에 있으면서도 명목상 여타 후진계급에 있다고 우기면서 차별적 보상정책의 혜택을 빼앗아간다. 정말 보호받아야 될 여타 후진계급의 인민대중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한다.(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겠다. 실제로 농촌에 들어가 조사해보면,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낮은 교육 수준도 중요한 원인이다. 글을 몰라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알지 못해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
사마즈와디 당(SP)은 1970년대에 물라얀 싱 야다브(Mulayan Singh Yadav)를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2012년 선거에서는 39세인 그의 아들 아크히레쉬 야다브(Akhilesh Yadav)가 당을 이끌어 224석을 얻어 정권을 잡았다. 사마즈와디 당(SP)은 철저히 특수 카스트 집단의 이익에 봉사하는 지역 정당으로써 지역 유권자의 18%나 차지하는 무슬림과도 연대하였다. 또한 지역 정당의 한계를 넘고자 이웃한 비하르 주의 야다브 카스트 정당인 라쉬트리야 잔타 달(Rashtriya Janta Dal)과 동맹을 맺었다.
우유 짜는 야다브 카스트 정당인 사마즈외디 당은 마피아 조직처럼 활동하는데 선거 기간에 투표함을 훔치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향응과 금품 살포는 일반적인 일이다. 다른 카스트에 속한 주민들이 이들에게 횡포를 당하면서도 따르는 이유는 보복이 두려워서다. 지배적인 야다브 카스트 집단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자신이 속한 카스트 집단(공동체)전체에게 유형, 무형의 보복이 가해진다. 때문에 개인이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피억압 계급의 인민대중은 자신이 속한 카스트 집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카스트 집단들은 철저히 표를 주고받는 거래를 하여 투표한다. 때문에 인민 대중을 위하는 정치세력이 아니라 이익 계산에 철저한 야다브 같은 양아치 카스트들에 의해서 정부가 구성되는 것이다.
4. 카스트 정치의 정치- 경제학(계급)적 의미
2012년 웃따르프라데시 선거에서 카스트 정치양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카스트 요인이 선거에 크게 작용하였다. 이를 계급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독점자본주의 발전이 카스트 정치를 확장시킨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인도에서 독점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때 가난한 인도의 인민대중이 경제적 요인으로 동질성을 느끼고 하나의 세력으로 뭉친다면 자본가 계급은 매우 위험한 국면에 처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인도의 인민대중을 카스트 요인으로 분열시키려고 한다. 또한 서로 경쟁하고 대립시킬 수만 있다면 대중의 폭발하려는 힘을 어느 정도 엉뚱한 데에서 소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지배계급은 수 천 년 간 전해 내려온 카스트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하여 헌법에서는 카스트 제도의 폐지를 명문화 하면서도 실제로는 하층 카스트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카스트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현재 인도의 정치에서는 그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인도의 인민대중의 계급의식을 억제하고 인민대중을 소모적인 카스트 싸움에 가두어 두려는 자본가 계급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독점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인민대중을 하나의 계급 전선에서 이탈하게 하여 분열시키려는 카스트 정치는 더욱 기승을 부리며 더욱 정교하게 발전될 것이다. 이에 따른 인도 정치의 혼탁과 정치적 불완전성은 높아질 것이다. 인도의 인민들이 이와 같은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서 빠져나오려면 자본가 계급의 본질을 통찰하여 계급의식으로 무장하여 하나의 대오로 단결해야 한다. 지금처럼 개별 카스트의 이익에 갇혀 달콤한 편익의 유혹에 빠져 있다면 상층 카스트와 자본가 계급의 지배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4.11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 글이 독자들에게 한국의 정치 상황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면 좋겠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전주교도소에서 이병진 씀
2012년 3월23일
저널, 신문자료
Messages and Non-Messages from Five Elections. Vol XLVⅡ No.11 March 17.2012.Economy and political Weekly
Vivek Prahladan. 2012. Up Assembly Elections : Politics of Belonging or 'Belongings'? Vol XLVⅡ No.6 February 11. Economy and political Weekly
BBC News IN INDIA. "Will 'Dalit queen' Mayawati win again in Uttar Pradesh?" 8.February.2012
Jim Yardley, "Elections in Vast Indian State Are Window on Nation's Politics, The New York Times, February 7. 2012
Ben Doherty, "Rahul Gandhi's star power falters in Vital State election, Area News,06. March.2012
Priyanka Bhardwaj, "Uttar Pradesh Assembly Elections" globalpolitican.28.Feb 2012
Syed Ali Mujtaba,"Uttar Pardesh Election-A Postmortem", globalpolitican.21.May.2007<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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