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1948년 월리스 캠페인에 대한 제임스 캐넌의 논평

IBT	2013-02-17 00:10:08, 조회:767, 추천:250

2013년 2월: 1948년, 루즈벨트의 부통령이었던 월리스가 진보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하자, 당시 트로츠키주의를 견지했었던 미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일부 당원들이 월리스의 선거운동 지지를 주장한 바 있다. 제임스 P. 캐넌이 주도하는 다수파는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였다. 인민전선과 혁명정당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로, 관련글인 1948년 월리스 캠페인에 대한 제임스 캐넌의 논평을 번역 게재합니다.

1948년 월리스 캠페인에 대한 제임스 캐넌의 논평

‘오도(誤導)와 장애물’

1941년부터 1945년까지 프랭클린 D. 루즈벨트의 부통령이었던 헨리 A. 월리스는 1948년 진보당의 대선후보로 출마하였다. 좌익들에게 월리스의 선거운동은 최근의 랠프 네이더의 대선출마와 유사한 정치적 쟁점이 되었다. 1948년, 당시에는 트로츠키주의를 견지했었던 미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일부 당원들은 월리스의 선거운동을 지지할 것을 주장하였지만, 제임스 P. 캐넌이 주도하는 다수파는 단호하게 이를 거부하였다. 다음 글은 이 문제에 대하여 1948년 2월 SWP 전국위원회에서 캐넌이 행한 연설에서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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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리스의 당[진보당]은 모든 계급적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거부해야하며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선 동지들도 다들 인정하듯이 이 당의 강령은 완전히 부르주아적이다. 공화 민주 양당과 이들의 차이는 순전히 전술적이다. 근본적인 차이 즉, 계급적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따진다면 미국 자본주의의 한 분파에게는 월리스를 지지해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월리스가 제기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대(對)소련정책에 관한 것이다. 월리스의 정책으로도 트루먼-마샬의 강령 못지않게 전쟁을 준비할 수 있다. 전쟁 발발 이전에 전쟁을 보다 잘 준비하고 소련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도록 유화적 태도를 지향한다는 인상을 주느냐, 아니면 트루먼-마샬의 저돌적인 “강경책”이냐—소련과의 전쟁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지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어쨌든 이것은 부르주아 진영 내의 전술적 차이인 것이다.

우리 당의 어느 당원이 그러하듯, 우리가 트루먼과 마샬의 노골적인 호전성에 대한 모종의 차선책으로 월리스의 기만적인 반전운동을 용인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좋지 못한 일이며 사기저하를 불러올 것이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미제국주의의 팽창을 위한 자본주의 전술 중에서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낫고, 노동자들은 여기에 개입하여 한편에 대항하여 다른 한편을 지지해야 한다는 이론에 기반한 “차악”의 정치에 당원들을 물들이고 말 것이다.

자본가들이 월리스를 지지하지 않으므로 이들이 자본가 정당이 아니라는 주장이 시카고의 동지들에 의해 제기된 것 같다. 이 주장은 현 시점에서 월리스를 반대하는 독점 자본가들에 대해서는 꽤나, 또는 거의 옳은 얘기인 듯하다. 하지만 이 점이 당의 계급적 성격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당의 계급적 성격은 현재 당을 지지하는 계급이 아니라, 당이 지지하는 계급에 의해 결정된다. 다시 말하자면, 강령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것이 결정적인 구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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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계급적 성격은 우선 그 당의 강령에 의해 결정된다. 그 다음으로는 실천 속에서의 그 당의 정책에 의해서, 그 다음으로는 그 당의 구성과 통제에 의해서 결정된다.

월리스 운동을 통제하는 것은 월리스와 그가 지지하는 몇몇이다. 그는 후보자들과 강령을 결정한다. 그 강령을 바꾸고 다른 후보자를 선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강령과 후보자는 최종적으로 포장된 채 여러분들에게 제공 된다: 대선후보 월리스, 그리고 월리스의 강령. 그는 신시내티에서 연설을 하였는데 이렇게 말하였다: “그렇다. 나는 공산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 운동에 참여하는 순간 그들은 자신들의 강령을 지지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강령을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제법 옳은 얘기를 하고 있다.

물론 여러분들은 현재 월리스의 조직된 지지자들 가운데 스탈린주의자―스탈린주의 당, 스탈린주의 노조, 스탈린주의 대중조직 등―가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월리스 운동 내의 스탈린주의 노조들은 지지조직으로서 기능할 뿐이지 통제력을 가진 조직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대략 월리스의 포장지 정도가 될 것이다. PAC[AFL과 CIO가 통합하여 지금의 AFL-CIO가 결성되기 이전 CIO의 정치행동위원회]와 AFL 정치위원회가 트루먼의 운동을 지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스탈린주의자보다는 노동자들을 대표하고 있지만, 민주당을 노동자당으로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월리스 운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월리스 운동에 참여하여 이들의 강령과 후보자를 바꾼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것은 완전히 공상주의적 발상이다. 이 운동 전체가 월리스의 입후보와 그의 강령에 기초하여 조직되었다. 여기에 가담하여 다른 강령, 다른 후보를 외치는 것은 이 운동의 기본전제와 완전히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질 터이다. 이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월리스의 지지자가 아니라면, 당신은 왜 이 운동에 참여하는가?” 이것은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 될 것이다.

월리스 운동에는 또 다른 약점이 있다. 이것은 1인 메시아 운동으로 여겨진다. 월리스는 자신의 적에게 성경을 내던진 “기드온 군대”의 수장이다. 이것은 노동자 조직의 독립적인 정치행동의 대체물 가운데 최악의 부류에 속할 것이다. 월리스의 메시아 운동은 노동자당으로 가는 길을 삼천포로 이끄는 요소이자 장애물이다. 이들을 지지한다는 것은 잠시라도 용납될 수 없다. 도리어 이들을 폭로하고 투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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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당제

미국의 전통적인 양당제는 평시에는 매우 적합하였다. 한 부르주아 정당을 다른 정당으로 교대하면서 충격과 불만을 흡수하는 이 체제보다 더 나은 체제를 지배계급인 자본가들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체제도 위기의 순간에는 폭발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예상하고 있는 위기의 악화는 미국의 정치정세를 완전히 뒤엎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낡은 양당제는 미국 자본가계급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적합해질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크게 동요하고 있다. 위기의 순간에는 전체구조가 산산조각날 수 있다. 또 다시 노동자들의 표를 민주당으로 몰아주려는 AFL-CIO의 책략이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증거이다. 비록 이 저항이 능동적이라기보다는 수동적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 점은 현재의 정치정세에서 명백한 요인인 것 같다. AFL과 CIO의 의장들은 5백만, 1천만, 심지어 1천5백만 달러를 선거운동에 쓸지도 모른다. 그러나 루즈벨트에게 그랬듯이 노동자들의 표를 트루먼에게 몰아줄 수 있는 그들에 대한 신뢰는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표가 낡은 부르주아 양당으로 향할 가능성이 적어질수록, 보다 강한 압력과 강력한 의지는 자신들의 당을 건설하려는, 혹은 대안을 찾으려는 노동자들을 충동질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 자본주의에 노동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한 사이비 급진당을 요구한다. 내 생각으로는 이러한 전개는 아마도 대중적 파시스트 정당이 성장하기 이전의 국면으로 보인다. 아마도 미국에서는 파시스트 운동이 발전하기 이전에 급진적 부르주아 개혁당이 대중적인 규모로 등장할 것이다.

특이하게 비틀어진 형태로나마 이러한 일이 30년대에 실제로 있었다. 루즈벨트는 민주당을 사이비 급진당, “거의” 노동자당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개조하였다. 이를 통해서 그는 당시 독립적인 노동자당을 향한 전진을 확실하게 가로막았다. 루즈벨트의 “뉴딜”은 낡은 사회민주주의 강령의 일종의 미국적 대용품이 되었다. 민주당 내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해 나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루즈벨트의 에피소드는 단지 한 번만 가능했을 뿐이다. 루즈벨트 사망 이후로 전반적인 추세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이후 루즈벨트가 수행한 미국 자본주의의 구세주 역할이 필시 새로운 당에 요구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월리스 당의 정체다. 월리스는 아직 공인되지 않은, 노동운동을 독립적인 정치적 실천에서 이탈시켜 급진적 참주선동으로 치장된 부르주아 정치로 오도하는 역할을 맡은 후보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말해야하며, 그리고 여기에 맞서 어떤 조건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공개적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투쟁해야 한다. 우리는 100% 반(反)월리스주의자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이 사기꾼에게 맞서도록 선동하고, 대용품을 허용해서는 결코 자신들의 당을 건설할 수 없다는 것을 노동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요약

“독립적인 노동자당을 건설하자”는 슬로건은 노동자들의 계급적 조직을 위한 슬로건이다. 이것이 일부 동지들의 생각 속에서 기껏 양당제나 타파하자는 요구로 해괴하게 변질된 것 같다. 절대로 같은 요구가 아니다. 이것은 부르주아 정당의 개편을 의미할 뿐이지 계급적인 재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의 양당 의회체제의 붕괴는 의심할 여지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전통적인 체계를 벗어나서는 정치계에 개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노동조합 관료들의 물신이 파괴될 것이다. 두 낡은 부르주아 정당들의 분열은 노동조합 관료들을 뒤흔들어놓을 것이며, 노동자당의 수립을 위한 선동을 위해 보다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것이다. 그러나 양당제의 붕괴와 부르주아 정당들의 분열은 사회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발생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임무는 아니다. 부르주아 정당은 우리의 활동 무대가 아니다. 양당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자본가 정당에 대항하여 노동자들을 계급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우리의 분명한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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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파 동지들은 월리스 당의 내부에서 활동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 비용이란 간단하게 이런 것이다: 여기 와서 월리스에게 투표하자. 비용 지불을 거부하면 여러분들은 입장할 수 없다. 이것은 월리스 대선후보를 위한 운동이므로 여러분은 흥정할 근거도 없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르주아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요청하는 것은 우리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다. 이것은 독립적인 노동계급의 정치활동 전반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월리스 당에 창창한 미래가 있다 즉, 이 당이 미래에 노동자당이 될 것이다.’라는 가정은 잘못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이야기나 이와 유사한 주장은 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적 노동자당은 본질적으로 비공개회사(closed corporation)[회사의 주식이 소수의 대주주 손안에 들어가 있어 일반인에게는 유통되지 않는 회사]가 될 수 없다…….

대중정당 속에서의 영향력은 여러분이 거기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며, 얼마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가 노조 안에 있고 거기에서 힘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가 참여할 어떤 노동자당에서도 우리가 노조에서 가진 힘의 정도와 우리 출판물의 선전능력에 비례하는 세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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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폴레트의 1924년 캠페인

1924년에 우리는 라폴레트 상원의원이 수장이던 제3당을 경험한 바 있다. 노동운동 내에 보다 광범한 지지기반이 있었다는 점에서, 그것은 월리스의 캠페인과는 분명히 달랐다. 월리스의 당이 고작 하나의 소규모 노조의 지지를 받은 것에 비해, 라폴레트의 당은 AFL과 철도형제단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으며, 심지어 사회당도 그들의 전통적인 독립을 포기하면서 지지하였다. 공산당은 자신들의 후보를 출마시켰으며 최초로 전국적인 정치무대에 발을 들여놓았다. 사회당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 부르주아 운동에 함께하는 특권을 얻기 위해 자신들의 독자성을 내주었다. 이들은 최초로 ‘부르주아 당과 연합하지 않으며 그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전통적 원칙을 깨뜨렸으며 이것은 미국 사회당의 퇴보에서 중요한 단계였다. 이들은 라폴레트 운동에 손가락을 내주었다; 그러다가 결국 사민주의자들 대부분이 그들의 손목을 루즈벨트에게 내주었다.

No. 23, 2001 James P. Cannon on 1948 Wallace Campa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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