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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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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8 17:57:26, 조회:7,600, 추천: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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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 희망버스와 민주노조운동의 자화상 ―
부산지역 노동자
한진 자본의 공세와 노조의 대응양상 1
한진중공업 조남호는 더 좋은 저임금을 찾아 필리핀 수빅만에 대규모 조선소를 세웠다. 한진중공업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하는 하청기지화 추진이 감지되었다. 이는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나누어 대규모의 정리해고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한진 자본은 이를 위해 노동자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 당면과제였다. 2009년 노조선거에서 이른바 온건주의로 표현되는 노사협조주의 세력인 채길용 집행부가 당선되었다. 이는 한진 자본에 있어서 자신들의 계획을 밀어붙이는데 매우 유리한 조건의 형성을 의미했다. 2009년 12월, 한진 자본은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을 공식화하고 일방적으로 강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이어서 2010년 1월에는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 600명을 노동부에 신고했다.
한진 노동자들의 고용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길용 집행부는 부분파업과 거리 캠페인, 정치권 청원투쟁을 주요 전술로 할 뿐 한진 자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전술은 끝까지 회피해 왔다.‘과학적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며 캠페인을 중심으로 하는 집회와 한나라당사 앞 노숙농성 등을 배치하며 조합원들을 길거리로만 내몰았다.
한편, 김진숙 동지(한진해고자,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는 정문에 아주 작은 천막을 치고 무기한의 단식투쟁(2010년 1월)에 들어갔었다. 24일간의 단식투쟁과정에서 지역과 전국에서 지지방문이 이어졌다. 결국은 정리해고자 명단이 발표되지 않은 채 노사교섭에서 회의록에 정리하는 방식으로 유보되었다. 채길용 집행부는 추운 겨울 작은 천막에서의 단식투쟁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천막 단식농성장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커녕 단 한번 찾아가지도 않았다.
한진 자본의 강력한 재도발과 노조의 대응양상 2
한진 자본은 2010년 12월, 강력한 의지를 담아 정리해고 공세를 감행했다. 선각공장부터의 휴업을 선언하며 400명에 대한 조합원에게 정리해고 예고통보를 발송한 것이다(2월 14일 해고).
금속노조 한진지회는 여전히 부분파업과 거리 선전전, 한나라 당사 앞 노숙을 통한‘불쌍하게 보이기’청원운동 같은 전술을 다시 진행하고 있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역사적으로 공장점거파업을 장기간에 걸쳐 진행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고, 또 사활을 건 투쟁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지회집행부의 이러한 전술은 조합원들의 정서와는 매우 동떨어져 있었다. 이러한 답답한 상황에서 2011년 1월 6일 새벽, 김진숙 동지는 혼자서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으로 오르게 된다.
해고 예고 기간이 지난 2월 14일, 정리해고가 확정되자 채길용 집행부는 그제야 공장을 거점으로 한 파업투쟁으로 전환했다. 한진 자본은 (부분)직장폐쇄를 한 상황인데도 비정규직 노동자(외주업체)는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도, 급한 선박을 빼 나가도 노조는 전혀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회사 측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전술들은 모두 회피했다. 뿐만 아니라 85호 크레인 농성도 늘 못마땅해 하고 조합원들이 그곳에 모이는 것을 막았다. 연대하기 위해 찾아오는 지역과 전국의 연대단위의 지지방문에 대해서도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다. 노조지도자가 앞장서서 단결과 연대의 전선을 교란하는 태도는 지속되었다. 단결과 연대 투쟁에 대한 관점이 분명하지 않은 지도력은 사측의 분할통제에 철저히 무기력했다. 조합원 대다수는 이탈 없이 파업대오를 지키고 있었으나 사측의 분할 공세에 시작되자 점차 이탈해 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해고자와 비해고자 합해서 120여 명 만이 투쟁대오를 지키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파업 파괴력은 단결과 연대에서 나오고 단결은 분할통제 이데올로기를 넘어 투쟁의 정당성에 기반을 둔 투지에서 나온다. 전체조합원들이 하나가 되어 투쟁하고 있을 때 닥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조합원 더불어 토론하며 준비해야 한다. 모든 조합원이 직접 발언하고 스스로 결의하는 직접민주주의(교육과 조별토론 등)는 사측의 분할공작을 넘어 단결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이다. 도리어 조합원의 노조간부가 문제제기하는 조합원에게 폭력을 가하고 으름장 놓아 다스리고자 하는 지도부의 관료주의적 행태가 횡횡하는 상황에서 자본의 분할통제는 너무 쉽게 먹힐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민주노조운동의 노동자 정신에 근거하지 않은 지도력은 투쟁 과정에서 투쟁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내내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김진숙의 85크레인 농성과 연대의 흐름
85호 크레인은 2003년 김주익 지회장이 넉 달 째 홀로 농성하다 결국 자결했던 곳이다. 김주익 지회장이 자결하자 곽재규 조합원이 85크레인 아래 있는 4도크에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김진숙 동지는 그 추운 겨울 캄캄한 새벽에 그곳에 홀로 올랐다. 지회 지도부가 정리해고에 맞서 제대로 투쟁할 것이라고 확신했다면 아마도 그곳에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85크레인은 여느 고공농성장과 달리 어느 측면에서는 폐쇄된 공간이 아니었다. 김진숙 동지는 트위터를 통해 전국에 투쟁의 정당성을 알려내고 연대를 호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공농성장은 지역과 전국의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그 진정성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고 있었다. 연대대오들은 모두 크레인 아래로 모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김진숙 동지의 결연한 투쟁은 지역과 전국의 노동자,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지지와 연대는 이어졌다. 수백 번의 거리 선전전보다 수천 배의 효과를 발휘했다. 급기야 고공농성 157일차에 자발적 운동의 상징인‘희망버스’행렬이 부산영도 한진중공업 담장을 넘어왔다. 희망버스는 희망열차, 희망오토바이, 희망자전거 등등의 이름으로 확산되고 그 규모도 5천, 1만 명, 3만(?)으로 늘어가는 추세다.
희망버스가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의 무기력한 대응을 대신하면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조직되지 않는 자발적인 양심들이 희망버스의 줄기를 형성했다. 민주노총으로 표현되는 조직된 노동자들은 각성된 소수를 제외하고 움직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산별노조도 총연맹도 광우병 촛불투쟁 당시와 같이 맨 뒤에 쳐져 있는 슬픈 형국이다. 맨 앞에 서야 할 조직된 노동자들은 왜 이토록 무기력한 것일까? 노동자의 조직된 공동행동의 조직기풍을 살리기 위한 각고의 노력은 산별노조들과 총연맹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둘러싼 뜬구름 잡는 소리는 여전히 요란하다. 노동자 계급운동이 자본의 공세에 밀려 어려움에 처하자 산별노조 건설과 민주노동당 건설이 살길이라고 소리 높여 부흥회를 해대던 그것이 흡사하다.
‘희망버스’는 어디로부터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분명한 것은 자발적 연대운동의 표상‘희망버스’는 단언컨대 활동가의 목숨을 건 끈질긴 현장투쟁으로부터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고공농성은 선도적인 투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장투쟁의 한 형태이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가 그 투쟁의 구심이 되지 못하고 도리어 자본에 매수되어 극악한 배신을 일삼아도, 금속노조가 총파업한번 성사시키지 못해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치권의 언저리만 맴돌아도, 거대노조 집행부가 자신의 고용문제만 끌어안고 연대에 무감한 상황이어도, 계급적 분노의 화신이 되어 끈질기게 투쟁하는 85크레인 김진숙과 투쟁하는 무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절한 투쟁을 통한 연대 호소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주변을 조직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무기력해진 민주노조운동, 노동자대중운동이 투쟁의 맨 앞에 설 수 있기 위한 유일한 길은 단지 조직형식으로서의 산별노조도, 진보의 합창도 아니라 바로 각성된 노동자들과 노조 지도력이 지속적으로 계급적, 정치적 의식을 대중적으로 확장하고 현장 속에서 투쟁을 조직한 길 뿐이라는 점이다.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적당히 투쟁하고 국회의원 몇 명을 더 진출시키면 된다는 잘못된 태도가 결국 무기력한 민주노총을 만들었지 않은가?
희망버스가 정치적 쟁점으로 솟아오르자 국가권력과 자본의 하수인들이 혹여나 관리할 수 없는, 권력을 흔드는 물리력으로 전화될까 전전 긍긍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단순히 “김진숙을 살려야 한다.”,“옳은 일이기 때문에 참여했다.”는 소박한 동기만으로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이 그러했듯이...
그러나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는 국가권력의 조직된 폭력의 본질을 직시하고 그것이 계급적, 정치적 요구와 분노로 발전할 수 있을 때, 노동자 계급과, 연대하는 대오들은 정권과 자본의 탄압을 넘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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