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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전화국 도급노동자의 현실과 우리의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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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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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5 12:02:52, 조회:3,076, 추천: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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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고]전화국 도급노동자의 현실과 우리의 투쟁
서울지역통신산업비정규직노동조합 윤 순재
KT는 2000년 민영화되기 전 계약직을 없애고 비용이 2, 3배 더 드는 도급직으로 전환시키면서 7,000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계약해지하였다.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조합의 영웅적인 투쟁이 있었지만 KT의 구조조정에 이기지 못하고 현장으로 복귀하였다. KT는 정규직이 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없애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무력화하고 항시적인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 도급직으로의 전환을 강행했다.
KT는 도급회사와 공사계약을 통해서 비정규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고용불안을 부추기기를 지속해왔다. 이를 통해 예비 노동력이 많이 생산되었으며, 이러한 예비노동력은 전화국 주변을 맴돌며 일자리가 있는지 없는지 호시시탐 눈여겨 보고 있기에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노동자의 근로조건은 말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전화국에는 인터넷기사가 전화기사보다 2배 정도 많으며, 1월1일이 되면 KT와 도급회사간 재계약을 하는 시점이기에 일부 노동자들의 전화국 이동이 있다. 올해부터 KT와 도급회사간에 6개월에 한번씩 계약을 한다. 이렇게 고용불안을 부추겨서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조용하게 있을 수밖에 없다. 도급회사는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 도급회사가 하는 일이란 재계약시 원청과 로비하는 일과 돈을 받아서 돈을 나누어주는 일밖에 없는데 도급 노동자 1인당 100만원정도(관악전화국의 경우 도급회사 사장이 직접 말한 것을 분석) 중간착취 한다. 일반적으로 전화기사는 업체 변경의 유무와 상관없이 계속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를 하고 인터넷기사의 경우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전화국을 옮기기도 한다. 옮길 때는 한 명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친한 사람들끼리 함께 옮기기 때문에 3인에서 5인정도(패밀리)가 단위를 이루면서 이동한다. 이러한 패밀리가 전화국에서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콤 용역으로 가기도 하고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의 용역으로 가기도 한다.
전화국 상황을 보면, 전화국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연령대는 전화가설 및 A/S를 하는 기사와 인터넷 가설 및 A/S를 하는 기사들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 전화 쪽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예전에 정규직으로 있다가 명예퇴직하신 분들과 계속 계약직으로 일을 하다가 정규직이 안돼서 이 일을 하는 노동자들인데 평균 45세 이상이다. 반면에 인터넷 기사들은 나이가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이 주류이고 주로 취업광고나 아는 사람을 소개로 들어와서 도급직으로 들어온 경우라 나이가 그리 많지 않다. 전화국 안에는 이러한 패밀리가 4-5개 존재한다. 명예퇴직한 노동자그룹, 전화가설 일을 보는 노동자, 그리고 인터넷 업무를 보는 노동자들은 2-4개의 패밀리로 구성된다. 전화국마다 이러한 패밀리들끼리 잘 뭉치는 전화국은 노동자간 분위기도 좋지만 그렇치 못한 전화국은 단가도 낮을뿐더러 기사들 유동도 많다.
임금은 자신이 일한 건수와 단가를 곱해서 임금이 산정되고 오토바이 유류비 및 수리비, 식대, 휴대폰 사용료는 본인이 충당해야 하며 휴일근무수당, 시간외 수당, 월차수당 이런 것은 하나도 없다. 4대보험 조차도 가입된 업체는 별로 없다. 그러나 임금이 건당 산출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아도, 밤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휴일에도 근무하면 그마나 높은 임금을 받아 갈 수 있었다.
그러나, 2004년 10월 일간지에 KT는 ‘2년 안에 수익성 창출을 위한 조직구조로 바꾸고, 3년 후에 대고객 서비스의 질을 올릴 것이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KT는 전 전화국에 정규직이 도급노동자 일자리의 40%를 뺏어서 일할 수 있는지를 공문으로 하달하였고, 이때 KT와 도급사간 회선단가제라는 계약방식으로 바뀌어 건당이 아닌 월급제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공사금액이 실제로 25-30%줄었고, 도급회사는 작년과 같은 순익을 가져가려 하기에 도급노동자의 임금은 30-40%정도 줄거나 인원이 30%정도 줄어야 한다. 이젠 열심히 일을 해도 더 많은 임금을 가져가기엔 불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는 관악전화국의 고용문제와 KT의 공사방식 변경에 따른 구조조정에 맞서기 위해서 12월8일 노동조합을 결의로써 설립했다. 설립 후 도급회사간 교섭을 3차례 진행했으나 도급회사는 KT와 재계약 관계가 불투명하다며, 교섭을 12월31일까지 회피했으며 당일 오후 5시에 27명의 계약해지자 명단을 게시판에 붙였다. 근로기준법에 기본적으로 나와 있는 휴일근무수당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전체 현장 기사의 75%를 해고한 것이다. 더구나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KT가 31일 밤 10시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했다는 이유로 그 업체를 계약중지 시키면서 50명의 노동자를 해고 한 것이다. 결국엔 휴일근무수당을 요구했다가 전원 해고된 것이다. 이렇게 KT가 도급회사를 공사계약 등의 수단으로 업체를 변경함으로써 노동조합이 실제적으로 법률적인 투쟁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졌다. 현재 간부를 제외한 조합원들은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돌면서 다른 전화국이나 다른 현장으로 취직했으며 지금은 간부 3인을 중심으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금의 전화국 상황을 보면 작년과 비교해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는 5-10%줄었다. 그리고 임금은 3,40%정도 줄었고 일은 더 많아졌다. 특히 휴일근무가 작년보다 더 많아져 격주근무하며, 100번 콜 센터에서는 고객의 컴퓨터 고장까지 인터넷기사를 보내기에 고객의 컴퓨터까지 고쳐줘야 하는 현실이다. 작년 말부터 전화국에선 새 모뎀이 부족하기 시작했고, 3-4년 이상된 품질이 불안정한 모뎀을 나누어 주면서 해피콜을 받아오라고 한다. KT가 컴퓨터까지 고치게 하고 만족을 받아오라고 하는 것은 자신들의 상품을 타사에 뺏기지 않게 하려는 기제이다. 이러한 모든 것을 도급노동자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그래서 일의 량도 많아져서 힘들지만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올해 이러한 현실 때문에 전화국을 떠났다. 남아있는 노동자들도 전화국을 떠나고 싶지만 갈 곳이 없어서 못 떠나고 있다. 인터넷 기사카페를 가보면 전화국에 불 지르고 싶다는 심정의 글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이러한 도급노동자들의 현실에 우리 노동조합이 있다. 노동조합 설립되자마자 KT는 전 전화국에 우리 조합원이 있는지 없는지 감시하게 하고 술자리 등을 통해서 조합원이 되면 바로 해고라는 말을 퍼트렸다. 그리고 도급회사의 근기법위반 등의 내용을 조금씩 시정했으며, 불법도급이라는 것을 자신들이 알았는지 불법성 있는 행동들은 KT가 거의 다 시정하였다. 또한 서울지역 전전화국에 방해집회를 내놓고 있는 상태이다. KT가 긴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에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가 가두에서 투쟁한지 100정도 되었다. 그리고 현재 20개정도의 전화국을 순회하며 매일 아침 출근투쟁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우리가 나누어 주는 유인물을 받으면서 인사를 하고 수고한다는 말을 한다. 우리는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노동자들을 만나나가고 조직할 것이다. 이제 투쟁의 서곡이 오른 것이다. 우리는 도급노동자들이 처해있는 현실과 상황에서 떨어져 있는 공백들을 차츰 줄여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투쟁으로서 노동자계급의 정신으로 지금의 현실들을 돌파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투쟁에 우리가 총대가 될 것이다. 인터넷카페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생길까요? 나에게 꿈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노동조합이 생겨서 좋은 날이 왔으면 좋겠다”....... 전화국내의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빼앗긴 임금뿐만 아니라 빼앗긴 우리의 권리를 찾고 빼앗긴 우리의 인생을 되찾는 투쟁이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우리가 노예가 아니라 당당한 인간임을 노동자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가슴에 품고 이러한 기치와 노동자계급의 정신으로 누구보다도 단단하고 누구보다 더 끈질기게 정면 돌파해 나갈 것이다. 우리에게 과제가 있다면, 그러한 시간을 당기는 것 뿐이다.
<편집자 주>
2000년 겨울에 시작되었던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들의 눈물겹고 끈길겼던 투쟁을 기억한다. 조합원들의 눈물 속에서 깃발을 내렸던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
2002년 5월에 합의한 내용이 도급으로의 전환과 3년간의 고용보장이었다.
그때의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들 중 일부는 아직도 투쟁의 현장에서 집회에서 만날 수 있다. 오랜 투쟁의 경험이 삶의 일부 혹은 전부가 되어버린 투사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 노동자들은 도급으로 전환 후 도급업체 관리자가 되어 도급노동자들을 관리, 감독하는 위치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3년의 고용보장은 올 5월이면 끝난다. 다시금 몰아칠 수 있는 구조조정의 칼바람 앞에서 이후의 투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현재 서울지역통신산업비정규직노조는 한국통신 관악지역을 중심으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지역에만 50여개의 전화국이 있으며 한 전화국 당 20명에서 많게는 4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지금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한번 한국통신을 넘어 전체 통신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하는 조직으로 서기 위한 조직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보다 좀 더 외롭게 시작한 투쟁이지만, 모든 통신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심으로 설 때 지난 투쟁의 패배를 확실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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