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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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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8 01:51:00, 조회:3,205, 추천: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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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민련의 인종주의적 망언이 보여주는 것
최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이하 범민련)의 기관지 「민족의 진로」3월호에 조직위원회의 이름으로 실린 ‘실용주의의 해악에 대하여’라는 기사에서 이주노동자와 성적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한 내용이 화두가 되면서 운동진영 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실용주의의 해악에 대하여’는 실용주의가 미국식 가치와 서구적 사고를 주입하는 사상으로 개인주의와 이윤제일주의를 만연하게 하고, 침략과 지배를 합리화하는 제국주의의 도구로써의 철학이라는 것을 폭로하는 글이다. 문제는 이 글에서 제시하는 남한사회에서 벌어지는 사회문제의 나열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극단적 이기주의 만연, 종교의 포화상태, 서구문화의 침투 등등 ‘민족정신’을 파괴하는 사회문제들에 이주노동자와 동성애, 트랜스젠더 즉, 성적소수자를 포함했다. 그리고 범민련 조직위원회는 이 문제를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이 문제들은 유심히 살펴보면 90년대를 기점으로 우리사회에 신자유주의 개방화, 세계의 일체화의 구호가 밀고 들어오던 시점부터 이러한 문제들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형은 달라도 결국은 이남사회가 민족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민족문화전통을 홀대하며, 자주적이고 민주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외래적으로 침습해 오고 그것이 또한 확대재생산되는 구조속에서 이 문제들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민족성을 중심에 놓고 민족과 민중의 처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투쟁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민족의 진로」의 입장을 두고 동성애자인권연대는 두 차례에 걸쳐 성적소수자의 문제를 신자유주의 개방화에 따른 부정적 의미의 사회문제로 제시한 근거를 제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민족의 진로」측은 공식적인 사과 없이 ‘동성애에 대한 관점과 입장의 차이가 분명히 있음을 확인한다.’는 말과 함께 동성애자인권연대의 문제제기가 서로 이야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대립적인 면을 부분적으로 부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범민련 남측본부 측이 민족 우선주의에 메여 자본주의의 현실과 사회적 소수자들의 차별받는 현실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들의 운동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며 단일하고 순결한 혈통 중심의 사고가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보이는 파시즘적 인식에 위협감을 느낀다는 분노를 토로했다. 이주노조 또한 입장서를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 세계 취약한 지역들에서 정치, 경제, 환경 등의 위기 심화를 불러왔다. 이것은 대규모 난민 발생과 전역에서 위험하고 힘든 강요된 이주의 행렬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주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관점은 정부의 이주자 차별과 억압에 진지하게 반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범민련의 입장을 반박했다.
배타적 민족주의와 국제주의
1980년대 민족주의 운동은 군부독재의 탄압과 반공이데올로기에 맞서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다. 이 당시 민족주의 운동은 남한 내에서 진보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민족주의 좌파들은 철저히 계급적 관점은 아니지만 FTA반대, 국가보안법 철폐 등의 투쟁을 전개하며 운동진영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민족주의 세력 중 우파인 범민련은 민족주의가 가지고 있던 진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배타적인 민족성만을 강조하면서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애국주의, 인종주의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범민련이 계급적인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입장이 있다. 이들은 앞서 제기한 문제들이 1990년대를 기점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서구에서 유입되어 온 문제라고 본다. 이 문제들이 남한사회가 민족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민족문화전통을 홀대했기 때문에 자주성을 상실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범민련이 제시하고 있는 문제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발생하고 발전해온 과정에서 나타났다. 자본은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정책을 써왔다. 시장 확보를 위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쟁탈전으로 수많은 소수 민족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신세가 되었고 생존을 위해 자본주의가 발전한 제국주의 국가에서 노동력을 팔며 이주노동자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본은 노동력재생산을 위한 출산율 확보에 중심을 둔 성적소수자 배척 이데올로기를 유포해왔다. 성적소수자들은 사회의 어둠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평생 숨기며 괴로움 속에 살아왔다.
이러한 문제들이 1990년대 이후 서구적 이데올로기가 도입되면서 생긴 문제인가? 이것은 자본가계급이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이고 정책이다. 하지만 범민련은 이주노동자와 동성애자 같은 사회적 소수자 문제를 남한에서 민족성을 상실하게 하는 ‘문제’로 보고 있으며, 이 외에도 국제결혼, 영어만능적 사고의 팽배, 유학과 이민자의 급증 또한 사회문제로 꼽고 있다. 국제결혼과 이민자의 급증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한민족’에 다른 민족이 유입되는 것을 거부하는 극단적 민족주의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을 말해준다. 범민련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시대를 거쳐 형성된 저항적인 민족주의의 진보성을 상실하고 발전한 남한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인 잣대로 다른 소수민족을 배척하고 탄압하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범민련은 남한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회 문제를 민족주의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범민련의 몰계급적, 폐쇄적, 배타적 민족주의는 더 이상 진보를 추동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범민련은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와 남한 사회의 가장 아래에서 착취 받고 있는 이주노동자에게 연대의식을 가질 수 없다.
범민련과 다르게 우리는 계급적 입장에 서서 사회 문제를 바라본다. 우리는 민족문제조차도 계급적 의식으로 바라본다. 범민련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다르게 노동자 계급 중심성은 단지 노동자 계급만이 전부라는 배타적 사상이 아니다. 노동자 계급은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전위이다. 또한 자신의 이익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일시한다. 노동자 계급은 계급적 연대의식으로 성적 소수자의 권리침해와 사회적 냉대와 편견에 맞서 투쟁한다. 노동자 계급의 국제주의는 인종적 폐쇄성을 넘어 전세계 노동자 계급은 하나라는 것, 억압받고 착취 받는 전 세계 인민의 이해를 사수하기 위해 지배계급과 투쟁하는 사상이다. 범민련의 편협한 애국주의에 비해 계급적 사상은 얼마나 고귀한가?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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