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안정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최우선과제로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2004년 8월 국무회의)
그러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집값만큼은 잡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비장한(?) 각오는 세간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집값(땅값)은 “나 잡아봐라~!”며 노무현을 비웃고 저만치 멀리 달아나고 있다. 마치 날개가 달린 듯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가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내놓고 추진한 ‘판교신도시’는 부동산 투기의 핵으로 전국 부동산 투기의 진원지로 바뀌었다. 분당과 용인은 ‘부르는 게 값’이 될 만큼 부동산 가격 폭등의 기운이 거세게 일어났다. 맹렬하게 달아오르고 있는 부동산 투기는 수도권을 넘어서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기감이 확산됐고 TV와 언론에서는 연일 투기의 심각성에 대하여 다루었다.
부동산 문제가 부동산 문제를 넘어서 ‘경제위기’로 번져 나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20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성남시 판교 신도시의 중 ‧ 대형아파트(전용면적 25.7평 이상)의 택지 공급도 당분간 중단키로 했다. 그리고 부동산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부동산 종합대책을 8월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부르주아 언론들은 규제중심의 부동산 투기정책을 공급중심의 부동산 투기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공급 확대, 중 ‧ 대형 수요부응, 판교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문화일보)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판교 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이 이루어지고 판교 신도시 개발을 확대하면 투기가 누그러질까? 중대형 고급 아파트의 공급을 전국적으로 늘리면 투기가 누그러질까? 이 물음이 성립하려면 현재의 투기의 원인이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부족이라는 말이 성립해야 한다.
그러나 이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투기세력과 투기자본이 부동산 투기의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TV뉴스만 보아도 바로 알 수 있다. 10%의 부자들은 이미 중대형 아파트와 땅을 충분히 소유하고 있다. 소위 중산층은 커다란 수요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웬만한 중산층은 무리를 해서라도 중대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또 중산층은 이미 통계를 통해서 확인되고 언론에서 말하듯이 급속하게 붕괴되고 사회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노동자 ‧ 농민 ‧ 노점상은 중대형 아파트를 살 능력이 없다. 5-7억의 돈을 어디서 마련하겠는가!
현재 부동산 투기자금은 경제불황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유휴자본과 경기부양의 핵심적인 재정정책인 저금리에 편승하여 빌린 자금이다. 즉 경제불황이 만들어 낸 자금이 부동산 투기자본을 형성하고 있다. 이 현상은 남한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 유럽, 중국뿐만 아니라 장기경제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에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이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세계경제의 위협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부동산 가격상승이 그 절정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그냥 놔둔다면 폭발하고 말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금리인상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남한에서도 국회 청문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박승 한국은행 총재에게 금리를 인상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박승은 금리인하가 부동산 투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금리인상을 할 경우에 경기가 냉각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다.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고 수출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에 경기전반의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정부는 걱정하고 있다. 유가는 1배럴 당 60달러를 넘어서기도 하면서 고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유가가 앞으로 배럴당 110달러 선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무서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중국경제의 과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세계자본주의에 대한 비관적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런 비관적 분석은 처음에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설득력이 커지고 있다.
남한 정부가 유가를 35달러 선으로 전망하고 경제정책을 세웠던 것을 생각하면 기대치와 현실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남한도 7월부터 유가 상승이 다양한 제품에 반영되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고유가는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를 냉각시키고 금리를 놔두면 물가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남한 자본주의를 비롯한 세계자본주의는 저금리를 통한 투기의 부양을 통하여 경기를 유지시키고 있는 ‘투기자본주의’가 되었다. 투기를 잡자니 경기가 냉각될 것 같고 그냥 놔두자니 경제를 폭발시키는 폭탄이 될 것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남한 부동산 자본의 규모는 주식시장을 능가하고 남한 GDP의 두 배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붕괴하면 금융의 붕괴를 거쳐 산업전반의 붕괴로 발전할 수 있다.
자본의 투기화는 돈이 될 것 같은 기미만 보이면 미친 듯이 달려들어서 투기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가 있으면 중대형 아파트를 통하여 없으면 주변의 중대형 아파트를 통하여 투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한곳의 투기열풍은 순식간에 전국의 투기열풍으로 확산된다. 투자의 전반적 ‧ 지속적 부진, 낮은 금리는 국지적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판교는 성남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있다.
자본가와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신앙처럼 떠받들고 있지만 신자유주의 전면적 확대에 따른 시장의 급격하고 전반적인 교란과 붕괴를 우려하여 저금리 정책을 쓰고 있다. 이 저금리 정책은 자본의 급격하고 강력한 폭발을 지연시키는 수단이다. 그러나 동시에 폭발할 수 있는 화약의 양을 거대하게 누적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 동안 남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냉탕과 온탕이 서로 교체되는 형태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거품붕괴와 경기악화의 중간에 서서 양쪽을 곁눈질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탕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중탕중심의 정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정부 정책과 권위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경제의 혼란을 부추기고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경기부양의 수단에서 경기급락(붕괴)의 수단으로 전화하고 있다. 투기를 통하여 돈을 벌겠다는 투기의 꿈, 안락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소박한 주거공간의 꿈은 그저 꿈일 뿐이다. 현재 자본주의 상태에서는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