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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1호] 5.18 혁명광주는 끝나지 않았다! - 성공회대학생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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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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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1 01:08:50, 조회:2,345, 추천: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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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회대 학생활동가
우리는 5월 17일 18일 1박2일 동안 광주에 내려갔다. 버스를 타고 4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광주역에서는 5월 정신 계승 노동자대회가 한창이었다. 흥겨운 전통 노랫가락에 맞춰 수백의 노동자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앞으로 뒤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어깨를 움직였다. 집회가 끝날 때 쯤 대오 뒤쪽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깃발을 나부끼며 행진을 하고 있었다. 집회를 마치고 행진 대오에 바로 뒤따르며 전야제가 진행되는 (구)전남도청으로 향했다.
도청과 분수대는 몇 년 전 처음 광주에 내려왔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광주에 오기 전에 5.18과 관련된 다큐와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와서인지 그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80년 이곳에서는 전두환의 군부독재에 맞선 수만 명의 민중들이 이곳 분수대를 무대삼아 주위에 앉아 보고대회를 했다.
바로 그곳에서 28년이 지난 후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 학생, 주부, 아이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전야제 1부에서는 노래와 몸짓 공연, 그리고 5.18 관련 영상과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2부는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진행 되었다. 사전에 5.18 전야제만 하는 줄 알고 있어서 갑자기 2부에서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진행되어서 어안이 벙벙했지만 5월 정신 계승이라는 것이 단지 80년 광주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현안 문제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기에 계속해서 참가를 했다.
5월 정신 계승?
촛불 집회는 서울에서의 촛불 집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자유발언 위주로 진행되었다. 구호도, 발언 사회자의 진행도 서울에서의 촛불집회와 거의 같았다. 몇 명쯤 자유 발언 뒤에 처음으로 대학생이 올라왔다. 전남대를 다니는 대학생이고 계속해서 5.18 행사를 참여해 왔다고 한 이 대학생은 고양된 목소리로 왜 5.18전야제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 이야기를 하느냐며 발언을 이어 나갔다. 그러자 대오에서는 아유를 했고 어떤 여고생은 왜 못하냐며 소리까지 질렀다.
다시 몇 명의 발언이 이어지고 다시 대학생 한명이 올라왔다. 이 대학생은 처음부터 악을 쓰며 왜 이 자리에서 수입 반대 이야기를 하면 안 되냐며 발언을 했다. 마치 5.18 이야기를 하는 것과 수입 반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대치되고 대립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갑갑하고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무엇이 5월 정신 계승일까? 5.18의 광주를 기억하며 추모하는 것이? 아니면 현안 문제인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가 80년 5월 광주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당시 군부독재로 나타난 국가의 폭력에 맞선 민중의 투쟁을 제대로 알자는 것이고 그 정신을 이어 받아 현재의 투쟁을 벌여 나가자는 의미 아닐까?
5.18 새로운 해석
처음부터 같이 행동한 광주 지역의 노동자 동지가 계속해서 생생한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셨다. 당시 버스 운전을 하면서 시민들을 광주 시외에서 시내로 옮기면서 광주 각지를 돌아다니셨다고 했다. 그 동지가 계속해서 가진 자와 배운 자는 없었고 못 살고 못 배운 사람들만 있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가진 자들은 그렇다 치고 학생들이 대다수였을 텐데 왜 배운 사람이 없었다고 하셨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의문은 저녁에 숙소에 이동해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풀리게 되었다. 당시 광주가 고립되었고 직접 싸웠던 시민군과 시위대의 다수는 노동자였다는 것이다.
교과서에서 이야기한 광주 민중항쟁의 주체는 학생과 시민이라는 모호한 구분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당시 광주에 남아있었던 사람들은 노동자와 그 가족이었고 학생과 전문직에 종사하던 소수였다고 한다. 이미 자본가와 기득권은 광주를 빠져 나갔거나 군대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단순한 항쟁이 아니라 민중의 봉기였다고,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5.18의 의미를 재해석 하셨다.
<공권력의 군화발로 짓밟힌 묘지
5공화국이 막을 내기로 6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이야기조차 하는 것이 금기시 되었던 폭도에 의한 광주 점령은 민주화 항쟁으로 이름을 바꾸어 박제화 되었다. 마치 자신들은 군부독재와 다른 민주주의를 받드는 무엇인 마냥 매년 광주에 내려와 신묘지에서 기념행사를 하며 참배를 한다. 웃기게도 묘지에는 수 천 명의 국가 공권력이 배치되어 있다. 기념행사를 방해 받을 것이 두려워 초대 받지 않은 사람은 행사 중에는 묘지에 발을 들여 놓지도 못한다. 신묘지 뿐만 아니라 구묘지에서 신묘지로 넘어가는 모든 길목에 전경이 배치되어 있었다고 했다.
무엇이 두려워서 민주정부를 자청하는 자들이 수천의 전경을 동원해서 기념행사를 진행하는 것일까? 기념행사를 망칠까봐서? 아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들이 쓰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가면이 벗겨질까봐서다. 여전히 그들에게 우리는 폭도다.
우리는 오후에 구묘지에 갔다. 물론 신묘지에 계신 열사들도 계시지만 잘 차려져 있지 않은 구묘지가 끌리는 것은 국가가 박제화한 5.18을 거부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열사들이 묻혀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이용석 열사의 묘지에서는 참 분위기가 숙연해 졌다.
국가의 벽을 넘어 노동자 계급의 투쟁으로
국가에 의해 박제화 된 5.18은 겉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염원이 폭발한 민중의 투쟁임을 보여 주지만 그 뿐이다. 당시 투쟁 대상을 군부 독재자와 그 추종자들로 제한하면서 국가에 대한 저항이자 봉기였던 5.18의 본질을 은폐시켰다. 그렇게 되자 전야제에서 보였던 모습처럼 현재의 투쟁을 5.18과 다른 성격의 투쟁으로 분리하게 되고 그것은 다시 투쟁의 대상을 이명박 정권만의 문제로 한정시켜버린다. 하지만 분명 지금의 촛불 시위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저항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쇠고기 수입으로만 나타나고 있지만 FTA의 문제와 떨어질 수 없는 문제다. 그것은 FTA를 체결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정부와 의회로 대변되는 국가에 대한 저항이자 자본에 대한 저항이다. 이미 촛불 집회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는 교육자율화와, 의료민영화, 사회공공성 문제는 자본에 의한 전반적인 구조조정으로 나타나는 문제이다.
80년 당시에도 한국의 자본은 위기였고 노동자 민중의 삶은 피폐해져갔다. 군부독재로 엄청난 억압을 했지만 노동자 민중의 투쟁은 격렬해져 갔고 5.18일 광주는 폭발한 것이다. 우리가 5.18을 기억하는 것은 마지막까지 무기를 버리지 않고 국가에 대항한 비타협적인 투쟁을 한 광주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 반대로 명확한 계급의식을 갖고 특정한 정권에만 한정된 투쟁이아니라 국가에 대한 그리고 자본에 대한 투쟁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우리가 매년 5월 광주를 이야기 하는 것은 저들이 왜곡하고 박제화한 5.18을 제대로 알리고 현실에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이자 허울만 민주주의인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것을…. 그것은 명확한 계급의식을 갖고 투쟁할 때만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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