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사회적 노동운동론’은 왜 ‘국민과 함께’
갈 수 밖에 없는가?
조건준 금속산업연맹 정책국장이 노동사회 8월호에 기고한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글 에 대한 비판이 일자 그는 상당히 공격적인 어투로 “'기금요구', 독인가 약인가”라는 제목의 반박 글을 실었다. 조국장은 04년 투쟁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하면서 얻은 대가인 ‘완성차 4사 노사 공동협의체’에 GM대우가 불참하고 실질적인 논의의 진척이 없자,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식으로 내부의 정당한 비판목소리에 그 화살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장본인으로서 그는 “내부에서 힘이 실려야만, 입맛대로 협의테이블을 꾸릴 텐데, 왜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만 하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항변은 계급적인 언사로 치장한 채 소위 노동운동판에서의 좌, 우파를 비판하면서 합리적 외양으로 포장한 ‘사회적 노동운동론’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노동사회에 실린 글에 대한 비판으로 꽤 장문의 글로 구성된 ‘사회적 노동운동론’에 대한 비판을 대신하고자 한다.
먼저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이하 ‘사회공헌기금’)이 정규직의 임금양보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조건준은 “대공장들이 임금을 양보했다는 어떠한 근거도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정책국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연구 작업을 조금이라도 성실히 수행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임금교섭타결현황(2004. 8월말 기준) 노동부 자료를 보면, 임금교섭 진도는 다소 늦으나, 전년 동기(6.6%) 대비 임금인상률이 5.5%로 1.1% 하락했으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기업 규모별로 보면 전체적으로 대기업 인상률이 더 낮다는 점이다.
<사업장 규모별 임금인상률 하락 폭(7월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하락폭)>
▲ 300인 미만 : 0.5%p (0.7%p)￬ ▲ 300~500인 미만 : 0.5%p (0.8%p)￬
▲ 500~1,000인 미만 : 2.6%p (1.1%p)￬ ▲ 1,000~5,000인 미만 : 1.5%p (1.7%p)￬
▲ 5,000인 이상 : 1.2%p (1.5%p)￬ (임금교섭타결현황 노동부 자료 中)
물론, 중소기업 위주의 동결, 하향 조정도 여전하나 그 증가세는 주춤한 상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전반적으로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올 초부터 민주노총과 각 산별, 연맹에서 연대임금 운운하며 초장부터 현장의 임금인상투쟁에 부담감을 지운 결과이다. 물론 정책국장이 그래도 임금이 오른 것 아니냐고 강변한다면, “대공장들이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했다는 어떠한 근거도 발견할 수 없다”고 문장을 바꿔야한다. 위의 자료만으로도 임금을 양보했다는 증거는 충분하니까.
그런데, 조건준 정책국장이 이렇게 주장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자동차 4사의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은 자본에게 일방적으로 순이익의 5%를 기금으로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는 데에서 노사가 공동으로 갹출하는 민주노총이나 금속연맹의 연대기금과는 그 ‘근본’이 다르다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같은 글에서는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의 목표가 “노조의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는 것이었다고 분명히 서술하고 있다. 이는 민주노총의 연대기금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며 자동차분과 사업 순회설명회 자료에서도 “민주노총과 연맹에서 논의된 ‘노동연대기금’의 취지를 분과에 맞게 추진하자는 것‘이라고 분명히 적시되어 있다. 그 진행과정은 어떠했는가? 자본은 노조의 ‘기금요구’에 공동으로 갹출할 것을 전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 역시 사회공헌기금 조성과 관련해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20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노조가 (기금 출연금에) 성과급 일부를 포함시키겠다는 수정안을 내놓은 데다 비공식적이지만 재계 일부에서도 ‘노조가 일정 부분을 보탤 용의를 보인다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자세”라며 “사회공헌기금을 의제로 한 공청회와 학술·연구모임, 토론 등을 통해 공론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한겨레신문 5월21일자)
성과급 일부 포함 여부에 대해서 금속연맹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가 없기 때문에 그냥 찜찜한 대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임단협의 요구로 기금이 제시되자마자, 자본은 “너희가 임금인상을 자제하라. 그리고 너희도 돈을 내놓아라. 그러면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나왔다. 무엇이 다른가? 아직 공동 갹출을 합의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르다고 강변할 텐가? 그리고 현대, 기아차는 ‘짧고 굵은 투쟁’을 통해 작년보다 낮은 임금인상액을 가져가는 대신, 자동차노사협의체 구성을 따냈다. 이것이 실질적인 ‘임금양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다음으로 기금의 용도와 관련된 것인데,
연맹 자동차분과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를 말하고 있다.
(물론, 그 용도와 관련해서는 ‘자동차노사협의체’에서 공동 논의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주관적인 바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자신들은 기금만으로 비정규직 문제 전체가 해결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 내부를 계층화 시키고, 비정규직 문제의 근원이 자본에 있다는 것을 은폐시킬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정규직을 조직화하는 데에 장애로 작용한다”는 비판은 “대답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거창하게 분배 정의를 들먹이면서 “자본의 순이익을 주주와 회사의 재투자, 그리고 대공장 노동자의 성과급으로 나누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아니, 비정규직과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더 합당한 것 아닌가?”라고 이상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누가 성과급이나 재투자가 타당한 것이라고 했는가? 오히려 재투자를 제기한 것은 연맹 자동차분과였다. 04년 자동차분과의 공동 요구 중 산업차원의 공동요구에서 연구개발 투자요구 [000사는 향후 미래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경영투명성을 확대하고 총 매출액 중 연구개발 투자를 증대하도록 한다.]가 바로 그것이다. 정책국장은 여기에 대한 해명부터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그는 재미있는 예를 들고 있다.
“‘노동자’라는 군대내부에서 한편은 군량미도 많고 대우도 나은 편인데, 다른 한편에서는 군량미도 없고 대우도 나쁜 상황이다 … 이 군사들이 적군과 싸워서 이길까? … 그러면 이 군사들이 하나로 뭉쳐서 적군과 싸워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식량을 같이 나눠서 통일단결 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다” 정책국장은 무심결에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고 말았다.
사회공헌기금의 맥락에서 “먼저 식량을 같이 나눠서 통일단결 시켜야 하는 것”의 의미는 정규직의 임금양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노동자계급의 상식을 이야기하겠다. 먼저 구분해야할 것은, ‘자주적’인 결정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장기투쟁사업장, 비정규직 사업장의 투쟁기금을 모금하는 것과, 적들에게 구걸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올바른 노동자 군대라면 이들을 정규군으로 즉각 편입시키고, 상대적으로 나은 군사들이 선봉에 서서 함께 힘을 모아 적들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다. 정확히 하자. 지금 자동차분과는 그나마 얼마 없는 군량미를 적들에게 바칠 용의도 있으니, 협상테이블을 만들자는 것 아닌가!!
결국 어떻게 말장난을 하던, 핵심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원칙적인 태도의 문제다. 여기에서도 조건준은 “완성차 대공장들 치고 기금요구만 내놓고 비정규직 문제를 방기하는 집행부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한다. 오히려 우리가 반문하고 싶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완성차 대공장들 집행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실제로’ 방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관련 별도요구안을 제출했다고 책임을 다했다고 할 것인가? 당장 현자,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을 보라! 활동가들이 개별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제외하고 공동투쟁은커녕 정규직 집행부 차원의 어떠한 지원이 있었는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동등한 투쟁의 주체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정규직화 관련 공동투쟁을 조직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실제로’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업발전’은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조건준은 “노동자야말로 산업발전, 경제발전이라는 화두를 자신의 이슈로 뺏어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에 산업발전을 둘러싼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차이를 잊어선 안 된다.”는 충고도 잊지 않고 있다. “산업발전을 추구하는 자본의 목적이 이윤이라면 노동자의 목적은 고용과 복지다. 자본의 산업발전 방법이 비용절감을 위한 인력감축과 저임금 노동자 양산이라면 노동의 방식은 노동의 질 향상, 노동시간단축, 고용의 확대”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건준은 노동사회 1월호에 기고한 글에서는 ‘기업 살리기’를 비판한 바 있다. “더 나아간다면 기업의 고용능력에 의존하는 고용정책의 최종적 귀결은 ‘노동자의식의 소멸’과 ‘종업원의식의 확대’로 귀착된다는 것이다 … 고용안정의 요구가 기업경쟁력의 강화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산업발전’, 즉 ‘산업 살리기’는 이와 다르다는 것인가?
올 초 제출된 자동차분과 사업 순회설명회 자료에는 노동을 위한 경쟁력 개념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임금, 고숙련, 작업장 혁신을 들었다.
고숙련에 바탕을 둔 고임금은 일종의 ‘숙련임금제’인데, 이는 ‘임금 = 노동력 재생산비용’이라는 원칙을 폐기처분하자는 말밖에 안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숙련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곧, 그만큼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노동 강도의 강화를 의미한다. 거기다가 고숙련의 방안으로 직무순환까지 제기하고 있으니, 꾸준히 팀제를 통한 다기능공화를 시도했던 자본으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따라서 고숙련에 따른 고임금은 자본이 늘 주장하는 ‘생산성 임금제’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또한 자동차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해서 경쟁력을 갖도록 하자는 것은 자본이 늘 구조조정의 근거로 드는 것이다. 물론, 그 방법의 차별성을 주장하지만, 이미 산업발전이라는 동일한 산업적, 사회적 의제를 던지는 순간, 근본적인 차별성을 갖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순진하게도 방법적으로 다르게 가져가면 된다는 바람은 현실적인 힘의 역관계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설령 노동자계급의 목적으로 관철이 된다면, 그건 노동자계급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에 있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이윤확보를 생명으로 하는 자본주의 산업의 발전을 제기해야하는가?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자본가들의 생산수단을 몰수해서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생산 재편을 가져가야하지 않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원칙의 문제다. 금속 자동차분과의 ‘산업발전’ 의제는 “노동자가 살려면 기업이 살아야한다”는 자본의 논리에 “노동자가 살려면 기업이 살아야 한다. 또한 기업이 살려면 산업이 살아야한다”는 튼튼한 자본의 사슬고리를 하나 더 연결시켜서 산업발전이라는 논리 하에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양보하는 귀결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자동차판 노사정위원회인 ‘자동차산업 노사협의체’
04년 내내 노, 사, 정 모두에게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것이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였다. 처음부터 ‘중층적인 교섭구조 확보’를 목표로 걸었던 이수호 집행부에게 민노당의 원내 진출은 노사정위 복귀에 더욱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노동자투쟁의 압력 때문에 9월 21일 임대 때 처리하려고 했던 계획은 내년 정기대대에 안건을 상정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만 연기된 것이지, 각 지역별, 산업별 노사정 협의 테이블은 자의적인 판단에 맡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 지역에서는 이러저러한 타이틀을 가진 노사정 테이블이 설치, 운영되고 있으며, 금속, 보건 등의 산별노조는 올해 산별교섭에만 매달렸다. 이는 사실상 아래로부터 실질적인 노사정 테이블을 가동시켜서 내년에는 이러한 실물적인 흐름을 근거로 노사정위원회 복귀에 대한 기반을 다지려고 하는 것이다. 마치 국가보조금 논쟁 때처럼 말이다.(그 때에도 “이미 지역본부 차원에서는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총연맹 차원으로 확대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이제 와서 총연맹차원에서 반대하면 그동안 지원받은 지역본부 보조금은 어쩌냐?”는게 찬성론자들의 가장 핵심근거였다.)
그런데 조건준은 ‘자동차노사협의체’는 교섭의 장이 아니라 사회적 수준의 산업 의제를 논의하는 장이라고 애써 노사정위원회와 구분 지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불행히도, (본인들이 열을 내며 비판하는) ‘국민파’가 “‘노사정대표자회의’와 ‘노사정위원회’는 다르다”고 강변하는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협의든, 합의든, 그것도 아닌 그냥 논의하는 자리던 중요한 것은 그 테이블이 어떠한 목적을 갖고 있느냐이다. 그것은 GM대우가 불참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현대와 기아는 ‘굵고 짧은 투쟁’을 한 대가로 자동차노사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강한 노조를 길들이기 위한 자본과 투쟁보다는 교섭을 통해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관료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GM대우는 이미 현장에서 자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포섭을 통한 달래기가 필요 없으며, 자동차노사협의체에 들어갈 이유도 없는 것이다.(물론, 전체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고려할 때, 이것이 곧 자동차산업 차원의 노사정위원회이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상층 포섭을 통해서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키고 노동자계급 전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자본과 정권의 노동자 통치기구’인 노사정위원회의 계급적 정의가 ‘자동차노사협의체’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산업적, 사회적 의제 확장이 아니다. 노동자계급은 당연히 기업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전국적 사안에 결합해야 하며, 역으로 현장의 투쟁을 전사회적으로 확장, 전개해야만 한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산업적, 사회적’이라는 포장을 하고 ‘확장된 경영참여’, ‘확장된 교섭테이블’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매 투쟁마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이해를 가지고 비타협적인 투쟁을 전개해야한다는 사실이다!
노동운동의 전략적 과제에 대하여
앞서서 조건준은 단지 산업기금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운동의 전략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이 ‘사회적 노동운동론’인데, 사회적 노동운동론은 지금까지의 내용 전반을 담고 있다.(즉, 산업기금을 통한 사회적 임금과 고용센터나 고용기금을 통한 사회적 고용 확보가 그 핵심내용이다. 물론 조직적인 틀로써 현재의 산별노조에 대한 비판 속에서 ‘자동차노조’까지 제기하고 있으나, 여전히 관료주의적 산별노조와의 그 어떠한 차별점도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그 핵심적인 키포인트는 ‘개입’과 ‘통제’이다.
“다만 우리가 이런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점증하는 경영참가 요구에 대한 오해와 빗나간 견해들이다. 노조 내부적으로는 경영참가를 통해 생산계획을 노사간에 다루고, 산업정책을 노사공동기구를 통해 다루자는 주장에 대하여 ‘노사협조주의’를 운운한다…그러나 (노동자가)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당연히 경영계획이나 산업정책에 개입해야한다.”(사회적 노동운동을 위하여 中)
(이 글의 표현대로 한다면) ‘오해와 빗나간 견해’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그 올바름이 증명되는 지는 다음의 인용으로 충분할 것이다.
“노사 갈등 없이 ‘잘나가는 기업’들은 사용자의 열린 경영과 노동자의 참여경영이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유한양행, 삼성에스디아이, 한국후지제록스, 디에이치엘코리아 등 4개 업체를 연구해 ‘노사 협력적 인적자원 개발 사례’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들 기업은…노사 관계를 대립이 아닌 협력 관계로 보고 노사가 경영과 인사에 동참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2004. 3. 17. 한겨레)
결국 조건준은 ‘경영참여’가 노예의 삶을 떨치는 계기라고 주장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모순이 철폐되지 않는 이상, 노예의 삶을 떨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노예가 주인이 되고자 하는 투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노예제 체제 자체의 본질적 모순에 대항하는 투쟁이어야 하며, 일상투쟁의 궁극적 목표도 그것에 맞추어지는 투쟁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지 않는 상태에서 주인으로의 신분상승을 얘기하는 것은 지금을 계급적대 사회로 보지 않는 것이거나, 노예에게 또 다른 노예를 착취하는 노예주가 되라고 주장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전자는 순진하고 무식한 것이며, 후자는 기회주의적이고 자본가 편에 서는 반노동자적인 것이다.
이렇게 노동운동 발전전략으로서의 사회적 노동운동론은 계급적 언사로 자신의 본질을 포장하고 있지만,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제(1975년에 제출된 제도로 기존의 연대임금정책이 실제로 대기업의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오히려 대기업의 이윤증가를 가져오자, 이 이윤의 일부를 신규주식형태로 기금으로 적립하는 것. 이는 결론적으로 실패했으며,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적립에 동원되면서 기금을 높이기 위해 자본의 이윤에 복무하여 계급투쟁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함)에 기반을 둔 노동기금과 근본적인 차별성이 없다. 산업기금과 노사정위원회의 축소 복사판인 ‘자동차노사협의체’, 관료주의적 산별노조의 축소판인 ‘자동차노조’의 구상은 결국 사회적 노동운동을 ‘국민과 함께’ 갈 수 밖에 없게 할 것이다.
그러면 조건준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항변할 것이다. “너희의 노동운동 발전전략은 무엇이냐?” 전략의 수준으로 제기하는데 있어서 먼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노동자가 임금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는 전략을 묻는 거라면, 우리는 그것은 환상일 뿐이며, 그러한 전략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고 답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답은 간단하다. 의회주의가 아닌,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 그 속에서 현재의 노동자대중투쟁을 끊임없이 촉발시키고, 그 투쟁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이러저러한 교섭테이블을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투쟁에 저들이 제발 교섭해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 투쟁은 국민과 함께 또는 시민사회, 지역과 함께한다는 명분 하에 노동자계급을 해체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만이 유일하게 혁명적이며,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세력이라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국민과 시민, 동요하는 세력들을 주위로 결집시키는 투쟁이다. 그리고 지금 바로, 우리에게 요구되어지는 것은 구조조정 개입과 산업차원의 의제화가 아닌, 구조조정 분쇄!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을 전계급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자유주의자들(그리고 청산주의자들)은 노동자들에게 “여러분은 ‘사회’의 공감을 얻을 때에 강력하다”고 말하는 반면, 맑스주의자는 노동자들에게 무언가 다르게 말한다. 즉, “여러분은 여러분이 강력할 때에 ‘사회’의 공감을 얻는다.(레닌, 정치파업과 경제파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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