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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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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30 13:31:49, 조회:4,107, 추천: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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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노사상생’의 봄바람이 분다.
2007년 새해부터 심심찮게 들려오던 노사화합 선언이 남한 노동운동에 퍼져가고 있다.
올해 4월 말까지 코오롱, 포스코 하청업체들, 현대중공업, 하이닉스반도체, 동국제강, 쌍용자동차, 한독약품, 대구의료원 등 무려 76개의 사업장에서 공개적으로 무쟁의를 선언했다. 그리고 올해 초 포항지역 노사정 대표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사정 공동 산업평화 선언’을 했다. 전국 17개 지역에서도 노사화합 선포식이 치러졌다.
영원한 무쟁의를 선언한 코오롱노동조합은 작년에 민주파를 내쫒고 어용집행부가 들어서서 민주노총을 탈퇴한 어용노조의 선봉대다. 정리해고에 맞서 700일이 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코오롱 정투위의 투쟁을 꺾기 위해 코오롱 어용노조는 “노사 상생 동행은 올해 코오롱 노조 최고의 화두다. 노조도 회사를 살리는 데 앞장 설 것이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간부가 앞장서 회사 영업 극대화를 위해 거래처 이곳저곳을 발로 뛸 것”이라며 코오롱 자본에게 충성을 다짐했다. 대림산업건설 한숲협의회는 작년 12월 총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아예 노조를 해산했다.
노사화합 선언과 맞물려 현장투쟁은 감소하고 여러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먼저 임금동결을 사측에게 제안하는 등 ‘무분규’가 자랑이 되는 노사관계가 구축되고 있다. GS칼텍스, 한일합섬, S&T모터스(옛 효성기계), LG필립스LCD, 동국제강, 한국바스프 여수공장, LG전자, 삼성전자 등은 무교섭 타결로 임금조정을 사측에게 위임해서 임금동결에 노동조합이 손수 발 벗고 나섰다.
이러한 노사화합의 결과로 올해 상반기 파업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07년 4월 12일까지 발생한 전체 파업건수는 1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41% 감소했고,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근로손실 일수는 42,795일로 지난해 92,139일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부르주아 언론들은 드디어 과거 폭력적인 노동운동의 시대가 가고 노사가 한 몸이 되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무쟁의, 노사화합 선언으로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성숙한 노사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며 이를 축복하고 있다. 최근 비정규직법 시행령이 발표되면서 노동자들이 계약해지, 외주화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지금, 노사상생의 외침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투쟁이라는 방패막이를 앗아가고 있다.
노사상생을 끊을 수 있는 것은 비타협적인 투쟁뿐이다!
자본에겐 봄바람, 노동자에겐 칼바람이 될 노사화합은 사업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파업을 위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 역량 없는 파업은 객기이다.’라며 당선 이후 경총, 노사정위원회, 삼성 등을 만나러 다니면서 ‘상생대화’ 대장정에 여념이 없다. 이석행 위원장은 ‘제조업 공동화 현상의 해결책은 종합적인 경쟁력 향상’이라며 자본가들을 찾아다니면서 ‘대화’로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본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투쟁을 하겠다는 이석행 위원장의 다짐은 현장의 무쟁의와 결코 다르지 않다.
노사상생 전략은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계급협조주의에 입각해 있다. 이들은 임금과 이윤의 관계 -이윤이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나온다는 점, 즉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은 결코 상생할 수 없는 적대적인 관계라는 진실을 ‘고용 보장’이라는 생존권을 미끼로 은폐하고 있다. 노사상생은 자본에게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고 착취할 수 있도록 ‘투쟁’이라는 걸림돌을 치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금속산별노조 남택규 수석부위원장이 2년 반이 넘게 투쟁해온 하이닉스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돈으로 정리하는 직권합의를 했다. 산별노조 중앙교섭에 자본가들을 참석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투쟁들이 중앙교섭 성사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장기투쟁이라는 산별교섭의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산별)교섭주의의 결과가 산별노조협조주의를 불러오고 있다. 상급단체 관료들은 97년 개악된 노동법을 악용하여 직권조인하고 현장에서 총회 투표는 단지 집행부 불신임을 묻는 절차로 삼았다. 이미 공공부문 어용노조 지도부들은 활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민주노조의 줄에 서있으면서도 반동화 되는 지도부를 올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은 대중적 현장투쟁 뿐이다. 지도부가 양보교섭, 직권조인하고 도망가면 현장에서 이를 무효화하고 즉각 투쟁지도부를 구성해서 투쟁을 다시 시작했던 노동운동을 기억하자!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은 지난 4월 5일 사측과 나란히 서울국제모터쇼에 참석해서 “회사측이 고용안정과 투자에 대한 약속만 지킨다면 파업 없이 임금교섭을 진행하겠다.”며 노사협조를 맹세했다. 현장에서는 쌍용차 노조 지도부의 노사화합 선언에 반대하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본은 투자 여부를 갖고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을 압박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일단 자본이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일차적 요구에 머물러 있다. 투자 여부 자체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노동조건 보장을 어떻게든 하라는 현장의 요구를 현실과 거리가 먼 너무 원칙적인 요구라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노동자계급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기조 아래에서만 현실에 맞는 투쟁전술도 가능하다! 구조조정 저지와 생존권 사수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계급의 단호한 투쟁만이 착취와 탄압을 제거해 나갈 수 있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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