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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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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1 22:35:20, 조회:3,976, 추천: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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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해체, 국가보안법 철폐로 나아가자!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서슬 퍼런 독재를 뚫고, 노동자 민중이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수많은 투사들을 감옥에 보내고 열사들을 떠나보내면서 쟁취한 민주주의가, 박물관에나 처박혀 있어야 할 독재의 후예들에 의해 반동으로 되돌려지고 있다. 노동자계급 해방의 수단인 민주주의가 자본가계급의 가장 반동적인 분파에 의해 가차 없이 버려지고 난도질당하고 있다. 가장 악질적인 반동들이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향한 진군을 멈춰 세우고 노예의 굴종을 강요하려 하고 있다. 모진 억압과 탄압을 뚫고 면면히 이어온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춰 세우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중앙정보부, 안기부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 이제는 더 이상 반복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정보기관의 선거개입이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반복됐다. 그동안 신성시해 마지않던 민주주의가 사실은 허울에 불과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 스스로 다짐한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휴지통에 버려졌다.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민주주의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버릴 수 있음을, 무엇이든,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어디 국정원뿐이던가.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덮으려는 경찰, 경찰을 움직인 극우 반동 정치세력, 경찰의 허위 결론을 선전해대기 바빴던 극우 반동 언론, 이 모든 것을 총지휘했을 이명박과 박근혜. 그야말로 총체적 부정이다.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에 이은 댓글 선거... 제2의 3.15부정선거... 그 어떤 조롱도, 그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총체적 부정이다. 결코 용납해서도,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정이고 민주주의 파괴 책동이다. 지배계급 반동들의 추악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비판, 폭로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촛불을 들기 시작했고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박근혜 OUT!’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고, 뒤를 이어 시민사회단체, 교수, 작가, 언론인이 나서고 있다. 종교계, 의사들까지, 그리고 고등학생들까지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고 서울만이 아닌 지방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노동자들까지 학생, 지식인, 언론인, 시민들과 어깨 걸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언론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민주주의 유린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 국정원, 극우언론, 여당, 청와대 등 지배계급 반동들은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고 투쟁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급급하다. 경찰 수뇌부를 움직여 진실을 은폐하려던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다음 단계는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다. 언론 장악은 이럴 때 써먹기 위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듯 ‘국정원 선거 개입’ 보도를 차단하고 있다. KBS, MBC, YTN... 입만 열면 공정보도를 자랑하던 언론이 입을 다물고 있다. 아니 진실을 얘기하지 못하도록 언론 노동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전매특허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연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진보적인 운동가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지고 감옥으로 보내지고 있다. 시국선언, 촛불집회 참여와 관련하여 대학까지 사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위기를 넘길 수 없다. 마지막 회심의 카드, ‘NLL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얼마 전 남북당국회담 결렬 후 북의 회담내용 공개에 대해 거품 물고 비난하던 자들이 노무현-김정일 두 정상의 회담 내용을 공개하고, 극우 반동 언론들이 쉴 새 없이 퍼 나르고 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그런데 예전만큼 시원하게 덮어지지가 않는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해서 인지 효과가 시원찮다. 오히려 투쟁이 확산되고 있다. 기만책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술책에 민중들의 분노만 더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저들 지배계급 반동들이 얼마나 우왕좌왕 하는지, 정신 줄을 놓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이는 그만큼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실이 발각된 것이 저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것을 스스로의 입을 통해 증명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실세 정치인 김무성이 “대선 때 대화록 입수해 읽어 봤다”라고 자신의 입을 통해 폭로한 것이다. 읽어본 것에 그치지 않고, 선거 유세 과정에서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읽기도 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이다. 국정원으로부터 여당 실세 정치인, 그것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었던 자에게 남북정상회담의 회의록이 건네졌다는 것. 김무성에게 전달되었다면 당시 박근혜 후보 역시 이를 확인했음이 틀림없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은 발뺌할 것이 틀림없지만! 정상회담 회의록은 당시 국가기밀로 분류된 것이어서 김무성에게 전달된 것 자체가 불법이다. 무엇보다도 김무성의 발언은 대선에 국정원이 개입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꼴이 된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으로 박근혜 정부의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마저 완전히 산산 조각 나버렸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쉽게 무마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독재의 기억, 피로써 쟁취한 민주주의 건설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노동자 민중에게 용납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제 시작한 투쟁이 쉽게 수그러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더욱 확산되어 전 민중적 항쟁으로 타오르게 될 것이다. 분노의 화살이 박근혜 정부를 겨냥하고 있고, 반드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국정원의 활약은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검찰이 공개한 ‘범죄일람표’에 의하면, 14개 인터넷 사이트에 무려 5천여 건의 글을 올리고 5천여 건이 넘는 의견표현(글에 대한 지지 여부 찬성/반대)을 했음이 드러났다. 개입의 범위와 내용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 정봉주 전 의원 등 전 대통령과 야당의 주요 인사들,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방은 기본이다. 주요한 정치현안이 있을 때마다 이들의 활약은 불을 뿜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세종시 문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무죄 판결, G20서울 정상회의 학생인권조례 재정, 반값등록금 투쟁까지, 주요 정치현안이 있을 때마다 국정원의 활동은 대폭 증가한다. 이명박의 치적 홍보, 박근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 옹호 글도 빼놓을 수 없다. 주요한 정치현안이 벌어질 때마다 인터넷 상에서 여론을 조작하여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갖은 수작을 부린 것이다. 이미 몇몇 사이트와 포털에서 상당 기간의 글이 삭제되어 조사하지 못했다는 것, SNS를 통한 행위는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통해 미루어 짐작컨대 전체 규모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오마이뉴스, 검찰이 찾아낸 '국정원 범죄' 2120페이지 전문 공개, 2013.06.27 참고)
어디 선거와 정치뿐이겠는가. 대북 적대 선전, 반공 이데올로기 확산은 검찰조차도 ‘정당한’ 업무로 인정하여 수사 대상에서 제외해버렸다. 국내 진보적 운동에 대한 왜곡,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주저앉히는데 주력해 온 것도 저들이다. 심지어 지배계급의 일 분파이면서 보수 우익세력인 민주당조차도 ‘종북좌파’, ‘좌파빨갱이’로 몰아세운 것도 저들이다. 선거와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이데올로기적 대응, 공격을 해온 것이다. 또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측으로부터 나오고,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희석시키기 위해 극우 반동 언론이 열심히 퍼 나르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이미 국정원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음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즉, 댓글 다는 것이 항상적으로 진행되어 오던 ‘업무’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검찰 조사의 범위는 선거 개입 사실이 발각된 국정원 심리정보국에 국한되었을 뿐 국정원의 다른 활동은 조사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정원의 활동은 댓글작업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심리정보국은 국정원의 수많은 부서 중 하나에 불과하다. 댓글 다는데 심리정보국 70여 명의 ‘요원’들이 배치됐다면 다른 방식의 ‘개입’을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요원’들이, 훨씬 더 ‘훌륭한 요원’들이 배치되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무엇을 했을지는 역사가 짐작케 한다.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정원으로 이어온 정보기관의 활동상, 역할의 핵심은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잠재우고, (독재)정권과 재벌을 위시한 자본의 권력을 지키는 것이었다. 이들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통해, 그리고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휘둘러가며, 없던 죄도 만들어 가며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짓밟았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학생들이, 진보적 지식인들이, 활동가들이, 심지어 야당 정치인들까지도 국가보안법에 의해, 각종 형법에 의해 감옥에 갇히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갔다.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시신조차 찾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었던 옛 일이 결코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도, 노무현 정부 때도, 2013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벌어지는 곳 어디든 국정원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굵직굵직한 투쟁이 벌어질 때마다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 경찰, 사측까지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운동, 민중운동, 통일운동 진영의 활동가들이 사찰당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당하고 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극우 반동 정권과 독점자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활동의 일부분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국정원을 동원하여 당선된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로부터 수업 받은 그대로, 이명박의 지원을 받아 행한 것뿐이다. 염치는 내던져 버리자!
그러나, 이것이 바로 국정원의 본질이고 역할이다
‘국기문란’, ‘쿠데타’, ‘정상이 아니다’... 최고수위의 비난, 비판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정치 개입, 나아가 사회 전 영역에 대한 개입은 분명 민주주의의 심각한 파괴행위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정상도, 국기문란도, 쿠데타도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고, 국정원의 본질적인 임무이다. (군사)독재 시절에만 존재했던 것도, 중앙정보부, 안기부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국정원 역시 중앙정보부, 안기부가 그러했던 것처럼 언제나 선거에, 정치에, 경제에, 사회 전 영역에 걸쳐 공작을 벌여왔다. 그리고 국정원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경찰, 기무사, 각종 비밀 정보기관 등 수없이 많은 기관들이 지배 권력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동분서주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활약하고 있다. 검찰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조사함으로써 마치 민주주의를 지키는 무언가라도 되는 것처럼 보여 지고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검찰의 본질적인 역할이야 말로 지배 권력을, 독점자본의 권력을 지키는 것이다. 재벌을 위시한 자본들은 이것으로도 모자라 사설 정보기관까지 거느리고 있을 지경이다.
국가는 계급지배의 도구이다.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지배하기 위해 조직된 폭력이 국가다. 노예를 억압하기 위한 노예주의 국가, 농노, 예속농을 억압하기 위한 봉건지주의 국가, 노동자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자본가계급의 국가. 자본가계급은 국가권력을 손에 틀어쥔 이후 노동자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기구를 나날이 팽창시켜왔다. 경찰, 검찰, 군대, 감옥, 정보기관까지,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가계급의 이윤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지키기 위해, 그래서 계급지배를 영구히 존속시키기 위해 수많은 억압기구를 만들어 왔고 규모와 힘을 키워왔다. 비단 노동자계급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농민, 소생산자, 학생까지 저항할 수 있는 모든 세력에 대해 억압기구들을 활용해 왔고, 필요하다면 자신들의 종족인 야당 정치세력에게까지 그 힘을 이용해 억압해 왔다. 저들이 금지옥엽처럼 내세우는 ‘대북 적대 상황에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이야 말로 저들의 계급적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노동자계급이 주인 되는 세상을 건설하려는 노동자계급의 전망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착취의 자유, 자본의 이윤, 자본가계급의 왕국을 지키려는 것에 불과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 아니라 자본가 국가의 업무를 집행할 집행인을 선출하는 것이다. 보통선거의 절차를 취하지만,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국민들의 의사에 따라 정부가 들어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자본가계급의 이윤을 지키고 저들 지배계급의 권력을 지키는데 가장 적합한 인물, 세력을 집행인으로 앉히는 것이다. 저들 지배계급의 수중에 있는 모든 이데올로기 기구와 억압기구를 총 동원하여 선거의 계급적 본질을 은폐하고, 이로써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국민들의 정부’를 선출하는 것처럼 만들지만, 어디까지나 자본가계급의 지배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선거가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독재를 가리는 기재,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향한 진군을 분쇄하고 자본주의를 뿌리내리려 했던 이승만. 재벌을 위시한 자본을 키우고 지상낙원을 건설하려 했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공황으로부터, 전반적 위기로부터 자본을 살려내고 초국적 자본으로 키워내려 했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이명박까지. 독재를 통해 권력을 틀어쥔 정부든 민주적 절차에 의해 당선된 정부든, 극악한 독재자 박정희부터 급진적인 자유주의자였던 노무현까지 어느 한 놈,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노동자 민중을 죽음의 나락으로 몰아가지 않은 자들이 없었다. 역대 정부가 노동자계급을 억압하기 위해 사용한 것도 경찰, 검찰, 사법부, 공안기관, 정보기관, 감옥이었다. 그리고 역대 정부를 세워낸 것도 이러한 억압기구였다. 자본가계급에게 필요하다면, 자본주의 착취 질서를 지키는데 필요하다면 국정원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선거에 개입하고 또 개입할 것이다. 그리고 공황으로부터 자본을 구하는데 필요하다면 독재자의 딸 박근혜가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독재자 박정희라도 살려낼 것이다. 이것이 국정원의 본질이고 역할이다.
민주당은 ‘선거무효’조차 선언하지 못 한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정치 개입 사실이 연일 폭로되고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확산되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국정원과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정조사로는 그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의 출구전략이면서 동시에 민주당의 출구전략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일정하게 압력에 밀려 국정조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임을 잘 알고 있다. 민주당을 위시한 야당의 장외투쟁을 막고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면서 동시에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NLL물타기’를 시도했던 것처럼 본질을 흐리고 다른 이슈들을 동원해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노동자 민중의 시선을 국회 내로 돌려 국회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투쟁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도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계기로 새누리당에 한참 밀려 있던 정치적 입지를 대폭 강화하여 하반기 정치 일정에 있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토대로 2014년 지방자치제 선거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까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 자신들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선거무효조차 선언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과 태도를 보여준다. 민주당은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목적으로만 사용할 뿐 근본적인 해결을 목적하지 않는다. 물론 그럴 수도 없다. 민주당 역시 자본가계급의 지배에 복무하는 지배계급의 일 분파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 역시 마찬가지지만,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현 사태가 노동자 민중의 요구대로,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해체, 국가보안법 철폐, 18대 대선의 원천 무효라는 근본적인 해결로 나아갈 경우 지배체제 자체의 위기로까지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과격한 언어를 동원하여 현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다 하더라도, 지배계급의 일 분파라는 계급적 본질에 의해 이들은 선거무효조차 선언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앙정보부, 안기부 등 공안기관에 의해 모진 탄압을 받았던 김대중도, 급진적인 자유주의자였던 노무현도 국정원을 존치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정보기관의 속성을 잘 알고 있을 이들이 국정원을,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내버려 둔 것은 극우 반동 세력의 힘에 밀린 것이 아니라 바로 이들의 계급적 본질 역시 결코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이 민주주의의 전위투사로 서야한다
민주당은 결코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어떻게든 본질을 은폐하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여 또 다시 국정원이 ‘활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향후의 국정원의 활약은 자신들을 위한 것이 되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투쟁의 대상, 해체의 대상인 극우 반동 세력과 함께 ‘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민주당에 의한 ‘물타기’의 시작이다. 노동자계급이 한 걸음 해방을 향해 전진해 가는 것보다는 기꺼이 반동 세력과의 동거를 택하는 것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사태 해결을 맡길 것이 아니라, 국회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투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 해결을 넘어 국정원 해체, 국가보안법 철폐, 민주주의를 완수하는 투쟁에 즉각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그것의 계급적 본질은 자본가계급의 독재, 자본가계급의 민주주의이다. 한계는 명확하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아무리 지배계급의 것일지라도 지배자들만의 것으로 독점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의 독점은 지배계급 자신들이 바로 노동자계급을 지배하는 ‘지배자’임을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한계가 명확할지라도 노동자계급이 더 많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이유, 그것은 민주주의가 노동자계급 해방 투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라! 민주주의가 확장될 때마다 노동자계급의 투쟁의 수단도 하나 둘 늘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목마르다.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정치사상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선언되었지만, 어느 것 하나 자유로운 것이 없다. 낙하산, 종편, 자본과 권력의 언론 장악에 의해 언론 노동자들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다. 비판은 사라지고 반동만이 넘쳐나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해방 사상은 노예의 언어로 쓰여 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노조, 전교조는 자주성을 포기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고, 복수노조는 민주노조를 파괴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집회는 경찰의 ‘허가’에 의해 개최되고 있고, 경찰의 폭력 앞에 짓밟히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말도, 행동도, 심지어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하고 있다. 철저하게 노예로 살라하고 있다. 현실의 사회주의 사회를 노동자계급의 전망이 아닌 죽음의 땅, 악의 소굴로 보라고 강요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의 의식을, 심지어 사회주의자를 자임하는 자들의 의식까지 노예의 의식으로 물들였다. 국가보안법은 진정한 노동자계급의 당, 정치적 참모부를 건설하려거든 죽음을 각오하라고 겁박하고 있다. 그리고 말로써 다스려지지 않을 때 경찰, 검찰, 사법부, 공안, 국정원이 몽둥이를 휘두른다. 감옥에 처넣어 아예 손발을 묶어버린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자유주의적이었던 노무현조차 국가보안법을 존치시켰다. 국가보안법의 피해자였던 김대중도, 김근태도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지 않았다. 국정원이 활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부르주아 정치인 그 어느 누구도 국가보안법 철폐, 국정원 해체를 말하지 않는다. 아무리 진보적이고 개혁적이고 자유주의적이어도, 민주주의의 신봉자라 해도 한계는 명확하다. 민주주의가 노동자계급 해방 투쟁의 수단이 되지 않을 정도만, 자본주의 체제를 건드리지 않을 정도만 보장하는 것, 이것이 부르주아지의 본질이고 자본주의 체제를 사수하기 위한 저들의 역할이다.
자본가계급, 지배계급은 결코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태 역시 몇몇 관료를 처벌하고 몇몇 정치인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그렇게 국정원 사태가 마무리되고 나면 국정원은 또 다시 노동자계급을 억압하고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휘둘러댈 것이다. 어제는 극우 반동에 붙었던 자들이 내일은 보수 우익에 붙어 그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개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국회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어떻게 하는지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학생들, 단체 활동가들, ‘민주시민’들의 역할일 뿐 나와는 상관없는 것처럼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역사의 주체, 해방의 주체인 노동자계급이 투쟁에 나서야 한다. 국정원에 대한 규탄을 넘어, 이명박, 박근혜에 대한 비난을 넘어 국정원을 해체하는 투쟁으로,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에 처넣는 투쟁으로, 18대 대선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길 일 있나. 정작 책임을 져야할 자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개혁하라고 백 날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잡아끌어 내려야 한다. 국가정보원 해체, 국가보안법 철폐, 민주주의를 완수하는 투쟁에, 촛불이 횃불로 타오를 수 있도록 노동자계급이 투쟁의 전위로 서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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