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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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59호] 한국사회 성격과 변혁의 문제Ⅲ - 5. 과학성 상실이 낳은 변혁성 상실

노정협

2010-01-30 20:41:31, 조회:2,987, 추천:376

한국사회 성격과 변혁의 문제Ⅲ

5. 사회성격에 대한 과학성의 상실이 낳은 변혁성의 상실

신식민지 예속경제와 상부구조의 파시즘의 문제

한국사회 성격 논쟁은 경제적 토대 분석을 중심으로 그것의 상부구조로 위치하는 국가권력의 성격에 대한 문제이고, 이를 바탕으로 변혁의 상과 과제를 끌어내는 것이다. NL진영은 한국자본주의가 아직 자본주의 발전에 이르지 못한 반(半) 봉건사회로서 미제국주의의 직접적인 경제적 식민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토대 분석을 바탕으로 NL은 국가의 성격이 미제국주의의 이해에 직접적으로 복무하는 식민지 권력이라고 하고 있다. 물론 NL진영의 일부에서는 신식민지규정을 일정정도 수용하여 한국사회를 식민지로부터 신식민지 군사파시즘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들은 미국과 군사 파쇼정권의 관계가 지주와 마름(요즘으로 말하면 원청과 하청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의 관계와 흡사하다고 보고 있다. 지주는 자신의 대리인인 마름에게 소작인들을 관리하고 착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마름은 지주의 하수인으로서 이를 통해 지주에게 최대의 이익을 보장해줌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와 같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국가권력은 어떠한 독자성도 없는 미제국주의의 괴뢰정권으로 단지 미제국주의에 의한 직접 지배를 대신하여 ‘대리통치’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로부터 나오는 변혁의 상은 제국주의로부터의 자립을 의미하는 ‘반미 자주화’와 파쇼정권으로부터 벗어나는 ‘반파쇼 민주화’이다. 그런데 이들은 한국 국가권력의 마름적 성격으로 나타나는 파쇼적 성격의 본질이 지주로부터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반미 자주화가 1차적이고, 반파쇼 민주화는 부차적인, 2차적인 변혁의 과제가 된다.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는 한국에서 자본주의의 독점적 발전을 인정한다. 하지만 독점자본주의의 보편적 발전이 미제국주의에 예속, 종속되어 있다는 특수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은 예속과 종속의 심화 속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발전이 제한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경제적 토대가 미제국주의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에 상부구조인 국가도 예속된다고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독점자본은 미제국주의에 종속되어 있는 매판자본으로 제국주의에 의해 초과이윤을 빼앗기기 때문에 이 몫을 국내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가혹한 착취와 수탈을 통해 만회하려 한다고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 민중에 대한 자본의 가혹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한 파시즘적 탄압은 필연적인데 이것이 군사파쇼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PD의 파시즘에 대한 규정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파시즘의 정의와 한국에서 파시즘은 어떻게 출현하고 그 성격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원래 파시즘은 부르주아 독재의 가장 폭력적이고 반동적인 통치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통치를 거부하고 노동자 민중에 대한 유혈적이고 폭력적인 통치로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는 통치형태이다. 파시즘을 이렇게 규정한다면 ‘부르주아 국가의 본질이 원래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와 억압을 강화하기 위한 폭력과 억압을 본질로 하지 않는가?’라고 물을 수 있다. 실제 사노련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파시즘과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부르주아 독재이기 때문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파시즘에 맞서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은 부르주아 독재를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르주아 민주주의 투쟁이 아니라 이행기 강령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요구를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주장은 국가의 유형과 부르주아 독재의 본질, 그것의 통치형태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주장이다. 이렇게 본다면 파시즘에 대한 규정은 아무런 역사적, 논리적 의미를 가지게 못하게 될 수밖에 없다.

국가 유형은 고대 노예제적 국가와 봉건제적 국가, 부르주아 국가 등 경제적 발전단계에 따라 서로 다른 국가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자본주의 국가는 부르주아 공화정이라는 국가 유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부르주아 계급 그것도 독점부르주아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부르주아 독재를 본질로 하고 있다. 그런데 부르주아 독재 국가의 통치형태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통치형태, 파시즘적 통치형태, 독점자본이 고도로 발전하지 못한 국가에서의 군사파쇼 통치형태 등 다양한 통치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부르주아 국가의 통치형태는 다양하지만 그것은 노동자민중 등 피억압계급에 대한 폭력과 지배를 위한 독점자본의 도구라는 성격을 본질로 하고 있다. 프롤레타리아 국가에서도 이러한 폭력과 지배의 성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롤레타리아 국가는 기존의 국가와 달리 압도적 다수의 노동자민중이 소수 반동 지배계급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대중국가라는 것이고 그 국가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발전에 따라 사멸을 준비하는 준 국가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부르주아 국가는 계급지배를 위한 억압과 지배, 폭력기구이지만 반드시 이러한 수단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부르주아 국가는 이러한 수단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노동자계급 상층에 대한 매수를 통한 노동귀족화, 노동자 민중에 대한 동의와 설득을 통한 지배 헤게모니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계급지배 질서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국가는 노동자계급의 투쟁력이 강력하고 이것이 부르주아 계급의 안정적인 지배를 위협하는 혁명적 투쟁으로 발전할 때는 개량과 양보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레닌은 “독점자본주의의 정치적 상부구조는 민주주의에서 정치적 반동으로 전화된다. 민주주의는 자유경쟁에 조응하며 반동은 독점에 조응한다.”고 했다. 이 같은 규정에 의하면 독점자본주의 시대에 파시즘은 필연적인가?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세력들의 일부는 레닌의 이 같은 독점자본주의에 대한 규정에 근거하여 파시즘의 필연성을 끌어오기도 한다. 다만 한국사회에서는 종속과 예속의 성격 때문에 국가독점자본주의로의 안정적 발전이 가로막히기 때문에 이러한 발전을 위하여 군사독재라는 특수한 형태의 파시즘 통치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 법칙에 대한 변증법적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맑스는 자본주의의 생산력 발전과 생산관계의 부조화는 자본주의의 붕괴를 낳는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경제적 법칙에 의해 자본주의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자동붕괴론을 말하는 것인가? 맑스주의 변증법에서 법칙은 경제적 필연성을 말하는 것이다.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부조화는 붕괴의 경제적 필연성인데 이러한 필연성을 현실성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노동자계급과 그것의 전위인 전위당에 의해 자본주의를 타도하는 혁명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레닌이 독점자본주의의 정치적 상부구조인 제국주의는 민주주의에서 정치적 반동으로 전화한다는 것은 경제적 필연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제적 필연성은 여전히 가능성이고 그러한 경향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것이 반드시 파시즘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독점자본주의에서 부르주아 국가는 정치적 반동성의 경향을 띠지만 그렇다고 파시즘적 통치형태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파시즘은 자본주의의 위기가 고조되어 더 이상 기존의 통치방식으로 통치할 수 없고,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의 파멸적인 위기를 이용해서 혁명적 세력으로 서지 못할 때 등장한다. 그람시가 말한 바처럼 옛것은 낡고 새 것은 오지 않았을 때 파시즘이라는 괴물이 자본주의를 구출하기 위해 출현하는 것이다.

디미트로프는 “권력을 장악한 파시즘은 ‘금융자본의 가장 반동적이며 가장 국수주의적이고 가장 제국주의적인 분파의 공공연한 테러독재’이다”라고 규정하였다. 이 규정은 코민테른에서의 파시즘에 대한 규정과도 일치한다. 이러한 파시즘에 대한 규정에 의하면 고도로 발전한 독점자본주의에서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이 유착하여 금융과두제를 형성하는 금융독점체의 이해를 폭력적으로 대변한다. 디미트로프는 이러한 고전적인 형태의 파시즘 외에도 “그 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조건에 따라, 그 민족적 특수성과 국제적 지위에 따라 나라마다 여러 가지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라고 하였다.

군사파쇼의 성격

한국에서 파쇼 군사독재의 성격은 무엇인가? PD는 앞에서 예를 든 NL과 다르게 한국 자본주의 국가의 미제국주의에 대한 상대적인 독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파시즘이 종속적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경제적 토대에 의해 필연적으로 나타난다고 하고 있다.

한국의 자본주의를 단순히 독점자본주의가 아니라(예를 들어 종속독점자본주의나 신식민지독점자본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로 파악하는 것은 사회 구성체를 재생산시키는 기본원리를 명확히 하고, 그리하여 파시즘의 본질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 식민지 초과이윤을 물적 토대로 하는 개량, 즉 노동자계급의 체제내화는 식민지 초과이윤의 피수탈을 전제로 하는 신식민지국독자적 축적양식 하에서는 그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 종속이 자본주의 발전의 내재적 요인으로 전화하였다는, 즉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종속적으로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는 토대에서의 특수성은 파시스트적 국가형태의 필연화라는 상부구조상의 특수성으로 연결된다. 신식민국독자의 재생산을 위한, 즉 대외적으로 제국주의의 지배를 보증해주고 대내적으로 예속독점자본의 축적기반을 확보해주기 위한 국가형태로서 신식민지 파시즘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서관모,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계급분석, 한국사회통일전선논쟁, p.83).

NL은 지주와 마름의 예처럼, 한국 국가가 미제국주의 국가의 이해에 전적으로 복무하고 있다고 본 반면에 PD는 한국 자본주의 국가가 미제국주의와 한국 독점자본의 이해를 통일적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이들은 국가는 ‘신식민국독자의 재생산을 위해’, ‘예속독점자본의 재생산을 위한’ 목적에서 ‘제국주의의 지배를 보증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미제국주의에 의한 신식민지 지배가 관철되는 속에서만이 한국 자본주의의 종속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국가는 지주의 이해가 관철되는 속에서만 마름의 이해가 관철된다고 하는 NL의 입장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들이 말하는 신식민지 국가가 제국주의의 이해를 보증해준다는 말은 무엇인가? 제국주의의 신식민지 지배의 근본적인 보증은 무엇보다도 식민지나 신식민지 국가에서 변혁이 일어나서 제국주의 지배와 착취질서를 끊어버리는 것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국주의의 이해를 보증하는 것은 국내 노동자민중들한테 억압과 착취를 통해 자본을 대변하는 신식민지 국가도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측면에서는 신식민지 국가가 제국주의의 이해를 보증해주는 측면보다도 제국주의 국가가 오히려 신식민지 국가의 이해를 보증해주는 측면이 더 크다. 제국주의 국가는 군사원조, 직접적인 군대 주둔 등으로 신식민지에서의 변혁의 가능성을 군사적으로 차단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원조를 통해 경제의 안정화를 꾀하고 이를 통해 신식민지 대중들의 반란이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려 한다. 이 대가로 제국주의는 신식민지 국가에서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착취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 요구를 하게 된다.

신식민지 국가에서 변혁을 봉쇄하는 것이 제국주의 지배와 신식민지 국가의 이해관계의 절대적 동일성이라면 경제적 이해관계에서는 이해관계의 동일성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고 대립과 경쟁의 측면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일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미독점 자본에게 있어서 한국의 독점자본은 한국의 국내시장과 세계시장을 둘러싸고 일면 협조하면서도 서로 경쟁하고 대립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이 때문에 미제국주의 국가는 경제원조의 대가로 제국주의 자본의 원료에 대한 독점권, 개발에 대한 독점권을 요구하고, 관세인하와 수출시장 개방 압력으로 제국주의 자본의 효과적인 진출을 위한 온갖 요구와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신식민지론자들은 미제국주의와 국내 독점자본의 이해의 일치의 측면만을 보기 때문에 국가는 이 이해의 일치 속에서 국내 독점자본의 이해에 복무(내외 독점자본의 이익을 통일)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해의 동일성뿐만 아니라 경쟁과 대립의 측면이 일상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 신식민지 국가의 자본은 자국에서 생산한 잉여가치의 몫을 제국주의 자본보다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제국주의의 이해와 국내 독점자본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을 때 국가는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이것은 국가권력을 직접적으로 종속시키고 있는 것이 한국의 독점자본인가? 제국주의 독점자본인가? 라는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식민지와 다르게 신식민지 국가는 비록 형식적일지라도 일정 정도의 독립성이 있기 때문에 제국주의의 눈치를 보면서도 자국 독점자본의 계급적 이해에 우선적으로 복무하려 한다.

신식민지론자들은 한국의 독점자본이 미제국주의의 신식민지 국가에서 ‘매판 부르주아지’라고 하고 있다. 신식민지론자들의 매판 부르주아지라는 규정보다 비과학적인 것은 없다. 원래 식민지에서의 매판자본은 제국주의 자본의 직접적인 하수인으로서 제국주의 자본의 착취와 수탈의 앞잡이로 복무하는 반민족적 자본을 의미한다. 신식민지에서의 매판자본은 제국주의에 종속된 하위 동맹자로 제국주의의 이해에 복무하면서도 그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의 이해를 쫓는 자본을 의미한다. 한국 독점자본이 매판자본이라면 제국주의의 이해에 복무하는 속에서 자신의 이해를 챙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국주의 자본과 대립, 경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매판자본은 독자적 발전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고 매판 자본의 국가인 신식민지 국가도 제국주의와 이해관계가 대립될 때는 제국주의 자본의 이해에 우선적으로 복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하청은 원하청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라는 근본적인 이해는 말할 것도 없고 원청과 일상적으로 경쟁, 대립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오직 원청의 숙주로 살아가면서 그 이해관계에 철저하게 복무하는 속에서만 자신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그렇기 때문에 PD의 신식민지 ‘매판 부르주아지’라는 규정이나 NL의 지주와 마름관계라는 규정은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것이다.

한국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자본주의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독점자본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는 자신의 주도 하에 적극적으로 독점자본 형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것은 국제적으로 미제국주의의 절대적인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 하에서 한국자본주의가 적극적으로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 편입해 들어가는 과정이었다. 한국 자본주의의 초기 발전과정은 저곡가 등으로 농민을 수탈하고 농촌을 황폐화하여 한국자본주의 발전의 근간이 되는 노동력을 대대적으로 확보하였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농촌 출신이거나 농민의 자식이었다.

한국 자본주의에서 자본주의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원시적 축적의 과정과 이후 자본주의 발전의 과정은 노동자 민중에 대한 가혹한 수탈과 착취, 억압의 과정이었다. 특히 한국 내전 이후에 형성된 남북분단은 한국이 미제국주의 반공의 전초기지로써의 역할을 하도록 했다. 자본주의 국가는 반공을 국시로 전체 사회를 병영적 통제와 억압의 감옥으로 만들어 갔다. 이것이 한국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군사파쇼가 등장하고 폭력적 역할을 다하게 된 배경이다.

한국자본주의는 이러한 발전과정에서 해외 독점자본의 고도로 발전한 생산력에 맞서 제대로 경쟁할 수 없었다. 미제국주의는 군사적, 정치적 힘과 경제적 원조의 대가로 수탈을 일삼고 각종 이권과 특혜를 획득하기도 하지만 월등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초과이윤을 가져가기도 한다. 초과이윤은 군사적, 정치적 힘을 바탕으로 하지만 경제적 관계에서의 생산성의 우월함에서 직접적으로 비롯된다. 제국주의 초과이윤은 부등가 교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주어진 나라에서는 국민적 평균수준보다 높은 강도만이 노동시간의 단순한 길이에 의한 가치의 측정을 변경하게 된다 …… 그러나 가치법칙이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해 더욱 수정된다. 즉 세계시장에서는 더 생산적인 국민이 경쟁으로 말미암아 그들 상품의 판매가격을 그 가치수준으로 인하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되지 않는 한, 더 생산적인 국민적 노동도 강도가 더 높은 노동으로 계산된다는 사정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나라의 국민적 노동강도와 노동생산성은, 그 나라의 자본주의적 생산이 발전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국제적 수준 이상으로 상승한다. 따라서 상이한 나라들에서 같은 노동시간에 생산되는 동종 상품의 상이한 양은 서로 다른 국제가치를 가지는데, 그 가치는 상이란 가격[즉 국제가치의 차이에 따라 상이한 화폐액]으로 표현된다"(맑스, 자본론 1하, P.758-759).

이렇게 국제적 수준에서는 생산성이 고도로 발전한 제국주의 국가에서 생산한 상품이 더 적은 노동량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국제적 수준의 교환에서는 보다 큰 노동으로 계산되어 신식민지 국가의 더 많은 노동량과 교환하게 되는 것이다. 만델은 이 부등가교환을 쉽게 이렇게 표현하였다.

“부등가 교환이란 식민 내지 반식민지역이 보다 많은 노동량(혹은 노동생산물)을 중심국가의 일정한 노동량(혹은 생산물)과 교환하게 되는 경향을 의미한다"(만델, 후기자본주의론, P.336).

물론 만델은 이를 근거로 “세계시장체계 내에서 저발전 국가들이 철저한 산업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은 ‘고전적 제국주의’ 시기에서와 마찬가지로 후기자본주의와 신식민주의 시기에도 전혀 없다”고 하고 있다. 만델은 부등가 교환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지만 부등가 교환으로 인해 신식민지에서 자본주의 발전을 이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제국주의 국가와 경쟁을 통해서도 고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부등가 교환을 상쇄할 만큼 자국 노동자민중에 대해 가혹한 착취와 수탈을 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생산된 노동생산물이 국제시장에서 같은 노동량으로 교환되지 못한다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더욱 더 장시간 노동을 하고, 혹독하게 노동강도를 강화시켜서 노동량을 증대시키고 저임금으로 이윤율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한국 자본주의는 바로 이것을 통해서 부등가 교환으로 불리한 교역조건에도 불구하고 국제경쟁력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다. 이후의 생산성 발전은 노동자민중에 대한 가혹한 착취와 수탈을 바탕으로 해서만이 이룩할 수 있었다. 한국 자본주의의 원시적 축적과정에서 제국주의 자본과의 경쟁에서 독점자본이 경쟁력을 가지고 독점자본주의로의 발전을 이룩할 경제적 필요성 때문에 군사파쇼가 등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PD의 주장처럼, 군사파쇼의 등장은 필연적인 것은 아니었고 군사파쇼가 무너진 것도 단순히 경제적 토대가 변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은 경제주의적 발상이다. 군사파쇼가 등장하도록 하는 경제적 필요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민중이 이 군사파쇼의 등장을 막아낼 수 있다면 군사파쇼는 저지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군사독재가 무너진 것은 국가독점자본주의로의 안정적 이행이라는 경제적 조건보다는 노동자 민중이 군사파쇼 정권을 사실상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신식민지론자들은 신식민지에서는 제국주의 자본에 초과이윤을 빼앗기기 때문에 개량의 여지가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여기서 변혁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여기서도 여전히 PD의 구제불능의 경제주의 관점이 있다. 개량은 경제적 토대가 없이도 생길 수 있는 것이고, 개량의 경제적 토대가 있다고 해도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러시아에서 레닌이 가난한 민중과 빵을 가지고 나눈 대화에서 개량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을 보라! 반면 서구 유럽에서의 전후 개량은 장기호황이라는 경제적 조건만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경제적 조건 속에서 2차 대전 이후에 노동자계급이 혁명적인 투쟁으로 교섭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PD는 경제주의적일 뿐더러 과학적인 경제분석이 없다. 한국에서 초과이윤을 빼앗기기 때문에 개량의 여지가 없고 이것으로 변혁이 가능하다면 초과이윤을 획득하여 개량의 여지가 있는 제국주의 국가에서는 변혁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말인가? 자본주의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은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더 심화된다. 이것은 자본주의 공황으로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모순과 파괴적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제국주의는 아니지만 자본주의의 고도의 발전이 진행되는 한국에서 이명박정권이 노동3권을 말살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면서 파쇼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공황을 노동자민중에 대한 위기전가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권의 공세에 대해 노동자민중이 전면적인 계급투쟁으로 맞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정권은 점점 더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 국가에서도 공황이 자본주의 위기를 낳고 있고 이것이 개량의 여지를 주지 않고 이 때문에 노동자계급을 공격하는 것이다.

변혁의 상에 대한 왜곡

신식민지론자들은 한국사회 변혁의 단계가 사회주의 변혁의 단계라는 점을 부정하면서 신식국독자적 축적양식의 폐절이라는 모호한 변혁의 상을 제시하고 있다.

“신식민지적 종속 하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적 축적이 진행되며, 그리하여 독점의 강화가 탈종속이 아니라 종속의 심화로 귀결된다 …… 신식국독자적 축적양식의 폐절만이 유일한 대안이다”(서관모,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계급분석, 한국사회통일전선논쟁, P.83).

PD는 반제반독점을 전략으로 하는 민중민주변혁을 신신국독자적 축적양식의 폐절의 길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신식국독자적 축적양식의 폐절은 무엇인가? 축적이 진행될수록 종속과 예속이 심화되는 경제의 종속구조를 바꿔낸다는 말인가? 종속적 축적양식을 폐절한다는 말을 우경적으로 해석하면 제국주의에 맞서 자국의 독자적인 발전을 추구한다는 말이 될 수 있다. PD는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인 사적소유를 철폐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발전이 거세당한 신식민지 축적구조를 폐절하고 발전을 이루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제국주의 독자발전의 관점은 제국주의 자본에 맞서는 자국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반동적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주요 제국주의적 세력의 지배에 대한 반대가 반드시 진정한 반제국주의는 아니며, 어쩌면 그것이 자신이 변화시키고 싶지 않은 세계체제 내에서 자기를 구축하려고 하는 신생부르조아지의 욕망을 나타내는 데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빈번이 반제국주의적 수사에 현혹하여 악의에 찬 반동적 정권을 지지해 왔다. 어떤 마르크스주의적 이론에 있어서도 분석상의 기본적인 계급, 즉 자본가와 노동자이지 국가는 아니다(안소니 브루어, 제국주의와 신제국주의, P.332).

물론 PD는 제국주의 지배가 유지되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에서 종속이 심화되는 축적양식을 폐절하는 것은 변혁밖에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신식국독자의 축적양식 폐절을 좌경적으로 해석해보기로 하자! 이들이 이렇게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은 이 변혁의 상이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고 PDR(민중민주혁명)이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서 남미의 급진적인 종속이론은 자립경제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데 국내 자본이 이 발전을 추동할 수 있는 독자적 능력이 없는 매판자본이기 때문에 변혁의 필요성을 찾는다고 했다. 이점에서 PD의 입장은 급진적 종속이론과 같은 입장이고 그 비판도 역시 똑같이 행해질 수밖에 없다. PD는 자본주의 발전이 진행되면 될수록 더 현실과 맞지 않는 자신의 노선을 발견하거나 자본주의 발전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PD는 독점자본주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예속과 종속 때문에 발전을 제한당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민주주의 변혁의 단계로 보고 있다. 이점에서 보면 한국자본주의의 발전의 수준을 좀 더 높게 본다는 차이는 있지만 발전 속에서 근본 모순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저발전에서 모순을 찾는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NL과 다르지 않는다.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로서의 한국에서의 변혁은 반제반독점을 그 전략적 과제로 하는 민주주의 혁명으로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가 확립될 방도가 결합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상과 같은 과제가 노동자계급의 변혁운동에서 최소강령을 기초짓는 것으로 되어야 할 것이다”(이진경, 「성격과 임무」와 「비판」의 논쟁에 대한 개괄적 평가,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논쟁ⅠP.199).

이들의 주장대로 한국자본주의가 신식민지 국가라 해도 반제투쟁이 국내의 독점자본과 권력에 맞서는 투쟁과 동일한 수준에서 제기될 수는 없다. 신식민지 국가라 할지라도 직접적으로 자국을 통치하고 있는 국내 국가권력을 타도하고 제국주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이다. 제국주의의 지배를 받고 있는 신식민지 국가라 해도 실제 국내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고 있는 직접적인 물리력은 국내 국가권력에게 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고 해도 가장 먼저 주된 물리력이 집중되어 있는 국내의 국가권력을 먼저 분쇄해야 한다. 국내의 지배계급을 무너뜨리고 혁명을 수행했을 때 제국주의 군대가 개입해 들어온다면 그때는 반제 직접투쟁의 과제가 주어질 것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설사 신식민지주의를 인정한다고 해도 혁명의 과제를 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최소강령에 한정할 수가 없다. 신식민지 논자들 스스로 한국 자본주의를 독점자본주의 단계로 인정해놓고도 민주주의 혁명의 단계라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이들은 군사파쇼가 존재하기 때문에 민주주의 혁명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군사파쇼가 독점자본주의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반독점의 과제는 분명히 사회주의 생산관계를 도입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들은 독점자본의 국유화를 새로운 민주혁명의 물질적 기초라고 주장하면서도 ‘제국주의와 독점자본을 동시에 제거하는 반제반독점’을 최소강령으로 한정지으려 하고 있다. 반제 반독점은 제국주의와 국내 파쇼정권의 타도를 통해 당장 전체산업은 아닐지라도 핵심산업의 국유화와 은행 국유화, 독점자본의 몰수를 추진하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최소강령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들은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주의 혁명의 단계라고 하는데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가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민주주의 혁명의 추진도 불가능하다. 더욱이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가 없이는 독점자본의 몰수와 국유화는 더욱 더 불가능할 것이다.

혁명의 단계는 자본주의의 객관적인 발전 수준에서 찾아지는 것이지 노동자계급의 헤게모니 확보가 미비한 주체역량의 문제로 인해 민주주의 혁명의 단계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세력들은 국가유형과 국가형태를 혼동하기 때문에 혁명의 단계와 당면 요구를 혼동하고 있다. 러시아에서의 봉건제 국가유형으로서의 황제체제와 독점자본주의 시대의 국가형태로서의 군사파쇼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군사파쇼의 타도는 당면의 주요한 요구가 되는 것이지 독점자본주의에서의 군사파쇼를 이유로 혁명의 단계를 민주주의 투쟁의 단계로 낮춰서는 안 되는 것이다.

레닌은 러시아에서 2월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 이후에 사회주의 혁명의 단계라고 주장했지만 이것이 즉각적인 사회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었다. 쏘비에트 권력에 의해서 권력을 장악한다고 해도 전체 산업의 몰수로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사회주의를 도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혁명이 최소강령의 수준에 머무른 것이 아니었다. 핵심 기간산업과 은행의 국유화와 몰수라는 최대강령을 수행하면서 여전히 남아 있는 임시정부가 수행하지 못한 민주주의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1960년 대에 쿠바 같이 지주-소작관계가 광범위하게 남아 있는 국가에서도 혁명은 최소강령으로 한정되지 않았다. 카스트로와 혁명가들은 국가권력을 타도하고 민주주의 투쟁으로 한정지으려 했지만 최소강령조차도 참을 수 없었던 미제국주의와의 투쟁 속에서 사회주의 혁명의 과제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과테말라에서도 미국의 후원을 받는 우비코 독재에 대한 민중들의 투쟁이 벌어진 후 1945년에 독재정권을 붕괴시키고 1952년에는 더욱 더 진전된 농지 개혁법을 공포했다. 그러나 유나이티드 푸르트라는 회사 하나가 수십만 헥타르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반(半) 식민지 국가에서 제국주의의 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고 농업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최소강령으로 혁명의 목표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했다. 토지분배 같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목표를 완수하는 최소강령에 한정한다고 해도 미국 자본이 가진 땅의 상당부분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투쟁은 반제 투쟁과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고서는 실현될 수 없었다.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열린 투쟁이 시작된 시점부터, 그리고 노동자 계급이 진정한 자신들의 조직에 의해 주도되어 의식적으로 활동적인 개입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회주의적 전망이 시야에 나타났다. 과테말라의 운동이 ‘부르주아 민주주의’라고 특징지어지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과정의 단순한 이해를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모든 반제국주의 혁명은 단지 본질적으로 반자본주의적 모습을 명백히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아구스틴 쿠에바, 라틴아메리카 자본주의 발달사, p.80).

결국 반제 반자본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고서는 민주주의 투쟁만으로 최소강령도 쟁취하지 못했던 것이다. 봉건제의 유제인 토지해방의 문제가 광범위하게 남아 있는 반(半)봉건 국가도 이러할 진데 PD의 말대로 하면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어떻게 혁명의 단계를 최소강령으로 한정하는 민주주의 혁명의 단계로 설정할 수 있는가?

PD와 NL의 중간에 있는 ND(민족민주) 역시 PD와 마찬가지로 한국사회 변혁이 민주주의 혁명의 단계라고 하고 있다. 사노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CA의 백태웅이 작성한 이 문건은 ‘성격과 임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는데 변혁진영의 사회구성체 논쟁에서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한국의 프롤레타리아 운동은,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사회의 성격 그 자체로부터 일면 사회변혁을 위한 물질적 전제가 광범위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하지만, 다른 한편 전면적인 계급투쟁의 발전을 제약하는 물질적. 정치적 조건의 미비로 인하여 변혁의 진전을 방해받고 있다. ... 한국 사회의 민족적. 민주적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인 반동적 군사파쇼권력의 타도와 제국주의의 축출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백태웅,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논쟁Ⅰ, 한국사회의 성격과 노동자계급의 임무, P.93).

이들은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인해 사회변혁의 물질적 단계가 광범위하게 존재하지만 전면적인 계급투쟁의 발전을 제약하는 물질적. 정치적 조건이 미비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 군사파쇼와 제국주의의 존재는 더욱 더 전면적인 계급투쟁의 조건을 만들어내는 물질적. 정치적 조건이 아닌가? 독점자본주의에서 군사파쇼와 제국주의의 억압 때문에 전면적인 계급투쟁이 가로막히는 것은, 혁명의 물질적. 정치적 조건의 성숙에도 불구하고 주체역량의 약화 때문에 계급투쟁의 전면적인 발전이 제약되기 때문이다. 군사파쇼 권력의 타도와 제국주의 축출이 선행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전면적인 계급투쟁의 발전을 제약하는 물질적. 정치적 조건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백태웅 자신의 말대로 하면 전면적인 계급투쟁을 제약하는 물질적. 정치적 조건이 미비한데 어떻게 이를 먼저 선행할 수가 있는가? 도대체 자신이 이렇게 앞뒤 안 맞는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 것인가?

“이러한 변혁은 그 자체로서 사회주의혁명과는 구별된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자본주의의 토대를 침식하지 않는 변혁이라는 점에서 사회주의 혁명과는 완전히 다른 부르조아적인 변혁이다...당면 변혁이 그 성격상 부르조아혁명이기 때문에 민족민주적 과제로서 우리가 제기하는 것은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것이 전혀 못되며, 오히려 자본주의의 발전에 추진력을 주어 자본가계급을 강화시키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당면 변혁에는 부르조아지도 참가하게 되는 것이다"(같은 글, P75).

이는 레닌의 ‘민주주의 혁명에 있어서 사회민주당의 두 가지 전술’에서의 혁명관을 완전히 오해한 것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의 단계에서라 할지라도 혁명의 주체는 노동자계급과 농민 등 민중이 주체가 되는 부르주아 혁명인 것이고 부르주아지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레닌은 1905년 당시 혁명의 민주주의 단계의 성격에 대해 말하면서 혁명의 객관적 발전수준을 넘어 설 수 없고 곧바로 사회주의 혁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레닌은 프롤레타리아트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형태로 민주주의 혁명을 진전시켜 사회주의를 성취하기 위해 민주주의 혁명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혁명권력의 상은 ‘프롤레타리아와 농민의 혁명적 민주주의 독재’이다. 따라서 레닌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의 단계이기 때문에 부르주아와 동맹을 하고 혁명을 철저하게 수행하면 부르주아지가 혁명에서 물러날까봐 두려워서 온건한 혁명을 수행하고, 심지어 혁명 이후에는 ‘철저한 야당’으로 남아 있으려는 멘셰비키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이다.

당면변혁이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의 단계라 해서 그것은 자본주의를 발전시키고 자본가계급을 강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혁명의 주력군인 노동자계급의 주도 하에 민중과의 동맹으로 사회주의 변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적 지배를 굳건히 하고 자본가계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생산관계를 재편해 들어가는 것으로 자본주의를 타격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변혁의 단계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발전에 추진력을 주어 자본가계급을 강화한다면 그것은 자본주의의 전면적 발전을 추구하여 자본의 지배를 강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 주장은 위에서 말한 제국주의의 신식국독자적 축적양식을 폐절하고 자국 독점자본의 독자적 발전을 추구하는 반동적이고 우경적인 발전전략으로 귀착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면 변혁에 부르주아지도 참여한다고 하는 멘셰비키적 노선으로 타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정치세력은 한국사회의 경제적 토대에 대한 분석에서 과학성을 상실함으로써 변혁의 상과 과제에서 우경화된 길로 빠져들었다. 과학성의 상실이 변혁성의 상실을 낳았던 것이다.<노/정/협>

배우면서	2010-02-06 \| 23:25:54

어느 곳보다 이론적 명확성을 지녀... 배우면서 자주 보고 있습니다. 윗 글 중 사회주의 생산관계를 도입!이라고 썼는데... 제 상식으로는 생산관계의 점진적 혁명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도입"하면 과도기인 노동자 독재의 시기와 사회주의의 시기를 혼동하거나 관료화가 연상되지 않겠습니까? 또 제 기억으로는 레닌도 당 대회 중에 떠밀려! 사회주의를 승인한 것으로 압니다. 자세한 설명 좀 부탁합니다. 글쓴이의 오류인지 어떤 확신성을 지닌 도입인지 알고 싶습니다.

생산관계	2010-02-09 \| 16:59:23

사회주의의 즉각적 도입이라는 말은 1917년 2월 혁명 이후에 발표한 4월테제 관련한 논쟁에서 언급되는데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구호에 대해서 즉각 사회주의를 도입하자는 말이냐의 비판에 대해 레닌은 그것은 "즉각적인 사회주의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번역상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도입이라는 말은 마치 외부에서 즉각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수입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데 사회주의 생산관계의 조직화, 건설 등의 말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여기서 레닌이 사회주의의 즉각적인 도입은 아니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당시의 러시아 생산력의 발전수준을 볼 때 혁명을 했다고 해서 당장 전면적으로 전체 산업 국유화나 농업 집산화 등 사회주의 생산관계를 즉각 조직할 수는 없다는 의미라고 이해됩니다. 도입을 채택이나 조직화, 건설 등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에서 관료화가 연상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사회주의 이행의 문제에 있어서 맑스는 낮은 수준의 공산주의(사회주의), 높은 수준의 공산주의(공산주의)로 나눴는데 레닌은 어떤 글에서는 혁명 직후의 러시아를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의 이행기라고 해서 사회주의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그것이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이행기라고 해서 사회주의로 가는 이행기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맑스는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혁명을 가정에 두면서 혁명 이후를 바로 사회주의라고 한 것인데 레닌의 경우에는 혁명을 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사회주의 생산관계를 전면적으로 조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회주의로의 이행기라는 표현을 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레닌은 사회주의에서도 여러 번의 이행기를 거친다고 하면서 러시아를 사회주의 사회로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말자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혁명 이후 시기가 사회주의 생산관계의 전면적인 조직화 시기가 아니지만 혁명으로 소비에뜨 정치권력이 형성되었고, 핵심 기간 산업의 국유화와 국립은행의 국유화를 통해서 사회주의 생산관계를 조직해 들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혁명 이후부터를 사회주의 사회라고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피티 독재의 시기가 사회주의의 대과도기로 그 내에서도 몇 번의 과도기를 거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실제 레닌 당시에 쏘련으로 국가의 명칭을 변경한 것으로 봤을 때 혁명 직후의 시기에 아직 사회주의 생산관계를 전면적으로 조직화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력을 프롤레타리아 국가가 장악하고 사회주의 생산관계를 조직해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주의라고 이해해도 될 것이라고 봅니다.

배우면서	2010-02-20 \| 01:54:17

교과서적인 설명이지만 교과서를 제대로 반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관료화는 부르주아 국가에서도 극도로 꺼리는 표현이며 무계급 사회로 이행하는 사회주의 하에서는 최대의 적입니다. --- 저는 사회주의 조직들의 이론과 조직을 보면서 분명한 가능성과 한계를 보게 되는데 협회도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주의 조직들과의 이론적 조직적 결합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특수한 정치경제적 지형과 역사에서는 운동이 서로의 한계에 갇혀 일시적인 전진 속에서 다시 후퇴할 것입니다. 협회의 일보 전진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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