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진흥고속지회 조명탑 고공농성장 사수조 조합원들에게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건네며 빠져나왔다.
하지만 옥천 유성기업 광고탑 농성장에선 그저 허리를 좀 숙여 인사를 드렸을 뿐이다.
농성현장을 방문하면 으레 사업장, 하늘 사람들의 안부 등 이야기를 나누고 염려와 건투를 비는 말을 전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야길 듣다 보면 맘은 자연스럽게 무거워지고 현장을 떠날 시간이 되어 하늘을 한 번 더 보면 미안한 맘에 발길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자주 하는 말이 "또 오겠습니다."이다. 춘천에선 자연스럽게 기약도 없는 말을 건넸는데 옥천에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없더라.
서로의 위치가 다르고 할 수 있는 일 또한 다른 것이지만 극한의 투쟁을 하는 당사자들을 만나고 나면
그만큼 가슴 한구석에 부채가 쌓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극한의 투쟁을 이어가는 사업장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독점자본의 폭정이 심해져 위기가 증폭되고 있음의 이면엔
계급적 단결과 투쟁의 고양이란 기회의 측면도 있기 마련이다. 바로 많은 사업장의 경제투쟁이 지역과 사업장의 국한되지 않고
정치투쟁으로써 하나가 되길 염원한다. 또한 지역은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투쟁으로 모아 위기를 넘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마음과 마음들이 언제나 함께 하고 있음을 믿는다.
그래서 쌓이는 부채의식이 그 어느 날 카메라 셔터 한 방으로 부서지는 그런 날을 믿기에 또다시 거리로 나선다.
춘천 진흥고속지회 조명탑 고공농성 58일차, 옥천 유성기업지회 광고탑 고공농성 48일차(11월 29일 현재)
바람이 거세다. 흔들리는 철탑 속의 동지들을 한 번 더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