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자본과 정권의 기만적인 ‘경제회생’을 분쇄하고
총파업투쟁을 조직하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이 지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었다.
자본과 언론은 때맞춰 터진 기아노조 집행부의 금품수수 관련 총사퇴를 1면 기사로 실으면서 ‘부도덕하기까지 한’ 노동운동 진영이 노사정위 복귀를 유보함에 따라 올해 노사관계가 불안정할 것이며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04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이미 민생경제는 파탄났는데, 부르주아 집단들끼리 ‘경제위기설’이냐, 실제 ‘경제위기’냐로 논쟁하더니만, 이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함께 손잡고 민생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는 그만큼 이윤율 하락에 따른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모순으로 인해 지금의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05년 세계 경제 전망을 보더라도 유로를 제외하고는 OECD권, 미국, 일본의 경제가 모두 04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정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5% 경제성장률 달성을 발표했지만, 이는 그들만의 주관적 열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은행을 비롯한 민간연구기관은 3%대, 심지어는 2%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04년 하반기 내내 그들만의 개혁놀음으로 피투성이가 된 자본가 정당들이 다시 손을 맞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당 지도부 총사퇴라는 극단의 상황을 맞은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당장 4월의 재보선 선거를 앞두고, 경제회생에 사활을 걸고 있다.
05년 정세의 핵심키워드는 바로 ‘경제회생’이다. 자본가 집단의 ‘경제회생’은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계급의 이해를 담보로 추진될 것인가? ‘경제회생’에 노동자들도 동참하라며 손을 뻗어 상층관료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노사정 협의틀에 끌어들여서 그들이 관철시키려는 것은 무엇인가?
작년 연말부터 연초에 이르기까지 각종 인터뷰, 발표 등을 통해서 드러난 자본가계급과 정권의 의도를 살펴보자.
1) 자본가들의 본능에 충실한 경제회생!!
- ‘기업하기 좋은’ = ‘착취하기 좋은’!
노무현 정부는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한 해 내내 경제 걱정만 했다면서 05년 경제 회생을 위한 최우선적인 방안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하기 좋은’의 의미는 무엇인가? ‘기업하기 좋은’ = ‘이윤 증가’이며 이는 곧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 강화’를 뜻한다. 따라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좁게는 그동안 자본가계급이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던 각종 규제완화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미 노무현 정부는 지난 국회 본회의 마지막 날 ‘기업도시특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이며, 넓게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05년 정세의 전반적인 기조를 나타낸 것이다.
이로써 집권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노동자 투쟁에 물리력을 동원하던 노무현 정부의 계급적 성격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에 따른 경기침체가 노무현 정부의 허구적인 ‘개혁’ 이미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남은 것은 노동운동 진영도 ‘사회연대’나 ‘사회운동’ 등 노자간의 계급대립을 희석시키는 장막을 걷어치우고 노동자계급의 성격을 더욱 명확히 하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려면 보다 많은 이윤창출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즉, 조직화된 노동자 대오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이를 전국민적 이해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채 ‘일자리 창출’, ‘양극화 극복’으로 제출하고 있으며, 그 하수인인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보다 직접적으로 ‘상생의 노사파트너쉽 정착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본질에 있어서는 노동자계급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노동자 죽이기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40만개 일자리 창출 = 비정규직 확대! 임금피크제 확산!
노무현 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4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공언했다. 04년에도 노사정은 ‘일자리사회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1월 14일 노동부 자료를 보자.
○ 04년은 연초 노사정의 일자리사회협약 체결로 ‘근로조건 격차 완화와 임금안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둔 한 해라고 할 수 있음
- 대기업 유노조 사업장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임금인상 하락폭이 크고, 임금동결ㆍ삭감 비율도 증가하는 등 대기업 노사 또한 경영난 극복 등에 동참
○ 또한 금융권ㆍ언론계 등을 중심으로 임금조정을 통해 중고령자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확산되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 임금안정 등을 통해 고용창출, 경영난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 증대 (2004. 1. 14. 노동부 보도자료)
작년 한 해 미미했던 일자리 창출은 취업 노동자의 임금삭감과 2년 새 160만이나 늘어난 비정규직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었다. 05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05년 ‘일자리 창출’은 노동자계급의 전반적인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미 한국노총이 노동시간 2시간 줄이는 것(결국 임금삭감이나 다름없는)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조직 방침으로 제출하였다. 민주노총은 임금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교대제 근무 개편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04년 ‘왜곡된 주5일제’에 의한 현장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다. 노동측이 요구하였던 ‘노동시간 단축’은 어떠한 결과를 낳고 있는가?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형식적인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강도만 한층 강화되었다. 그 뿐인가? 자본 측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손실분 운운할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 실질임금까지 삭감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색내기용의 ‘일자리 창출’은 현장을 더욱 지옥으로 만들 것이다. 여기에 자본과 정권은 ‘출산율 감소’(이러한 현상은 노동자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자본주의 모순에 근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본가 언론은 그 원인을 책임지기 싫어하고 자신들의 현재를 중요시한다는 등의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고령화’까지 교묘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출산율이 감소함에 따라 전체 인구가 줄어들고 1인당 부양해야할 노인층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고령노동자에게도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 해법은 ‘각종 연금제 개악’, ‘비정규직 확대’와 ‘임금피크제 확산’이다!
이미 04년 7월 금융산업노조가 정년을 59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현재 금융부문, 언론계 등으로 지속적인 확산 추세에 있다.
따라서 선진노동자들은 생활임금이 확보되지 않는 이러한 모든 왜곡된 형태의 일자리 창출에 반대하고 각 단위에서부터 노동강도 완화 투쟁을 통한 적정인력 확보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양극화 극복 = 전반적인 빈곤화!
노무현 정부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양극화’를 들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근로자간의 양극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비정규직 문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결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곧 ‘고용이 안정되고 근로조건이 양호한 정규직, 특히 대기업 노동조합의 양보와 협력’이며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서 정규직과의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본인도 인정하듯이 노동자계급의 전반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통한 양극화 극복이 아니라 ‘수준이 낮더라도 다수가 폭넓게 보호’받는 것, 즉 전반적인 하락을 통해 그 차이를 좁히자는 것이다. 이에 경총은 즉각 “정규직 - 비정규직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기업 노조의 양보가 절실하다는 점에 공감한다”는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바로 눈앞의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자본의 통계에도 나와 있듯이 이미 동반적인 하락을 통한 양극화 극복은 자본가계급의 대공장 죽이기, 이에 대한 주체세력의 미미한 대응,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지난 04년은 치욕스럽게도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임금인상률을 기록하였으며 대기업, 특히 노조 있는 사업장의 전년대비 임금인상률 하락폭이 가장 컸다.
< 사업장 규모별 임금인상률 전년동기 대비 하락 폭 >
▲ 300인 미만 : 0.9%p ↓ ▲ 300~500인 미만 : 0.5%p ↓ ▲ 500~1,000인 미만 (2.2%p ↓): 유노조 2.7%p ↓ 무노조 1.3%p ↓ ▲ 500~1,000인 미만 (2.2%p ↓): 유노조 2.7%p ↓ 무노조 1.3%p ↓ ▲ 1,000~5,000인 미만 (1.4%p ↓): 유노조 1.8%p ↓ 무노조 0.9%p ↓ ▲ 5,000인 이상 (1.2%p ↓): 유노조 1.4%p ↓ 무노조 0.7%p ↓ (노동부 보도자료 中)
이에 비해 자본은 어떠했는가?
‘순이익 1조 클럽’ 기업이 10여개로 늘었으며 특히 삼성전자는 매출액 58조원, 순이익 11조원 가량을 기록해 세계 5대 기업 수준에 들고 있다.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은 소부르주아의 급격한 몰락으로 인한 노동자 - 자본가 간의 양극화이다!!
그런데 자본과 정권은 뻔뻔스럽게도 이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아니, 그들은 이를 극복할 능력이 없으며(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소부르주아의 몰락은 더욱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며 이들의 미래는 오직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달려있다), 노무현 정권은 철저히 자본가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노-자간 양극화를 더욱 강제하고 있다!
이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철폐할 수 있는 노동자계급이다. ‘근로자간 양극화’ 운운하며 노동자 대오를 교란시키는 자본가계급의 분열 책동을 분쇄하자! 정규직, 비정규직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계급의 공동투쟁으로 노동자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노동자 - 자본가 간의 양극화’를 강제하는 자본에 대항한 투쟁을 전개하자!
비정규직 해법 = 정규직의 쉬운 해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2월 22일 경향신문과 가진 송년 인터뷰에서 “고용의 유연성을 풀어주지 않으면…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은…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정규직을 채용 안하려는 데서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즉각 경총 김영배 부회장은 “노 대통령이 고용 유연성 같은 근본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겉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 편에 서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모든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그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열망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가 상대적인 고용안정에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의 해고를 쉽게 하면 ‘정규직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정규직이 되고자 하는지 그 참담한 현실의 기본조차도 모르는 발상이며, 마치 옛날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식으로 비정규직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를 우롱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우리는 노무현의 이 발언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가 대공장 노동자들을 귀족으로 매도하며 조직 노동자들의 양보를 강요한 적은 많았어도 직접적으로 ‘해고 자유화’를 언급한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당장 근로기준법 해당 조항(제30조 해고의 제한, 제31조 정리해고)개정에 들어가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나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적용되었던 ‘정당한 이유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단서 조항마저 삭제하라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설마~’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과 십년 전만 하더라도 ‘정리해고’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것처럼 자본과 정부는 호시탐탐 기회만 되면 자본의 착취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모든 법제도를 개악하려 하고 있다.
‘비정규 개악 입법’이나 ‘노사관계 로드맵’도 그것의 일환이다.
실제로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 개악 입법’을 통해서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하고 조직노동자를 고립시킨 후, ‘노사관계 로드맵’을 통하여 사용자 대항권을 강화하고 파업을 무력화시킨다면, 언제라도 기습적으로 ‘해고의 완전한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근기법 개악’을 단행할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자본과 정부는 겉으로나마 양보를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해고 위협까지 하고 있다. 조직된 노동자 대오를 겨냥한 공격은 전체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을 위한 사전절차일 뿐이다. ‘쉬운 해고’라는 자본과 정권의 비정규직 해법에 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이라는 노동자계급의 해법을 현장에서부터 조직하자!!
2) 민주노총의 지상과제 - 모든 자본의 공격을 노사정 테이블로!!
이렇게 05년 정세의 핵심은 경제 회생을 빌미로 한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격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조직된 노동자 대오의 무력화,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 비정규직 확산이다!
이는 구체적으로는 비정규개악입법, 노사관계로드맵의 추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전체 노동자계급은 사활을 걸고 이러한 모든 제도화 공세에 맞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긴박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아직도 노사정 대화를 복구하는 것에만 매달리고 있다. 하긴, 전국적인 투쟁의 흐름을 꺾기 위한 자본의 술책이었던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 유보를 ‘투쟁과 대정치권 교섭전술의 성과’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봤을 때 지금의 행보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05년 민주노총 정기대대에서는 비록 처리가 안되었지만, 이수호 위원장은 대대가 끝난 뒤 바로 가진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의 의지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대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다시 한 번 사회적 교섭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정말 빠른 시일 내의 날짜인 2월 1일 2시에 임대를 소집해놓은 상태다.
당장 2월 비정규 개악 입법 관련한 총파업을 결의해놓고, 이렇게 서두르면서까지 사회적 교섭 안건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투쟁할 의지는 없고 오직 대화할 의지만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다!
여기서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의 3대 의제로 삼고 있는 내용을 보자.
가. 무상교육․무상의료 등 사회보장 확대와 FTA․DDA정책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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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비정규 정규직화와 차별철폐
- 비정규 개악안 저지 /- 비정규직 권리 보장입법 쟁취 /- 최저임금쟁취 투쟁
다. 노동3권 강화 및 노사관계 민주적 재편관련 제도개선
-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 /- 직권중재 철폐, 손배 가압류 철폐 /- 교수․공무원 노동3권, 교사의 파업권 쟁취 /- 기업별 복수노조 시대에 대응하는 노사관계 재편 제도 개선방안 /- 산별교섭제도틀 확보 (민주노총 정기대대 자료집 中)
임단협 요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요구를 담고 있다. 솔직하게 얘기하라! 도대체 투쟁을 하겠다는 것인가, 말겠다는 것인가!! 비정규 개악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의 일부 문구 수정을 요구할 것인가? 기본적으로 철폐투쟁으로 가져가야 할 사안들을 사회적 교섭의 3대 의제로 삼아서, 이를 강행하려는 적들과 한테이블에서 대화하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철폐’ 투쟁의 의지가 없다는 것의 반증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05년 정세의 핵심 뇌관은 ‘비정규직 사안’이다.
경총 노사대책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본가 계급도 05년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전망하는 이유의 첫 번째로 ‘비정규직 법안 관련 논란’(21%)을 꼽고 있다. 그리고 임단협에서 노조의 중점 요구사항을 예상하는 질문에서도 ‘구조조정 반대 및 고용안정’(24%) 다음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보호 강화’(20%)를 들고 있다. 이 투쟁에서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에 따라서 이후 노동자계급이 주도권을 잡고 정세를 역전시킬 수 있느냐의 성패가 달려있다. 그만큼 자본과 정권도 이 투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 지도부는 작년 12월에도 크레인 고공 농성을 전개하면서까지 전국 투쟁의 조직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던 비정규직 동지들의 염원을 저버리면서 전국전선을 해체시키더니, 이번에도 실질적인 총파업 조직화를 방기하면서 오로지 사회적 교섭을 성사시키는 데에만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미 사회적 교섭이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월 28일 중앙일보 경제포럼에서 “민주노총이 조건 없이 노사정위에 복귀하라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여론”이라며 “민주노총이 조건부 복귀를 고집하면 ‘사회적 대타협’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백기항복하고 들어오라는 것이다. 이러한 굴욕적인 요구에까지 응한다는 것은 자본과 정권에게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백지위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상반기 임단투, 하반기 제도개선투쟁이라는 틀에 박힌 관성에 찌든 투쟁계획은 폐기되어야 한다. 자본과 정권의 공격은 때를 가리지 않고 치고 들어오고 있다. 2월 총파업도 늦다. 지금 당장 개량적이고 반노동자적인 모든 사회적 합의주의를 분쇄하고 비정규개악입법 철폐! 노사관계로드맵 철폐!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조직해야한다!!
3)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으로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 엄호하자!!
자본과 정권이 비정규직을 핵심 고리로 삼고 있는 것은 전체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05년에도 이미 기아차 사태를 둘러싸고 대공장 정규직 노조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서 작년부터 이러한 이데올로기 공세가 물리적 공격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05년에는 새해 벽두부터 이미 그 구체적 공격이 자행되고 있다.
자본이 환율을 이유로 또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이유로 각종 명칭의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삼성의 이건희는 93년 발표했던 ‘신(新)경영’의 초심으로 돌아가 ‘질(質)경영’을 선포했고, 현대-기아차의 정몽구도 ‘질적 성장과 혁신’을 표방하면서 기아차의 경우 비조합원 일반직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빅3 조선사는 한결같이 수주량 자체를 줄이고 고수익 위주의 선종을 선별 수주하는 등의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총체적인 원가절감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금호 아시아나는 신인사제도를 도입하고 그룹 인재경영 / 상시적 구조조정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코오롱은 418명의 강제퇴직도 모자라서 304명의 정리해고 방침을 발표했다. 지금 자본가 계급은 불황, 호황을 가리지 않고 업종을 넘어서 온갖 형태의 공격을 강행하고 있다.
또한 공공부문에서는 구체적으로 사회보험노조에 대한 총체적인 탄압에 나서고 있다. 이는 작년 공공부문의 핵심인 궤도를 초토화시키고 나서 기간 상대적으로 강성노조로 분류되었던 사회보험노조 마저 이 기회에 아예 죽여버리겠다는 것이다. 노사관계로드맵의 최종 보고서에서 중간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공익사업장 범위에 사회보험이 추가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탄압의 고삐도 늦추지 않고 있다.
당장 현자 비정규직 투쟁에 온갖 원초적인 물리적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서자 기만적인 ‘보호’는 사라져 버렸다.
지금 자본과 정권은 현자 비정규직 투쟁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모든 사법기관과 물리력을 동원하고 있으며, 이미 현자 비정규직 투쟁은 98년 정리해고 투쟁이 그러했듯이 단사 투쟁의 성격을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이 투쟁의 승패 여부가 이후 계급 역관계를 좌우할 것이다.
현자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 엄호하기 위해서는 전국비정규직노조대표자연대회의만의 하루 총파업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에 있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일단, 현자 비정규직 동지들의 잔업 특근거부, 파업 투쟁이 실질적으로 자본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도록 현자 정규직 동지들이 이 투쟁에 함께하는 것이다. 이상욱 집행부는 단지 민주노총 정기대대에서 큰소리 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공동실천, 공동투쟁으로 자신들의 결의를 증명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법안심사소위에서 강행처리시’라는 전제조건을 달지 말고, ‘조건 없는’, 즉각적인 총파업을 조직해야한다! 또한 이 총파업은 비정규개악입법만이 아닌, 노사관계로드맵 철폐!를 공동으로 내건 총파업 투쟁이어야 한다!
현장의 선진노동자들도 현자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 엄호하기 위한 모든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이 투쟁을 알려내기 위한 출투와 선전전, 집회를 조직하자! 또한 개개인이 속한 단위의 비정규직 투쟁 주체들을 조직하자!
전국적인 총파업 투쟁전선을 조직하는 것은 이러한 모든 투쟁의 확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자 비정규직만의 투쟁이 아닌,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통해 자본과 정부의 기만적인 경제회생을 빌미로 자행되는 노동조합 무력화 공세를 박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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