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협


	제목 : [2011노동자대회특별호]‘1%에 맞서는 99%, 우리가 대안이다’의 진정한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노정협

2011-11-13 22:08:19, 조회:846, 추천: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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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 맞서는 99%, 우리가 대안이다’의 진정한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전태일 열사 41주기를 맞는 2011년 노동자대회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의미가 깊다. 전태일 열사의 유언집행인이자 평생을 자주적 활동가로 투쟁해온 이소선어머니가 지난 9월 고인이 되었다. “죽는 힘을 다하면 전두환이도 죽일 수 있고 노태우도 죽일 수 있고 모든 군부독재를 끝장낼 수 있다”며 서슬 푸른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던 이소선어머니는 “하나가 되어 싸우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처절한 외침을 끝으로 영면하셨다. 이소선어머니의 마지막 외침은 운동진영의 분열상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며 노동자 민중이 단결해서 자본과 정권에 맞서 승리하라는 강렬한 요구이다. 우리를 각성케 하고 역사적 과제를 부여했던 이소선어머니의 목소리를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이소선어머니는 고공 크레인에서 309일 투쟁했던 김진숙과 희망버스로 되살아나며 노동자 민중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다.

세계 대공황과 이명박 정권 4년의 참혹한 세월

2007년 말 시작된 세계 대공황은 4년이 지난 지금도 그 끝을 모르게 계속되고 있다. 과잉생산 공황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쏟아 부은 천문학적인 재정은 이제 전 세계적인 재정위기를 낳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의 전반적 위기로 국부적이고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라 전 세계적이며 장기적인 자본주의의 위기이다.

747공약을 내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명박 집권 4년은 공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시도로 점철돼 있다. 이명박 정권의 공황 타개책은 4대강을 통해 전 국토를 파괴하여 경기를 진작시키고 구제금융을 통해 파산한 자본을 살리고 노동자 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법을 통해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더 나아가 노동3권 자체를 말살하기 위한 공격을 가하였다. 이명박 정권 4년은 임금억제책으로 가득 차 있는데 이 때문에 실질임금은 동결되거나 삭감되었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권리가 약화되는 만큼 비정규직이나 미조직된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더 악화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최근 ‘고용대박’이라는 말로 고용이 대량으로 창출되고 있다고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구직 단념자를 포함하는 실질 청년실업률은 20-30%에 이르고 있다. 50-60대 장년층의 부분적인 고용증가는 그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노동유연성의 확대를 의미할 뿐이었다. 민주노총 통계에 의하면 현재 노동자 근속연수가 평균 5.12년이고 이중 1년 미만인 단기 근속자가 전체 노동자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비정규직 중 55%가 1년 미만 근속자이다. 이는 불완전 노동의 확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며 정권이 고용대박이라는 말장난으로 은폐하는 실업의 한 형태다.

건설자본을 부양시키기 위해 이명박 정권이 가속화한 신도시 재개발 정책과 도시 미관정비를 내세운 노점탄압은 용산 철거민 5명의 끔찍한 죽음을 불러 왔고 노점상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노예 같은 착취와 억압에 시달리다가 단속추방을 당하고 그 과정에서 무참하게 죽어나가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그 가족은 정리해고 이후 19명이나 사회적 타살을 당했다. 어용노조의 협잡 속에 KT자본이 자행한 강제퇴직과 구조조정으로 KT노동자와 가족 21명이 사회적 타살을 당했다. 농민들의 삶도 파탄에 이르고 있고 소상인도 수없이 파산당하고 생존권이 박탈당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4년은 노동자 민중에게는 절대적, 상대적 궁핍화가 심화되며 빈곤이 가중되고 실체도 불분명한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한 전쟁책동으로 전운이 고조되고 국가보안법과 언론악법의 도입으로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참혹한 세월이었다.

1%는 누구이고 어떻게 전 사회를 지배하는가?

전 세계 도처에서 거대한 투쟁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1%에 맞서는 99%의 투쟁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며 오클랜드 노동자 총파업을 낳고 이제 전 세계적인 투쟁 구호가 되었다. 오늘 노동자대회도 ‘1%에 맞서는 99%, 우리가 대안이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 1%가 누구이고, 한 줌도 안 되는 1%가 어떻게 한 사회 전체와 세계를 지배하는지 이 지배에 맞서 무엇을 요구하면서 싸워야 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한다.

월가점거 운동은 뉴욕 월가를 지배하는 금융자본가들의 탐욕을 규탄하면서 시작됐다. 리먼 브라더스,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등 금융자본은 기업마저도 소유하고 있으며 노동자 민중을 수탈하고 착취하면서 거대한 부를 불려 나갔다. 그러나 공황으로 이들 금융자본이 파산하게 되자 미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통해 이들 은행들을 되살렸다. 금융자본가들은 이제 수백억의 배당잔치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체 자본가계급은 1% 미만이며 이들 중 최상층을 차지하고 있는 세력들이 한국사회에서 재벌로 불리는 독점자본이다. 현대, 삼성, LG, SK, KT, 한진, 롯데 같은 독점자본은 기업과 제2금융권을 소유하였고 노무현 정권 당시인 2008년 금산분리 정책 완화로 제1금융권인 은행도 소유하게 되었다. 독점자본은 언론도 함께 소유하고 있으며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방송사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방씨 일가 친족이 지배하는 언론재벌인 조선일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독점자본은 혼맥을 통해 상호 간에 연결되어 있고 이명박, 정몽준처럼 직접 정치인으로 나서기도 하고 은밀한 로비나 매수로 정치인들을 손아귀에 넣는다. 이들은 직접 법무팀을 꾸려서 전직 국무총리, 장관이나 거물급 법조계 출신을 직접 고용하기도 하여 정계, 법조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처럼 독점자본과 그 일파는 산업과 금융을 지배하는 힘으로 정치권, 법조계, 언론계, 문화계, 교육계 등을 직접 소유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하여 전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한 시대의 지배적인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라는 말처럼 이들은 이 힘으로 국민들의 의식과 사상마저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힘을 발휘하며 자본을 성장시키던 시대에서 이제는 독점자본의 성장에 따라 금권정치(金權政治)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이러한 금권정치의 시대에 삼성 이건희 같은 작자는 거대한 비리와 범죄를 저지르고도 사면되는 반면에 정리해고와 야간노동 철폐를 위해 싸웠다는 이유로 쌍용자동차 지부장은 3년을, 유성투쟁에 연대한 노동자들은 실형 4년을 선고받는 악랄한 탄압을 당하고 있다. 독점자본이 지배하는 사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창궐하는 극단적인 불평등의 사회에 다름 아니다.

독점자본의 사회 전체에 대한 지배를 깨드리지 않고서는 파쇼 독재자의 딸인 박근혜는 말할 것도 없고 ‘착한 자본가’(사실은 검증이라는 심사가 시작되면 그 추악한 면모가 드러날) 안철수가 권력자가 되든 문재인이 되든가에 상관없이 부르주아 지배질서는 견고하게 유지된다. ‘민주개혁진영’이 야권통합으로 권력을 교체하거나 심지어 민주노동당이나 이후 통합진보정당으로 정치권력이 바뀐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지금 공황으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해서 내핍, 긴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 민중 탄압에 앞장서고 있는 그리스나 스페인의 사회당 정권이 바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같은 사민주의 정권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야권통합 정당이나 진보대통합은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없다.

대내외적 전쟁책동을 분쇄하고 해방된 사회를 건설하자!

기존의 자본주의는 낡고 반동적이며 수명을 다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자연사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는 수명 연장을 위한 단발마적 기도로 전쟁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대내적으로는 자국 노동자 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는 계급전쟁인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제국주의 전쟁이다. 대내적인 전쟁은 긴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 민중에 대한 가일층의 억압과 착취를 강화하고 있다. 대외적인 전쟁은 나토 전 사령관인 웨슬리 클라크가 공개한 미국 국방부 군사 로드맵처럼, 리비아 전쟁에 이어 이제는 시리아, 이란 등에 대한 미 제국주의를 위시로 한 나토와 이스라엘의 전쟁 책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윤추구를 원리로 한 독점자본의 사회 지배가 계속되는 한 대량살육, 사회적 살인, 궁핍화 등 노동자 민중에게 가해지는 야만적인 자본주의의 대내외적 전쟁을 막을 수 없다. 99%는 이 사회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해서 농민, 소상공인 등과 그 가족들을 말하는 것이다. 99%가 대안이라고 하는 것은 독점자본의 사회 지배로 인해 착취와 억압을 당하고 있는 이들 노동자 민중이 독점자본의 사회지배를 박살내고 노동자 민중이 공장과 직장, 토지를 집단적으로 소유하는 노동자 인민의 대중권력을 세우는 것이다. 이 대중권력은 전 사회적인 계획생산으로 자본주의에서 만연한 무정부성을 없애고 오직 인민의 물질적, 정신적, 문화적 풍요를 위해 생산과 분배를 하게 될 것이다.

“내게도 대학생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전태일 열사의 염원은 진보적 지식인들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인식을 넓히려 한 것이었다. 물론 당시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이 열망을 충족시킬 수 없었고 한국사회 반공주의가 강요한 낮은 운동발전 상태로 과학적 인식을 할 수 없었다. 전태일 열사가 당시 노동운동의 상징이고 진보적 지식인과의 결합을 모색했다면 이제는 노동운동과 맑스레닌주의의 과학적 사회주의가 하나로 결합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계급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넓히고 분열되고 고립된 투쟁을 하나로 묶어세우며 새로운 해방 사회 전망을 가진 정치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1%에 맞서는 99%, 우리가 대안이다’라는 2011년 노동자대회 구호의 진정한 정치적 의미인 것이다.


한미 FTA의 본질과 투쟁 방향

한미 FTA에 대해 “미국에서 한국기업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반대하는 것은 자본의 입장에서의 반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확고하게 노동자 민중의 이해를 중심에 두고 한미 FTA를 반대한다. 한미 FTA는 미 제국주의의 독점자본의 힘이 월등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불평등 협정이기는 하나 사실 이 협정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한미 양국의 독점자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독점자본은 물론이고 한국의 자본가 계급 전체가 적극 환영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반면 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멕시코는 물론이고 미국 노동자 민중 역시 정리해고가 만연하고 소득불평등과 사회보장의 후퇴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한미 FTA가 비준된다면 환경과 노동 규제완화, 사유화로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권이 박탈당하고 미국 거대 농업자본의 침투로 인해 농민들 역시 궤멸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소상인 역시 거대 상업자본의 침투로 파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미국 거대자본의 침투로 인해 한편으로는 한국 독점자본이 더 극심한 경쟁에 놓이게 되지만 한국 독점자본 역시 기업형 슈퍼(SSM)의 규제가 완화되고 사유화가 확대되면서 거대한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다. 영리병원의 도입과 ‘의약품-허가 특허 연계조항’ 등은 약값을 급등시키고 노동자 민중이 투쟁으로 쟁취한 건강보험 제도를 뿌리 채 뒤흔들게 될 것이지만 한국 자본은 여기서도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정권의 몰락을 촉진하는 한미 FTA 비준

이명박 정권은 한미 FTA 강행처리 입장에서 최근에는 민주당 내부의 교란을 이용하고자 합의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한미 FTA를 강행처리하면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을 끌어들여 저항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과거 노무현정권의 한미 FTA는 좋은 것이고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것은 나쁜 것이라 본다. 그 때문에 몇 가지 보완책과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문제만 해결되면 합의처리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의 논란은 ISD 先 재협상이냐 後 재협상이냐의 절차에서만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현재 한국이 체결한 FTA 중 8개 중 7개가 양자간투자협정(BIT) 88개 중 82개에 ISD가 규정되어 있어 ISD 문제로 한미 FTA를 부결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기존 ISD는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는 한국자본에 유리한 것이다. 한미 FTA에서 ISD 조항이 삭제되거나 미국에도 같이 적용되면 자본으로서도 좋은 일인 것이다. 따라서 ISD만을 쟁점으로 몰아가면서 한미 FTA를 합의처리하려는 민주당을 규탄해야 한다.

한미 FTA 반대투쟁은 미국 노동자 민중과의 국제주의적 연대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회 안 투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대중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어 전농으로 결집한 중농, 빈농과의 확고한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 미거대 농업자본 진출로 파산할 위협에 처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한미FTA에 반대하므로 공동투쟁해야 한다. 소상공인과 청년 대중들 역시 이 투쟁의 동맹 대상이다. 민주당이 한미 FTA 반대를 분명히 할 때는 일시적 연합의 대상이지만 반민중적인 본색을 드러내고 합의처리하려 할 때는 대대적으로 폭로하고 타격해야 한다. 한미 양국 자본을 위해 이명박 정권이 비준하려는 한미 FTA는 정권의 몰락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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